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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204화 (204/260)

# 204

레벨업 속도는 9.8m/s^2 204화

65. 폭탄 설치

“저기, 혹시 여기 길드 지하실에 뭐가 있는지 아시나요?”

대표 회의실에서 나온 윤성이 전사 관리 부서로 내려와 행정 직원에게 물었다.

“지하실에요?”

“땅속 깊숙이에서 마력이 느껴져서.”

옛날부터 궁금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사정상 마력 발생이 풍부한 자리를 찾아야 한다.

“아. 지하에 전투 모함이 있죠.”

직원이 답했다.

“모함이요?”

“대 마제스티엘용으로 만들었던 물건이에요.”

“근데 비행체를 왜 땅속에 묻어둔 거죠?”

“그 모함은 마제스티엘의 빛의 강체 버프를 분쇄하는 파장을 뿜거든요. 엔진을 꺼놔도 파동이 계속 나와서 전사들이 불편해하니까 지하에 묻어버렸을 거예요.”

“아하.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윤성이 고개를 꾸뻑 숙여 인사했다.

그는 꺼삐딴 본사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5층으로 내려갔다.

더 아래로 이동하려면 다른 엘리베이터로 갈아타야 했는데, 그 앞에 꺼삐딴 전사 하나가 서 있었다.

“누구십니까?”

윤성이 접근하자 그가 앞을 막아섰다.

“꺼삐딴 신입 강윤성이라고 하는데, 지하로 내려갈 순 없나요?”

“허가증 있나요?”

“아뇨.”

“간부가 아니면 내려갈 수 없습니다. 올라가서 허가증 받아오세요.”

“음.”

윤성이 잠깐 고민에 잠겨 있는데 전사가 뭔가를 떠올린 듯 눈이 커졌다.

“잠깐만요. 강윤성 씨?”

“네?”

“척루인 대전사님을 구출해 온 강윤성 씨 맞습니까?”

“맞아요.”

“엇! 이런.”

그가 헤헤헤 웃음을 지었다.

“그럼 얘기가 달라지죠. 전사님은 조만간 에이스도 되고 간부도 되실 텐데.”

“네?”

“제 이름은 넌밀입니다. 나중에 잘 되시면 부탁해요. 알았죠?”

그가 눈을 찡긋했다.

뭐야, 이놈?

덕분에 쉽게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좋긴 한데.

“그럼 가도 됩니까?”

“물론이죠. 아, 그냥 확인차 여쭙는 건데 무슨 용무로 내려가시는 건지?”

“지하에 모함이 있다고 해서 한번 보고 싶어서요. ”

“아아. 별거 아니군요. 다녀오십쇼.”

넌밀은 코웃음을 치며 엘리베이터를 열어주었다. 모함은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지하에 파묻혀서 나온 적이 없다.

간부 예정자의 관광 한 번 정도야 괜찮겠지.

“고맙습니다.”

윤성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며 말했다.

모함이 있는 지하로 내려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만 꺼삐딴의 전투 모함이 가까워질수록 막대한 마력 파동만이 전해질 뿐.

윤성의 목덜미에 털이 곤두섰다.

마력의 파동이 매우 독특하고 진동수가 크다.

엔진을 꺼놨는데도 이런 힘이 나온다니? 제대로 작동시키면 정말로 <빛의 강체> 같은 버프를 제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거 나한테도 위험한 것 아냐?’

불안한 기분을 가지고 모함이 있는 최저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전투 모함이 한 눈에 확 들어온다.

다행히 지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윤성은 전투 모함에 다가가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운전석 문의 버튼들을 하나씩 꾹꾹 눌러보았다.

삑!

철컥.

모함의 문이 위로 열리더니 운전석으로 연결되는 길이 나타났다.

전투 모함은 약 40인승 정도 되는 중형 비행선.

간부들의 방으로 보이는 고급스러운 1인실들이 몇 개 있었고 휴게실과 마력 통제실, 샤워실 따위가 있었다.

윤성은 마력 통제실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버프 제거 파동이 발생하고 있다.

‘파괴해 버릴까?’

잠깐 고민했지만 관두었다.

괜히 건드렸다가 추궁당할지도 모르니까.

대신 윤성은 파동의 세기가 얼마나 커질 수 있을지 가늠해 보았다.

파동을 발생시키는 장치 인근에는 마정석을 집어넣어 증폭시키는 기계가 연결되어 있다.

한 번에 연결할 수 있는 마정석은 총 300개.

만약 이걸 전부 S급으로만 채운다면 유성 랜딩 버프까지 분쇄할 수 있을까?

윤성은 조종석으로 이동해서 엔진을 한 번 켜보았다.

부우웅!

파란 불빛이 들어오면서 발 아래에서 냉각 쿨러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윤성은 다시 마력 통제실로 돌아와 인벤토리를 열었다. A급 마정석 하나를 꺼내어 마정석 연결 기계에 꽂았다.

파동이 약간 강해졌다.

S급 마정석을 꽂아보았더니 그보다 열 배 정도가 더 세졌다.

‘하지만 S급 마정석으로만 300개를 채워도 유성 랜딩을 지워 버릴 정도는 안 되겠군.’

윤성은 다시 조종석에서 엔진을 껐다.

마정석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떠날 준비는 모두 마쳤지만 아직 하나가 남았다.

-엘리지아 퀸의 핵

윤성은 인벤토리에서 퀸의 씨앗을 꺼내어 버프 분쇄 파동 발생기의 뒷면에 붙였다.

<마력 주입 발동!>

치직 소리와 함께 윤성의 손에서 마력이 흘러들어 퀸의 핵 안으로 스며들었다.

“이걸로 된 건가?”

윤성은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서 퀸의 핵을 가만히 관찰했다.

수호자가 일러준 것이다.

퀸을 부활시키는 방법.

지속적으로 강한 마력 파동이 발생하는 곳에 핵을 부착시키고 마력 주입으로 휴면기를 깬다.

퀸은 마력을 흡수하면서 빠르게 자랄 것이다.

‘몇 시간만 있으면 유체가 된댔지.’

엘리지아 퀸은 관리자 중에서 유일한 성장형 관리자다.

천계의 관리자는 마력 스톤으로 단번에 각성할 수 있고, 마이어계의 관리자는 죽음에 근접하면 자동으로 마이어의 힘을 각성한다.

그러나 엘리지아 퀸은 다른 엘리지아들처럼 유체부터 시작이다.

물론 그 성장 속도는 다른 엘리지아들과 다르고 성장 한계도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그가 성장형이라는 것은 그의 힘이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뜻이다.

마력 파동이 강한 곳일수록 좋다. 때문에 이 힘을 느끼고 지하실을 찾아온 것이었다.

윤성은 핵을 지켜보면서 끈기 있게 기다렸다.

퀸의 핵은 마치 종양처럼 꿈틀대며 자라더니 어느 순간 고치 같은 형태가 되었다.

그로부터 약 30분이 더 지난 후.

쩌어억!

고치 끝이 갈라지면서 안에서 무언가가 머리를 내밀었다.

그것은 엘리지아라기보단 판타지 동화에 나오는 요정 같은 것에 가까웠다.

인계에서 싸웠던 그 괴물에 비하면 훨씬 작고, 뽀얗고, 귀엽다.

퀸의 유체는 고치 밖으로 조심스럽게 내려오더니 윤성을 올려다보았다.

“안녕?”

윤성이 무심코 콜로라 언어로 인사했다. 퀸은 고개를 갸웃했다.

“엘리지아 언어로 말해주세요.”

“엘리지아 말은 쓸 수 있는 건가? 너 혹시 나 기억하냐?”

“퀸은 모든 엘리지아를 통제해야 하니까 엘리지아의 말을 알고 있어요.”

퀸이 설명했다.

“하지만 전대 퀸의 기억은 전부 잃어버렸어요. 당신은 누구시죠?”

“인계의 관리자.”

“인간이 이렇게 생겼구나…….”

윤성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이건 콜로라 전사로 폴리모프해서 그런 거야.”

“콜로라 전사가 뭐죠?”

퀸이 고개를 갸웃했다.

윤성이 피식 웃었다.

일단 전대 퀸에 비해서 온순한 건 맘에 든다.

“너 여기가 어딘지 알아?”

“모르겠어요.”

“여긴 콜로라 행성의 꺼삐딴 길드 지하다.”

“그게 어디죠? 콜로라가 뭔지 알려주세요. 유체인 저는 안전이 최우선이에요.”

윤성은 차원 연합과 콜로라에 대해 짧게 설명해 주었다.

“그래서 저를 엘리지아 차원이 아니라 여기서 부화시킨 것은 무엇 때문인가요?”

“네가 여기서 할 일이 있어.”

“할 일이요?”

“수호자에게 들어보니 충분히 마력 파동이 강한 곳이면 네가 성체까지 자라는 데 불과 일주일이면 된다더군.”

윤성이 말했다.

“이곳 정도의 파동이면 얼마나 걸리겠어?”

“닷새.”

“좋아. 닷새 후에 일곱 차원의 모든 관리자를 소집할 거다. 넌 지하에서부터 뒤집어.”

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윤성을 쳐다보았다.

“굳이 제가 안에서 할 필요가 있어요?”

“뭐, 일종의 변칙 카드 같은 거지. 놈들을 혼란스럽게 할.”

윤성이 퀸의 머리를 토닥였다.

“여기 잘 숨어서 성체까지 몸을 키우고 있어.”

“어디 가시나요?”

“위로 올라갈 거야.”

퀸은 윤성을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온 윤성은 곧장 꺼삐딴 행정실로 이동했다.

“혹시 순간이동석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윤성이 물었다.

“순간이동석이요?”

“주인 입력이 안 된 걸로.”

“뭐, 전사들에겐 얼마든지 지급할 순 있죠. 저기 장부에 이름 쓰고 목적 쓰고 가져가세요.”

“감사합니다.”

“근데 몇 개나 필요하세요?”

“다섯 개.”

“꽤 많이 쓰시네. 함부로 막 굴리지 말고 아껴 써요.”

“알겠어요.”

윤성은 순간이동석 다섯 개를 챙겼다.

인벤토리에 모두 집어넣고 바깥으로 나오는 길.

행정실 앞을 옌뚜르와 쯔위민, 카이야쓰가 함께 이동하고 있었다.

간부들이 이 플로어 근처를 돌아다니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아서 직원들이 모두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하로 안 내려간 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길이 헷갈리는군.”

쯔위민이 중얼거렸다.

“이쪽이다. 따라와.”

옌뚜르가 앞장서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아무거나 타면 모함 있는 곳까지 내려갈 수 있던가?”

“지하 5층에서 다른 걸로 갈아타야 해.”

“아아.”

쯔위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윤성은 귀를 날카롭게 세우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지하로 내려간다고? 모함이 있는 곳으로?

간부들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이제는 문이 닫히고 있었다.

윤성은 재빨리 뛰어가 아슬아슬하게 엘리베이터에 들어갔다.

“강윤성 씨, 아직 안 가셨었군요.”

옌뚜르가 윤성을 보고 말했다.

“몇 가지 준비할 게 있었거든요.”

“만반의 준비를 갖추되 너무 늦지는 마십시오. 상황이 급박하니.”

“알겠습니다. 근데 어디 가시는 길인가요?”

“모함이 있는 지하로 갑니다. 볼일이 좀 있어서요.”

“마제스티엘의 버프를 분쇄할 수 있는 우주선 말인가요?”

윤성이 말했다. 옌뚜르가 뜻밖이라는 듯 놀란 표정이 되었다.

“모함에 대해 아시는군요?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으셨는데.”

“지하에서 마력이 느껴져서 여기 직원들한테 물어봤거든요.”

“말씀대로입니다. 그 모함의 작동 범위에 대해 테스트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옌뚜르가 말했다.

“몇 가지 개조도 해보고요. 앞으로 마스크맨과의 싸움에서 그걸 쓸 일이 좀 있을 것 같거든요.”

마스크맨과의 싸움에서 모함을 쓴다니.

설마 랜딩 버프에 대해 이놈들이 알고 있는 걸까?

윤성은 약간 긴장했다.

“마스크맨과 싸우는 데 그걸 쓰는 방법이 있나 보죠?”

“네. 하지만 마스크맨을 잡을 정도가 되려면 지금부터 모함을 계속 가동시켜야 할 겁니다. 일종의 예열이죠.”

“예열이요?”

“네. 며칠간 모함의 파동 발생을 최대로 높일 겁니다. 지하실이 마력으로 꽉 찰 거예요. 1층의 마력 차단막 때문에 파동 자체가 지상으로 심하게 퍼지진 않겠지만 엔진 돌아가는 소음이 좀 날 수도 있으니 이해하시길.”

“걱정 마세요. 저는 인계의 백마 길드에서 활동하고 있을 테니까.”

“그도 그렇군요.”

옌뚜르가 빙긋 웃었다.

띵!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섰다.

“전 여기서 먼저 내려야겠습니다.”

윤성은 의심받지 않도록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옌뚜르가 랜딩 버프에 대해 알았든 어쨌든 나중에 생각할 일이다. 지금 중요한 건 이 녀석들이 모함이 있는 곳까지 내려가면 퀸과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사실.

‘차원 통신을 써볼까?’

윤성은 화장실로 이동해서 수호자에게 받은 새 스킬을 작동시켰다.

<차원 통신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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