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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207화 (207/260)

# 207

레벨업 속도는 9.8m/s^2 207화

윤성이 마지막으로 순간이동석을 전해준 곳은 메탈로이드계였다.

그는 아리를 처음 봤을 때 한눈에 알아보지 못했는데, 너무 많은 게 바뀐 탓이었다.

일단 덩치가 드래곤으로 변신한 용제의 절반만 하게 변했다.

“대체 무슨 일이…….”

고개를 한참 뒤로 젖혀도 아리와 눈을 마주치기가 어려울 정도다.

“좀 커졌죠?”

“커지기만 한 건 아니겠지?”

“물론입니다. 저는 이미 옛 마더의 힘을 모두 넘어섰습니다. 마더가 만들어놓았던 챔피언들 전부 지금은 제 몸의 파츠죠. 새로운 파츠도 잔뜩 있고요.”

“좋았어.”

“다니엘이 많이 도와줬습니다.”

아리가 손가락을 뻗어 가리켰다.

그의 옆에 앉은 채 아리의 각 파츠를 분석하던 다니엘이 약간 민망한 듯 웃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자신감과 뿌듯함이 가득하다.

“제, 제가 약간 너드 기, 기질이 있어서. 하다 보니까 갑자기 모, 몰입하게 되어서.”

“잘했어요.”

윤성이 다니엘을 칭찬했다.

“옛날 전투력이랑 비교하면 어때?”

“아, 최곱니다. 주인님. 그냥 콜로라고 뭐고 저한테 다 맡기시죠. 엑소듐 융해포 한 방이면 전부 다 사이좋게 미립자 단위로 쪼개질 겁니다.”

“좋아. 나중에 내가 신호하면 꺼삐딴으로 날아와서 그 대포로 전부 태워 버려. 근데 다니엘 아직도 더 필요하냐?”

윤성이 물었다.

아리가 다니엘을 돌아보았다.

“지, 지금 급한 부품 조립은 다 끄, 끝났어요.”

다니엘이 대답했다.

그의 얼굴에 약간의 긴장감이 어렸다.

‘또 무슨 악독한 일을 맡기려고.’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그 생각을 읽고는 윤성이 다니엘을 잡아끌었다.

<차원문 발동!>

인계로 연결시킨 윤성이 말했다.

“백마로 돌아가서 차원문에 대해서 좀 연구해 주세요.”

“차원문이요?”

“순간이동석도 같이. 자세한 건 나중에 다시 알려드리죠. 일단 백마로 갑시다. 아리, 괜찮지?”

“물론입니다. 나머진 저 혼자서도 조립할 수 있으니까요. 주인님.”

“최고의 병력을 준비해 둬. 꺼삐딴을 치기 위해서 네가 자리를 비워도 이 차원이 쉽게 털리지 않도록.”

“알겠습니다.”

파아앙!

윤성이 차원문을 넘자 마력 파장 고리에서 강렬한 파동이 발산되었다.

뒤이어 다니엘이 백마 길드로 이동했다.

“일단 대기하고 있어요. 좀 이따가 차희 통해서 전해줄 테니까.”

백마 길드 입구에서 윤성이 말했다.

“마, 마스크맨은 어디로 가십니까?”

“전 차희 만나러.”

윤성은 곧장 백마 길드 대표 사무실로 이동했다.

들어가자마자 마스크부터 벗어버렸다.

“휴우. 잠깐 얼굴 내고 좀 움직였더니 그새 이게 답답해졌어.”

윤성이 마스크를 책상에 던져두며 말했다.

“그래도 마스크맨으로 활동할 땐 계속 쓰고 있어.”

차희가 잔소리를 했다.

“아. 그럴 거야.”

“그리고 미들로드 사라졌는데, 걔 마이어계로 갔어?”

“응. 내가 아까 순간이동석 전해주면서 만났어. 신경 안 써도 돼. 것보다 차희. 뭐 좀 처리해 주라.”

“뭐?”

“강윤성의 백마 길드 입단.”

“입단 지원서는 냈어?”

“아직. 근데 기자들 통해서 백마 길드 입단할 거라는 얘긴 흘렸어.”

“맞아. 아주 난리가 났던데.”

차희가 빙긋 웃으면서 책상에 걸터앉았다.

“난 네가 마스크맨으로 잘되는 것보다 강윤성으로 잘 되는 게 더 좋아.”

차희가 말했다.

“마스크맨이 나고, 내가 마스크맨이잖아?”

“아냐. 둘은 다르지. 마스크맨은 인계 관리자고 지구를 지키는 인물. 뭐랄까, 헌터보다는 슈퍼히어로 같은 거야.”

“슈퍼히어로?”

“요즘 인터넷에 동영상들 떠돌아다녀.”

“무슨 동영상?”

“네가 클리앙, 베아트리체를 잡으러 유성 랜딩할 때, 헬기 타고 있던 카메라맨들이 제법 고화질로 찍었거든.”

“내 랜딩을?”

“응.”

차희가 유튜브를 켜서 마스크맨 랜딩을 검색했다.

정말이다.

유성 랜딩을 할 때의 윤성의 베스트 랜딩 자세가 5초짜리 동영상으로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요즘 이거 보고 사람들이 슈퍼히어로랜딩이라고 불러. 그리고 화질은 좀 떨어지지만 엘리지아 퀸을 잡을 때 랜딩도 카메라에 잡힌 게 있어.”

차희가 설명을 계속했다.

“하지만 그건 퀸의 팔 한쪽을 날리면서 떨어진 거고, 촬영 각도가 애매해서 랜딩 자세가 정확히 나오진 않았지.”

“그건 다행이군.”

“랜딩이 알려지는 게 싫어?”

“당연하지. 그건 내 무기지만 약점이기도 해. 콜로라가 알게 되면 내가 랜딩하기 전에 친다는 식으로 나올지도 모르잖아.”

윤성이 말했다.

“안 그래도 그놈들 내가 무슨 버프 쓰는 것 같다고 짐작하고 있는 듯하거든. 버프를 제거하는 전투선 같은 걸 작동시키려고 하더라고.”

차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물었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가 먼저 선수를 칠 수 있지 않아? 거삐딴 파괴 작전은 이제 목전에 이른 거지?”

“조만간이야. 퀸이 각성만 하면 돼.”

윤성이 말했다.

“하지만 아직 변수가 하나 있어. 옌뚜르의 전투력이 측정이 안 돼. 서열 2위인 쯔위민 같은 경우는 마왕이랑 용제를 합쳐놓으면 비슷할 것 같거든?”

“근데 옌뚜르는 그보다 더 센 거야?”

“아예 감이 안 잡혀. 뭔가 마력이 분산되어 있는 느낌이야. 그리고 그게 단순히 옌뚜르의 체내에 힘이 내재되어 있다기보다 길드 건물 어딘가에 나눠진 것 같은…….”

윤성이 고개를 번쩍 치켜들었다.

“잠깐만. 이 비슷한 게 있었지.”

“뭐?”

윤성이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쿡 짚었다.

<차원 통신 연결!>

<마왕에게 통신을 연결합니다.>

<마왕이 통신을 수락했습니다.>

-무슨 일인가?

<이봐요, 마왕.>

윤성이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옌뚜르가 마계에서 쓰는 루비 비슷한 걸 가지고 있나?>

-루비?

<옌뚜르의 마력을 읽어보면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에서 수량을 조사하는 느낌이야. 밖에선 얼마 안 될 듯 보이는데 들어가 보면 막대한 지하수와 연결돼 있는 그런 거.>

-뛰어난 루비를 쓰는 마족들이 그런 느낌이지.

<맞아. 그룬헤잘드와 싸울 때도 그랬거든. 댁도 그런 느낌이고. 이젠 바토리도.>

-옌뚜르는 마계가 루비에 마력을 담는 과정에 대해서 상당히 흥미로워했다.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그걸 연구했을 가능성은 있지.

<흠. 좋아.>

윤성이 관자놀이에서 손을 뗐다.

<다음에 다시 통신하자고. 오늘 전해준 순간이동석 잘 간직하고 있고. 나중에 신호할 테니까.>

-알겠다.

<차원 통신 종료.>

“무슨 얘기 했어?”

차희가 고개를 갸웃했다.

“정신으로 통신하니까 들을 수가 있어야지.”

그녀가 약간 뾰로통한 표정이 되었다.

“물론 육성으로 대화했어도 난 마계 언어를 못 들었겠지만.”

“맞아. 그 때문에 너한테 전해주고 싶은 게 있었는데.”

윤성이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조그만 돌과 품질 보증서였다.

<스킬석 : 통역>

일곱 차원에 알려진 모든 시대의 모든 언어를 통역함.

옛날에 6,000미터 랜딩 보상으로 받았던 물건이다.

“뭐야 이게? 스킬석?”

차희가 관심을 보였다.

“넌 나한테 무슨 일이 있을 때 대리로 차원 연합을 통솔해야 하니까.”

윤성이 통역 스킬석을 내밀었다.

“하지만 난 헌터가 아닌걸.”

“그래도 써봐. 일반적인 스킬석이 아니고 약간 이벤트성으로 받은 거라서 될지도 몰라.”

차희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스킬석을 받아들었다.

“어떻게 하면 되지?”

“마력을 불어넣어 봐.”

“난 그런 거 못 해.”

“헌터 스쿨 다닐 때도 약간은 했잖아. 아주 기초적인 수준이라도 돼. 일반인도 마력이 모기 날숨만큼은 있다고.”

차희는 인상을 찌푸리며 순간이동석을 꼭 쥐었다.

그녀는 마력을 짜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쉽게 되지 않았다.

역시 무린가?

하긴 통역 스킬 자체가 꽤 높은 곳에서 랜딩 보상으로 나온 스킬이었다.

일반인 수준에서 다룰 만한 마법은 아닌지도 모른다. 최상급 헌터들 중에서도 통역 스킬이 없는 이들은 잔뜩 있으니까.

“그냥 공부를 할게.”

차희가 멋쩍게 웃으면서 말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치지지직!

통역 스킬석이 쩍쩍 갈라지더니 흰 연기가 솟구쳐 차희의 코와 입으로 스며들었다.

윤성은 놀라서 잠깐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물었다.

“차희?”

“어…… 어?”

“이 말 해석 돼?”

윤성이 마계 고어로 말했다.

차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된 거 같아.”

“좋아. 해낼 줄 알았어.”

윤성이 빙그레 웃었다.

“이제 일하자고. 일단 내가 밖에 나가서 강윤성으로 돌아올 거야. 길드 입단시켜 주고 언론 플레이 좀 해줘.”

“언론 플레이?”

“핏빛야수에 의한 최대 희생자였던 강윤성, 인생 역전. S급 헌터로 변모하여 백마 길드 합류. 뭐 이런 식으로.”

“좋아. 하지만 그렇게 사람들 시선 모아야 해?”

“옌뚜르가 그걸 원하거든. 그 상황을 빌미로 옌뚜르를 꼬여서 함정에 빠뜨릴 거야. 옌뚜르만 제거하면 꺼삐딴은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어.”

윤성의 눈이 뜨겁게 빛났다.

66. 전쟁 준비

[

[한국의 여덟 번째 S급 헌터.]

[강윤성, 핏빛야수와 싸우기 위해 백마 입단?]

[신민수, 에어포스 이후 최강의 S급 헌터.]

[마스크맨, 강윤성 합류 진심으로 환영해.]

하루 만에 기사가 쏟아졌다.

재각성 헌터. 그것도 D급에서 S급 상위권이라는 이례적인 재각성이다.

그것 자체만으로도 단연 화제성이 뛰어나지만 윤성은 포천 던전 전멸 사건의 핵심이다.

윤성이 아파트에서 나서자마자 기자들이 사방에 들러붙었다.

“윤성 씨!”

“한 말씀 해주시죠!”

“오늘이 백마 길드 첫 출근입니까?”

“네, 네. 오늘부터 백마에서 일합니다.”

윤성은 그들을 주변으로 물려내며 큰길로 나왔다.

대형 세단 한 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안에서 신차민이 튀어나와 발랄하게 인사했다.

“백마 길드에서 마중 나왔습니다. 가시죠, 윤성 형님, 아니, 강윤성 헌터님!”

“고맙습니다.”

이 놈팡이가 일을 하긴 하는군.

윤성은 웃으며 차 뒷좌석에 탔다.

“대표님은 늘 그렇듯 안 계시고요. 오늘은 차희 비서님이 모든 서류 작업 같은 걸 처리해 주실 거예요.”

“대표님이 회사에서 일을 안 하시나 보죠?”

윤성이 물었다.

신차민은 액셀을 밟아서 차를 출발시키며 기자들로부터 멀어졌다.

“이젠 기자들 없으니 말 편하게 하시죠. 형님.”

“다윤이랑 잘 만나고 있냐?”

“그럼요. 저 이번 달 월급 나오면 노트북 사주려고요. 하하하.”

“그건 이미 내가 사줬으니 다른 걸 찾아봐.”

“정말요? 형님이 선수 치셨나요?”

“당연하지.”

“크, 빠르시군요.”

“그럼. 마스크맨에 대해서나 얘기 좀 해봐.”

신차민이 윤성, 또는 마스크맨과 대화를 많이 해봤다면 그들의 목소리가 거의 똑같다는 걸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윤성은 너무 오랫동안 초야에 묻혀 있었고, 마스크맨은 오랫동안 인계 바깥을 떠돌아다녔다.

목소리 정도로 둘을 연결짓긴 어렵다.

전면으로 나서도 윤성이 마스크맨임을 들킬 가능성은 매우 적다.

‘하지만 이 불안감은…….’

윤성은 아까부터 가슴 속이 답답한 느낌이다.

너무 긴장한 탓이겠지?

윤성은 창문을 조금 내렸다.

그 기분을 전혀 모르는 신차민이 앞에서 조잘거리고 있었다.

“우리 대표님은 인계에서 노실 분이 아니죠. 캬아, 차원통령이잖아요. 리얼 오졌죠. 형님도 줄 잘 서신 거예요.”

“그러냐?”

윤성이 피식 웃었다.

“차민아.”

“네?”

“만약 내가 자리 비우면, 무슨 일 있으면……. 네가 다윤이랑 소윤이 좀 지켜줘라.”

“네? 형님이 S급인데 저보다 더 센데 형님이 지켜주셔야죠. 저까지.”

“그럴 거야.”

윤성이 주먹을 꽉 쥐었다.

‘강윤성은 헌터지만 마스크맨은 슈퍼히어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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