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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192화 (192/260)

# 192

레벨업 속도는 9.8m/s^2 192화

“말도 안 돼. 게이트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거기서 나오는 파장 간섭으로 탐지기가 부서진다니.”

충격을 받은 차희가 얼른 창문을 열었다.

하늘이 새까맣게 변해있었다.

퀸이 나타날 때와는 조금 다르다.

탐지기가 부서졌어도 저걸 보면 대기 중 마력의 농도 값이 말도 안 되는 상태라는 건 짐작이 된다.

10,000sY.

측정기가 망가졌다 해도 그 값이라는 걸 누구든 예측할 것이다.

이미 백마 길드 상공에는 방송 헬기가 떠 있었고, 지상에도 수많은 기자들이 현장을 취재하고 있었다.

헌터들이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모든 헌터들에게 전투 준비하라고 일러요. 그리고 별관 지하에 내려가면 제가 준비해둔 10,000sY 비상벨이 있습니다. 그거 눌러요.”

“누르면 어떻게 되는데요? 무슨 수가 있나요?”

신차민이 물었다.

“길드 안팎의 SS급 헌터들을 소집하는 겁니다. 숨어 있는 사람들도요.”

“숨어 있는?”

“아무튼 빨리 가요!”

신차민을 내보내고 차희는 전화기를 집어 들다가 멈칫했다.

밖에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벌써 범람한 건가……?”

***

‘아프다.’

-이 감정은 고통으로 처리된다.

‘마스크맨을 죽여야 해.’

-그 연산은 나쁘지 않지만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

‘백마 길드를 파괴해야 해.’

-콜로라가 우리를 살려줄지 알 수 없다.

‘가자. 마더. 백마 길드를 파괴하자.’

-나는 이미 너와 하나의 육체를 공유하고 있다. 내 메인보드는 네 신경과 연결되어 있다. 마이어.

쿠우우우.

게이트에서 드라이아이스처럼 마력의 연기가 흘러내렸다.

안에서 머리를 내민 마수는 딱 하나뿐이다.

그러나 모두가 이미 느끼고 있었다. 이 마수에게는 세계를 멸망시킬 힘이 있다.

“이럴 수가…….”

헌터들 몇이 그것을 보고 주저앉고 말았다.

마더와 융합된 마이어는 약 3미터 키의 괴수가 되어 있었다. 원시 부족전사의 장식품처럼 몸에 주렁주렁 달린 메탈로이드의 부품이 공포감을 더했다.

“캬아아악!”

마이어의 포효 소리가 도발적이고 날카롭게 울려퍼졌다.

“크학!”

홍창민의 귀에서 피가 흘렀다.

“미친…….”

저마다 귀를 움켜쥐고 주저앉은 헌터들이 절망에 빠진 표정으로 마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인류가 여태까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종류의 적이다.

“이게 대체…….”

신차민은 저도 모르게 검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백마 길드의 모든 헌터들이 이미 전투 의지를 상실했다.

도망치지 않는 것만도 대단할 정도.

“Get out of my way!”

본관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SS급 헌터 일렉트로닉스.

최근 백마 길드에 편입된 그녀는 적을 마주하는 순간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이건 차라리 뉴욕에서 봤던 퀸이 낫다 싶을 정도잖아……?’

“Hey!”

본관에서 몇 명의 헌터들이 더 뛰쳐나왔다. 테쿰세와 제다이.

테쿰세가 통역 스킬을 자신에게 걸면서 한국어로 소리쳤다.

“S급 이하는 다 빠져!”

“테쿰세!”

일렉트로닉스가 재빨리 그 곁으로 달려왔다.

“백마 길드에 있었던 거예요? 대체 그동안 실종은…….”

“사정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면 움직일 수밖에 없지. 에어포스는?”

“어제 한국으로 들어왔다고 했는데.”

일렉트로닉스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S급 이하 헌터들이 아직도 도망치지 않고 자리에 남아 있었다.

“다들 뭐 합니까? 빨리 피하…….”

쾅!

마이어의 손아귀가 일렉트로닉스의 머리를 움켜쥐고 본관 벽에다 처박아버렸다.

그 누구도 그의 움직임을 제대로 추적하지 못했다. 십수 미터 거리에 있었는데 순식간에 날 듯이 달려온 것이다.

일렉트로닉스가 당하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보고만 있었다.

테쿰세와 제다이의 등골이 서늘했다.

쩍 벌어진 마이어의 입안에 날카로운 이빨이 보였다. 뚝뚝 떨어지는 침이 일렉트로닉스의 목덜미를 적셨다.

그가 일렉트로닉스를 물어뜯기 바로 직전.

화아악!

거대한 화염이 마이어의 다리 아래를 불태웠다.

“키이익!”

마이어는 재빨리 일렉트로닉스를 놓고 뒤로 물러났다.

-내 분신이다.

적을 알아본 마더의 목소리가 약간 들떴다.

마이어의 가슴에 박힌 메인보드에서 마더는 마이어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다.

“아. 뭔가요 이거? 패자부활전?”

아리가 시건방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걸어왔다.

쿠웅!

아리 옆에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랜딩 자세를 잡은 에어포스였다.

그녀의 몸에서 하얀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에어포스!”

테쿰세가 환하게 웃었다.

“마스크맨이 돌아올 때까지 이곳의 방어는 제 책임입니다.”

에어포스가 말하자 아리의 가슴에 연결된 통신기에서 차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뇨. 제 책임이죠.

차희가 대표 사무실 창밖으로 팔을 내밀었다.

그녀는 윤성이 가르쳐준 용언을 아직 잘 기억하고 있었다.

“Níðhǫggr!”

그녀의 손가락에서 반지가 반짝였다. 그러자 갑자기 퀸 이상의 마력이 분출하기 시작했다.

“X발……. 저건 또 뭐야?”

제다이가 인상을 찌푸렸다.

“테쿰세. 이제 난 헌터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는 걸 포기하겠어.”

“동감이야.”

은색 빛과 뼛가루.

용계의 숲속의 쓴 풀냄새.

영체만 남은 그 드래곤은 한때 용계를 지배했던 군주답게 막대한 위엄을 뿜어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차희의 수는 아직 더 남았다.

니드호그가 얼마나 강할지 모르지만 적은 그 이상일 가능성이 짙다.

아리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관리자급 이상이라고…….’

차희는 서랍을 열었다. 검은색 천이 나타났다.

백마 길드가 위험하다는 편지는 이미 옛날에 써놓았다. 비상시에 곧바로 날릴 수 있도록.

지금은 천에 마력을 불어넣어 까마귀로 만들어줄 헌터가 없지만 상관없다. 이 문제도 해결했으니.

차희는 칸자르를 집어 들었다.

예전에 윤성이 에어포스에게 받았다가 다시 차희에게 선물했던 보물이다.

유니콘의 뿔을 가공해서 만든 단검. 하루에 한 번씩 역장과 뇌격을 쓸 수 있다.

차희는 검은 천을 바닥에 놓고 그 옆을 단검으로 겨누었다.

<뇌격 발동!>

콰앙!

단검에서 발사된 번개가 바닥을 때리면서 튀어나온 마력의 잔파가 천에 흡수되었다.

검은 천이 꾸물거리며 일어나더니 곧 두 발로 서면서 자세를 잡았다.

차희는 재빨리 까마귀의 발목에 편지를 묶었다.

‘아직 하나 더.’

까마귀를 날려 보내면서 차희는 사무실 전화를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본관 지하실.

-뭐냐.

거칠고 낮은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미들로드. 지금 바깥에 무슨 난리가 났는지 알아?”

-내 알 바냐? 난 지금 식사 중이다.

“마이어가 왔다.”

-정말인가?

“항상 그놈 목을 따고 싶다고 했었지? 지금이 기회야.”

-다른 놈들은 모두 비키라고 해라. 그놈은 내가 잡을 테니까.

마이어는 당장 자리를 박차고 계단을 뛰쳐 올라갔다.

원래는 지상으로 외출할 땐 고양이로 변신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어차피 싸우러 가는 거니까. 인간들이 놀라든 말든 무슨 상관이랴.

이미 S급 이하 헌터는 대부분 대피했다. 그리고 소집 명령을 받은 SS급 헌터들이 다수 몰려와 있었다.

마치 뉴욕을 상기시키는 현장.

마이어가 도착했을 무렵, 그곳에는 작은 차원문이 또 하나 열리고 있었다.

“아, 비서님. 쟤는 굳이 안 부르셔도 되는 거였는데.”

아리가 못마땅한 목소리로 통신기에 대고 말했다.

-부를 수 있는 전력은 전부 모아야지.

차원문에서 바토리가 나타났다. 그녀는 도도한 눈빛으로 상황을 한 번 훑어보더니 피식 웃었다.

“확실히 내가 없으면 감당하기 힘들 만한 적이구나.”

바토리가 말했다.

“비켜라. 하등한 로봇아. 이 싸움은 내가 친히 지휘해 주마.”

“한동안 안 보여서 좋았는데.”

아리가 대꾸했다.

“전부 뒤로 빠져 있어라.”

미들로드가 그들 앞으로 걸어왔다.

“마이어는 내 것이다.”

“맘대로 하십쇼. 하지만 메인보드는 제 겁니다.”

아리가 말했다.

“캬아아악!”

상공에서 니드호그가 포효했다. 마이어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강적들을 보고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아리의 눈이 노란색으로 반짝였다.

“마스크맨 없다고 백마 길드가 쉽게 털릴 것 같았습니까?”

테쿰세와 제다이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보았다.

“대체 이게 무슨……. 갑자기 드래곤에 마족이 튀어나오다니.”

“무슨 주머니에서 휴대폰 나오는 것 같군요. 백마 길드는 언제든 이런 전력을 동원할 수 있는 상태였나.”

<빛의 강체 발동!>

에어포스의 몸에서 막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제가 먼저 갑니다. 저 드래곤과 같이 공중을 맡겠어요.”

“그럼 제가 앞에서 탱킹하죠.”

아리가 땅을 쿵쿵 울리며 마이어를 향해 달려들었다.

<소각 발동!>

<빛펀치 발동!>

두 개의 막강한 공격이 동시에 허벅지와 얼굴에 꽂혔다.

콰아앙!

마이어의 움직임이 잠깐 움찔하는 게 보였다.

그러나 그리 유효한 데미지가 들어간 것 같진 않다.

오히려 마더와의 결합의 부작용으로 머릿속이 끊임없이 윙윙거리던 마이어는 에어포스에게 한 대 얻어맞고는 약간 정신이 드는 기분이다.

“계속 어지러웠는데 이제 좀 낫군.”

마이어가 중얼거렸다.

-날아다니는 것들부터 잡는다.

마더가 말했다.

“좋아. 내가 아래쪽을 맡으마.”

-우리는 함께 움직이는 거다. 마이어.

에어포스는 약간 움찔했다.

아직 상대를 파악하기 위해 견제구를 던진 정도라 마력을 조금만 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너무 멀쩡하다. 이 상대는 퀸보다 훨씬 더 강하다.

그러나 아군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

<브레스 발동!>

니드호그가 뿜어낸 화염은 아리가 만들어냈던 소각보다 훨씬 범위가 크고 강력했다.

새파란 불꽃은 마치 폭포처럼 쏟아져서 마이어의 머리와 몸통을 불살랐고, 그 공격에는 마이어도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캬아아악!”

“큭!”

끔찍한 고주파에 에어포스가 고통스러운 듯 귀를 막았다.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다.

파아앙!

갑자기 검은 화살 한 대가 날아가 마이어의 머리를 꿰뚫어버렸다.

바토리가 쏜 것이었다.

아르동과 그룬헤잘드의 영지를 모두 가지고 엄청난 힘을 쌓아 이제는 마계의 서열 2위가 되었다.

르네나 라플라스 같은 이들이 마왕과 싸우다가 한풀 꺾였기 때문에 바토리의 지위는 더욱 확고하다.

옛날과 비교해서 훨씬 강력해진 그녀의 공격에 아리조차도 놀라고 말았다.

마이어는 얼굴을 움켜쥐고 고통스러워했다.

“지금 한 방 더 먹이죠.”

아리가 성큼성큼 나서며 말했다.

그의 손에서 마력 광전자포가 빛을 발했다.

에이비를 박살 내버렸던 그 최강의 광전자포.

우우우웅.

거대한 공장에서 냉각 팬이 돌아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아리의 오른손에 막강한 마력이 모여들었다.

<광전자포 발동!>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마이어의 왼 손에서도 광전자포가 발했다.

콰아아앙!

마이어가 쏜 것이 훨씬 파괴력이 높았다. 푸른색 마력이 아리를 날려버리고는 그대로 백마 길드 본관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렀다.

쨍그랑!

최고의 보호 마법이 걸려있음에도 불구하고 광전자포는 가뿐히 그것을 파괴하고 건물을 긁었다.

박살 난 창문들에서 유리가 우르르 흘러내린다.

광전자포는 아직도 멈추지 않았다.

마치 스프레이로 담벼락에 낙서를 하는 것처럼 본관 벽면을 스치고 지나간 포의 끝은 상공에 떠있는 방송 헬기를 겨냥했다.

콰아앙!

“아아악!”

박살낸 헬기에서 기자와 파일럿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에어포스가 하늘로 치솟았다.

“로봇! 괜찮냐?”

테쿰세가 아리를 일으켜세우며 물었다.

“아오. 쪽팔리게. 저런 거한테 털리면 주인님 뵐 면목이……. 잠깐만. 마더의 메인보드가 저기 있다는 건.”

아리의 머릿속에서 빠른 연산이 지나갔다. 바토리와 달리 그는 차원문을 열지는 못한다.

하지만 마더의 메인보드를 해킹할 순 있을 것이다. 마이어의 체내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보안이 날아갔을 테니까.

마더를 이용해서 에이비가 통제하던, 뉴욕의 군대를 불러낸다면? 그들은 이미 아리의 통제 아래에 있다.

아리의 눈이 노란빛으로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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