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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206화 (206/260)

# 206

레벨업 속도는 9.8m/s^2 206화

천계로 돌아온 헬라엘은 다시 골목 생활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좀 더 사람들의 눈을 피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마스크맨이 카엘룸 신전을 붕괴시킨 이후 첫 조사를 나왔던 클리앙이 카엘룩스의 사망 소식을 꺼삐딴에 전했고, 이후 콜로라의 간부들이 천계를 들쑤셨기 때문이다.

윤성이 천계에서 자신의 인간 신분이나 콜로라 전사로서의 신분을 제대로 공개한 적 없기 때문에 그들은 강윤성을 추적하기가 어려웠다.

때문에 평소 신전에 나타나지 않았던 낯선 인물들에 대해 조사하고 다녔다.

“몇 가지 수상한 점들이 있긴 있었죠.”

플라멘들이 말했다.

“카엘룩스 님이 길거리에서 처음 만난 리베르티를 마차에 실어주시기도 했고요.”

“그 리베르티가 누군데?”

조사하던 딘야차가 물었다.

“이름은 모릅니다. 단지 나중에 신전에 들르셨을 때 자신이 콜로라 전사라고 하셨습니다.”

“그게 마스크맨일 거다. 리베르티상태였다면 천사로 폴리모프를 했었나 보군. 얼굴은 정확히 기억하나?”

“천계에는 사진 기술 같은 게 없어서……. 게다가 리베르티 얼굴은 천사들이 잘 분간을 못 해서요.”

마치 인계에서도 다른 인종의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것과 비슷했다. 특히 윤성처럼 잠깐 지나친 얼굴쯤이야 플라멘들이 또렷하게 설명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럼 됐어. 우리도 마스크맨이 범인이라는 건 알고 있으니까.”

딘야차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그러고 보니 헬라엘이 신전에 왔었습니다.”

플라멘이 덧붙였다.

“그건 누구지?”

“이젠 리베르티 계급이 된 옛 플라멘입니다.”

“흠.”

“마스크맨하고 친해 보였어요.”

“그놈 수배 내려. 잡아서 얘길 좀 해보지.”

딘야차가 명령했다.

그 말 한마디 이후 천계의 카엘룸 도시 곳곳에 수배령이 잔뜩 깔렸던 것이다.

플라멘과 옥토리타스들이 만나는 리베르티마다 얼굴을 확인했다.

때문에 헬라엘은 골목 깊숙한 데 숨어서 좀처럼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러나 그 생활도 이젠 끝나고 말았다.

“한 번은 나타날 줄 알았지 헬라엘!”

강변의 집에 잠깐 짐을 가지러 간 사이, 헬라엘은 대기하고 있던 플라멘들에게 체포되었다.

“따라와!”

그들은 헬라엘을 질질 끌고 카엘룸 간이 신전으로 이동했다.

헬라엘은 그곳에서 하룻밤을 대기한 후에 공개 재판소로 끌려갔다.

딘야차를 비롯한 꺼삐딴 간부들은 다가올 마스크맨의 차원 연합과의 전쟁에 대비하느라 이미 꺼삐딴으로 돌아간 지 오래다.

그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재판에 올 일이 없을 테지만 이곳에는 그들이 남겨둔 대전사가 있었다.

“이 자가 헬라엘인가?”

꺼삐딴의 대전사가 물었다. 그는 천계의 재판관이자 플라멘 계급의 천사인 클로로탁스를 죽이고 그 모습으로 폴리모프한 상태였다.

“헬라엘! 그대를 카엘룩스 대천사님의 암살 혐의로 사형에 처한다!”

클로로탁스가 소리쳤다.

물론 당장 죽일 생각은 없다. 마스크맨에 대한 정보를 빼내야 하니까.

하지만 일단 겁부터 주는 것이다.

사방을 둘러싼 천사들이 박수를 쳤다.

그들 중 대부분은 어리석게도 아직까지도 천계가 콜로라의 지배를 받고 있었음을 모른다.

그들은 카엘룩스가 전투 중 행방불명되었다고 생각했고, 신전에서 나온 핏빛야수 카일란의 시체는 카엘룩스와 무관한, 침입자들의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이 역시 사후에 투입된 클로로탁스를 비롯한 꺼삐딴의 공작이었지만 순진한 천사들은 모두 속아 넘어간 것이다.

“전 아닙니다. 카엘룩스의 시체를 여기서 본 사람이 있습니까?”

헬라엘이 되물었다.

“콜로라 성인의 시체 하나가 나왔을 뿐 아닙니까?”

“닥쳐라! 그렇다면 행방불명된 카엘룩스 님이 어디로 갔단 말이냐?”

클로로탁스가 말했다.

“그대와 함께 신전에 들어온 리베르티는 콜로라 전사였고, 그자가 화산을 폭파시켜 신전을 무너뜨렸다. 카엘룩스 님 역시 그자가 살해했음이 명백하다!”

“멍청한 것들! 네놈들이 카엘룩스라고 믿는 것은 카엘룩스로 변신한 콜로라 전사였어! 용계에서 전해 들은 진실이다!”

헬라엘이 소리 질렀다.

주위의 천사들이 헉 소릴 내며 입을 막았다.

“어떻게 저런 흉측한 말을!”

“전대 플라멘이었다고 해도 용서받을 수 없는 발언이다.”

“클로로탁스 님! 어서 이자를 사형시켜주십시오!”

천사들이 앞다퉈 외쳤다.

헬라엘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용계에 더 남아 있을 걸 그랬네.’

하지만 클로로탁스가 이상하군. 그놈이 이렇게 앞뒤 분별 안 되는 놈이 아닌데.

클로로탁스는 플라멘 계급의 옛 천사 중에서 가장 현명했고, 헬라엘과 가장 절친한 친구 중 하나였다.

“클로로탁스! 마제스티엘 대천사님이 살해당하신 후, 우리가 함께했던 맹세를 기억하나?”

“마제스티엘은 살해당한 게 아니다. 그자는 우리를 변절했을 뿐이지.”

“미친 소리! 네가 내 말을 믿겠다고 했었잖아! 너도 마제스티엘 님을 믿는다고!”

“닥쳐라. 그런 적 없으니.”

클로로탁스가 말했다.

“내 당장 네놈을 사형시켜야 마땅하나 가장 큰 중죄인은 마스크맨이기에 아직은 살려 둔다. 그에 대한 정보를 아는 대로 넘겨라. 그럼 내가 사형 선고를 반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슨 개소리야! 천사인 내가 인계의 마스크맨에 대해 뭘 어찌 알겠나.”

“이놈을 바른대로 불 때까지 쳐라!”

옥토리타스 두 명이 다가와 헬라엘의 등 뒤에 섰다.

이건 정말 아니다.

시민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사람을 고문한다? 클로로탁스는 이런 남자가 아니다.

“설마……. 네놈도?”

헬라엘의 눈에 분노가 일었다.

“클로로탁스를 어떻게 한 거냐!”

“어서 쳐라!”

쫘아악!

천사 하나가 휘두른 채찍이 헬라엘의 등에 날카로운 상처를 남겼다.

쫘아악!

연달아 등의 살가죽이 떨어져 나갔다. 노쇠하고 모든 힘을 잃은 헬라엘은 비명조차 못 지르고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물을 부어 일으켜 세워!”

클로로탁스가 명령하자 옥토리타스가 주저했다.

“뭣 하느냐!”

천사들 모두에게 이런 방식의 공개 체벌과 고문은 낯선 광경이다.

그들 모두 잔혹한 이 분위기에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고 클로로탁스의 재판 방식에 놀란 상태였다.

“물을 가져오라고!”

클로로탁스가 소리를 지르자 마지못해 옥토리타스 하나가 양동이를 들고 이동했다.

하지만 그가 찬물을 퍼서 돌아올 때였다.

찌이이잉!

허공에 마력 진동음이 울리더니 동그란 모양의 게이트 실선이 생겼다.

검은색 게이트에서 하얀빛이 흘러나왔다.

“뭐, 뭐야?”

당황하던 천사들은 이윽고 그 너머에서부터 첫발을 떼는 이를 보고는 경악한 얼굴들이 되었다.

에어포스.

강인한 기품과 아름다운 자태. 다섯 쌍의 날개에서 뿜어져 나오는 막대한 마력.

“마, 마제스티엘?”

천사 중 하나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다르다. 얼굴이 마제스티엘이 아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플라멘 하나가 물었다.

에어포스는 대답하는 대신 헬라엘을 내려다보았다. 쓰러진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친숙함을 느꼈다.

그녀는 마제스티엘의 그 어떤 것도 기억하지 못했지만 마제스티엘이 가지고 있었던 정의감과 동료들과의 우정, 친밀감과 천계에 대한 사랑 따위를 공유했다.

“당신이 헬라엘입니까?”

본능적으로 직감한 에어포스가 물었다.

헬라엘은 눈동자가 두 배로 커진 상태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천사의 힐링 발동!>

에어포스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막대한 힐링 마법이 순식간에 헬라엘의 상처를 고쳤다.

“대천사의 힐링이다!”

모든 천사들이 알고 있는 마법이다. 마제스티엘이 배신자라고 믿고 있는 이들조차도 이 장면에는 일순간 뜨거운 감동 비슷한 것을 느껴버리고 말았다.

그것은 모든 천사들이 염원하고 사랑했던, 먼 과거의 가장 영광스럽고 행복한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마제스티엘 님……?”

천사들 몇몇이 근처로 다가왔다.

“다들 잘 들으십시오.”

에어포스가 말했다.

“저는 마제스티엘이 아닙니다. 마제스티엘은 천계와 콜로라가 전쟁을 벌이던 때에 이미 죽었습니다. 이후 콜로라 전사들이 그의 겉모습을 위조하여 공작을 벌였지요.”

“네에?”

천사들이 모두 놀란 표정이 되었다.

“헬라엘. 그대가 본 것들을 전해주십시오.”

에어포스의 손아귀가 헬라엘의 미간을 짚었다.

파아앙!

강렬한 마력의 진동이 터져 나오면서 헬라엘의 등에서 네 쌍의 빛의 날개가 치솟았다.

한때 마제스티엘 바로 다음이었던, 천계 최고의 천사의 부활이었다.

클로로탁스가 안절부절못하며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제스티엘 님은 내 눈앞에서 살해당했습니다. 바로 카엘룩스에게!”

헬라엘이 소리쳤다.

천사들의 놀란 얼굴.

이 급작스러운 전개를 따라가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천사들의 눈앞에서 헬라엘이 손을 들어 올렸다.

<천사의 검 발동!>

헬라엘의 손에 빛으로 이루어진 포톤나이프가 생성되었다.

“그 이유는 카엘룩스가 이미 콜로라 전사들에게 죽임을 당했고, 그들이 카엘룩스로 변신했기 때문이죠.”

플라멘 몇몇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들은 콜로라 전사들이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콜로라에 붙었지만, 카엘룩스가 콜로라 성인이었으리라고는 믿지 않았다.

카일란의 시신을 보고 나서 지금까지도 말이다.

어쩌면 애써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헬라엘이 진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콜로라 전사 옌뚜르가 마제스티엘 님을 살해하고, 그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 했습니다. 전쟁의 마지막 날, 우리를 습격했던 마제스티엘은 바로 콜로라 전사였습니다!”

헬라엘이 소리쳤다.

“그 증거로, 저는 여러분께 콜로라 전사들이 천사로 둔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헬라엘이 자리를 박차고 달렸다.

콰아악!

그의 포톤나이프가 클로로탁스의 어깨 아래에 꽂혔다.

“끄아악!”

고통에 몸부림치며 클로로탁스가 상처를 붙잡고 비틀거렸다.

“어서 본 모습을 보여라!”

“나, 나는……. 천사 클로로탁스요!”

“대천사님! 이자에게 대천사의 힐링을 써주십시오! 마제스티엘께서 그리하셨듯이.”

에어포스가 앞으로 성큼 다가오자 위협을 느낀 클로로탁스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순간이동석.

하지만 그것을 발동하기 직전, 빛의 탄환 하나가 날아들었다.

피잉!

“크아악!”

클로로탁스가 고통스러운 듯 부서진 손목을 움켜쥐고 신음했다.

에어포스가 그에게 바짝 다가오자 클로로탁스는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왔다.

그의 목 뒤와 어깨, 팔에서 털이 자라났다. 눈은 붉게 충혈되고 입안에는 날카로운 이빨들이 죽죽 솟았다.

“꺄아아악!”

천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클로로탁스가 바닥에 떨어진 순간이동석을 집어 들기 직전.

<빛펀치 발동!>

콰아앙!

에어포스의 주먹에서 맹렬한 빛의 파동이 가해지며 클로로탁스의 몸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저는 죽은 마제스티엘의 환생입니다. 천계에서 부활한 후 콜로라 성인들의 추적을 피해 인계로 내려갔죠. 수호자의 뜻을 받은 몇몇 천사들이 저를 도와주었답니다.”

에어포스가 말했다.

“콜로라 전사 카일란에 의해서 천계는 오랫동안 지배받고 있었습니다. 카엘룸 정당이라는 이름 아래 말이에요.”

에어포스의 다섯 쌍 날개가 쫘아악 펼쳐졌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제가 여러분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제가 이 차원을 지키겠습니다! 살해당하기 전 마제스티엘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에어포스의 몸에서 하얀빛이 따뜻하게 흘러나왔다.

바로 그때, 또 하나의 차원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치지지직.

이번 것은 에어포스가 열었던 천계 게이트가 아니다.

그 파장은 인간의 것이다.

저벅, 저벅.

차원문 너머에서 나타난 남자는 바로 마스크맨.

좀 전까지는 카엘룩스 암살 사건의 주범이었으나 이제는 완전히 다른 평가를 받고 있었다.

“아, 뭐야. 에어포스 혼자 힘드실까 봐 도와주려고 왔는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에어포스가 빙긋 웃었다.

“그럼 이거나 받아요.”

윤성이 그녀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순간이동석이다.

“주인 입력 안 되어 있는 겁니다. 에어포스가 그걸 처음 사용하면 에어포스의 것이 될 겁니다.”

윤성이 말했다.

“전쟁 준비하세요.”

천사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윤성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다시 손을 내뻗었다.

<차원문 발동!>

“천사들한테 인사라도 하고 싶은데 지금 순간이동석 셔틀 일로 좀 바빠가지고. 나중에 또 봅시다.”

윤성이 마계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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