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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187화 (187/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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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187화

꺼삐딴 본사. 중역 회의실.

꺼삐딴 길드의 최고 실력자들이 모두 모여 있다.

옌뚜르, 베아트리체와 딘야차, 카이야쓰, 앱실론, 캄블스. 그리고 최근에 간부 직위를 갖게 된 클리앙.

인계의 어쭙잖은 SS급 헌터들은 물론이고, 여러 차원의 관리자 중에서도 이들을 상대로 선전할 수 있는 자는 많지 않다.

마제스티엘이 죽은 지금은 마왕과 용제 정도만이 간신히 맞서볼 만할 것이다. 그조차도 간부 중 실력이 떨어지는 앱실론이나 젊은 클리앙까지가 한계일 테지만.

아직까지 쯔위민이 자리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회의는 시작되지 않았다.

“클리앙, 졸업 시험은 봤냐?”

카이야쓰가 물었다.

“거의 다 했죠. 업적만 제출하면 끝입니다.”

“클리앙 정도면 업적은 문제없지. 그동안 활약했던 것 중 아무거나 리포트로 써도 에이스일걸.”

옆에서 딘야차가 끼어들었다. 베아트리체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클리앙 정도면 사실상 옌뚜르 대표 이후로 최강 슈퍼 루키 아냐? 너 요즘 마정석 몇 개씩 먹니?”

“S급을 하루에 다섯 개씩 먹고 있습니다.”

클리앙이 대답했다. 간부들 모두가 놀란 얼굴이 되었다.

클리앙.

117기 최고 실력자.

한때는 E급. 그중에서도 무관 학교에서 가장 떨어지는 전사였던 클리앙을, 옌뚜르는 꺼삐딴 장학생으로 선발하여 집중 지원했다.

당시에도 꺼삐딴의 위상은 굉장히 높아서 고위 전사들의 자녀들도 꺼삐딴 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따라서 무관 학교에 막 입학한 풋내기 E급 클리앙을 옌뚜르가 지원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많은 이들이 옌뚜르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비난했지만 옌뚜르는 꿋꿋이 밀어붙였다.

그 이유는 클리앙의 성장 가능성을 매우 높게 점쳤기 때문.

클리앙이 가진 고유 스킬 <해독>.

상처 치유 계통의 마법도 아니고 몸에 들어온 독소를 중화시켜 제거하는 마법이다.

심지어 타인에게 써줄 수도 없고 본인만 가능한 스킬이라 정말이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마력을 소모하는 대신 그냥 해독제를 먹는 게 나으니까.

그러나 무관 학교에 강의를 하러 갔다가 클리앙을 발견한 옌뚜르는 <해독> 스킬이 마력 중화라는 점에 착안하여, 마정석을 먹을 때 발생하는 독소를 제거할 수 있을 거라 추측했다.

옌뚜르는 클리앙에게 마력 컨트롤을 가르쳤고, 수개월의 연습 끝에 클리앙은 E급 마정석에서 독소를 제거하고 마력만 흡수하는 기적적인 성과를 얻었다.

비록 E급 마정석 한 개분의 독소를 제거하고 나면 마력이 고갈되고 탈진하여 다음 마정석부터는 독성이 누적되었지만.

레벨이 꾸준히 오르고 마력이 충분히 쌓이면 그의 성장은 점점 빨라질 게 뻔했다.

‘성장 속도’가 늘어날 것이다.

다른 이들의 레벨업이 대수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클리앙의 경우엔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는 셈이니까.

‘이 아이에게 꺼삐딴의 미래를 맡긴다.’

옌뚜르는 당시에 간부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는 길드 내 모든 마정석을 먹을 수 있는 매우 특수한 권리를 클리앙에게 주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S급 마정석을 하루에 다섯 개씩 먹는다.

체력으로는 꺼삐딴 최강이라 할 수 있는 쯔위민이 S급 마정석을 하루에 두 개 먹으면 중독으로 온종일 몸져눕는다.

S급 마정석 다섯을 먹고도 마력만 소모했을 뿐 멀쩡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친 성장 잠재력인 것이다.

“쯔위민 선배 조만간에 최고 전사 자리에서 쫓겨나겠네…….”

베아트리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에이. 제가 어떻게 쯔위민 선배한테 되겠어요?”

“쯔위민이 대수냐?”

옌뚜르가 말했다.

“클리앙. 너는 쯔위민은 물론이고 나도 넘어서야 한다. 빠른 시일 내에. 넌 꺼삐딴의 차기 주자가 될 거고, 본국의 X등급 전사의 대항마로 성장해야 해.”

“노력하겠습니다.”

“지금도 잘 하고 있다. 부담 갖지 말고 그대로만 정진해.”

옌뚜르의 말끝에 딘야차가 끼어들었다.

“쯔위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클리앙. 그거 알아? 여기 회의장에서 무관학교 에이스 못 해본 사람 쯔위민 선배뿐이라는 거.”

딘야차가 말했다. 클리앙이 어깨를 으쓱했다.

“옌뚜르 대표님하고 기수가 겹치는 바람에 못 하셨던 거잖아요.”

“아무튼 에이스 못한 건 사실이잖아. 쯔위민 선배 지금도 그걸로 놀림 받는다고.”

옆에서 카이야쓰가 킥킥 웃었다. 딘야차와 카이야쓰. 둘 다 쯔위민, 옌뚜르보다 한두 기수 아래다.

옌뚜르는 대표라서 위신을 살려주지만, 쯔위민과는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

“근데 솔직히 제가 에이스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클리앙이 말했다.

“왜 못해?”

“이번에 꺼삐딴에 입단한 신인 중에 괴물 같은 사람이 하나 있거든요. 그 사람도 무관 학교 졸업 안 했을 거예요. 저보다 어리니까요. 이번에 시험 볼 수도 있고.”

“누군데?”

“강윤성이라고. 전투력 장난 아니에요. 그 사람 처음 봤을 때 레벨이 670이 넘었거든요.”

“굉장하군. 그 정도면 S급 상위권 정도 되겠는데.”

카이야쓰가 감탄했다.

“하지만 이젠 네가 훨씬 높을 거 아냐? 넌 그동안 마정석을 엄청 먹어서 이제 거의 SSS 수준일 텐데.”

베아트리체가 말했다.

“그렇긴 해요. 하지만 그 사람도 얼마나 컸을지 모르죠.”

“네 성장 속도를 따라올 수 있는 전사는 없어.”

베아트리체가 웃으며 클리앙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모르는 거죠. 업적에 따라서 빼앗길 수도……. S급 이상 실력이면 사실 졸업 시험 전투 테스트는 거의 다 만점일 텐데.”

“업적도 네가 이길 거야. 이번에만 해도 카일란 시신의 수습 정도면 엄청난 거지.”

베아트리체가 클리앙의 불안감을 위로했다. 옌뚜르가 끼어들었다.

“근데 네가 얘기한 그 신입. 강윤성?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저도 못 봤어요. 입단 계약서는 전에 썼기 때문에 아마 입단은 되어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 후로 얼굴을 못 봤네요.”

“누군지 궁금한데 한 번 불러봐.”

“대표님, 우리 길드 자율 활동 원칙이라 간부라도 용무 없이 함부로 못 부르거든요?”

베아트리체가 지적했다.

“그렇긴 한데, 임무를 주면 불러도 되지. 적당히 천계 사찰 같은 임무 맡겨서 설명해 준다고 본사로 불러.”

“알아보겠습니다.”

철컥.

클리앙이 대답하는데 문고리가 돌아가며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벌써 다들 모여 있었군.”

쯔위민이 한숨을 쉬며 들어왔다.

“어서 와라. 쯔위민. 씀푸는?”

“못 찾았다.”

“척루인은?”

“못 찾았어. 마이어 이 새끼가 이미 잡아먹었을 수도 있고. 그걸 물어보는 과정에서 포탈 타고 도망쳐 버려서. 돌아오면 찢어버릴 거야.”

“계는 어떻게 됐나?”

“카이야쓰나 딘야차한테 못 들었어? 간부들은 전부 죽였고, 우리한테 별 위협 안 될 것 같은 조무래기들만 남겨뒀다.”

“잘했다. 그런 잔챙이들 중에서라면 마이어의 힘을 각성해도 상관없어. 경험도 부족할 테고, 우리에게 대들 용기도 없을 테니.”

“그렇지. 그나저나 이번 안건은 천계 카일란 사망 문제지? 진짜 사방에서 난리군.”

쯔위민이 자리에 앉았다.

“근데 카일란 정도 실력자면 솔직히 여기서도 중간쯤은 할 텐데, 대체 누가 그놈을 죽인 거야? 지구에서 그만한 힘이 있는 놈은 마왕하고 용제뿐인데.”

“마스크맨이라고 한다.”

옌뚜르가 말했다.

“카일란의 허벅지 뼈에 마스크맨이라고 다잉메시지가 새겨져 있어.”

“젠장. 내가 그 새끼 진즉에 죽이자고 했잖아. 그놈 콜로라에 반항적인데 왜 계속 살려두는 거야? 후환이 된다고.”

쯔위민의 역정에 옌뚜르가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저도 궁금해요, 대표님. 대체 왜 마스크맨을 죽이는 걸 반대하시는 거예요?”

베아트리체가 물었다.

“마스크맨…… 솔직히 죽이려면 못 죽일 상대는 아니다.”

옌뚜르가 말했다.

“하지만 불안해. 뭔가 다른 관리자들을 상대할 때와 다른 느낌이야.”

“뭐가요?”

“그걸 나도 잘 설명하지 못하겠지만. 여태까지 그에 대해 수집한 데이터들을 토대로 계산을 해보면 말이야.”

옌뚜르가 프레젠테이션에 차트를 띄웠다.

샌텀 타워 앞에서 A급 가루다 던전을 클리어하다가 빈사 상태가 된 자료부터 시작이다.

중동에서 상급 게이트들을 싹쓸이하고 S급 던전을 클리어했다.

마계의 전대 패왕이었던 그룬헤잘드를 쓰러뜨리고 메탈로이드 통합 던전을 클리어하고 엘리지아 퀸을 혼자서 죽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카일란 길드의 마스터인 SSS급 콜로라 전사 카일란마저 살해.

“음.”

전사들이 고민에 잠긴 표정이 되었다. 옌뚜르가 말했다.

“관리자 중에서 한 번에 모든 힘을 각성하지 못하는 타입이 있긴 하다. 예를 들면 천계의 관리자 같은 경우에 스톤을 사용해야만 각성이 가능하지.”

“그렇죠.”

“하지만 이자는 그런 타입은 아닌 듯해. 전투력이 꾸준히 올라왔으니. 진짜 실력을 종잡을 수가 없어. 만약 성장형이라면 클리앙 이상의 성장 속도야.”

“그럼 더더욱 지금 죽여야 하는 것 아닙니까?”

카이야쓰가 물었다.

“정체불명에다 강한 적이다. 아무런 정보 없이 함부로 건드리고 싶진 않아.”

옌뚜르가 말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도 없는 상황 아닌가요?”

클리앙이 물었다.

“게다가 카일란 전사님이 돌아가신 마당에 그를 살려두면 여론이 안 좋아질 겁니다.”

“그렇긴 하지.”

“마스크맨을 제거하자.”

쯔위민이 말했다. 옌뚜르가 찜찜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전투 가능한 사람?”

그가 물었다.

테이블에 잠깐 침묵이 흘렀다.

“마이어 계를 징벌한 후라 솔직히 다들 마력이 고갈 상태야.”

쯔위민이 말했다.

“그렇겠지.”

“저는 전투 가능합니다.”

클리앙이 손을 들자 베아트리체가 따라 들었다.

“그럼 저도 가능.”

“안 돼.”

옌뚜르가 단호하게 금지했다.

“마이어와 다르게 이번 상대는 전력이 확인되지 않은 강적이야. 공격한다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최고 컨디션으로 한 번에 압살해야 해.”

“그럼 다들 회복된 다음에 들어가는 걸로?”

쯔위민이 묻자 옌뚜르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하지.”

“어떻게요?”

“일단 내가 마스크맨에게 연락을 취해서 천계에서 저지른 일에 대해 따지겠다. 그렇게 대화로 해결할 듯 시간을 좀 벌어놓고.”

“벌어놓고?”

“마이어를 이용한다.”

전사들이 모두 황당한 표정이 되었다.

“마이어를 어떻게 이용해요?”

클리앙이 물었다.

“그놈은 원래부터 권력욕이 심한 놈이었어. 쯔위민. 이번에 마이어계를 파괴할 때 그 녀석이 계속 마스크맨을 탓했다고 했지?”

“계속 주절주절 나불거렸다. ‘전부 마스크맨의 함정이다’, ‘나도 거짓말했던 것 미안하지만 콜로라 배신한 적 없다’는 식으로.”

“마이어는 수호자가 있는 곳으로 도망쳤지만 그곳에 오래 있지는 못해. 곧 되돌아오겠지. 그럼 그 녀석에게 우리가 알아보니 마스크맨 잘못이 맞더라고 얘기하겠다.”

옌뚜르가 말했다.

“그리고 그 녀석에게 메탈로이드를 주는 거야. 마더는 마력을 상당히 잃었고 내가 조금만 도와주면 마이어가 마더의 마력을 흡수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파워 업한 마이어에게 마스크맨을 치도록 한다?”

“그러면 꺼삐딴과의 관계를 회복시켜주겠다고 하는 거지.”

전사들이 감탄했다.

뚜르르르

갑자기 옌뚜르의 휴대폰이 울렸다.

“잠깐만.”

그가 휴대폰을 꺼내어 발신자를 확인했다. 꺼삐딴 행정실이다.

“무슨 일입니까?”

옌뚜르가 전화를 받자 행정실의 직원이 말했다.

-신입 전사가 대표님을 뵙고 싶다는데요.

“지금 회의 중인 거 모르십니까? 좀 기다리라고 하세요.”

-근데 자기가 척루인 전사님의 행방을 안다고 구출해 오겠다고 합니다.

“뭐라고요?”

옌뚜르의 눈이 커졌다.

“그 신입 이름이 뭡니까? 지금 어디 있어요?”

-행정실에 있죠. 이름은…….

직원이 말했다.

-강윤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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