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0
레벨업 속도는 9.8m/s^2 220화
70. 꺼삐딴의 간부들
하늘에선 용제가 쏟아내는 초고온의 화염.
정문에선 미들로드가 휘두르는 마력 사슬.
그 둘의 공격만으로도 이미 길드의 방어막은 아슬아슬하다. 찢겨 나갔다가 재생되길 반복하고 있다.
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지구의 관리자들이 연합해서 이곳을 치고 들어올 줄이야.
‘마스크맨이 잡혔는데 어떻게 이런 조직력이?’
창밖을 내다보던 쯔위민이 이를 갈았다.
“베아트리체! 민차희 그년 죽여 버려!”
쯔위민이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아래 전사를 시키죠. 저는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할 것 같군요.”
“물론이지. 드래곤을 잡아라. 난 좀비를 상대할…….”
콰아아앙!
갑자기 건물 전체에 쩌렁쩌렁 울리는 굉음과 함께 건물이 흔들렸다.
밖에서 강력한 한 방이 날아와 방어막을 파괴해버린 것이다.
쯔위민은 통신기를 꺼내어 마력을 조작해 통제실 모니터에 연결했다.
“정문 쪽에…….”
“왜요?”
베아트리체가 다가와 통신기를 보고는 헉 소릴 내며 놀랐다.
용제만큼 거대한 크기의 로봇 한 대가 대함선용 주포 같은 걸 어깨에 멘 채 건물을 향하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바토리?”
아리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하찮은 공격이구나. 잘 봐둬라. 장거리 공격이란 이런 것이다.”
바토리는 마력 활의 시위에 화살을 매겼다.
그녀의 마력이 차곡차곡 화살 위에 누적되었다.
“그거 마력을 모아서 쏠 수도 있는 거였습니까?”
“물론이지.”
핑!
바토리가 시위를 놓았을 때 활에서 발사된 것은 더 이상 화살이라 부를 만한 게 아니었다.
약간 과장을 보태어 전봇대 같은 것이 길드 중간층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미 방어막은 깨졌다.
바토리의 화살은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건물에 투창처럼 박혔다.
“꺄아악!”
화살이 파고든 27층의 기술 혁신 센터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마왕의 힘을 흡수하면서 바토리의 화살은 그저 커지기만 한 게 아니다.
그녀의 마력 파장은 시계 방향으로 돌아간다. 고농도의 마력은 화살을 배배 꼬이게끔 했고 시계 태엽을 끝까지 돌린 것처럼 높은 텐션을 갖게 되었다.
활대에서 발사되면서부터 불안정한 마력이 농축된 화살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다.
동시에 사방으로 날카로운 바늘 같은 마력의 살들이 수없이 방사되는 것이다.
“이럴 수가!”
27층에 내려온 쯔위민은 현장의 참혹함에 경악했다.
연구원과 전사들 모두가 전멸했다.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벽에 박힌 마법 화살이 아직도 마력을 흘려내며 진동하고 있었다.
쿠우웅!
아래층에 또 한 대의 화살이 꽂혔다. 비명 소리와 울음소리.
쯔위민은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다.
“야아아!”
그가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소리를 질렀다.
같은 간부들이라 해도 쯔위민의 힘은 예외적이다. 순수 무력만으로는 옌뚜르조차 당해낼 수 없는 상대.
그는 일찍이 X등급의 라이벌로 점쳐졌던 콜로라 최강의 전사였다.
격노한 그의 목소리에는 적들을 위압하는 힘이 있다.
“이제 슬슬 해볼 만한 적들이 나오는군요.”
아리가 말했다.
“다들 주의해라!”
하늘 위를 날던 용제가 소리쳤다.
“저 남자의 힘은 만만히 볼 수 없다. 잠깐이라도 긴장을 놓지 않도록 조심…….”
퓨웅!
콜로라 스나이핑 라이플에서 발사된 마법 한 줄기가 용제의 어깨를 스쳤다.
용안으로도 간신히 포착할 정도다.
‘저 부상을 입고도 저런 움직임이라니.’
용제는 혀를 내둘렀다.
베아트리체가 건물 옥상에서 용제를 향해 라이플을 겨누고 있었다.
쯔위민은 마력을 발에 실어 벽을 수직으로 달려 내달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 하는 걸음에 맞추어 길드 건물 벽이 푹푹 꺼졌다.
발목 힘만으로 체중을 고정해서 벽에 매달리는 것도 기인이라 할 수 있지만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은 충격적일 정도다.
“굳이 우리한테 주의를 주지 않아도 저걸 보면 누구든 조심하게 되지 않겠는가?”
바토리가 약간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들로드! 안으로 들어가서 전부 죽이세요. 저 괴물은 우리한테 맡기고.”
아리가 소리쳤다. 미들로드는 아니꼽다는 표정이다.
“네놈들 둘이서 되겠어?”
“아, 그럼요. 저는 전대 마더와는 차원이 다른 로봇입니다.”
“나 역시 전대 마왕의 힘에 그룬헤잘드와 아르동의 힘과 마력의 샘까지 흡수한 사람이다.”
그녀가 활을 겨누었다.
“오늘 꺼삐딴은 전멸한다.”
<암수살 발동!>
파아앙!
매서운 기세로 마력 화살이 쯔위민을 향해 날아들었다.
아리는 흥미진진함에 팝콘이라도 뜯고 싶은 기분이다. 과연 저 막강한 화살에 쯔위민이 어떻게 대처할까?
저 괴물이 지상이었다면 쉽게 피했겠지만 지금은 벽을 내달리는 중이라 움직임이 제한된다.
콰아앙!
놀랍게도 쯔위민은 화살을 그냥 맞았다. 한쪽 팔에 마력을 휘감아서 받아낸 것이다.
“맙소사…….”
바토리가 침을 꼴깍 삼켰다.
화살이 박히는 순간 쯔위민의 마력에 억눌려 증발해 버렸다.
“어쩌면 이거 사자 몇 마리가 모여서 공룡 잡겠다는 꼴일 수도 있겠군요.”
아리가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
“가세할까?”
미들로드가 물었다.
“가세?”
지상에 거의 다 내려온 쯔위민이 말했다.
“물론이지. 자리 이탈하지 마라, 쓰레기들아. 하나하나 쫓기 귀찮으니.”
콰직!
쯔위민의 손아귀가 미들로드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촤라락!
마법 사슬들이 저절로 움직여 쯔위민의 온몸을 휘감아 당겼지만 완력 차이가 너무 심하다.
쯔위민은 사슬에 감긴 채로 미들로드를 집어 들고 달리더니 아리 쪽에다 던졌다.
쿠우웅!
“아이고.”
바닥을 구르는 미들로드를 보며 아리가 동정 섞인 눈빛을 보냈다.
“괜찮으냐?”
“어떻게 나오나 궁금해서 지켜봐 준 것뿐이다.”
미들로드가 태연한 척 대답하며 일어났다. 그러나 허세에 불과한 걸 모두 알고 있었다.
퍼어엉!
건물 옥상 쪽에서 흰빛이 터졌다.
“어디 보자. 저쪽에 있는 게 베아트리체겠군요. 빈사 상태일 테니 뭐 곧 끝나겠죠.”
아리가 말했다.
“카이야쓰는 주인님이 처치하셨다고 했고.”
“잠깐.”
쯔위민이 끼어들었나.
“누가 누굴 처치했다고?”
“카이야쓰요. 그쪽 간부 이미 미들로드 세계에 가서 자기 묘비 구경하고 있는데 몰랐습니까?”
아리가 미들로드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쪽 관리자한테 막 대하면 어떡합니까? 잘 보이려고 설설 기어도 모자랄 판…….”
“닥쳐라!”
쯔위민의 마력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네놈 중 그 누구도 콜로라 전사를 죽일 수 없다.”
“아니. 과거형 문장을 이해 못 하시는 모양인데 이미 지난 일이라서…….”
파앙!
갑자기 아리의 머리에서 마력이 폭발했다.
바토리가 화들짝 놀라며 물러났다.
쯔위민이 무언가를 던진 것이다. 바닥에 떨어지는 걸 보니 고작 돌멩이다.
그러나 그 돌멩이가 막대한 마력을 갑옷처럼 중무장해서, 메탈로이드 계 최고의 장갑을 가진 아리의 얼굴에 상처를 냈다.
미들로드가 사슬을 번쩍 치켜들었다.
“자리 지켜!”
그가 외쳤다. 쯔위민이 이쪽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쉬이이이익!
그러나 그들이 충돌하기 직전.
하늘에서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리더니 무언가가 현장에 떨어져 내렸다.
강렬한 빛에 쯔위민이 눈을 찌푸리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에어포스!”
아리가 반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모범 자세로 랜딩한 에어포스의 어깨 위에서 다섯 쌍의 날개가 우아하고 차분하게 내리 앉았다.
“쯔위민은 카이야쓰나 딘야차 같은 전사들과 레벨이 다릅니다. 제가 일선을 맡아드리죠.”
“베아트리체는?”
바토리가 물었다.
“처치했습니다.”
“뭐라고?”
쯔위민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뭘 그리 놀라느냐?”
미들로드가 다시 한번 도발했다.
“곧 네놈도 따라갈 길인데.”
<슬래시 휩 발동!>
미들로드가 던진 채찍이 살점을 떼어내는 느낌으로 쯔위민의 가슴을 후려쳤다.
그러나 쯔위민은 한 번 공격을 허용해준 다음 채찍을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미들로드의 사슬 채찍은 마이어 계의 마력의 진가가 모두 담겨 있다.
역병과 부패.
쯔위민의 손가락이 부르트고 갈라지고 썩기 시작했다.
그러나 쯔위민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콰아악!
채찍을 잡아당기자 미들로드가 이쪽으로 끌려왔다.
아리가 그를 붙들면서 쯔위민을 향해 마력 주포를 쏘았다.
퍼엉!
쯔위민은 남는 손으로 주먹을 꽉 쥐더니 힘껏 후려쳐서 그 막강한 마력 포를 파괴해 버렸다.
빈틈을 타고 에어포스가 바짝 파고들었으나, 쯔위민은 그녀의 공격을 한 번 받아내고는 발로 힘껏 차버렸다.
“큭!”
뒤로 밀려나는 에어포스 쪽으로 채찍을 휘두르자 미들로드가 아리의 품에서 뽑혀 나왔다.
“크악!”
에어포스와 부딪힌 미들로드가 비명을 질렀다.
두 사람이 뒤엉켜 구르는 자리 바로 뒤에서 바토리가 또 한 대의 화살을 쏘았지만 쯔위민은 그쪽으로 손바닥을 쭉 뻗었다.
<마력장 발동!>
쯔위민의 손아귀에서 마력장이 발생했다. 본래 마력을 뿜어내어 대기 중 마력을 왜곡시키는 스킬.
그러나 그의 힘이 너무 막강한 나머지 바토리의 화살이 상쇄되었다.
쯔위민은 곧바로 아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나씩 확실하게 물리친다.
쯔위민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콰아앙!
아리가 내지른 펀치와 정면충돌했다. 물론 쯔위민 쪽이 더 강하다. 아리는 장갑이 뜯겨나가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그 공격을 받아내지 않으면 더 위험한 상황이었다.
알고리즘상 최적화된 판단이다.
3초 후에 팔을 빼서 충격을 완화한다.
아리가 쯔위민을 노려보고 있을 때였다.
촤르륵.
미들로드의 마법 사슬이 쯔위민의 허리를 감았다.
“하압!”
에어포스가 미들로드와 함께 사슬을 잡아당기자 아무리 쯔위민이라도 뒤로 날아갈 수밖에 없었다.
뒤편에서는 바토리가 또 한 대의 화살을 준비하고 있었다.
퍽!
마치 업어치기를 하듯 에어포스와 미들로드가 당겨서 던져 버린 쯔위민이 맞은편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맞았다.
“크악!”
가슴팍에 박힌 화살은 이번에도 그의 마력에 의해 중화되었으나 꽤 데미지가 들어갔다.
그리고 뒤이어 에어포스가 전신에서 엄청난 마력을 끌어올리며 달려들었다.
<빛펀치 발동!>
***
“헉……. 헉…….”
클리앙은 부상 입은 몸으로 계단을 뛰어오르고 있었다.
그러다 충격적인 장면을 발견하고 중간에 우뚝 멈춰 섰다.
“카, 카이야쓰 선배…….”
카이야쓰가 치명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다.
“선배! 선배! 정신 차려요!”
클리앙은 그 앞에 무릎 꿇고 응급 처치를 시작했다.
카이야쓰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는 상태지만 적은 콜로라 전사의 생리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
코마 상태다. 심장이 멎었고 체온이 크게 떨어져 있지만 살려낼 수 있다.
클리앙은 카이야쓰의 단전에 마력을 주입해서 숨을 텄다.
“크헉!”
카이야쓰가 피를 왈칵 토하고는 다시 기절해 버렸다.
웬만한 전사들이라면 수백 번은 죽었을 부상이지만 카이야쓰는 옌뚜르가 인정하는 강자 중 하나다.
클리앙은 그의 흉부에 난 상처에 마력을 쏟아부어 급한 처치를 했다. 인벤토리에서 옷가지를 꺼내어 꽉 동여매 지혈했다.
응급실에 데려다주고 싶지만 지금은 옌뚜르의 명령을 수행하는 게 우선이다.
<클리앙입니다. 지금 길드 내의 전사 중 누구든 좋으니 간부용 비상계단으로 와서 카이야쓰 선배를 데려가 주세요. 부상이 심합니다.>
클리앙은 통신기를 통해 길드 내 메시지를 날리며 계단을 뛰어올랐다.
옌뚜르의 침실까지는 이제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