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2
레벨업 속도는 9.8m/s^2 222화
옌뚜르의 전략에 당한 후 엘리지아의 정복자 칭호로 회복하던 때.
윤성은 음속 랜딩 보상을 열었다.
<이제부터 5단계 이하의 알려진 모든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스킬을 획득하고 싶다면 해당 스킬을 오감으로 인지하거나 랜딩 버프로 획득하십시오.>
대박인데?
뒤통수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잠깐 고민에 잠겼다.
“자가 진단.”
클리앙, 베아트리체를 잡고 음속랜딩을 하며 상승한 값들이 나타났다.
<강윤성>
<칭호 : 엘리지아의 정복자>
<힘 : 5,000, 순발력 : 5,000 감각 능력 : 5,000, 지능 : 5,000>
<버프 : 없음>
<디버프 : 없음>
<분배 가능한 능력치 : 24,670>
<스킬 : 확인하려면 클릭하십시오.>
‘포인트 전부 분배해야지.’
어차피 정체도 다 까발려진 마당에 더 이상 힘 조절할 필요도 없다.
스킬 탭을 확인해 볼까?
톡.
윤성은 손가락을 뻗어 스킬 탭을 눌렀다.
그러자 눈앞에 기다란 메시지창이 쫘르르 펼쳐졌다.
<힐링(사용 가능), 아이언 피스트(사용 가능), 염력(사용 가능), 가시 갑옷(사용 가능), 보레이셔스 파이썬(사용 가능), 티타늄 펀치(사용 가능), 광폭한 물결(사용 가능), 스톤 스퀴즈(사용 가능), 사자후(사용 가능) 라이트닝(사용 가능), 늪(사용 가능), 소각(사용 가능), 폭격(사용 가능) 폴리모프(사용 가능) 수중 호흡(사용 가능), 마력 주입(사용 가능), 빛의 산탄(사용 가능), 중금속 폭우(사용 가능), 용조(사용 가능), 대천사의 채찍(사용 가능), 급속 냉각(사용 가능), 인페르노(사용 가능) 마안(사용 가능)…….>
“아니, 이게 대체…….”
아직도 창이 다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윤성이 랜딩으로 획득했거나, 주위에서 보고 들었던 모든 스킬들이 들어와 있다.
심지어 메시지창에 한 번에 스킬 목록이 전부 로딩되지가 않은 탓에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지금은 지자기 폭풍과 황룡 참파, 일렉트로닉 쇼크 따위의 스킬들이 올라오는 중이다.
<음속 돌파로 인해 더 이상 스킬을 세이브할 필요가 없습니다.>
<랜더의 팔찌가 변형됩니다.>
메시지창이 또 나타났다.
생각해 보니 랜더의 팔찌라는 아이템이 별나긴 했다.
랜딩으로 획득한 스킬들을 한 개씩 세이브해서 감춰둘 수 있다는 것.
마치 콜로라에 잠입해서 활동할 때 들키지 않도록 하려는 장치처럼 보이지 않는가.
이 역시 수호자의 의도가 들어간 코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음속 돌파는 수호자가 만들어놓은 마지막 장치다.
혼자서는 절대 성공하지 못할 임무이니 그걸 클리어했다는 건 에어포스 이상의 조력자들이 생겼다는 뜻이니까.
***
뚝. 뚝.
쯔위민의 목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는 목에 단검이 박힌 채로 눈을 부릅뜨고 윤성을 마주하고 있었다.
갑자기 4층 복도 전체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쯔위민의 마력이 짙게 퍼졌다.
에어포스는 마력압에 질식할 듯한 기분이 들었다.
콰악!
쯔위민의 클로가 윤성의 복부에 꽂혔다.
<쓰러스트 스핀 발동!>
클로에서 발산된 마력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변해 마치 전동 드릴처럼 회전했다.
카가가각
전기톱에 나무판자를 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살점이 사방에 튀었다.
랜더의 전투복은 파괴되지 않았지만 그 너머의 살점이 믹서에 간 것처럼 가루가 되어버렸다.
피에 흠뻑 젖어버린 전투복 자락에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윤성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의 상처가 빠르게 아물고 있었다.
“큭.”
갑자기 쯔위민이 웃음을 터뜨렸다.
“옌뚜르가 왜 네놈을 건드리는 걸 주저했는지 알겠군.”
푹.
윤성의 단검이 쯔위민의 목에서 빠져나왔다. 피가 왈칵 치솟는다.
쯔위민은 목을 움켜쥐고 뒷걸음질 쳤다.
“대체 어떻게 이 작은 행성의 수호자가 너 같은 걸 만들 수 있지?”
“뭘 그렇게까지. 아직 진짜 힘은 쓰지도 않았는데.”
윤성이 말했다.
“최악이군. 하지만 이쪽도 진짜 카드는 아직 안 꺼냈다. 옌뚜르가 배터리를 가지면 너희는 모두 전멸이다.”
쿠우우웅!
갑자기 아래쪽에서 거대한 굉음이 울렸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흔들린다. 길드 건물로부터 약간 떨어진 곳. 땅이 실제로 갈라지고 있었다.
“설마?”
윤성이 입을 딱 벌렸다.
“안 돼! 저걸 막아야 해!”
윤성이 창문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비행 발동!>
그를 뒤따라 나온 에어포스도 비행 스킬을 발동했다.
“뭡니까 저게?”
에어포스가 물었다.
“모함입니다. 아마 저기서…….”
위이이잉
사이렌 비슷한 게 울려 퍼졌다.
불길한 예감이 날카롭게 스쳐 지나갔다.
“윤성? 비행선의 탑 부분에서 빛이 나는데요.”
에어포스가 불안함을 느끼고 말했다.
퍼엉!
모함에서부터 빛이 번졌다.
마치 오로라처럼 구불구불 흔들리는 마력의 물결.
스킬들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버프가 지워졌다.
71. 버프가 없어도 강한
건물 1층으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옌뚜르.”
공중에 떠 있던 윤성이 적을 알아보았다.
옌뚜르는 전신에 피칠갑을 한 채 왼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퀸!”
그것은 곤죽이 된 퀸이었다. 머리와 척추 일부, 달랑달랑하는 왼팔만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재생하는 중이다.
<정신 차려! 퀸!>
윤성이 통신을 보냈다.
<차희는 어떻게 됐지? 저 모함에 누가 타고 있어? 모함 파괴를 못 한 거야?>
<…….>
아무런 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퀸은 박살 난 몸을 회복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었다.
실수다.
옌뚜르가 직접 지하로 내려갔을 줄이야.
쯔위민처럼 바깥의 관리자들을 상대할 거라고 판단했다.
“엘리지아의 재생 능력이 우수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놈은 도대체 죽지를 않더군.”
옌뚜르가 퀸의 몸뚱이를 아무렇게나 던져 버리고는 앞으로 성큼성큼 나왔다.
클리앙은 미들로드에게 포박된 상태다.
“미들로드!”
공중에서 윤성이 소리쳤다.
“배터리를 빼앗기면 안 돼!”
“걱정하지 마라.”
미들로드가 클리앙에게 빼앗은 배터리를 꽉 쥐었다.
“쯔위민!”
옌뚜르가 아래에서 소리쳤다. 4층 복도에서 큰 부상을 입은 쯔위민이 몸을 내밀었다.
“버텨줘서 고맙다. 몸은 괜찮냐?”
“끄떡없다.”
“싸울 수 있나?”
“물론이지.”
쯔위민이 주먹을 꽉 쥐었다.
“좋아. 갑작스러운 기습으로 좀 당황했지만 이제부턴 상황을 수습할 거다.”
옌뚜르가 말했다.
“꺼삐딴!”
갑자기 그가 소리를 질렀다.
저벅저벅.
길드 내에 있던 전사들이 하나씩 각 층과 로비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부 쓸어버려!”
옌뚜르가 소리쳤다.
그러나 같은 순간, 하늘 위에서 끔찍한 포효 소리가 터져 나왔다.
“크아아아아악!”
드래곤 피어.
한때 윤성이 일산의 엘리지아 소굴을 소탕하기 위해 사용했던 것이다.
다만 이번엔 용제의 오리지널.
윤성이 썼던 것보다 훨씬 더 막강하고 지배적이다.
꺼삐딴 전사 중 상당수가 귀를 막고 주저앉았다.
“대전사급에겐 안 통하는군요.”
에어포스가 윤성에게 말했다.
“그건 우리가 해야죠. 하지만 큰일입니다. 모함이 있으면 버프를 쓸 수 없어요.”
“어차피 지금은 버프가 없어진 상태잖아요?”
에어포스가 물었다.
“켤 수 있어요.”
“켜다니?”
“클리앙과 베아트리체를 잡을 때 섰던 버프 말입니다.”
윤성이 랜더의 시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유성 랜딩을 아끼기 위해 그동안 윤성은 랜딩을 하지 않았었다. 그 이유는 랜딩할 경우 랜더의 시계에 최신 랜딩 정보가 덧씌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계를 벗고 랜딩하면 어떨까?
그 경우의 수를 윤성은 테스트해보지 못했다.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했을 땐 같은 버프를 얻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옌뚜르의 전략에 당한 후, 딘야차를 처치하기 전에는 메탈로이드계에서 랜딩을 했다.
그때는 이미 모든 장비를 빼앗겼고 차희까지 납치된 상황이라 이판사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랜딩 시스템은 윤성의 편이다.
시계에는 아직도 한 시간짜리 유성 랜딩이 보존되어 있었다.
‘하지만 모함을 먼저 파괴해야 해.’
윤성이 모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에어포스, 다른 관리자들과 함께 잠깐 저놈들을 맡아줄 수 있습니까?”
“해보겠습니다.”
“고마워요.”
윤성은 곧바로 꺼삐딴 모함을 향해 날았다.
최소한 버프 제거 파장을 발생하는 장치만이라도 파괴해야 한다.
에어포스는 미들로드 옆으로 돌아가 합류했다.
바토리가 활에 화살을 메긴 채 옌뚜르를 겨누고 있었다.
아리가 에어포스를 뒤따라 내려왔고, 쯔위민이 4층에서 뛰어내려 옌뚜르의 곁에 합류했다.
쿠웅!
묵직한 착륙 소음과 함께 빌딩 15층 발코니 쪽에서 돌과 난간이 우르르 떨어져 내렸다.
용제가 발코니를 붙든 채 아래쪽으로 머리를 향하고 있었다.
“캬아아악!”
용제의 포효 소리.
퀸은 이제 몸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다.
아직 다리 한쪽이 덜 자랐지만.
콰직!
모함 벽면을 용조로 쥐어뜯던 윤성의 움직임이 멈칫했다.
퀸에게 통신이 온 것이다.
<강윤성. 민차희와 신차민은 둘 다 무사하니 걱정하지 마.>
<확실해?>
퀸이 지상에서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옌뚜르가 등장하고 클리앙을 엘리베이터에 태워 올려보낸 후.
옌뚜르는 퀸과 일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퀸은 일곱 차원에서 가장 동물적인 본능이 충실한 존재다.
그는 자기보다 강한 존재를 알아본다.
퀸이 보낸 메시지는 두 가지.
<모두 여기서 도망쳐라.>
<모함을 파괴해라.>
이 명령들은 모든 엘리지아들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콰직!
옌뚜르가 마법으로 퀸을 짓누르며 지하실의 박살 난 문짝을 향해 다가갔다.
벌어진 틈으로 모함 근처에 가득한 엘리지아와 알들이 보였다.
“어느새 이렇게…….”
쒸이익!
갑자기 바닥에 쓰러진 퀸의 꼬리가 뱀처럼 움직이더니 옌뚜르의 가슴을 힘껏 후려쳤다.
옌뚜르는 꿈쩍하지 않았지만 퀸의 꼬리는 스르르 흘러내려 그의 발목을 감았다.
콰앙!
일어난 퀸이 체중을 실어 힘껏 떠밀어버리자 옌뚜르라도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퀸은 옌뚜르를 붙잡고 비상계단을 향해 달려갔다. 그녀가 낳은 엘리지아들로부터 최대한 멀어질 심산이었다.
“이런 식으로 시간 끌어봤자…….”
끌려가던 옌뚜르가 말했다.
그가 퀸의 목덜미를 콱 움켜쥐었다.
<번 업 발동!>
화아악!
퀸의 목덜미가 순식간에 타들어 가더니 하얀 연기가 치솟았다.
목이 불타서 사라져 버렸다.
그 사체를 내려두고 지하실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리는 순간.
콱!
퀸의 꼬리가 그의 발목을 감아쥐었다.
“엘리지아의 생명력에 대해 잘 모르는군?”
떨어져 나간 퀸의 머리가 말했다.
“안다.”
옌뚜르가 묵직하게 말했다.
콰앙!
막강한 마법압이 퀸의 머리를 짓이겨버렸다.
“그리고 네가 시간을 끌려고 한다는 것도.”
쩌억!
옌뚜르는 고장나서 덜렁거리는 문을 잡아 뜯어버리고는 모함 보관실로 이동했다.
엘리지아들의 공격을 받은 모함이 불타고 있었다.
지하수로로 달아나는 엘리지아들이 보였다.
“쳇.”
뒤쫓으면 그들을 모두 몰살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모함을 지키는 거다.
버프 제거기를 사용할 수 있고, 마스크맨을 제압할 수만 있다면 엘리지아들 따위는 문제되지 않는다.
<마안 발동!>
옌뚜르의 마안에서 뜨거운 열기가 끓어오른다.
막대한 마법력이 모함의 파손된 증기 배관과 망가진 시스템을 복구했다.
버프 제거기는 박살 났지만 서서히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옌뚜르 본인에게도 꽤 마력 부담이 되는 스킬이지만 어쩔 수 없다.
콰앙!
등 뒤에서 무언가가 떨어지며 강한 소음이 터져 나왔다.
“벌써 회복했나?”
“캬아아악!”
한 달음에 달려온 퀸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옌뚜르를 쏘아보았다.
“죽을 때까지 죽여주마.”
옌뚜르의 마안이 흉흉하게 불탔다. 그는 한 손으로 여전히 모함을 복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퀸을 상대하는 건 한 손으로도 충분하다.
꺼삐딴 지도자의 위치란 그런 것이다.
같은 시각.
꺼삐딴 구조에 빠삭한 넌밀은 엘리지아 군대와 차희와 신차민을 이끌고 이동하고 있었다.
모함이 들어 있는 지하실은 본래 길드의 하수도와 연결되어 있다.
모함의 발전 과정에서 필요한 냉각수를 쉽게 공급하기 위함이다.
옌뚜르가 끈질기게 들러붙는 퀸을 약 70번 정도 죽이는 사이, 엘리지아 군대와 차희와 신차민은 모두 수로를 통해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이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뜻밖의 손님들이 내려왔다.
“베아트리체!”
곤죽이 된 퀸을 내려놓으며 옌뚜르가 놀라 소리쳤다.
“괜찮으냐? 그 부상은……?”
“빛펀치를 정면으로 맞았어요. 높은 데서 추락하는 바람에 기절했는데, 움직일 순 있습니다.”
베아트리체가 말했다.
그녀는 대전사와 상급 전사 80명을 이끌고 모함을 향했다.
“가라. 베아트리체.”
옌뚜르가 말했다.
“길드의 방어는 내가 한다. 넌 공격이다. 모함을 타고 올라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