# 223
레벨업 속도는 9.8m/s^2 223화
모함에 침입한 윤성은 사방을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위이이잉
선체의 환풍구 옆 벽면을 뜯어낼 때부터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침입자를 감지한 것이다.
상관없다. 다 파괴하면 되니까.
윤성은 선체 내부로 진입하며 주위를 살폈다
단단한 대리석과 비슷한 재질로 만들어진 모함 내의 복도.
천장은 깔끔하지 못하게 파이프가 난잡하게 얽혀 있었다.
엔진 돌아가는 소리와 기름 냄새가.
똑. 똑.
파이프 하나에서 냉각수가 한 방울씩 샌다.
전에 왔을 때도 모함은 가동 상태였지만 지금은 파장 발생만이 아니라 비행까지 하고 있기 때문에 훨씬 더 동적이다.
윤성은 맞은편 교차 지점까지 이동한 다음 보안이 걸린 우측 문을 뜯었다.
통제실로 가는 길.
퀸의 핵을 심을 때 이미 한 번 와봤기에 익숙했다.
다만 이번에는 다수의 적이 타고 있다.
대전사들이 윤성을 보고 클로를 세웠다.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연달아 발사한 탄환에 대전사들 몇이 좌우로 흩어졌다.
공격을 가한 윤성이 깜짝 놀랐다.
메탈로이드 계의 엘리베이터 버프를 들고 있던 때에 비해서 너무 약해졌기 때문이다.
“마스크맨이다! 죽여!”
전사들 중 하나가 소리쳤다.
그들은 클로를 세우고 윤성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제길.’
랜더의 시계에는 아직 유성 랜딩 버프가 있지만 그걸 가동하면 막대한 마력의 상승이 일어난다.
적들도 느낄 거다. 그럼 곧바로 버프 제거기를 돌리겠지.
시계에 저장된 유성 랜딩은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무기다. 잃어버리고 나면 옌뚜르를 잡을 수단이 사라진다.
“칫.”
<늪지 발동!>
일산에서 신민수를 잡을 때 썼던 스킬.
선체 내의 대리석 바닥이 늪으로 변해 버린 것은 대전사들에게도 꽤 뜻밖이었다.
그들의 스텝이 꼬이며 허둥거리는 게 보였다.
<마비 발동!>
이 정도 지능으로 오래 잡아두진 못하겠지만.
윤성은 스킬을 발동해서 적들의 움직임을 묶으며 종단 속도의 단검을 들었다.
버프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단검의 전투력은 똑같다.
음속을 돌파한 속력의 투검.
콰앙!
윤성의 손에서 발사된 단검이 대전사 하나의 머리를 꿰뚫었다.
다른 전사들 역시 꽤 놀란 듯 보였다.
하지만 복도 저 끝에서부터 훨씬 강력한 적이 나타났다.
‘베아트리체!’
응급 처치를 마친 그녀는 한 쪽 다리를 살짝 절었지만 움직일 수 있었다.
베스트 컨디션과 비교하면 한참 떨어지지만, 웬만한 SS급 헌터들은 쥐 잡듯이 털어버릴 수 있다.
물론 윤성 역시 SS급 헌터들 정도는 이제 가뿐히 제압할 수 있다. 그간 쌓인 포인트를 네 능력치에 몽땅 나누어 분배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버프 없이 간부를 상대할 정도는 아니다.
탁탁탁!
베아트리체의 발끝이 복도를 울리며 이쪽을 향했다.
그녀가 빼든 클로에서 흉흉한 마력이 요동치고 있었다.
키이이익!
벽면이 클로 끝에 긁히는 소리.
윤성은 그녀의 움직임을 정확히 읽으며 스킬을 발동했다.
<마안 발동!>
<마안 발동!>
베아트리체가 마안을 마주 사용했다. 양 쪽의 동력이 충돌하면서 퍼져 나온 마력에 벽면이 금이 갔다.
쉬이익!
베아트리체가 날린 클로가 윤성의 뺨을 스쳤다.
<용조 발동!>
콰악!
주먹이 베아트리체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상처는 깊지 않다. 지금 윤성의 힘으로는 이 정도가 한계였다.
“가소롭군.”
베아트리체가 윤성을 쏘아보며 말했다.
“글쎄.”
<다이너마이트 발동!>
안토니오의 스킬이다.
마치 꽃꽂이처럼 마력 다이너마이트가 베아트리체의 상처에 박혔다.
“큭!”
베아트리체는 황급히 다이너마이트를 뽑았지만 던질 정도의 시간은 못 되었다.
콰앙!
폭발과 함께 휘날리는 분진.
<클린업 발동!>
베아트리체가 마법을 사용해서 먼지를 잠재웠다.
“이런.”
윤성이 사라졌다.
“안 돼! 버프 제거기를 파괴하려는 거야! 전원 마력 통제실로 간다!”
베아트리체가 몸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퍽!
등 뒤에서 단검이 그녀의 배를 꿰뚫었다.
“크헉.”
분진 가루와 함께 윤성은 랜더의 전투복의 스킬, <은신>을 발동했다.
발소리나 마력 때문에 은신 상태에서 움직이는 것은 어렵지만 이같은 순간적인 눈속임은 전투 중에도 가능하다.
베아트리체 역시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속지 않았을 것이다.
윤성이 사라진 자리에 마력이 그대로 남아 있었으니까.
그러나 다이너마이트의 폭발 때문에 헷갈렸을 것이다. 순간의 판단 미스는 치명적이다.
무너져 내리는 베아트리체가 눈을 찡그리고 윤성을 올려다보았다.
쾅!
윤성은 그녀를 힘껏 발로 걷어찼으나 단단한 벽에 가로막혔다.
<엘리멘탈 배리어 발동!>
베아트리체가 혼신의 힘을 짜내어 방어막을 사용하고 있었다.
‘어떡하지?’
아직도 베아트리체의 마력은 윤성보다 더 높다. 좀 시간을 두고 연구해보면 어떻게든 이걸 파괴할 방법을 찾아내긴 하겠지만.
‘시간이 아깝다.’
베아트리체 따위는 지금 급한 위협이 아니다. 정말 위험한 건 옌뚜르가 미들로드를 처치하고 배터리를 되찾아버리는 것이다.
어차피 마력 파장 발생기만 파괴하면 이 모함엔 볼 일 없으니.
탁탁탁!
윤성은 베아트리체를 지나쳐 달리기 시작했다. 손을 뻗었다.
저 끝까지 날아가 버린 단검을 회수했다.
‘통제실로 간다.’
서둘러야 한다. 관리자들이 아무리 잘 싸워도 옌뚜르를 오래 잡아두진 못할 것이다.
게다가 쯔위민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콜로라 놈들 생명력이 왜 이렇게 질긴 거지.
“저놈이다! 죽여!”
“마스크맨이다!”
달려가는 길. 수많은 콜로라 전사들이 윤성을 향해 덤벼들었다.
그러나 베아트리체가 뚫릴 거라고 그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윤성의 난입은 그들에게 꽤 뜻밖의 사건이었고, 윤성이 사용하는 스킬들 역시 대부분이 낯설었다.
<대천사의 채찍 발동!>
<빛의 산탄 발동!>
<보레이셔스 파이썬 발동!>
윤성은 적재적소에 가장 유리한 스킬들을 발동하며 적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이윽고 나타난 냉각수 탱크 관리실.
마력 통제실 바로 앞이다.
다수의 적들이 스크린을 짜고 윤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팍!
윤성이 던진 단검이 냉각수 탱크에 꽂혔다.
“물을?”
공격이 엄한 데 꽂히자 전사들이 당황하며 탱크를 돌아보았다.
<광폭한 물결 발동!>
재포니아 던전을 쓸어버렸던 그 스킬이다.
콰아아아!
물탱크에서 터져 나온 급류가 막강한 흐름을 타고 방 안을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모함 내의 모든 파이프들이 터져 나갔다.
아무리 훈련 잘된 전사들이라고 해도 이런 식의 정신 나간 공격은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물의 흐름을 다스리다니?
탱크에서 터져 나온 물은 윤성이 있는 복도까지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저 냉각수 탱크 관리실 안을 아득히 메우면서 빠른 속도로 소용돌이칠 뿐이다.
윤성은 그 물의 흐름 안으로 뛰어들었다.
<수중 호흡 발동!>
<랜더의 코트 발동!>
체중을 톤 단위로 조절하자 물살에 휩쓸리지 않고 가라앉았다.
호흡이 꼬이며 자세를 잡으려고 애쓰는 전사들을 무시하고, 윤성은 차분히 걸어서 물탱크 관리실을 지났다.
쾅!
문짝을 뜯어내자 마력 통제실이 나타났다.
가운데 파장 발생기가 눈에 들어왔다. 퀸의 고치가 아직도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꺼삐딴 놈들도 정신없었던 모양이군. 이걸 치울 생각도 못 했나 보지?
“후우.”
호흡을 정리하며 윤성은 마력 파장기에 가까이 다가갔다.
치지직!
갑자기 통제실 내의 방송 스피커가 소음을 냈다.
-강윤성.
베아트리체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녀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날 죽이지 않고 지나친 건 큰 굴욕이었다. 그리고 넌 그걸 후회하게 될 거야.
“이따 죽여줄 테니 보채지 마. 멍청아.”
콰앙!
윤성이 파장 발생기를 힘껏 후려쳐 파괴해 버렸다.
***
<미티어 스트라이크 발동!>
옌뚜르가 사용한 스킬.
막대한 마력이 하늘에서 고농도로 뭉쳐 덩어리지더니 추락하기 시작했다.
마력으로 만들어진 고형 물질이지만 실제 운석 같은 파괴력을 가졌음은 물론이고 유도 능력도 있다.
<메탈로이드 중성자포 발동!>
아리가 발사한 주포가 옌뚜르의 스킬을 삼켜버렸지만 파괴하는 데는 실패했다.
떨어지는 마력 운석은 용제를 향했다.
<슬래시 휩 발동!>
미들로드가 휘두른 채찍이 운석을 쳤지만 이번에도 깨지지 않았다.
꺼삐딴의 전사들에게 화염을 분사하던 용제가 운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콰아앙!
절묘한 순간에 튀어나온 에어포스가 주먹으로 운석을 깨뜨렸다.
엘리지아 퀸이 완전히 회복된 몸을 일으켜 쯔위민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드래곤 피어에 무너지지 않고 전투에 참전한 꺼삐딴의 전사들은 약 100여 명.
하지만 이쪽에도 군대가 있다.
“키야악!”
퀸의 날카로운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다.
덜컹, 덜컹!
사방의 하수도 맨홀이 움직이더니 엘리지아들이 와르르 올라오기 시작했다.
성체는 몇 안 되지만 전체 숫자는 꺼삐딴 전사들보다 훨씬 많다.
옌뚜르는 전투 현장을 가로질러 달리고 있었다.
클리앙을 구출한다.
그의 손아귀에 뜨거운 마력의 에너지 볼트가 모여들었다.
휘이익!
마치 핸드볼 공을 던진 것처럼 날아간 에너지 볼트는 미들로드를 정통으로 맞추었다.
“크헉!”
뒤로 넘어가는 미들로드는 그 와중에 배터리를 뺏길 거라는 걸 직감했다.
촤르륵!
그의 손아귀에 있던 사슬이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더니 옌뚜르의 마력 배터리를 집어 들어 하늘로 솟구쳤다.
“이거!”
“제가 받겠습니다!”
미들로드의 외침에 날아온 에어포스가 재빨리 배터리를 챙겼다.
이젠 엘리지아 군대와 꺼삐딴의 군대가 난잡한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과 악 받친 고함. 피와 살점. 잘려나간 꼬리와 부서진 전투복, 부러진 클로.
화아악!
용제가 급강하하며 적들에게 브레스를 퍼부었다.
<터미네이팅 캐논 발동!>
아리의 눈에서 막강한 레이저 빔이 발사되어 적들을 불살랐다.
탁탁탁탁!
지상에서 쯔위민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의 클로는 정확히 아리를 겨냥하고 있었다.
<티어링 발동!>
쫘아악!
날아든 클로가 아리의 다리를 종잇조각처럼 갈라 버렸다.
퓽!
화살 한 대가 날아와 쯔위민의 옆구리에 박혔다. 바토리가 장검을 들고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고 있었다.
콰직!
저쪽에서는 옌뚜르가 미들로드를 땅에 처박고 그 머리를 짓밟고 있었다.
쿠웅!
날아온 에어포스가 옌뚜르를 밀쳐버리고 함께 데굴데굴 굴렀다.
<빛펀치 발동!>
<꺼삐딴 프로텍션 발동!>
옌뚜르의 스킬이 에어포스의 펀치를 막았다.
“배터리를 내놔라.”
옌뚜르가 프로텍션을 치우면서 에어포스에게 다가갔다.
콰직!
그가 에어포스의 복부에 주먹을 먹이고 머리채를 잡았다.
“이미 용제한테 넘겼지.”
에어포스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옌뚜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클리앙!”
옌뚜르가 소리쳤다. 미들로드를 쓰러트린 그는 이미 클리앙의 포박을 풀어주었다.
클리앙은 저릿저릿한 손목을 주무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길드로 돌아가 호버바이크를 타라. 지금에라도 모함으로 가면 베아트리체와 함께 인계로 갈 수 있다. 거기서…….”
번쩍!
모함에서 강렬한 빛이 한 번 터지더니 전투를 벌이던 모두의 고막이 먹먹해졌다.
모함이 순간이동했다.
거대한 마력압의 변화로 다들 잠깐 움직임이 굳었다.
“뭡니까? 저거 지구로 간 건가요?”
바토리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 아리가 말했다.
“그런 거 같은데.”
“아, 나. 미친. 이거 뭐 엘리전인가요? 엘리전? 엘리지아가 끼어서 부정 탄 거 아냐?”
“네 하등한 조크 때문에 부정 탄 것이다.”
바토리가 지겹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전사들과 엘리지아들, 관리자들은 다시 전투로 복귀했다.
그러나 옌뚜르와 쯔위민은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사태가 보다 더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새 강윤성이 내려와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손목시계를 조작하고 있었다.
“안 돼…….”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옌뚜르의 목소리가 침통하게 울렸다.
좀 전의 모함보다 훨씬 무거운 마력압이 전장을 짓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