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속도는 9.8ms^2-197화 (197/260)

# 197

레벨업 속도는 9.8m/s^2 197화

63. 유성 랜딩

백마 길드 상공에는 수많은 헬기들이 떠있었다.

지상에도 기자들이 잔뜩 몰려들어 상당한 거리에서 대포 같은 카메라로 현장을 줌인하며 방송하고 있었다.

AP, AFP, 교도, DPA, CNN,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와 영국 BBC 등의 취재 기자들이다.

“백마 길드에 현재 매우 특이한 마수들이 나타났습니다.”

로이터 통신 기자가 카메라에 대고 외쳤다.

“보시는 바처럼 거대한 크기의 드래곤이 무언가와 싸우고 있는데요. 헌터들은 드래곤을 공격하진 않고 있……. 잠깐만요! 저거 혹시 핏빛야수인가요?”

기자가 클리앙을 가리키자 카메라맨이 줌을 당겼다.

전투를 벌이는 클리앙의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막강한 드래곤과 치고받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전설인 줄만 알았던 그 마수가 실존한다.

그리고 드래곤과 싸울 정도로 강하다.

로이터 통신 기자는 현장을 지켜보며 상황을 더 전하려고 했지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앗! 일렉트로닉스!”

마침 그의 눈에 SS급 헌터 일렉트로닉스가 들어왔다.

그쪽으로 쪼르르 달려간 기자가 마이크를 냅다 넘겼다.

“혹시 지금 백마 길드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저 전투가 어떻게 된 건지 아십니까?”

“미안하지만 인터뷰해 줄 시간 없어요. 난 누굴 찾으러 잠깐 나왔……. 어이! 여기에요!”

갑자기 일렉트로닉스가 어딘가를 보고 소리를 지르며 손을 흔들어댔다.

부우우우웅!

검은색 세단 한 대가 골목 코너를 꺾어서 들어오고 있었다.

안에서 튀어나온 것은 중국의 SS급 헌터 티엔과 러 씬, 셩 지에였다.

“알아서 잘 올 거면서 무슨 길을 헤맨다는 건지.”

일렉트로닉스가 투덜거리며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

“저건가?”

티엔이 묻자 일렉트로닉스가 끄덕였다. 티엔이 끙, 하고 침음을 냈다

“말도 안 되는 크기의 드래곤이다. 샌프란시스코의 두 배 이상이잖아?”

“그런데 지상에는 저만큼 강한 괴물이 셋 더 있습니다.”

“괴물이 셋이나 더 있다고요?”

둘의 대화에 기자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일렉트로닉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기자들은 빠져 있어요. 지금 인터뷰나 할 때가 아니라고요.”

“저쪽에서 누가 아군인지만 알려주세요.”

현장으로 복귀하려는 일렉트로닉스에게 기자가 졸랐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마스크맨이 직접 와서 상황 설명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를 거예요.”

일렉트로닉스가 티엔, 러 씬, 셩 지에와 함께 달려갔다.

콰아아앙!

갑자기 마이어의 뒤편에서부터 강력한 폭발음과 바람이 일더니 거대 게이트 하나가 열렸다.

“게이트?”

마왕이 고개를 갸웃했다.

“헉……. 헉……. 아직 우리도 군대가 좀 있거든.”

몸 곳곳에 끔찍한 자상을 입은 마이어가 숨을 헐떡이며 대답했다.

<광전자포 발동!>

쿠후우웅!

발사된 마력 포탄을 마왕이 검신으로 막아냈다. 팔뚝이 부르르 떨린다. 게이트에서는 무언가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더가 숨겨놓았던 메탈로이드 군대, 그리고 마이어의 패잔당들이었다.

그러나 동일한 군대가 이쪽에도 있다.

“헌터들! 전투 준비!”

차희가 소리쳤다.

“헤비급들 싸움 속에서 졸병이 된 느낌이네요.”

아리가 눈에서 빨간 빛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난 마왕님 곁에서 싸우는 건 익숙하다. 그리고 영광이야.”

바토리가 적들에게 활을 겨누면서 말했다.

미들로드는 벌써 사슬 채찍을 휘두르며 적들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슬로핑 휩 발동!>

마법 사슬이 마치 파동처럼 흔들리며 적들을 횡으로 쓸어버렸다.

일격에 메탈로이드 일곱 기와 마이어 잔당 몇이 감자처럼 으깨지며 박살 났다.

“마이어!”

마이어계의 전사들은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브리트마 같은 쭉정이들은 어떤지 몰라도 미들로드 같은 최정예 전사들에겐 두려움이 없다.

감히 마왕 따위가 내 사냥감을 가로채려 하다니.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일이다.

마이어의 목을 따는 순간을 얼마나 고대해왔던가.

미들로드가 사슬을 쥔 팔뚝에 힘을 훅 불어넣었다.

<휩 슬래시 발동!>

살점을 떼어낼 것처럼 날카롭게 던져진 채찍이 마이어의 머리를 향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콰앙!

무언가가 끼어들어 미들로드의 채찍을 쳐냈다.

“후우…….”

그건 거칠게 호흡하는 클리앙이었다.

“몹시 지쳐 보이는군. 콜로라 전사.”

미들로드가 클리앙에게 말을 걸었다.

클리앙은 머리 위를 떠다니는 용제와의 사투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용제와 그렇게 오랫동안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결판이 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용안을 가진 용제는 천계 대전 당시 쯔위민조차 상대하기 어려워했던 적. 그 점을 감안하면 어린 클리앙의 지금 전투력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헉, 헉…….”

하지만 이젠 지쳤다.

클리앙은 마이어 곁에 선 채 용제의 다음 강하를 경계하며 미들로드를 주시했다.

“콜로라 전사. 재밌는 것 하나 알려줄까?”

미들로드가 큭큭 웃으며 그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왔다.

“너희는 마이어가 콜로라 전사를 납치했다고 생각했겠지. 틀린 건 아니다. 마이어계의 전사가 한 거니까.”

미들로드가 자신의 가슴을 툭툭 두드렸다.

“다만 마이어계의 전사들이 모두 마이어에게 충성하는 건 아니다. 이름이 척루인이라고 했던가? 그놈.”

클리앙의 눈빛이 변했다.

“네가……. 척루인 선배님을…….”

“약해빠졌더군. 내게 붙잡혔을 때 살려달라고 빌었다. 옌뚜르는 쥐똥만 한 쓰레기라고 외치면서.”

“닥쳐라!”

분노한 클리앙이 미들로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휩 바인딩 발동!>

달려드는 클리앙을 사방으로 퍼져나온 마력 사슬이 감싸기 시작했다.

푸욱!

그러나 클리앙의 공격이 훨씬 빠르다. 순식간에 미들로드의 복부에 클리앙의 클로가 박혔다.

묵직한 마력에 미들로드가 휘청거렸지만 마력 사슬은 사방에서 몰려들어 미들로드와 클리앙을 함께 감았다.

“이게 무슨…….”

놀란 클리앙이 완력으로 사슬을 풀려고 시도했다.

“크……. 정말 힘 하나는 좋군.”

미들로드가 눈살을 찌푸린 채 큭큭 웃음을 터뜨렸다.

“뭣들 하고 있나?”

그가 아리와 바토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뼈를 발라서 살만 추려줘도 못 받아먹나?”

“내가 하마.”

<마력 암수살 발동!>

바토리의 활대에 강력한 마력의 화살이 매겨졌다.

클리앙이 이를 뿌득 갈았다. 그는 더욱 힘을 줘서 사슬을 풀어내려고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쿠우웅!

설상가상으로 그들의 옆에 용제가 착륙했다.

“브레스는 안 돼. 나까지 타니까.”

미들로드가 재빨리 주의를 주었다. 다행히 용제는 그런 공격을 쓸 생각이 없었다.

“발톱으로 충분하다.”

“내 화살이 먼저야.”

바토리가 시위를 놓았다.

쉬익! 하는 바람 소리와 함께 검은 마력 화살이 클리앙의 미간을 향했다.

사방으로 퍼지는 검은 마력의 증기 때문에 마치 검은색 번개처럼 보였다.

클리앙은 눈을 질끈 감았다.

카앙!

뜻밖의 쇳소리.

아무런 고통도 없다. 누군가가 화살을 막아냈다.

눈을 뜬 클리앙의 눈앞에는 핏빛야수 한 명이 서 있었다.

“베, 베아트리체 선배님…….”

“조심해서 움직이라니까.”

베아트리체는 피식 웃더니 미들로드를 향해 힘껏 주먹을 날렸다.

콰아앙!

미들로드의 턱이 없어져 버렸다.

좀비라는 그 특성상 죽진 않을 테고 뭔가를 먹고 휴식을 취하면 회복되겠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공격력이…….”

바토리가 경악했다.

“비켜라!”

용제가 공중으로 튀어오르면서 입을 쩍 벌렸다.

<브레스 발동!>

미들로드가 황급히 자리에서 이탈함과 동시에 막강한 화염이 초근거리에서 분사되었다.

새파란 불이 마치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그 화염 아래에 클리앙과 베아트리체는 멀쩡하다.

반투명한 막이 그들을 감싸고 있었다.

“선배님…….”

클리앙이 약간 감동한 얼굴이 되었다.

“네가 용제를 못 이기는 이유는 네 실력이 모자라서야. 마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베아트리체가 말했다.

“하지만 제가 공격하려고 하면 하늘로 올라가버립니다. 마안도 안 통하고요!”

“올라가서 공격하기 힘들면 끌어내려야지.”

“하지만……. 어떻게요?”

“우리 길드의 베테랑 선배들 같았으면 용제를 쫓는 대신 조무래기들을 학살하셨을 거야. 예를 들면.”

베아트리체가 손가락을 들어 누군가를 가리켰다.

그것은 헌터와 메탈로이드 군대 사이에 겹겹이 둘러싸인 채 전황을 지휘하는 차희였다.

“마스크맨이 아끼는 사람.”

“……!”

“용제가 정황상 그쪽에 붙은 게 분명하니 저 여자가 죽게 내버려 두지 못할 거야. 브레스를 쐈다간 저 여자, 뼈도 안 남고 증발해 버릴 테니 용제가 직접 내려오겠지.”

“그렇군요.”

“차분히 해. 내가 도와줄 테니까. 장거리 스킬들을 써서.”

“선배님 근거리전만 하시는 것 아니었어요? 장거리 전투도 가능합니까?”

“콜로라 역사를 새로 쓰는 천재 클리앙 때문에 가려져있지만, 나도 한 때 무관학교 최연소 에이스였고 모든 전투에 만능이었거든.”

“용제가 하늘로 떴어요. 화염이 걷힙니다. 가시죠.”

“저 여자를 향해서 돌진해. 나머진 내가 처리할게.”

불꽃이 잦아듦에 맞춰 클리앙이 베아트리체의 실드 밖으로 쏜살처럼 튀어 나갔다.

쾅, 쾅, 쾅!

그가 짓밟는 스텝마다 바닥에 발자국이 깊게 패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차희를 향해 달려가는 그의 움직임에 모두가 당황했다.

“막아!”

아리가 소리를 지르며 그 앞으로 뛰어들었다. 몸으로 클리앙을 받아낼 생각이었지만 클리앙의 힘은 그보다 훨씬 막강하다.

콰앙!

한 손으로 가뿐히 쳐냈을 뿐인데 훨씬 덩치가 큰 아리가 밀려났다. 마력을 잔뜩 두른 에이비의 가슴 아머가 찌그러졌다.

그 앞을 바토리가 막아섰다. 활을 두고 칼을 뽑았지만 클리앙도 클로를 휘둘렀다.

카아앙!

바토리의 장검은 부러지지 않았지만 클리앙의 힘이 너무 강했다.

손목이 부러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바토리가 검을 놓쳤다.

퍼억!

클리앙의 주먹이 바토리의 얼굴에 꽂혔다. 동시에 그는 땅을 한 번 힘주어 밟고 튀어 올랐다.

“안 돼!”

용제가 그를 향해 강하하고 있었다. 함정이라는 것을 알아도 어쩔 수 없다.

<콜로라 스나이핑 라이플 발동!>

베아트리체가 착용한 클로가 한데로 모이더니 끝이 구부러지며 총구 같은 모양이 되었다.

웬만한 전사들은 클로의 이 형태를 구현하지 못한다.

최강의 원거리 저격 마법 중 하나. 베아트리체의 마력이 라이플에 축적되었다.

피잉!

소음기를 단 권총처럼 발사음은 작았지만 그 이후엔 묵직한 마력의 파공음이 퍼져나갔다.

헌터들이 놀라서 귀를 막았지만 이윽고 더 끔찍한 광경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콰아아앙!

피격당한 용제가 백마 길드 벽면에 부딪히면서 사방에 파편이 튀었다.

흘러내리는 거대한 철강과 창문, 콘크리트에 지상의 모두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크아악!”

바닥에 추락하면서 용제가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질렀다.

클리앙은 그 몸에 깔리지 않기 위해서 재빨리 뒤로 빠졌다.

뜻하지 않게 용제가 차희를 지킨 꼴이 되었지만 어쨌든 클리앙이 원했던 그림이다.

“용제!”

마이어를 반쯤 죽여놓은 마왕이 놀라서 달려왔다.

목 아래에 끔찍한 마력 관통상이 있었다.

“크헉.”

용제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마왕!”

베아트리체가 소리쳤다.

“지금에라도 물러서면 대표님께 잘 보고해 주겠다.”

“…….”

마왕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우리에게 저항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저 여자를 이쪽으로 넘겨라.”

베아트리체가 차희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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