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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215화 (215/260)

# 215

레벨업 속도는 9.8m/s^2 215화

테쿰세는 늦은 새벽까지 잠이 오지 않아 책상에 앉아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그 용의주도한 민차희가 갑자기 SS급 헌터 셋을 대동하고 요란을 떨면서 동창 강윤성을 만나겠다고 호텔로 이동한 게 미심쩍다.

게다가 같은 날 인계 최강의 헌터였던 마스크맨이 살해되고 강윤성이 마스크를 덮어쓰고 그를 연기하다니?

강윤성의 힘은 그리 대단치 않아 보였다.

대체 그가 어떻게 마스크맨을 죽였단 말인가? 마스크맨은 혼자서 퀸을 죽이기도 했고, 그 막강한 콜로라 전사 둘을 제압하기도 했는데.

심지어 정확한 타이밍에 칼같이 튀어나온 고제하가 그의 정체를 폭로하고, 강윤성이 순순히 헌터들에게 체포되었다?

‘너무 작위적이다.’

이 상황은 마치 누군가 꾸미기라도 한 것처럼 줄줄 흘러갔다.

지휘부가 파괴된 게 워낙 충격적이라 경황이 없는 와중에 어버버하며 손 놓고 따라왔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 찝찝하다.

정말로 이럴 수가 있는 걸까? 마스크맨을 제압하고 민차희를 납치할 정도의 힘과 계획력이 있는 강윤성이 이렇게 쉽게 체포되었다고?

테쿰세는 보안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백마 길드 헌터 지휘국입니다.

“늦은 시간에 갑자기 전화드려 죄송한데, 혹시 고제하 헌터님이나 옌데르 헌터님하고 연결 됩니까?”

-연결해 보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아 그리고, 두 분이 낮에 콜로라 전사 강윤성을 취조하셨는데 그에 대해 보고해 주신 바가 따로 있습니까?”

-민차희 비서님이 납치되었고 아직 생존해 계실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어요.

“그뿐인가요?”

-네.

“…….”

테쿰세는 고민하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전화 연결은 필요 없습니다.”

아무래도 강윤성을 직접 만나봐야겠다. 일대일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대체 어떻게 마스크맨을 죽였는지, 민차희의 납치는 정말인지.

테쿰세는 모자를 눌러쓰고 숙소에서 나와 곧장 백마 길드 지하로 이동했다.

감옥엔 보안이 걸려 있었으나 테쿰세 정도라면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강윤성이 감금되어있는 장소의 방문을 여는 순간, 테쿰세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몸이 굳었다.

옌데르와 고제하의 취조 이후 초주검이 되어 있었던 윤성이 완벽하게 회복했다.

자잘한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피부와 단단한 근육의 몸뚱이가 앉아 있었던 것이다.

“이제 거의 회복이 끝났는데.”

윤성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뭐, 뭘 어떻게 한 거지?”

놀란 테쿰세가 물었다.

“나도 하나 묻지. 당신 테쿰세가 맞나?”

“그렇다.”

“척루인을 잡을 때 생쥐로 변신한 미들로드가 자동차 안의 어디에 앉아 있었지?”

“무슨 소리냐? 미들로드는 고양이로 변신했었다.”

“테쿰세가 맞군. 고유 스킬을 아무거나 써봐.”

<진정 발동!>

테쿰세는 윤성에게 마법을 걸었다. 엘리지아 퀸과 전투를 벌이던 때 감염된 슬렌더맨을 잠재웠던 스킬이다.

윤성은 살짝 졸린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아직도 테쿰세의 눈은 붉게 빛나지 않았다.

마안이 아닌 이상 정신계 스킬을 콜로라 전사는 쓰지 못한다. 이건 테쿰세의 고유스킬이 맞다.

“확실하군.”

윤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입술을 매만지더니 테쿰세를 보며 빙긋 웃었다.

“좋아요. 테쿰세. 난 마스크맨입니다. 사정이 있어 콜로라의 작전대로 쭉 따라주었지만 이젠 내가 놈들의 뒤통수를 칠 때예요.”

윤성이 말했다.

“무슨……. 무슨 소립니까, 그게?”

“보세요.”

<빛의 탄환 발동!>

윤성의 손가락에서 튀어나온 섬광이 벽에 상처를 냈다.

<용조 발동!>

이번엔 주먹으로 바닥을 찍어 파헤쳤다.

<차원문 발동!>

콰아앙!

마계로 연결되는 차원문이 발생해 윤성의 오른편에 나타났다.

테쿰세의 입이 쩍 벌어졌다.

윤성이 말했다.

“지금부터 반나절 후에 자경단에 연락을 돌리세요. 모든 최상급 헌터들에게 전투 준비를 하라고 해요.”

“전투 준비요?”

“의표를 찔린 콜로라 놈들이 이판사판으로 이곳을 침략할지도 모르거든요.”

“콜로라를 공격하실 겁니까?”

“네.”

윤성은 짧게 답하며 차원문을 넘었다.

***

바토리의 성에 손님이 왔다.

바토리는 마왕이거나 꺼삐딴이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 생각했지만 전혀 의외의 인물이었다.

글로디안이 절망적인 표정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는 비보를 가지고 왔다.

“마, 마왕께서……. 마왕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바토리 앞에서 그가 고개를 떨구었다. 바토리는 충격으로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바토리 님. 전부 제 잘못입니다. 제가 꺼삐딴에 마스크맨에 대한 정보를 넘겼습니다.”

글로디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정보를 넘기다니?”

“그자가 버프를 사용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바토리는 고개를 저었다.

“마스크맨의 진정한 힘은 버프가 아니라 위기 대처 능력과 작전 계획력, 그리고 투지다. 그 정도의 정보를 꺼삐딴이 가졌다고 그가 당할 리 없다.”

“하지만 마스크맨이 파멸했다고 들었습니다. 마왕께선 연합의 와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자결하신 겁니다. 제 탓입니다…….”

바토리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착잡한 듯 창가에 서서 한참 동안 밖을 바라보았다.

“마왕님의 마력이 느껴진다.”

갑자기 그녀가 말했다.

“네?”

바토리는 손님의 응접실을 나가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성주의 은패가 보관되어 있는 금고를 열었다.

귀금속들 사이에 큼직한 루비가 나타났다. 막강한 마력을 뿜어내고 있다. 이 정도의 파장이라면 글로디안도 충분히 느꼈어야 한다.

‘내게만 느껴지는 것인가?’

바토리가 천천히 루비를 집어 들었다.

쿠우우우우!

루비에서부터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 마력이 소용돌이치며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이 힘은……!”

바토리의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능력치들.

마왕의 힘이 그녀의 핏줄 속에서 박동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바토리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마계를 지배하는 관리자의 수준으로 기감이 급등함에 따라 무언가를 느낀 것이다.

그것은 바로 성으로 접근하고 있는 꺼삐딴의 전사, 딘야차였다.

심상찮은 손님이다.

바토리는 금고문을 닫다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동작을 멈추었다.

‘이건 또 뭐지?’

루비가 있었던 자리에 조그만 돌이 하나 보였다. 기묘한 마력이 느껴졌다.

쿠우웅!

돌을 살펴보고 있는데 갑자기 바토리의 방 밖 복도에 차원문이 나타났다.

“윤성!”

바토리가 화들짝 놀랐다. 그 너머에서 걸어 나온 것이 속옷 차림의 윤성이었기 때문이다.

“뭐, 뭐냐! 왜 옷차림을 하등하게…….”

바토리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상황이 그렇게 됐어. 입을 거 아무거나 주라.”

바토리는 서둘러 밖으로 나가서 귀족들의 남성용 의복 몇 벌을 챙겼다.

“바토리 님!”

바쁘게 움직이는 중에 하인 하나가 그녀를 붙잡았다.

“지금 손님이 오셨습니다. 콜로라 꺼삐딴 길드의 간부 딘야차라는 분이 중요한 거래를 할 게 있다고 사자 신분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네?”

“더 중요한 손님이 왔다. 딘야차에겐 내가 자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전해라.”

바토리는 얼른 방으로 돌아가서 윤성에게 내밀었다.

“어, 어서 입어라. 망측하여 볼 수가 없구나.”

“딱 내가 원했던 바로크 시대 의복이야.”

윤성이 옷을 입으면서 말했다.

“콜로라 놈들 전투복은 다스베이더 갑옷처럼 생겼지만 평상복은 이런 느낌에 가깝더라고.”

“나는 네가 콜로라에 잡혔다고 들었는데.”

“잡혔었지. 그리고 날 곤죽으로 만들어놨지만 나한텐 그놈들이 모르는 카드가 하나 있었거든.”

“아무튼 무사하니 다행이다만. 장비는 모두 빼앗긴 것이냐?”

“어. 원래 귀속된 물건은 나한테 돌아오게 되어있는데 옌뚜르가 마법 처리를 해서 인벤토리에 담아서 전부 들고 갔어.”

윤성이 말했다.

“아마 내 순간이동석이나 전투복이나 무기. 전부 다 꺼삐딴에 있을 거야. 가서 다시 되찾아야지.”

“순간이동석이 없는데 어떻게 꺼삐딴으로 가느냐?”

“전에 차원들 돌면서 관리자들한테 순간이동석을 하나씩 줬어. 마왕한테도 하나 줬는데. 그걸 쓸 거야.”

“그게 혹시 이것인가?”

바토리가 금고에 들어 있던 돌을 보여주었다.

“아. 맞아! 순간이동석. 근데 왜 그걸 네가 갖고 있어?”

“내 금고에 들어 있었다. 마왕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내게 보내신 듯하다.”

“돌아가셨다니?”

윤성이 깜짝 놀랐다.

“살해당했다. 꺼삐딴 전사들에게.”

“이런 개자식들……. 근데 마왕은 어떻게 그렇게 쉽게 당한 거야? 그 사람 굉장히 세잖아?”

“모르겠다. 하지만 그분은 최근 내게 왕관을 물려주고 싶어 하셨다. 자신을 희생하고 내게 루비를 주려 하셨지.”

“그럼 루비를 받은 거야?”

“내 마력을 보면 모르겠느냐?”

바토리가 어마어마한 마력을 뿜어내며 말했다. 윤성이 어깨를 으쓱했다.

“난 내가 고문받다가 기감이 맛이 가버린 줄 알았지. 아무튼 그 순간이동석 아직 사용한 적 없지?”

“난 쓴 적 없다.”

“그럼 아직 너한테 귀속되지 않았을 테니 내가 쓸 수 있어. 꺼삐딴에 간 후 너한테 새로운 순간이동석을 보내줄게. 꺼삐딴에 가서 다 박살 내버려. 마왕 복수를 해야지.”

“알겠다. 하지만 어떻게 내게 순간이동석을 보낼 거냐?”

“천 까마귀 하나 내놔.”

“음.”

한밤중에 갑자기 반나체로 찾아와서 옷과 순간이동석과 천 까마귀를 내놓으라니.

거의 날강도나 다름없는 수준의 무례함이었지만 바토리는 순순히 내주었다.

“근데 지금 여기에 딘야차가 와있다.”

바토리가 마법 처리된 검은 천을 만들어주면서 말했다.

“딘야차? 꺼삐딴 간부?”

“그렇다.”

“잠깐만. 그럼 계획을 좀 바꿔야겠다.”

“무슨 계획?”

“꺼삐딴 뒤통수 칠 계획. 보다 확실하게 할 수 있겠어. 그놈을 죽이고 딘야차로 폴리모프할 거야.”

“뭐라고?”

“콜로라 놈들은 죽인 사람의 얼굴은 흉내 낼 수 있어. 천계도 그렇게 지배했거든.”

“하지만 딘야차는 강한 적이다. 어떻게 죽일 거냐?”

“일단 마왕급의 전투력을 가진 네가 있잖아?”

“그놈을 단번에 처치할 수는 없다. 순간이동석을 써서 도망치면 어쩔 것이냐?”

“옌뚜르는 순간이동석의 파장에 간섭하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고 했어.”

“그럼?”

“그 마법을 버프로 받아낼 거야.”

<차원 통신 발동!>

윤성이 정신을 집중해서 통신을 연결했다.

<아리! 급한 일이다. 통신 받아!>

-드디어 꺼삐딴 침공입니까? 주인님 저는 7단 합체와 모든 튜닝이 완성된 상태입니다. 이젠 꺼삐딴 간부도 상대할 수 있…….

<우주 엘리베이터 중에서 젤 높은 거 하나 가동 준비해 놔.>

-후후후, 저는 주인님이 그런 요구를 하실 거라고 옛날부터 생각하고 있었죠. 퀸 잡을 때 엘리베이터 타고나니 엄청 강해지셨었죠? 비슷한 거 하나 만들어두었습니다. 높이는 당시의 두 배입니다.

<딱 좋군. 곧 가겠다.>

윤성은 통신을 종료했다.

“바토리. 딘야차 붙잡고 적당히 시간 좀 끌어줄래?”

“알겠다.”

“꺼삐딴에 항복할 듯 말 듯 하면서 계속 시간 끌어. 내가 곧 돌아온다. 같이 딘야차를 죽여버리자고.”

<차원문 발동!>

윤성은 메탈로이드계의 차원문을 열어 곧장 이동했다.

동시에 차원 통신을 이번에는 천계로 연결했다.

-윤성 씨? 이제 침공합니까?

에어포스가 통신을 받았다.

<관리자들 다들 인내심이 바닥났군. 조금만 더 기다려요. 그보다 옆에 헬라엘 있습니까?>

-네. 전투 대기 중입니다.

<헬라엘한테 뭐 좀 물어봐 주세요.>

-뭘요?

<옛날에 콜로라 전사들이 카엘룩스나 마제스티엘로 폴리모프할 때 어떤 식으로 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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