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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208화 (208/260)

# 208

레벨업 속도는 9.8m/s^2 208화

윤성의 유명세는 며칠 동안 고공 행진했다.

유령 대표 같은 마스크맨으로 활동할 때는 몰랐지만, 직원인 S급 헌터 강윤성의 신분으로 가니 새삼 백마 길드가 낯설다.

그리고 그동안 이 길드가 전 세계 헌터들의 중심지가 되었음을 진하게 실감했다.

S급 이상의 거의 모든 헌터가 직, 간접적으로 백마 길드와 연을 맺고 있었다.

“윤성 씨?”

자리에 앉아 있는데 S급 헌터 김성인이 그의 방을 찾아왔다.

“하하하, 반갑습니다.”

“김성인 대표님! 반가워요!”

진심으로 반갑다. 이 아저씨 마지막으로 본 게 그룬헤잘드가 백마 길드 왔던 땐가?

그래도 그 괴물하고 싸우겠다고 여기까지 지원하러 와줬던 남자다.

“김성인 대표님이 워낙 유명해서 저는 알고 있었지만, 우리 만난 건 처음이죠?”

윤성이 물었다.

“아, 옛날에 한 번 전자상가에서 뵈었습니다.”

김성인이 대답했다.

“전자상가에서요?”

아리 부품을 찾고 다윤이 노트북을 사던 때 한 번 마주쳤었다.

일부러 그 경험은 생략했는데, 김성인이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니.

“하하하, 사실은 잊어버렸었는데, 차예빈 헌터님이 알려주더군요. 이번에 재각성한 강윤성 씨 옛날에 전자상가에서 봤던 사람이라고.”

“차예빈 헌터님도 여기 있나요?”

“세인트 길드는 이제 백마 길드의 예속이니까요.”

김성인이 빙긋 웃었다.

“마중이가 이끌던 때는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상상도 못 했는데, 어느 순간 등장한 마스크맨이 이젠 헌터계 전체의 질서를 새로 썼어요.”

“그래요?”

“윤성 씨, 뉴욕 전투 혹시 아십니까? 당시에 가보시진 못했겠지만.”

“물론 알죠. 헌터 역사를 통틀어 전설적인 최상급 헌터들의 총집합이었잖아요?”

“당시 뉴욕 멤버들은 전부 다 백마 길드에 사실상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돼요.”

김성인이 말했다.

“티엔 메이와 라오후로 대표되는 중국 최상급 헌터들, 러시아의 세르게이, 독일의 프리드리히, 한나, 프랑스의 루이, 프랑수아,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흠.”

“샌드맨과 슬렌더맨도 이젠 백마에 합류했어요.”

“대단하군요.”

“S급 이상의 최상급 헌터들끼리 모임이 있어요. 한 번 가볼래요?”

“모임?”

김성인이 눈을 찡긋하며 따라오라고 신호했다.

최상급 헌터들의 모임은 길드 내의 SS급 세미나실에서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었다.

마침 오늘이 정기 미팅 날이다.

하지만 장소는 백마 길드 세미나실이 아니다.

세인트로드 호텔 레스토랑.

오늘 모임은 일종의 축하연 파티다. S급 헌터 강윤성의 합류를 축하하는 자리.

김성인의 손에 끌려 따라간 호텔 레스토랑에는 그가 언급했던 모든 최상급 헌터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S급 헌터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가 80여 명에 이르렀다.

“어머! 윤성 씨?”

차예빈이 윤성을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윤성은 자연스럽게 김성인, 차예빈과 함께 한 테이블에 착석했다.

“윤성 씨, 오늘 팀 합류 제안이 올 텐데 들어가실 거예요?”

“팀? 무슨 팀이요?”

“인계 헌터 자경단.”

“무슨 자경단이요?”

뭔 또 이상한 걸 만들고 있냐.

윤성이 황당한 표정이 되었지만 차예빈과 김성인 등은 매우 진지하다.

“마스크맨이 끌어들인 다른 차원의 강자들을 보면 인계가 얼마나 약했는지 알 수 있어요.”

김성인이 설명했다.

“우리는 SS급 테쿰세 헌터님의 지휘 아래 새로 헌터 연합을 조직했습니다.”

“백마 길드가 이미 연합이잖아요?”

“물론 그렇죠.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포인트는 인계의 헌터들이 마스크맨이 없어도 다른 차원만큼 강한 조직력과 힘을 가져야 한다는 거예요.”

차예빈이 덧붙였다.

“마스크맨이 없어도?”

윤성이 고개를 갸웃하자 김성인이 다시 설명을 넘겨받았다.

“윤성 씨. 헌터들이 그동안 다른 차원들에 대한 누적된 정보들을 싹 다 모아봤거든요.”

“네.”

“예를 들어 용계 같은 경우는 관리자인 용제가 최강이고, 그 바로 아래인 블랙 드래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실렌티 얘기다.

확실히 실렌티의 전투력은 다른 드래곤들과 비교해도 레벨이 다르긴 하다.

“그래서요?”

“하지만 서열 2위 아래는 그다지 대단치 않은 모양이에요. SS급은 물론이고 S급 헌터 기준으로도 해볼 만한 정도입니다.”

“정말요?”

좀 뜻밖의 정보다. 마계의 군대나 메탈로이드 군대는 상당히 강력해 보였는데.

아닌가?

다시 생각해 보니 헌터들 쪽이 좀 더 강할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의 S급 던전 범람도 인류는 막아내지 않았던가?

그 던전에서 나오는 마수들은 죄다 S급으로 분류될 만한 드래곤이었을 테고, 그 보스는 실렌티 수준은 아니어도 용계에서 한자리하는 놈이었을 거다. 용제도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옛날 에어포스나 제다이, 일렉트로닉스 같은 이들이 메탈로이드 S급 던전들에서 활약했던 것은 또 어떤가?

메탈로이드가 양산형이라 숫자가 많아서 문제였지, 일대일이라면 SS급 헌터에게 패배할 요소는 전혀 없었다.

던전이 자꾸 부활하는 것 때문에 클리어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던 것뿐.

그럼 에이비 같은 서열 2위가 나오기 전까지는 S급, SS급 헌터들 선에서 모두 정리할 수 있다는 거다.

‘잠깐만, 그럼 헌터들의 전력이 꽤 세잖아?’

김성인 같은 S급 헌터들도 S급 마수들 다수를 상대로 선전할 수 있다.

SS급 헌터들 같은 경우는 그들보다 훨씬 더 세고.

그 정도 인력이 80여 명?

“괜찮군요.”

윤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런 헌터 자치 연합에는 문제가 하나 있다.

“그런데 이들 중에 핏빛야수가 있으면 어떡하죠? 자경단 내부에서 살인을 저지른다거나.”

윤성이 물었다.

“확실히 그게 문제죠. 이들 중에 누가 핏빛야수일지 모릅니다.”

김성인이 설명했다.

“하지만 그건 범인을 알 수 없는 호러 영화 같은 거죠. 모두가 집단으로 움직이면 무슨 사고가 나진 않을 겁니다.”

“흠.”

“근데 뭐, 연합이라곤 하지만 이게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고. 백마 길드의 사내 동호회 같은 거라고 생각하십쇼.”

김성인이 후후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이 동호회는 차희 씨가 직접 후원한다는 거예요. 오늘 축하연 식사비도요.”

“정말요?”

“다른 차원의 관리자들에게 각자의 군대가 있는 것처럼, 마스크맨에게도 인간 헌터의 군대가 있어야 한다더군요.”

은근히 감동적인데?

뒤에서 이런 걸 준비하고 있었다니.

“그럼 연합을 이끄는 건 테쿰세 헌터님이고요?”

“그렇죠.”

김성인, 차예빈과 수다를 떨고 있는데 곧 강단에 테쿰세가 올라왔다.

“안녕하십니까. 최상급 헌터 여러분.”

그가 말했다.

“오늘 새로운 멤버가 한 명 합류했죠. 한국의 S급 헌터 강윤성입니다.”

테쿰세가 윤성을 가리키자 카메라가 비추었다.

윤성은 모니터에 자신의 얼굴이 부담스럽게 튀어나오자 깜짝 놀랐다.

짝짝짝짝.

헌터들이 박수를 쳤다.

“윤성 씨는 재각성 전에 포천 던전 전멸 사건이라는 비극을 겪으면서 핏빛야수에 의해 큰 피해를 보았던 분입니다.”

테쿰세가 설명했다. 그가 말미에 윤성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윤성 씨, 한 말씀 하실래요?”

“음.”

윤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분명 저는 옛날에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만. 지금은 그게 피해가 아니라 경험치입니다. 저는 핏빛야수와 싸워본 경험이 있어요.”

윤성이 말했다.

“재각성 하기 전의 제겐 강한 상대였지만 지금은 해볼 만합니다. 우리 정도라면 핏빛야수를 충분히 물리칠 수 있습니다.”

짝짝짝짝.

다시 헌터들이 박수를 쳤다.

“우리는 일종의 자경 조직이 될 겁니다.”

테쿰세가 말했다.

“핏빛야수를 색출하고 그들을 직접 제압할 거예요.”

그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인계는 다른 차원들에게 밀리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박수가 쏟아지고, 이제는 헌터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들 중에 분명히 꺼삐딴이 있다.’

윤성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꺼삐딴 전사 강윤성의 임무는 마스크맨의 정체와 본 실력을 알아내는 것.

그 입장으로 들어가면 이런 기회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윤성은 꺼삐딴이 심어놓은 감시자들에게 충실한 역할극을 보여주기로 했다.

“혹시 마스크맨에 대해서 좀 아시나요?”

윤성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렇게 묻고 다녔다.

신입 헌터로서 대표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이니 문제 될 건 없다.

하지만 헌터들이 내놓는 그 어떤 이야기들도 딱히 훌륭한 정보를 갖고 있진 않았다.

“차희 씨라면 뭔가 좀 아실 텐데.”

프랑수아가 말했다.

“근데 그럼 그분을 콜로라 전사들이 왜 노리지 않는 걸까요?”

윤성이 물었다.

“클리앙이 그걸 시도했다가 잡힌 거잖아요.”

“아…….”

“콜로라는 계속 차희 씨를 노렸을 겁니다. 차희 씨한테 마력이 없으니 죽이고 변신하는 건 무리지만 납치해서 마스크맨을 협박하는 건 가능했겠죠.”

“그렇겠네요.”

“하지만 차희 씨한테는 강한 무기들이 많았어요. 드래곤을 소환하는 반지라든지, 아리라든지, 근처를 따라다니는 마이어계의 고양이라든지.”

프랑수아가 말했다.

“그리고 일단 본인도 상당히 두뇌 회전이 빠르고 눈치가 좋은 데다 안전한 길로만 다녀서 콜로라가 건드릴 만한 각도가 안 나왔던 모양이죠.”

“하지만 차희 씨를 그동안 지키던 그것들이 이젠 대부분 사라졌잖아요?”

“그래서 민차희 씨를 보호하는 임무를 이젠 자경단이 맡게 되었죠.”

“아.”

“물론 이 안에 핏빛야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만.”

프랑수아가 설명했다.

“에어포스의 빛의 강체처럼 최상급 헌터들 중에서 누구도 흉내 못 낼 만한 고유 스킬을 갖고 있는 사람들 있잖아요?”

“어떤 거요?”

“그 왜, 티엔 헌터님의 황룡참파나, 세르게이 헌터님의 흑곰, 제다이의 광선검 그런 것들.”

“아아. 그렇군요.”

“그런 스킬들을 써서 신원 확인을 하고 나서 움직이는 거죠. 신원 보장된 최상급 헌터들이 차희 씨를 보호하고 있으니 괜찮습니다.”

“알겠습니다.”

***

똑똑.

꺼삐딴 본사 옌뚜르의 대표 사무실 앞.

윤성이 문에 노크했다.

“들어와요.”

옌뚜르가 건조하게 반응했다.

“백마 길드에 들어가는 것은 잘 되었나요?”

그가 물었다.

“잘 처리했습니다. 지금은 백마 길드 내에서도 꽤 지위가 있습니다. 헌터 자치 연합 같은 데도 들어갔고요.”

“자치 연합?”

“무슨 사내 동호회 같은 거랍니다.”

“뭔 소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마스크맨에 대한 정보를 좀 캐낼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옌뚜르가 물었다.

“정체. 또는 실력.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알아내야 움직일 수 있습니다.”

“아직 마스크맨을 만나거나 할 정도로 길드 내의 인지도가 높아지진 않았거든요.”

윤성이 말했다.

“하지만 방법이 하나 있는 것 같긴 합니다.”

“방법?”

“제가 알아보니 원래 인간 강윤성은 민차희와 헌터 학교 동기였더라고요.”

“정말요?”

옌뚜르가 반색했다.

“네. 대표님. 이 카드를 잘 이용하면 민차희를 따로 만나거나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 그렇습니까?”

“근데 민차희를 납치하려면 대표님이 인계로 함께 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윤성이 말했다.

그의 눈빛이 미묘하게 반짝였다.

‘옌뚜르, 널 따로 처리하고 꺼삐딴에 모든 관리자들을 소환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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