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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209화 (209/260)

# 209

레벨업 속도는 9.8m/s^2 209화

“내가 인계로 가야 한다고요?”

옌뚜르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민차희를 인질 잡을 수 있거든요.”

“이해가 안 되는군요. 그 여자는 일반인입니다. 윤성 씨 혼자서도 충분히 포획하고 꺼삐딴으로 데려올 수 있을 텐데요.”

“그 여자 혼자라면 그렇죠. 하지만 제가 최상급 헌터들 모임에서 조사해 본 결과, 민차희에게는 아직 생존 수단이 하나 더 있습니다.”

“생존 수단?”

“마스크맨을 소환하는 메신저입니다.”

옌뚜르가 눈살을 찌푸렸다.

‘약 파는 것 같은데’ 하는 표정.

하지만 윤성의 거짓말이 쉽게 뚫리진 않을 거다. 윤성은 좀 더 밀어붙이기로 했다.

“클리앙 선배와 베아트리체 선배가 잡힌 후에 그들이 가지고 있던 순간이동석을 마스크맨이 빼앗았습니다.”

윤성이 말했다.

“그리고 백마 길드의 과학 기술부는 그 순간이동석을 샅샅이 뜯어 살폈고, 지구의 각 차원 관리자들이 가진 차원문 스킬과 연결지었죠.”

“그래서 마스크맨을 소환할 수 있는 메신저를 만들었다는 겁니까?”

“그걸 발동하는 즉시 마스크맨이 현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마스크맨이 나타나면 처치해 달라?”

“아뇨. 마스크맨의 전투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니까 지금 대표님이 정면충돌하시는 건 안 되죠.”

윤성이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대표님은 꺼삐딴 최고의 마법사이기도 하잖습니까? 메신저의 발동을 막아버리실 수 있을 텐데요.”

윤성은 유성 랜딩 당시 베아트리체가 순간이동석을 발동하지 못했던 걸 기억한다.

‘파장 간섭이다’라는 그녀의 말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X등급 정도 되면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력 파장 자체가 너무 강해서 순간이동석이 작동을 못 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지자기 폭풍을 썼을 때 메탈로이드들이 모두 망가지는 것처럼.

그러나 자연재해 같은 X등급의 마력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다.

지자기 폭풍보다 한 체급 낮은 EMP로도 메탈로이드는 무력화할 수 있는 법이니까.

옌뚜르 정도의 실력이라면 순간이동석을 무력화하는 기술을 반드시 갖고 있을 거다.

“좋습니다. 제가 그럼 인계로 가죠. 함께 민차희를 잡읍시다.”

됐다!

윤성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 대표님.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혹시 꺼삐딴의 함선은 작동 가능한 상태인가요?”

윤성이 물었다.

“내일쯤엔 운행 가능할 겁니다.”

“그걸로 인계 침공할 때 저도 태워주실 수 있을까요?”

“타고 싶으시군요?”

“듣기론 아주 크다던데, 그런 우주선은 타본 적이 없어서요. 운전하는 것도 굉장히 숙련된 파일럿이 엄청 많이 필요하겠죠?”

“대전사 두 명만 있으면 움직일 수 있습니다. 꺼삐딴의 대전사들은 모두 파일럿이니까요.”

“아 정말요? 뜻밖이군요.”

“윤성 씨도 출신지가 다르지만 꺼삐딴의 직원이 되려면 우주선 운행을 배워야 할 겁니다.”

“속도나 고도는 어떤가요? 엄청 빠르고 높이 날겠죠?”

“물론이죠. 일단은 우주선이니까요. 이곳 혹성의 대기 밖까지는 가뿐히 나갈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후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옌뚜르에게 인사하고 나오는 길. 윤성이 주먹을 꽉 쥐었다. 속으로 자꾸 웃음이 났다.

‘작전을 새로 썼다.’

본래는 각 차원의 관리자들을 불러들여 한 번에 협공하려 했지만 옌뚜르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그는 버프 제거 우주선을 가동시키고 있었고 마력 배터리를 준비해두었다.

만약 관리자들을 모두 모아 전투를 시작했는데 우주선이 가동되어 윤성의 버프가 제거되면?

최악의 상황이다. 배터리를 사용하는 옌뚜르를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즉, 랜딩 버프를 발동하기 전에 우주선을 파괴해야 하고, 그것을 옌뚜르가 막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옌뚜르를 인계로 끌어낸 다음 X등급의 힘을 발동해서 현장에서 처치한다.’

윤성이 각오를 다졌다.

꺼삐딴으로 넘어오기 위해선 버프를 다시 지워야겠지만 상관없다.

이곳에 우주선이 있으니까.

각 차원의 관리자들을 소집해서 침공하게끔 하면 꺼삐딴은 아비규환이 될 거다. 지휘할 옌뚜르가 없기 때문이다.

그사이 우주선을 탈취하고 버프 발동기를 파괴한 다음 우주 공간으로 올라간다.

옌뚜르가 없으니 관리자들도 쉽게 당하지 않을 것이고 윤성을 막을 수 있는 적도 없다.

우주선을 타고 충분히 올라간 다음 랜딩하면, 옌뚜르 외의 모두를 제압할 정도의 힘을 얻을 수 있을 거다.

우주선은 내일부터 작동 가능하다고 했다.

더 시간을 주면 꺼삐딴이 우주선을 움직여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가급적 빠르게 작전을 시작한다. 백마 길드에선 보는 눈들이 많으니까 처음에는 차희를 불러내는 척해야 할 거다.

***

“미끼?”

예상대로 차희는 경기하듯 놀랐다.

“위험한 건 아냐. 그냥 강윤성하고 바깥에서 식사라도 한 번 할 것처럼 박자만 맞춰주면 돼.”

대표 자리에 앉아서 윤성이 말했다. 지금은 마스크맨이다.

랜더의 전투복이 가진 은신 스킬과 디스가이징, 그리고 인벤토리 덕분에 사내에서 강윤성과 마스크맨을 왔다 갔다 하는 게 그리 어렵진 않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데?”

차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일단 내일 저녁에 나와 같이 헌터리 호텔에 갈 것처럼 얘길 흘려둬.”

“어디다 흘려?”

“자경단에다.”

“왜 거기다가?”

“자경단엔 꺼삐딴이 심어놓은 콜로라 전사들이 가득할 테니까.”

“아 참! 너 자경단 들어갔다고 하더라.”

“맞아.”

“왜 그랬어? 거기 콜로라 전사들이 가득할 텐데.”

“내 움직임을 어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감시 체계니까.”

윤성이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그놈들 좀 이상해. 내가 들어가는데 아무런 의심도 안 하더라고.”

“그냥 의심 안 하는 척 하는 거지. 사실 자경단의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를 의심하는 체제야. 고유 스킬이 알려진 몇몇을 제외하곤.”

“그럴 거 같아.”

“자경단 너무 믿지 마. 거기 꽤 정치적이니까. 내가 도움을 받곤 있지만…….”

“조만간 더 안전한 보디가드를 붙여줄게.”

“어떤 거?”

“지구용사 선가드?”

차희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튿날 저녁. 차희의 호위는 제다이, 샌드맨, 일렉트로닉스가 맡았다.

세 사람 모두 최강의 헌터들일 뿐 아니라 고유 스킬이 증명된 이들이다.

일렉트로닉스는 차희가 탈 밴의 운전석에 앉자마자 그녀를 만류했다.

“가지 마세요. 강윤성 그놈 믿을 수 있어요? 정말?”

“제 동창인걸요.”

차희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했다.

“이봐요. 차희. 당신은 컨트롤 타워의 핵심이에요. 지금 같은 때에는 움직임을 조심해야 해요.”

“충분히 조심하고 있어요.”

차희의 답변에 제다이가 무뚝뚝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가끔 대표 사무실에 안 계실 때 있던데 그때도 강윤성 씨 만나러 갔던 겁니까?”

그땐 정확히는 윤성의 동생들을 보러 갔던 때다. 윤성이 꺼삐딴에 선전포고를 하거나, 차희가 마이어계를 멸망시키기 전이었다.

당시엔 꺼삐딴과의 관계가 중립적이었기 때문에 좀 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아니다.

대표 사무실이 있는 플로어 자체가 방문이 금지되어 있다. 제다이 같은 신분 확인된 SS급 헌터가 가드하고 있는 것이다.

차희는 집에도 가지 않고 같은 플로어에 있는 리빙룸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땐 아니었지만. 아무튼 일단 출발해요.”

차희가 앞을 가리켰다.

“헌터리 호텔로!”

아직 자경단이 이 밴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계속 추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헌터리 호텔에 도착하기 전에 밴은 방향을 틀 테니까.

양화대교 앞에서 아리가 작은 차원문을 열기로 했다. 인근 지역 축을 뒤틀고 메탈로이드들을 쏟아부을 거다.

그 혼란한 사이에 밴을 바꿔치기한다.

차희가 타고 있는 밴은 차원문을 타고 메탈로이드계에 들어가 아리의 보호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양화대교의 건너편, 헌터리 호텔 앞에서 윤성은 옌뚜르를 만나고 있을 것이다.

상당히 위험한 도박수지만 진행하기로 했다.

차희는 목숨을 걸었다.

옌뚜르를 인계에서 미리 처리할 수 있다면 꺼삐딴을 막는 작업이 훨씬 쉬워질 테니까.

부우우웅-

밴이 출발했다. 일렉트로닉스는 이 상황이 못마땅한 듯 구시렁거리며 액셀을 밟았다.

“어느 쪽으로 갈까요?”

“양화대교 방향으로요.”

차희가 부탁했다.

“근데 차희. 보디가드를 맡길 거면 우리만 몰래 부르면 됐잖아요?”

제다이가 말을 걸었다.

“왜 직원을 시켜서 자경단에 사람 구한다는 메시지를 전했어요?”

“솔직히 얘기해라. 지금 이거 굉장히 위험한 작전이지?”

샌드맨이 덧붙여 물었다.

차희는 차량 후면을 힐끔 돌아보았다.

이미 백마 길드에서는 상당히 멀어졌다.

차량은 움직이고 있고 그들을 누가 지켜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든다.

하지만 차량 내에 도청장치 같은 게 있을 수도 있지.

함정이라는 걸 알면 옌뚜르가 내뺄지도 모른다.

“그냥 비밀리에 세 분만 연락해서 일 처리하기가 싫었어요. 저는 자경단을 더 믿고 싶기도 하고.”

일렉트로닉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스튜핏.”

샌드맨이 욕설을 뱉었다.

“그러다 큰일 나요, 당신.”

일렉트로닉스도 나무랐다.

“괜찮아요. 여러분이 지켜주실 거잖아요?”

“솔직히 꺼삐딴 쪽에서 간부급이 오면 우린 자신 없습니다.”

제다이가 말했다.

“나는 자신 있다. 제다이. 네 실력이 부족한 걸 나까지 엮지 마라.”

“근데 자경단 움직임이 좀 이상하던데요.”

일렉트로닉스가 끼어들었다.

“움직임이 이상하다뇨?”

“뭐, 그놈들도 머릿속에 든 게 우동 사리가 아니라면 민차희가 위험해지거나 강윤성이 콜로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하겠지.”

샌드맨이 말했다.

“그럼 나름의 움직임을 보이려고 하지 않겠어? 여기서 우리끼리 전투가 벌어졌을 때 백업할 준비라든지.”

“이제 양화대교입니다.”

일렉트로닉스가 앞을 가리켰다.

“금방 왔네요.”

“넘어가면 헌터리예요. 지금에라도 그만두시죠. 차희.”

“앞으로 직진해 주세요.”

“앗!”

샌드맨이 뒷좌석에서 벌떡 일어났다.

양화대교 건너편에서 차원문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에서 메탈로이드들이 우르르 뛰어내리고 있었다.

“오우!”

샌드맨이 소리를 질렀다.

“차 돌려!”

“잠깐만. 메탈로이드는 연합군이잖아?”

“저 뻐킹 빗치들이 배신했을지 어찌 아냐? 갑자기 나오는 거 수상하잖아! 차 돌려!”

“괜찮아요. 직진해 주세요.”

차희가 말했다.

“차원문 안으로 들어갑시다.”

“또 무슨 정신 나간 소립니까?”

제다이가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절 믿고 그렇게 해요. 전부 작전대로니까. 직진!”

일렉트로닉스가 눈을 질끈 감으며 액셀을 밟았다.

“와아.”

갑자기 제다이가 감탄을 터뜨렸다.

메탈로이드들이 마치 차량을 호위라도 하는 듯 양쪽으로 나뉘어서 밴을 지켰기 때문이다.

“들어갑시다. 메탈로이드계로.”

차희가 말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슈우우웅!

무언가가 강물 위를 날아와 대교 위에 수직으로 날아들었다.

호버링 바이크.

자기 부상 능력으로 떠다니는 일인용 바이크다.

그리고 거기서 뛰어내린 이는 막강한 마력을 지닌 핏빛야수였다.

콰직!

그가 날파리를 때려잡는 것처럼 메탈로이드 두 기를 박살 내고 밴 앞으로 다가왔다.

“드디어 만났다.”

꺼삐딴의 최고 전사, 쯔위민이 말했다.

“널 데려가야겠다. 민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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