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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186화 (186/260)

# 186

레벨업 속도는 9.8m/s^2 186화

59. 용제

“그대가 용계에 온 건 처음이지?”

황금 드래곤, 용제가 윤성에게 물었다. 윤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얘기하면, 난 다른 차원 여행한 것 자체가 얼마 안 됐어. 관리자가 된 것도 최근에 갑자기 벌어진 일이고.”

“모든 관리자들은 성장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인계의 관리자는 정말 특이하군.”

“다른 관리자들은 어떤데?”

“퀸 같은 경우는 하나의 핵에서부터 자라나 파충류처럼 영원히 성장한다. 어느 정도 상한이 있는 모양이지만. 그리고 마이어 같은 경우는 차원 내에서 가장 죽음에 가까운 이에게 저절로 엄청난 힘이 주어지는 식이고.”

용제가 말했다.

“천계의 관리자는 타고난 힘을 갈고닦아 충분한 수준과 인품에 이르렀을 때 마력 스톤을 사용해 각성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메탈로이드의 마더는 계와 관리자가 일치된 케이스지. 그 계가 탄생한 시점에 마더도 탄생했고 관리자가 됐으니.”

“당신은?”

“황금 열매를 먹을 수 있는 드래곤이 관리자의 힘을 각성한다.”

“황금 열매?”

“용계의 세계수에 천 년에 한 번 열리는 열매다. 대부분의 드래곤은 그걸 씹지도 못해. 너무 단단하거든.”

은근히 들어보니 재밌다. 꼭 옛날얘기 듣는 기분이군.

그리고 이 정보는 좀 더 자세히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만약 관리자의 각성이 정말로 차원의 마력을 흡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에어포스와 함께 인계에 있는 것이 문제가 될지도 모르니까.

“만약 천계의 관리자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다면 마력 스톤을 사용하자마자 성장 한계점까지 이르는 건가? 외부의 마력 같은 건 필요 없고?”

윤성이 물었다.

“내가 본 관리자는 마제스티엘뿐이라 항상 그렇다고 얘기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마제스티엘은 그랬다. 스톤 안에 각성에 필요한 모든 게 들어있고.”

“좋아. 다행이군.”

잠깐 침묵이 흘렀다. 윤성은 뭔가 고민하다가 화제를 바꿨다.

“용제. 당신한테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

“그대가 만들 차원 연합군에 들어오라는 것인가?”

용제가 되묻자 윤성과 실렌티가 모두 놀랐다.

“알고 있었어?”

“알고 계셨습니까?”

그들이 동시에 물었다.

“수호자에게 들었다. 인계에서 재밌는 조직이 출범하려고 한다고. 모든 관리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요청하더군.”

“정말?”

윤성이 환하게 웃었다.

“그럼 들어올 건가?”

“마왕은 좀 더 지켜보기로 한 것 같지만 나는 합류할 생각이다.”

윤성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용제의 힘은 한눈에 봐도 어마어마하다. 이런 게 있는데도 마제스티엘이 최강이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

“고마워.”

“하지만 조건이 있다.”

용제가 말했다.

“황금 열매를 먹은 용은 막대한 마력을 흡수하고 모든 피부가 금색으로 변하고 세 번째 눈을 뜨게 된다.”

“세 번째 눈?”

“용안이라고 불리는 것이지. 원래는 내 이마에 있었다.”

용제가 자신의 이마를 톡톡 두드렸다.

세로로 찢어진 흉터가 있다.

“원래 거기 있었다는 건, 지금은 없다는 뜻이야?”

“어찌 되었을 것 같은가?”

용제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옛날, X등급 콜로라 전사가 지구에 도착했을 때 연합군은 그와 격렬하게 싸웠다.”

“설마? X가?”

“그 설마가 맞다. X등급 전사가 내 이마에서 용안을 뽑아버렸다. 그는 나를 죽일 수도 있었지만 굴욕을 주고 떠났지.”

“혹시 나한테 제시하려는 조건이라는 게 그 용안을 찾아오는 건가?”

“바로 그렇다.”

“난이도 실화인가……. 지구에 존재하지도 않는 X등급 콜로라 전사를 찾아가서 죽통 돌려놓고 용안을 뺏어올 힘이 있으면 내가 차원 연합을 왜 해? 그냥 혼자 다 때려잡지.”

“후후. 용안은 옌뚜르에게 있다.”

“옌뚜르한테?”

“마제스티엘이 X를 날려 버린 후, 옌뚜르가 내게 거래를 제안했지. 자신이 용안을 갖고 있으니 꺼삐딴에 항복하면 돌려주겠다더군.”

“아직 네가 용안을 받지 못했다는 건 거절했다는 걸로 해석해도 되는 건가?”

“나는 대답을 유보했다. 그 후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났지. 옌뚜르는 언제까지고 기다려주겠다고 했다. X가 되돌아오기 전에만 결정하라면서.”

윤성이 고민에 잠겼다.

그는 지금 꺼삐딴 전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 잘만 하면 용안을 되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좋아. 한 번 알아보겠어.”

윤성이 말했다. 용제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가 개인적으로 너에게 선물을 주마. 천계를 지배하던 카일란을 제거해 준 데에 대한 답례다.”

“선물?”

용제는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황금 반지였다.

“용제! 그건 안 됩니다!”

실렌티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뭐지?’

윤성은 반지를 자세히 관찰했다.

강력한 마력. 하지만 파장이 매우 특이하다.

“이게 무슨 반진데?”

“내 선배격이었던 용제, 니드호그라는 드래곤이 있다. 그는 이미 수명이 다했지만 영체화해서 이곳에 남아 있지.”

“영체화?”

“드래곤이 쓸 수 있는 최고 난이도의 마법 중 하나다. 그리고 이 반지는 니드호그를 불러낼 수 있는 물건이다. 누구든 쓸 수 있지. 명령만 내리면 된다.”

“오.”

뜻밖의 득템인데?

용제가 계속 말했다.

“니드호그는 전대 용제였으니, 나만큼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용제! 진심입니까?”

실렌티가 다시 끼어들었다. 용제는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윤성에게 말했다.

“내가 너에게 이것을 맡기는 이유는 너에게서 반콜로라의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반콜로라…….”

“마제스티엘이 한 번 실패했던 그것을, 그의 의지를 네가 완성해 줄 수 있다면 나는 니드호그가 아니라 내 자신도 너에게 바칠 수 있다.”

“고마워. 아껴 쓸게.”

윤성이 반지를 받아들였다. 용제는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인계에 있는 네 길드 말인데.”

“뭔가 알고 있어?”

“좀 전에 수호자에게 들은 것뿐이다. 꽤 큰 위기에 봉착했었지만, 길드를 이끌고 있는 여자의 지혜로 무사히 넘겼다더군.”

“차희!”

윤성이 환하게 웃었다.

역시 대단한 여자다. 뭘 어쨌는진 모르겠지만 마이어와 쯔위민이 동시에 들어오는 위기 상황을 무사히 넘겼다니.

돌아가면 중요한 시점에 지각했다고 등짝 스매시를 맞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다행이군.

“근데 지금 수호자를 만나고 온 거야?”

윤성이 물었다.

“일식이 일어나야 만날 수 있다고 들었는데.”

“물론 그렇지만 수호자가 직접 막대한 마력을 소모해서 우리를 소집했다.”

“그게 가능해? 전부 참여했나?”

“후후. 그대가 할 말은 아니군.”

“왜?”

“수호자가 소집해도 관리자가 동의해야만 수호자의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대는 기절해 있었고, 그대가 반파해 버린 마더는 그대와 마주칠까 무서워서 소집을 거부했다.”

“음…….”

“그리고 마제스티엘은 이미 죽었고, 퀸은 그대가 최근에 소멸시켰지. 따라서 회의에 소집된 건 나와 마왕뿐이었다.”

“마이어는?”

용제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게 바로 긴급회의를 소집한 이유다. 인계 관리자. 그대의 정인이 쯔위민을 이용해 마이어를 파멸시켰다.”

윤성의 입이 떡 벌어졌다.

“정말이냐?”

“마이어계의 거의 모든 간부가 죽었다. 마이어 본인도 치명상을 입었지. 도망치다가 수호자의 긴급 소집을 받고 차원문이 열려서 간신히 목숨만 건진 것이다.”

“맙소사…….”

“그대 입장에선 나쁜 것은 아니다. 마이어는 인계를 점령하고 싶어 했으니까.”

“역시 그랬었나.”

“하지만 수호자 얘길 들어보니 그대 입장에서 마냥 좋은 상황도 아니다.”

“왜지?”

“꺼삐딴과 마이어는 잘 처리되었지만 그대가 천계에서 저지른 일이 문제가 되거든. 카일란의 피살 소식이 꺼삐딴에 전해질 거다.”

용제가 말했다.

“그리고 그에 대해 꺼삐딴이 그대에게 책임을 물으려 하겠지. 최악의 경우엔 공격해 올 수도 있고.”

“각오했던 일이야.”

윤성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 눈빛이 어쩐지 용제에겐 익숙하다.

‘젊은 마제스티엘을 보는 듯하군.’

***

천계의 수도 카엘룸.

젊고 잘 생긴 플라멘 계급의 남자가 종탑에 앉아있다.

그는 스마트 통신기를 꺼내어 다른 천사들의 눈에 띄지 않게끔 손으로 가렸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물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령>

1. 천계를 지배하고 있는 카엘룸 정당에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한다.

2. 닷새째 연락이 두절된 카일란과 그의 길드원 말리엘을 찾는다.

“마이어계 멸망시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또 지령이야?”

남자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젊은 여자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그녀는 남자보단 한 계급이 낮다.

세 쌍 날개를 가진 옥토리타스.

“너무한 거 아냐? 그치? 클리앙?”

그녀가 남자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가만히 있어요. 피클. 상황 심각하니까.”

“심각한 건 나도 보면 알아. 누구든 알걸.”

천사로 폴리모프한 꺼삐딴의 전사, 피클이 손을 들어 무언가를 가리켰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 끝.

폭발한 화산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어버린 도시 전경.

용암은 이곳 종탑 바로 앞까지 흘러왔고 화산재는 카엘룸 도시 전체에 휘날렸다.

사실 지금도 떨어지는 중이다.

매캐한 탄내. 역겨운 유황 냄새.

“카일란이 죽었을까?”

피클이 물었다.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령 첫 번째 임무는 도착하자마자 완수해버렸네. 카엘룸 정당에 문제가 생겼다 정도가 아니라 정당이 없어진 수준이잖아?”

“옌뚜르께서 상황이 심각하다면 먼저 마제스티엘의 스톤을 확인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빨리 가보자. 위치는 알아?”

“옌뚜르께서 알려주셨습니다.”

클리앙은 앞장서서 기도관으로 이동했다.

“이곳도 다 타버렸어.”

피클이 말했다.

“지하는 무사할 겁니다.”

클리앙은 녹아버린 카엘룩스 신상을 지나쳤다. 복도를 따라간 끝에 숨겨진 지하실 문을 열었다.

계단 아래로 발을 딛던 클리앙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었다.

“왜 그래?”

“시체 냄새가 납니다.”

“시체 냄새?”

“화산 폭발 때문에 생긴 문제가 아니에요. 따라오세요.”

서둘러 안으로 달려간 클리앙은 곧 플라멘의 시체 하나를 발견했다.

부패가 막 시작된 시체에서 악취가 풍겼다.

“플라멘 시체 같은데.”

“누군가 이자를 살해하고 마제스티엘의 스톤을 훔쳤군요.”

“누굴까?”

“모릅니다. 하지만 플라멘을 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입니다. 그리고 이번 화산 폭발과도 관련되어 있을 것 같군요.”

“하지만 저걸 사람이 인위적으로 하진 못해. 베아트리체 법관님 정도의 마법력이 아닌 이상.”

“관리자급이면……. 아닌가? 화산을 폭발시키는 마법을 가진 관리자가 있다는 얘긴 못 들었습니다. 지구의 수호자가 그런 건 관리자들에게 주지 않았을 거예요.”

“카일란을 살펴보러 가자.”

“빨리 갑시다.”

클리앙이 서둘러 지하실에서 튀어나오는 순간이었다.

그들의 눈앞에 플라멘 두 명이 나타났다.

“웬 놈들이냐!”

그들이 소리쳤다.

<마안 발동!>

클리앙의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비켜라. 우리를 카엘룩스에게 안내해라.”

“콜로라에서 오신 분들입니까?”

플라멘들이 재빨리 꼬리를 말았다.

“그렇다.”

“카엘룩스께선 지금 실종되셨습니다.”

“실종?”

“저……. 그리고 신전 본관에서 콜로라 전사의 시신 두 구가 발견되었습니다. 한 분은 사제복을 입고 있었고요.”

사제라면 말리엘일 것이다. 그는 힘이 모자라서 플라멘으로 변신하지 못했지만 어찌 되었든 카일란이 사제 직위를 주었으니.

그렇다면 나머지 하나는…….

“다른 한 사람은?”

“모르겠습니다.”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게 없었나?”

“사실 카엘룩스 님의 금관을 쓰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하하. 말이 안 되죠.”

플라멘들이 침을 꿀꺽 삼키며 몸을 떨었다.

클리앙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말했다.

“그 시신 앞으로 안내해라.”

***

이동하는 길. 피클이 클리앙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근데 왜 저 녀석들은 카엘룩스 금관을 보고도 못 알아보는 거야? 아무리 폴리모프가 풀렸대도.”

“천사들은 카엘룩스가 진짜 천사인 줄 안다.”

“정말?”

“카일란은 그동안 그런 연기를 해왔지. 꺼삐딴으로부터 천계를 구해낸 영웅. 그리고 그 후에도 오랜 시간 동안 꺼삐딴과의 훌륭한 외교로 천계를 지켜낸 통치자.”

“흠.”

“그는 플라멘들을 설득해 꺼삐딴에 복종하도록 했지. 지금 천사들은 혼란스러울 거야. 그게 천사 카엘룩스가 아니라 애초부터 콜로라 성인이었다는 셈이니까.”

“그럼 어떡하지?”

“아무 말도 하지 마.”

잠시 후 클리앙과 피클은 카일란의 시신 앞에 도달했다.

끔찍한 몰골이다. 완전히 싹 타버렸다. 이빨과 골격 따위로 콜로라 성인임을 간신히 구별할 수 있을 정도다.

“수고하셨습니다.”

클리앙은 그의 눈을 감겨주었다.

<호밍 발동!>

카일란의 시신이 연청색 빛을 발하면서 스르르 사라졌다.

“잠깐 자리 좀.”

클리앙은 방을 빠져나왔다. 천사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동해서 통신기를 꺼냈다.

그는 특이체질 덕분에 이제 최고 전사 쯔위민과 겨루어도 어느 정도 주고받을 수 있을 경지에 이르렀다.

이 정도 실력이면 가능한 것이 있다.

<통신 연결 발동!>

-클리앙이냐?

옌뚜르가 물었다.

“지금 카일란 선배님의 시신을 수습해서 보냈습니다.”

-역시 죽었었나? 대체 누가…….

“허벅지 뼈를 보십시오. 콜로라 문자로 범인의 정보가 새겨져 있습니다.”

-누군데?

“마스크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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