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속도는 9.8ms^2-185화 (185/260)

# 185

레벨업 속도는 9.8m/s^2 185화

밤 아홉 시.

백마 길드의 대부분의 직원들은 이미 퇴근했다.

그러나 이렇게 크고 막강한 회사들은 종종 비밀스럽고 중요한 일들을 밤늦게 처리하는 법이다.

똑똑똑.

대표 사무실의 문이 울리자 차희가 손님을 들였다.

“마이어계의 브리트마 님이 오셨습니다.”

그녀가 소개했다.

다리를 꼰 채로 대표 자리에 앉아있던 마스크맨이 자신의 마스크를 매만졌다.

“여기 앉아.”

그가 딱딱한 명령조로 손님용 소파를 가리켰다.

브리트마가 소파에 앉자 마스크맨은 곧장 본론을 꺼냈다.

“콜로라에 대해 알고 있는 걸 전부 얘기해 봐.”

“음.”

브리트마가 목을 다듬었다.

어쩐지 공기가 살벌한데?

“목소리가 생각보다 중후하시군요.”

브리트마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

“감기에 걸려서 목이 잠겼다. 딴 소리로 새지 마. 우리가 협력 전선을 펼쳐서 콜로라를 방어한다면 마이어가 얼마나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지부터 알아둬야 해.”

브리트마는 약간 당황하는 눈치였다. 마스크맨이 이처럼 고압적인 자세로 나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마이어께서는 전에 차원 통신을 연결했을 때 대화가 잘되었다고 하셨는데?’

마스크맨이 기분 좋게 연합을 받아들였다고. 그리고 그 선물로 미들로드를 주겠다고 했을 터이다.

그리고 그 선물을 브리트마는 이미 받았다. 아직도 접객실에 포박되어있다.

마스크맨을 만난 것은 공동 전선 구축을 명분으로 마이어계의 좀비들을 이곳으로 좀 들여놓겠다는 얘길 하려고 했던 것 뿐.

그러나 지금 마스크맨의 분위기는 말 한마디 잘못했다간 모가지를 잘라버릴 기세다.

“긴장하지 마시고 그냥 콜로라에 대해 아는 걸 얘기해 주시면 돼요.”

차희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전에 대표님 말씀을 들어보니, 마이어께서 폴리모프를 하실 수 있다던데요? 사실인가요?”

차희가 브리트마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그녀의 주의는 대표 자리에 앉아 있는 마스크맨에게 향해 있었다.

마스크맨의 어깨가 미세하게 움찔했다.

“물론 우리 마이어께선 폴리모프가 가능하십니다. 그걸로 콜로라에 들어가서 정보를 수집하고 계시죠.”

“놀랍군요. 그중에서 쓸만한 정보는 어떤 게 있죠?”

차희가 물었다.

“음. 콜로라 전사들의 임무 관련한 정보들? 지금 누가 마이어계에 와있는지, 누가 인계를 돌아다니는지 같은 걸 알고 있죠.”

브리트마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콜로라를 막아낼 작전은 있나요?”

차희가 물었다. 사실 이 점에 대해선 옛날 윤성에게 이미 들었던 적이 있다.

마이어는 멸망한 엘리지아계에서 마력을 흡수해서 파워를 올리자는 식으로 얘기했었다고 한다.

윤성은 그 정도로는 절대 안 될 거라고 판단했었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보자면 애초에 마이어 역시 멸망해 버린 계의 마력을 조금 뜯어간다고 뭐가 바뀌리라는 생각은 안 했을 것이다.

그들의 목표는 콜로라를 방어하는 게 아니라, 인계를 점령하는 것이니까.

그러나 차희가 이 질문을 던진 것은 이번에도 마스크맨이 듣게끔 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녀의 작전을 모르는 순진한 브리트마가 대답했다.

“전에도 대표님께 우리 마이어께서 말씀드렸듯이, 엘리지아계의 토양에 있는 풍부한 마력을 흡수할 겁니다.”

“그런다고 X등급 정도가 되진 않을 텐데요?”

차희가 지적했다.

“아. 그렇겠죠. 하지만 마제스티엘의 마력 스톤까지 습득할 수 있다면 가능할 겁니다. 우리는 마제스티엘의 마력 스톤이 어디에 있는지도 거의 파악했거든요.”

“마제스티엘?”

마스크맨이 날카롭게 반응했다.

“스톤은 천계에 있는 걸로 생각됩니다. 마제스티엘에게 일곱 차원 최강의 힘을 주었던 막강한 스톤이죠.”

브리트마가 신나서 떠들었다.

‘그동안 마이어계에서 파악한 마스크맨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볼 때, 마스크맨은 천계에 대해서 잘 모른다.’

천계의 강력한 관리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힘을 가질 수 있다고 하면 구미가 당기겠지.

“마력 스톤은 파장 변환기를 사용하면 스톤의 주인이 아니라도 쓸 수 있습니다.”

브리트마가 말했다.

“엘리지아의 마력을 흡수하고 마력 스톤도 흡수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대표님. 그러면 X등급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힘으로 콜로라를 막을 수 있다?”

마스크맨이 되물었다.

“물론이죠.”

브리트마가 밝게 대답했다.

차희는 마스크맨의 눈치를 살폈다.

슬슬 떡밥을 던져볼까?

“하지만 그 계산이 정확한 것인지 솔직히 모르겠군요. 혹시 콜로라 전사와 싸워보신 경험이 있나요?”

그녀가 브리트마에게 물었다.

“마이어계에는 콜로라 전사들이 종종 옵니다. 그곳은 질서가 덜 잡혀 있고 국민이라든지 생명권이라든지 그런 개념이 좀 덜하거든요.”

브리트마가 설명했다.

“일종의 무법지대 같은 거죠. 누굴 죽여도 딱히 처벌받지 않고. 그래서 콜로라 전사들이 ‘사냥’을 하러 종종 옵니다.”

브리트마가 비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르는 거죠. 역으로 자기들이 사냥당할 수도 있다는 걸.”

마스크맨의 어깨가 또다시 움찔했다. 브리트마가 계속 말했다.

“저도 꽤 많이 잡아봤습니다. 그러니 콜로라의 전투력은 우리가 잘 압니다. 최근에도 마이어 님과 함께 젊은 여전사 하나를 잡아먹었어요.”

“젊은…… 여전사……?”

마스크맨의 목소리가 떨렸다.

“마이어께서 저를 통해 대표님께 동맹의 증거를 하나 전해드리겠다고 했었죠?”

브리트마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펜던트.

바디에는 커다란 황금 링이 들어가 있고, 네 개의 줄이 새겨져 있다.

클로를 본뜬 형상. 그 아래에는 다이아몬드 큐빅이 박혔다.

“콜로라 최고의 길드. 꺼삐딴의 전사들이 쓰는 목걸이입니다.”

마스크맨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펜던트를 받아들었다.

금색 링에 주인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씀푸>

브리트마가 빙그레 웃었다.

“저희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이미 꺼삐딴 전사를 죽여본 적이 있다는 증거로 드리는…….”

콰아앙!

갑자기 마스크맨이 책상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

그 거대한 중역용 책상이 빈 종이상자처럼 솟구쳐 천장을 찌그러뜨리고는 떨어졌다.

마스크맨의 몸에서부터 어마어마한 마력이 발산되었다.

마이어보다도 훨씬 막강하다.

“이건…….”

마스크맨이 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고?

브리트마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이건 말이 안 된다. 퀸을 쓰러뜨렸다곤 했지만 이 정도라는 보고는 들은 적 없다.

“아니, 이게 대체?”

“닥……쳐라…….”

마스크맨이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한 걸음씩 다가왔다.

브리트마는 본능적으로 달아나야 함을 느꼈지만 호랑이를 앞둔 토끼처럼 몸이 굳어버렸다.

콰악!

마스크맨이 브리트마의 목을 한 손으로 억세게 움켜쥐었다.

그가 마스크를 벗어던졌다. 중년 신사의 얼굴이 나타났다.

“마, 마스크맨. 컥! 왜 이러십…….”

“내가 인계 관리자 같으냐?”

<폴리모프 해제!>

부풀어 오르는 근육에 정장 셔츠가 찢어졌다.

브리트마의 목을 부러뜨릴 것처럼 움켜쥔 손등에 털이 숭숭 솟아올랐다.

꺼삐딴의 최고 전사 쯔위민이 증오에 불타는 눈으로 브리트마를 쏘아보았다.

“오, 오해입……. 컥! ……니다!”

“뭐가 오해냐? 이 목걸이가 있는데.”

“저흭, 켁! 이, 이것 좀…….”

쯔위민은 이를 부득 갈더니 브리트마를 거칠게 집어던졌다.

콰앙!

“으아아……. 으윽.”

벽에 부딪힌 브리트마가 숨을 토하면서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그, 그 목걸이는 씀푸님의 방에서 주운 겁니다! 우, 우리가 어떻게 콜로라 전사를 죽이겠습니까?”

“하지만 씀푸와 연락이 끊겼다. 그리고 방금 그렇게 말했잖아?”

“그분이 어디로 갔는지는 저희도 모릅니다! 정말입니다. 죄송합니다. 인계를 속이려고 했던 겁니다. 인계를 지배하려고요!”

“헛소리하지 마라. 그런 계획이 있었다면 마이어가 꺼삐딴에 알렸겠지. 비밀로 했던 것은…….”

“소, 솔직히 말하면, 옌뚜르 님이 인계를 평화적으로 포섭하려고 하시니까 그것 때문에 못 한 겁니다.”

“뭘 못 해?”

“마이어께선 인간들을 모두 좀비로 타락시키고 인계를 점령하시려고 했는데……. 마스크맨을 포섭하려는 옌뚜르께선 허락을 안 해줄 테니까…… 일단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진 비밀로……. 흑흑. 정말입니다.”

브리트마가 공포에 질려 울기 시작했다.

“인계를 삼킨 후에는 마정석을 전부 헌납하면서 사실대로 밝히려고 했습니다. 마이어께선 콜로라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정말입니다.”

“됐다. 그 얘기는 사실 별로 관심 없어. 씀푸에 대해서나 얘기 해봐라. 아는 대로.”

“그, 그분은 쯔위민 전사님의 동생분이신 만큼 마이어께서 잘 챙겨주셨고, 우리 계의 간부들하고도 친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겁니다. 정말입니다. 진짜에요. 저 목걸이만 남기고요. 사냥 나갔다가 돌아오시지 않았습니다. 진짜로 그랬습니다.”

차희는 골똘히 고민에 잠겨 있었다.

쯔위민의 동생이라고? 이런 키워드가 또 있었다니.

오후에 브리트마와 독대할 때 선물을 보여 달라니까 그는 콜로라 전사의 목걸이를 내밀었다.

이 정도면 쯔위민을 자극하기 좋겠다 생각하긴 했는데 하필 그게 쯔위민의 동생의 것이었다니.

운이 좋았지만 좀 위험하기도 했군. 잘 몰라서 컨트롤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으니까.

아무튼 지금 상황은 나쁘지 않다.

‘쯔위민을 좀 더 자극해볼까?’

차희가 쯔위민 옆으로 슬쩍 들어오며 브리트마에게 물었다.

“척루인은 어떻게 하셨죠?”

“누, 누구요?”

“미국, 턴파이크 국도에서 당신들이 습격했던 콜로라 전사 말이에요.”

“저흰 그런 적이 없습니다.”

“거짓말하지 마라.”

쯔위민이 단호하게 그의 말을 부정했다.

“이미 척루인을 습격했던 네놈의 동료를 내 눈으로 보았다. 인계에 그 정도로 강력한 마이어 전사가 돌아다니는 건 처음 봤지. 이 인간이 내게 보여주었다.”

“강력한 마이어 전사요?”

“그래. 네놈 이상으로 강했다. 그래봤자 내겐 별 위협이 못 되지만.”

쯔위민이 브리트마의 머리를 덥썩 움켜쥐었다.

“척루인을 어쨌는지 얘기해라. 생포해서 마이어계로 끌고 갔다고 들었는데, 어디에 숨겼지?”

“정말로 저는 모릅…….”

브리트마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잠깐만. 나만큼 강력한 마이어 전사가 인계를 돌아다닌다고?’

지금 마이어계에서 인계로 넘어온 간부는 브리트마 하나뿐이다.

현직 간부만 따진다면.

그러나 이미 폐위된 옛 간부가 있다.

“미들로드……?”

얼빠진 브리트마의 표정을 마주하고, 쯔위민의 등 뒤에서 차희가 살며시 미소 지었다.

“이, 이 개 같은 년!”

브리트마가 벌떡 일어나려 했지만 쯔위민이 그의 어깨를 꽉 억눌렀다.

쿠웅!

그를 다시 주저앉힌 쯔위민이 다시 추궁했다.

“어차피 네놈은 더 살지는 못한다. 내가 널 죽이고 마이어를 직접 쥐어 패서 씀푸와 척루인을 구출할 테니까.”

“최고 전사님! 정말 억울합니다. 이건 다 저 년이 꾸민 겁니다!”

“제가요?”

차희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신지. 저는 헌터 학교 졸업할 때 각성도 포기해 버린 일반인인데요.”

차희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제가 어떻게 한 차원의 관리자와 꺼삐딴 최고 전사님을 속여요?”

“이 여자가 내게 거짓말을 한 정황은 없다.”

쯔위민이 말했다.

“그러나 마이어는 모든 신뢰를 잃었다. 네가 필요한 정보를 내놓지 않겠다면 나도 시간 끌 생각 없다. 어서 말해라.”

“정말 모릅니다!”

“알았다.”

쫘아아악!

쯔위민이 브리트마의 몸에서부터 머리를 뽑아버렸다. 척추가 주르르 딸려오며 피가 사방에 튀었다.

경악한 차희의 몸이 얼어붙었다.

툭.

쯔위민은 브리트마의 사체를 바닥에 던져두고 차희를 돌아보았다.

“청소하기 힘들겠군. 미안하다.”

“네……? 네? 아닙니다! 괜찮아요. 대표님껜 잘 말씀 드릴게요.”

“고맙다.”

쯔위민은 인벤토리에서 스마트 통신기를 꺼냈다.

손으로 몇 번 터치하고는 마력을 쏟아 부어 차원간의 경계막을 힘으로 뚫었다.

일곱 차원의 관리자들이 사용하던 마법 통신과는 다른 종류다.

그것은 수호자의 도움을 받은 것이지만 이건 순수한 마력과 기계의 힘을 빌려 파장 간섭을 뚫어버린 차원 통신이다.

치지지직

통신기에서 잡음이 튀었다.

-쯔위민이냐?

옌뚜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콜로라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는 차희는 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애썼지만 이해할 수는 없었다.

“옌뚜르, 래티시아의 시신을 보냈다. 받았냐?”

쯔위민이 물었다.

-그래……. 예를 지내는 중이다.

“마이어가 우릴 배신했다. 이제 명확해졌다. 인계에 협력 전선을 제안하는 것을 내가 직접 보았다.”

-그런가?

“그리고 씀푸를 그놈들이…….”

쯔위민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몇 명이나 지원해 줄까?

“몇이나 움직일 수 있는데?”

-지금 남는 최상급은 베아트리체와 딘야차, 카이야쓰 정도다.

“그 세 사람 받고. 클리앙은 얼마나 컸지?”

-급할 때 내 대타로 뛸 정도.

“클리앙도 투입시켜. 대전사는 열 명만 보내면 된다.”

-그걸로 충분하겠나?

“남아돌지.”

-며칠이나 걸리겠어?

“장난해? 옌뚜르. 난 무관 학교 졸업 시험에서 너와 에이스 결정전을 치른 이후 최초로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쯔위민이 말했다.

“며칠씩 필요없어. 시간 단위다. 내일 정오까지 마이어를 죽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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