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
레벨업 속도는 9.8m/s^2 191화
“하지만 마스크맨은 마이어한테 맡기기로 한 거잖아?”
베아트리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러나 클리앙은 고개를 저었다.
“마더를 먹었다고 해도 마이어가 카일란 전사님을 넘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질 것 같진 않습니다.”
“그건 모르는 거지.”
“그렇죠. 모르죠. 그리고 마스크맨의 힘의 한계 역시 아직 알려진 바 없습니다.”
“그러니까 마이어를 쓰는 거야. 클리앙. 모르겠어? 대표님은 전력이 확인되지 않은 적과 콜로라 전사를 대치시키지 않아.”
“제가 먼저 나서진 않을 겁니다. 저 역시 마이어가 싸우는 걸 보고나서 움직일 겁니다.”
“무리하면 안 돼.”
“걱정하지 마십시오.”
클리앙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근데 강윤성은 지금 어디에 갔는지 아십니까?”
“글쎄? 시험 점수표와 합격증서 사본 제출하려고 아까 행정실에 잠깐 들렀다던데. 지금은 모르겠어.”
“원래 다른 차원에서 꾸준히 레벨업 쌓는 사람이니 지금도 수련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클리앙이 마정석을 하나 더 집어 들었다.
“저도 뒤처질 수 없습니다.”
“야! 너 그러다 죽어!”
베아트리체가 말렸지만 클리앙은 마정석을 덥석 깨물었다.
61. 백마 길드의 전력(1)
용계는 드래곤만이 사는 곳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환상의 생물들이 살고 있다.
예를 들면 가루다나 구스타프 같은 종류의 마수들이 용계 소속이다.
마치 인계에도 돌고래, 박쥐, 들개 따위의 동물들이 있는 것과 같다.
물론 그들과 드래곤의 지위의 격차는 막대하다. 용계를 지배하는 종족 드래곤뿐이니까.
용계의 모든 피지배 생물들은 드래곤들에게는 경외심을 보이지만 외부인에게는 그렇지 않다.
특히 인간 따위가 이곳을 돌아다닌다면.
“크르르르…….”
거대한 재규어처럼 생긴 마수, 재크로미아가 윤성을 향해 목을 울리며 다가왔다.
“캬아아악!”
마수가 사납게 울부짖으며 뛰어들자 윤성이 건조한 표정으로 마주 보았다.
쾅!
달려드는 방향에 정확히 뻗은 펀치가 재크로미아의 콧잔등을 찌그러뜨렸다.
“용계에서 젤 귀한 손님인 걸 모르고 짖어, 이 고양이가?”
“크르르.”
재크로미아는 뒤로 좀 물러난 채 윤성의 눈치를 보았다.
“용제!”
윤성이 힘껏 소리를 질렀다.
울창한 숲속에서 새 몇 마리가 날아올랐다.
“드래곤 만나기 힘드네.”
윤성이 팔짱을 끼는데 갑자기 맞은편 수풀이 벌어지며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그것은 헬라엘이었다.
“마스크맨!”
헬라엘이 깜짝 놀랐다.
“인계 마스크맨이십니까?”
윤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마스크를 벗어 얼굴을 슬쩍 보여주고는 다시 썼다.
“확실하군요. 근데 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마스크 왜 쓰시는 거죠?”
“사정이 있어서.”
“아무튼 답답해 보이는데 여기선 안 쓰셔도 되지 않을까요? 저도, 실렌티도, 용제도 전부 당신 얼굴 아는데.”
“하지만 다른 드래곤들은 모르잖아. 난 아무나 안 믿거든. 근데 우리 원래 존대했었나?”
“아뇨. 하지만 이젠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데 함부로 대할 수야 없죠.”
“그렇군. 혹시 용제 봤나?”
“이쪽입니다. 따라오시죠.”
헬라엘이 방긋 웃으며 윤성을 안내했다.
그들은 작은 산 하나를 넘고 계곡을 건넜다. 이윽고 이 일대 지역이 한눈에 들어올 듯한 거대한 절벽이 나타났다.
“프라우드락이라는 겁니다.”
헬라엘이 절벽 꼭대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용제가 저 위의 동굴에 살고 있죠.”
“갑시다.”
윤성이 헬라엘의 허리를 꽉 붙들었다.
“뭘 하시려고?”
“뛸 거예요.”
<랜더의 전투화 발동!>
절벽 꼭대기까지 빙 돌아 걸어서 올라갔다면 반나절은 걸렸을 거다.
한시가 급한데 그럴 시간이 어딨어.
순식간에 수백 미터를 치솟은 덕분에 헬라엘이 반쯤 혼절하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다.
탁.
꼭대기에 올라선 윤성은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진 헬라엘을 내려놓고 동굴로 들어섰다.
“자, 잠깐!”
입구에 선 윤성에게 헬라엘이 소리쳤다.
“드래곤의 네스트를 방문할 땐 먼저 인사하고 들어가도 되는지 물어보는 게 예의입니다.”
“알았어.”
윤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헬라엘은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고는 곧바로 구토하기 시작했다.
아직 절벽 위로 뛰어오른 게 진정되지 않은 모양.
윤성은 동굴 안쪽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용제! 나다! 마스크맨! 들어가도 돼?”
“마스크맨?”
안쪽에서 용제의 낮은 저음이 울렸다.
“들어와라.”
윤성은 헬라엘과 함께 네스트 안으로 들어갔다.
“마스크 안 답답한가?”
용제가 물었다.
“이젠 내 피부 같아.”
“그럼 네가 마스크맨인 줄 어찌 믿나?”
윤성은 마스크를 잠깐 벗어 얼굴을 보여주었다.
네스트 안쪽에는 실렌티도 있었다. 두 막강한 드래곤은 인간형으로 변신한 상태였고,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솥에 뭘 끓이는 거야?”
윤성이 물었다.
“가루다 알을 찌는 거다.”
실렌티가 대답했다.
“너흰 그런 걸 먹냐?”
“좀 들겠나?”
“근데 솥이 조그만데 거기서 나오는 걸로 드래곤의 배가 차긴 해?”
“우리가 먹는 게 아니다. 드래곤은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굳이 먹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이슬만 먹어도 살 수 있으니까.”
“캬. 영물이야, 영물.”
윤성이 식탁 의자에 앉았다.
“그럼 솥 끓이는 건 내가 오는 걸 예측해서였나?”
“아니.”
용제가 고개를 저었다.
“마왕이 오기로 했다.”
말 끝나기 무섭게 네스트 바깥에서 쿠구궁! 하는 강력한 진동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왕이 차원문을 열었군.”
“아, 맞아. 나 그거 궁금했는데.”
윤성이 끼어들었다.
“옛날에 마계 2인자였던 그룬헤잘드도 차원문 열고 인계로 넘어왔고, 퀸도 차원문을 열어서 엘리지아 차원의 땅을 소환한 적 있거든.”
“그런데?”
“그거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나도 차원문 좀 열어보자. 그리고 내친김에 관리자가 통신을 요청합니다 어쩌고 하는 거. 그것도.”
“흐음. 인간. 아직 수호자를 못 만나서 관리자의 스킬을 배우지 못했군. 차원문 같은 경우는 요즘은 머리 좀 돌아가는 프라이미벌도 쓰는 스킬인데 관리자가 못 쓴다니.”
용제가 딱하다는 듯 윤성을 쳐다보았다.
“놀리지 말고 좀. 선물도 가져왔다구.”
“선물?”
윤성이 인벤토리에서 용안을 꺼냈다.
땡그랑!
용제가 들고 있던 냄비가 떨어져서 요란한 소리를 냈다.
“정말로 내 용안을……. 대체 어떻게?”
“후후. 콜로라 뒤통수 좀 쳤지. 아무튼 약속한 물건은 가져왔어. 이제 용계는 연합하는 거다?”
“물론이지.”
용제가 용안을 받아들면서 흡족하게 미소지었다.
바깥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용제! 안에 있는가?”
“들어와라!”
용제가 소리쳤다.
뚜벅, 뚜벅.
구두가 바닥에 울려 퍼지는 소리가 났다.
용제의 마력도 강력하지만 입구에서부터 들어오는 남자는 그와 맞먹을 정도의 막강한 힘을 가졌다.
‘얼굴 보는 건 처음이군.’
마계의 관리자.
그룬헤잘드를 폐위시킨 최강의 마족.
마왕이 윤성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이 자는?”
“인계 관리자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용제. 인계 관리자는 퀸을 죽일 정도로 강력한 남자다. 드래곤의 기감이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라지만 이걸 못 알아보다니.”
마왕이 피식 웃으면서 식탁에 걸터앉았다.
“여봐라, 인간. 마스크 끼고 장난치지 말고 정체를 확실히 밝혀라.”
윤성이 어깨를 으쓱했다.
“난 인계 관리자 마스크맨이다.”
“웃기지 마라.”
“너네 차원에 바토리라고 라센 북부 사는 애 있지? 얼마 전엔 그룬헤잘드가 인계로 넘어와서 우리 길드를 쳐서 네가 나한테 통신 걸어서 사과도 하고?”
“뭐?”
“스킬이라도 몇 개 보여줄까?”
윤성의 손가락에 빛의 구체가 모였다.
마왕이 눈살을 찌푸리며 용제에게 시선을 돌렸다. 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인계 관리자 마스크맨이 맞다.”
“근데 마력 왜 이래?”
“내 경우엔 마스크맨을 처음 봤을 때도 저 정도였다. 실렌티 말로는 전투할 때 폭발적으로 치솟는다더군.”
용제가 말했다. 윤성은 굳이 첨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마왕. 당신은 여기 왜 찾아온 거지?”
“난 원래 용제와 자주 만난다. 원래는 마제스티엘이 주최하는 연합이었고 마이어도 반쯤 발을 걸치고 있었지.”
“이젠 우리 둘만 남았지만.”
용제가 빙긋 웃었다. 마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마제스티엘이 X를 쫓아버렸던 때, 용제와 나, 마이어 외에도 다른 관리자들이 완벽하게 연합하고 있었더라면 우리가 콜로라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용제가 가루다 알 찜을 커다란 볼에 담아 내왔다.
실렌티가 알 하나를 들어 쩍 쪼개어 반쪽을 윤성에게 주었다.
“난 됐어.”
윤성이 거절했다.
“먹을 만한데.”
“그 문제가 아니라. 전에 카일란과 싸우고 어쩌고 하는 중에 마스크를 잃어버렸거든.”
윤성이 말했다.
“지금 끼고 있는 이건 백마 길드에 잠깐 들렀을 때 임시로 하나 가져온 거야. 이건 입 부분만 마스크를 제거할 수가 없어.”
“그냥 벗고 먹지그래. 어차피 우리들은 네 얼굴을 안다.”
용제가 말했다.
“마왕은 모르잖아. 난 이 녀석 못 믿는다.”
“우리 사이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마왕이 서운한 듯 말했다.
“하지만 넌 아직 내 쪽에 붙을지 콜로라에 붙을지 결정하지 않았으니까.”
“마치 용제는 붙은 것처럼 말하는군.”
“붙었다.”
용제가 단칼에 잘라 말했다.
“내게 이걸 찾아줬거든.”
용안.
그 귀중한 보물을 보여주자 마왕의 눈빛이 달라졌다.
윤성이 빙긋 웃었다.
“마왕. 우리는 차원 연합을 다시 만들어볼 생각이야. 혹시 들어올 생각 없어?”
“차원 연합?”
“일곱 차원을 다 합칠 거다.”
“난 네가 일곱 차원을 다 박살 내고 다니는 줄 알았는데. 퀸도, 마더도, 최근엔 마이어도.”
“인계를 침공하려는 것들을 치워버렸을 뿐이야.”
윤성이 말했다.
“하지만 곧 모든 차원의 관리자들을 회복하고 연합을 만들 거다. 계획이 있어. 아직 여기 들어오지 않은 건 너뿐이다. 마왕.”
“마이어, 메탈로이드, 엘리지아를 어떻게 할 생각인데?”
“엘리지아는 내가 핵을 가지고 있다. 이걸로 퀸을 부활시킬 거야. 유체부터 자란댔으니, 그때부터 잘 다독여서 아군으로 만들어야지.”
“다른 둘은?”
“죽이고 새로 뽑을 거야. 이것도 계획이 있다.”
마왕이 음식을 내려놓고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흔들리고 있군.
“어차피 넌 나중에 결정한댔으니까 지금 답을 강요하는 건 아냐.”
윤성이 말했다.
“근데 부탁 하나만 들어주라. 나 차원문 여는 거랑 차원 통신하는 법 좀 알려줘.”
“그건 수호자에게 가야 하는데.”
“에어포스가 그 방법을 알지만 일식이 일어나야 한다더군.”
“용계는 오늘이 일식이다.”
용제가 말했다.
“지금 만나볼 테냐?”
“정말이야?”
윤성의 얼굴이 밝아졌다.
***
쾅!
백마 길드의 비서실 문이 왈칵 열리면서 안으로 누군가가 뛰쳐 들어왔다.
신차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뭐에요? 노크도 없이?”
서류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업무를 보던 차희가 눈살을 찌푸렸다.
“큰일 났어요!”
“뭐요? 또 10,000sY짜리 열렸대요?”
“어떻게 아셨어요?”
“진짜? 어디에요?”
차희가 벌떡 일어났다. 신차민이 침을 꿀꺽 삼켰다.
“백마 길드……. 상공…….”
“…….”
차희가 재빨리 서랍에서 마력 탐지기를 꺼냈다. 계기판이 0sY를 가리키고 있었다.
“0인데요?”
차희가 고개를 갸웃하다가 갑자기 얼굴이 하얘졌다.
0이 나오면 안 된다.
A급 헌터 신차민이 바로 앞에 있으니까. 마력을 뿜어내는 게 아니라도 최소한 5에서 10 이상은 측정되어야 한다.
“설마 경보음이 지금 안 울리는 것도?”
“마력 탐지기가 다 망가졌어요. 파장이 너무 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