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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179화 (179/260)

# 179

레벨업 속도는 9.8m/s^2 179화

플라멘은 끔찍한 치명상을 입은 상태로 윤성과의 전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당혹감과 고통에 정신을 못 차리면서도 윤성에게 반격을 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윤성은 그의 바로 앞까지 달려든 상태였다.

<빛의 산탄 발동!>

“크헉!”

근거리에서 폭발적으로 발사된 섬광.

플라멘의 몸이 무너졌다.

그러나 곧 죽어도 플라멘 계급의 천사다. 그의 손아귀에 강력한 마력이 모여들었다.

<빛의 탄환 발동!>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스킬은 윤성이 오랫동안 써온 것으로 극도로 숙련된 것이었다.

윤성은 마력이 모여드는 것을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그의 손목을 꺾어버렸다.

콰앙!

플라멘이 발사한 빛의 탄환은 지하실 벽면을 타격했고, 윤성의 손아귀엔 이제 엄청난 열기가 이글거렸다.

<인페르노 발동!>

“아아아악!”

플라멘의 비명 소리가 동굴에 울려 퍼졌다.

인페르노 때문만이 아니다. 윤성이 오른손으로 단검을 회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퍽!

몸통을 절반쯤 관통한 단검의 인공지능은 그냥 앞으로 뚫고 나오는 쪽을 선택했다.

분출하는 피.

플라멘이 풀썩 무릎을 꿇었다.

윤성은 오른손으로 돌아오는 단검을 단단히 낚아챘다.

싸아악!

단번에 플라멘의 목을 쳐버렸다.

퍼억!

윤성은 무너져 내리는 시체를 발로 차서 옆으로 치워 버렸다.

뒤에는 헬라엘이 빳빳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정말이지 종잡을 수가 없군……. 이 사악함이란. 이제는 옌뚜르를 보는 듯한 기분이야. 쯔위민도 이렇게 잔인하진 않았는데…….”

“뭐. 악당들하고 싸우려면 악당만큼은 악독해야 하니까. 자. 아무튼 일은 끝났다.”

윤성이 스톤을 가리켰다. 헬라엘이 얼른 다가갔다.

“지금 사용해 보겠다. 내가 마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잠깐만. 들어봐. 헬라엘.”

윤성이 그를 멈추었다.

“네가 마력 파장 변환기를 제거하고 스톤을 습득하면 카엘룩스가 힘을 잃어버린댔지?”

“그래.”

“그럼 지금 마력 파장 변환기를 제거하면 안 된다. 카엘룩스가 이상을 느끼고 플라멘을 잔뜩 끌고 올 거 아냐?”

“그 전에 도망치면 되지.”

“난 카엘룩스를 죽이고 싶다니까. 군대를 끌고 오기 전에 그놈과 독대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해.”

헬라엘은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분명 카엘룩스를 죽이겠다고 장담하긴 했지만 진심인가?

마제스티엘의 마력 스톤을 회수한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성과다. 대체 어디까지 욕심을 부리는 거지?

“그럼……. 어떻게 하고 싶은 거지?”

“다행히 변환기도 크기가 크진 않은 것 같은데.”

윤성은 변환기째로 마력 스톤을 집어 들었다.

팔뚝만 한 크기. 하얀 김이 조금씩 나오고 있으니 마치 가습기 같은 느낌이다.

“이걸 네가 가지고 있어라.”

윤성이 변환기와 마력스톤을 내밀었다.

“어, 어쩌라고?”

헬라엘이 당황했다.

“이걸 가지고 신전 공터로 돌아가. 실렌티 근처에 숨어 있어. 넌 거지꼴이니까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을 거야.”

윤성이 헬라엘의 누더기를 여며서 옷 안에 마력스톤과 변환기를 숨겨주었다.

“좋아. 감쪽같아.”

“진심이냐?”

“실렌티 근처에 있으면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을 거야. 여차하면 그 드래곤이 날뛰면 되니까.”

“그럼 넌?”

“나는 지금부터 신전 본관으로 이동해서 카엘룩스를 만날 거다. 콜로라 성인인 척, 그놈한테 정보를 뽑아내다가 상황 봐서 너한테 신호를 보내지.”

“신호?”

<빛의 탄환 발동!>

윤성이 벽에다 섬광 한 줄기를 쏘았다.

“카엘룩스랑 얘기하다 분위기 봐서 창문을 열고 하늘로 이걸 쏘겠다.”

“그럼 변환기에서 스톤을 떼어내라고?”

“그렇지. 그리고 곧바로 실렌티와 같이 현장을 이탈해. 난 카엘룩스를 죽이고 알아서 빠져나갈 테니까.”

“정말……. 미친 계획이군.”

“그리고 부탁이 하나 더 있다. 힘을 되찾으면 신중석 헌터에게 돌아가. 그 사람을 인계로 보내줘.”

“넌 인계로 어떻게 내려가려고?”

“난 알아서 갈 테니 신경 쓰지 말고.”

헬라엘은 윤성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걱정스러운 눈치다.

“아무래도 난 이 작전이 불안하다. 넌 확실히 특이하고 강하긴 하지만 플라멘을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닐 것 같은데. 카엘룩스는 스톤의 힘을 잃어버려도 최고의 플라멘 중 하나다.”

“그건 걱정 마. 나한테도 수가 있으니까.”

윤성이 랜더의 시계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아, 나가기 전에 핏자국부터 좀 지워야겠군.”

윤성이 옷에 튄 핏물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랜더의 전투복 발동!>

<디스가이징 발동!>

<현재 세이브된 외형 : 없음>

윤성이 헬라엘의 옷을 슬쩍 만졌다.

슈욱

윤성의 전투복이 스팀 세탁을 마친 의복처럼 김을 뿜어내더니 헬라엘의 누더기로 변했다.

***

강력한 플라멘일수록 카엘룩스나 콜로라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을 거라는 판단이 적중했다.

신전 안을 몇 분간 헤맨 끝에 윤성은 손쉽게 말이 통하는 플라멘 하나를 찾아냈다.

이번 녀석은 기도관 지하에서 보았던 놈보다도 훨씬 강한 놈이다.

‘이 정도면 그룬헤잘드랑 싸워도 안 밀리겠어.’

그의 마력을 가늠해 본 윤성은 혀를 내두르며 그의 안내를 받았다.

“지금 카엘룩스 님은 목욕 중이시니 집무실에서 기다리시죠.”

카엘룩스의 집무실로 이동하며 그가 말했다.

“근데 꺼삐딴에서 전할 중요한 업무라는 게 무엇인지 좀 알려주시면 제가 처리해드릴 수도…….”

“카엘룩스와 직접 얘기할 겁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넘었군요. 이 앞이 집무실입니다.”

플라멘은 약간 자존심 상한 표정으로 방문을 열어주었다. 그가 떠나려 하자 윤성이 붙잡았다.

“여기 잠깐 계시죠. 이따가 카엘룩스와 얘기할 때 같이 합시다.”

“제가요?”

“네.”

윤성은 플라멘과 함께 집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깨끗하고 넓은 방이다. 지금은 그와 플라멘 둘뿐.

카엘룩스가 도착하면 정보를 수집한 다음 헬라엘에게 신호를 보내고 랜더의 시계를 발동한다.

이곳에서 둘을 한꺼번에 처리할 생각이다. 엘리지아 퀸도 때려잡았던 전투력이라면 어렵지 않을 거다.

적어도 윤성의 얼굴을 보고 꺼삐딴 길드원이라 생각한 이들 중에서는 살아 있는 자를 남기지 않을 셈이었다.

콜로라에서 정보를 모을 때 엄한 소리가 나오면 안 되니까.

‘카엘룩스와 플라멘을 죽인 다음, 버프를 모두 리셋하고 나가서 암살자가 들어와 둘을 죽였다고 소리친다.’

그리고는 천사들에게 적당히 둘러대고 나가서 순간이동석을 쓰면 끝. 후에 꺼삐딴에서 추궁받아도 모른다고 잡아떼면 찍어내기 쉽지 않을 거다.

“굉장히 책들이 많군요.”

어색한 침묵이 흐르자 윤성이 책장을 가리키며 플라멘에게 말을 걸었다.

“카엘룩스 님은 애독가니까요.”

“좀 봐도 됩니까?”

“그러시죠.”

윤성은 책을 한 권씩 꺼내며 살펴보았다.

천계의 역사책들이 잔뜩 늘어서 있다.

“역사책들이 많군요.”

“네.”

“천계의 근대 역사서만 30권이 넘는데. 거의 역사학자 수준인데요?”

“원래는 그렇게 역사에 관심이 많은 분은 아니었습니다만. 아무래도 마제스티엘의 뒤를 이어 이 나라를 통치하려다 보니 그리되셨겠죠.”

“그렇군요. 당신 이름이 뭐죠?”

“일리엘입니다.”

“일리엘. 당신은 언제부터 콜로라에게 충성했습니까?”

“마제스티엘 대천사님이 돌아가신 후, 카엘룩스 님께서 그들에게 항복하자고 얘기하셨습니다.”

“헬라엘은 그걸 거절했고요?”

“헬라엘에 대해 아십니까?”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게 조금 있는 정도입니다.”

“그 녀석은 카엘룩스 님을 시기했어요. 자신이 마제스티엘 대천사님 다음가는 전사인데도, 마제스티엘 대천사님은 카엘룩스 님을 더 신뢰하셨으니까요.”

“왜 그랬을까요?”

“카엘룩스 님은 단순히 강하기만 한 게 아닙니다. 그분은 정의롭고 지혜롭죠.”

“그 지혜로 콜로라 편에 서기로 했다?”

“그렇습니다. 대천사님조차 그들을 막지 못한 것을 보시고는 천계를 지키는 방법은 이뿐이라 판단하셨죠.”

윤성은 인상을 찌푸렸다.

철컥.

마침 이야기의 당사자가 돌아왔다.

“앗. 꺼삐딴의 손님께서 와 계셨군요.”

카엘룩스가 집무실 의자로 돌아오며 말했다.

“실렌티의 공격을 받았을 때 당신이 갑자기 사라져서 걱정했습니다.”

“사정이 있어 잠깐 자리를 피했습니다.”

“근데 자릴 피하실 때 인간 헌터가 사라졌더군요?”

카엘룩스가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말했다.

“그랬습니까?”

윤성이 능청을 떨었다.

“드래곤들의 공격 때문에 감옥이 파괴되었던 모양이죠?”

“그랬으면 좋겠군요.”

카엘룩스가 대답했다. 그는 소파에 걸터앉으며 윤성에게 물었다.

“그래서 꺼삐딴에서 제게 무슨 일로 오신 것이죠?”

“사실 저는 꺼삐딴의 임무를 받고 온 건 아닙니다.”

“그럼요?”

“당신에게 흥미가 있어 찾아왔죠.”

“제게요?”

“마제스티엘의 마력 스톤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윤성의 질문에 카엘룩스가 잠깐 침묵했다. 윤성은 그 눈치를 예리하게 읽었다.

카엘룩스가 대답했다.

“어떻게 아셨죠?”

꺼삐딴은 원래 모르고 있어야 하는 정보군?

윤성이 창가에 걸터앉으며 피식 웃었다.

“꺼삐딴의 정보를 얕보지 마십시오. 우리는 당신들의 머리 위에 있으니.”

“그렇습니까?”

“그 마력 스톤으로 뭘 하려고 했습니까?”

윤성이 물었다.

“당신의 마력이 상당히 올라갔는데. 천계를 재조직해서 우리에게 반기를 들려는 것 아닙니까?”

일리엘이 움찔했다.

윤성은 카엘룩스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이 남자의 진의를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

죽여 버릴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아직까지는 헬라엘의 일방적인 정보뿐이니까.

만약 카엘룩스가 마제스티엘의 빈자리를 지키면서 콜로라에 맞설 힘을 키울 때까지 천계를 보존하기 위한 외교를 해온 것이라면?

그를 죽이는 건 꽤나 뼈아픈 손실이 될 것이다.

“아까 얘기했듯이 저는 꺼삐딴의 임무를 받아서 여기 온 게 아닙니다.”

윤성이 말했다.

“무슨 뜻인지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을 돕고 싶은 것이니 진실 되게 답하시죠.”

카엘룩스가 가만히 윤성을 노려보았다. 긴장감 가득한 침묵.

일리엘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방 안에 살기가 가득하다.

창문 밖으로 왼손을 빼놓은 윤성은 랜더의 시계를 이미 켜놓은 상태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발동 가능하며 곧바로 빛의 탄환을 쏠 것이다.

‘자. 얘기해라, 카엘룩스. 진심을 털어놔!’

“저에 대해 뭔가 오해하고 계시는군요.”

카엘룩스가 대답했다.

“전 꺼삐딴 편입니다.”

“확실합니까? 당신이 꺼삐딴의 반대편에 서더라도 나는 당신을 지지할 텐데. 듣는 귀 하나쯤 처치하는 건 일도 아니고.”

윤성이 일리엘을 힐끔 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확실합니다. 저는 꺼삐딴 편입니다. 당신은 대체 뭘 하려는 겁니까?”

윤성이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이제 널 죽일 거다.”

<랜더의 시계 발동!>

<빛의 탄환 발동!>

윤성의 마력이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무슨…….”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낀 일리엘이 검을 빼 들었지만 늦었다.

<단검 투척 타겟.>

윤성이 집어던진 단검이 일리엘의 가슴을 찔렀다.

“아악!”

콰앙!

창틀을 박차고 단번에 날아든 윤성이 일리엘의 머리를 움켜쥐고 벽에다 처박았다.

막대한 힘에 그의 머리가 으깨져 버렸다.

윤성은 단검을 뽑아서 빙글 돌리며 카엘룩스를 바라보았다.

카엘룩스는 빙그레 웃음 지었다.

“재밌군. 대체 네 정체가 뭐지?”

“꺼삐딴 전사라고 했을 텐데.”

윤성이 대답했다.

“풋. 하하하하!”

돌연 카엘룩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연기는 그만둬라. 네가 꺼삐딴 전사가 아니라는 건 나도 좀 전의 대화로 이미 파악했으니까.”

“뭐라고?”

“그래. 얘기하기 싫어도 반쯤 죽여 놓으면 정체를 털어놓겠지. 자. 와라.”

“그렇게 자신할 때가 아닐 텐데. 카엘룩스. 네 힘의 원천인 마력 스톤이 이제 파장 변환기에서 제거되었을 거다.”

“내 힘의 원천?”

카엘룩스가 쿡쿡 웃었다.

“마력 파장 변환기는 애초에 내게 아무런 힘도 주지 않았다. 콜로라 성인에게 맞을 리가 있겠나? 그건 다른 천사들을 속이기 위한 물건이었을 뿐이야.”

“뭐라고?”

“하하하하! 네가 꺼삐딴 전사가 아니라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알려줄까?”

“……?”

“마력 스톤이 내게 있다는 건 꺼삐딴도 이미 알고 있어. 그리고 내가 그걸 못 쓴다는 것도 알고 있지.”

“뭐?”

“꺼삐딴도 이미 알고 있는 정보라는 뜻이다. 내가.”

<폴리모프 해제.>

“콜로라 전사이고 천사 카엘룩스는 옛 저녁에 죽었다는 사실을 말이야.”

카엘룩스의 날개가 사그라들었다. 금색 천사의 갑옷은 핏빛야수의 검은 전투복으로 변했다.

새하얀 피부에는 잔털이 솟아오르고 눈은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양손에는 길고 날카로운 클로.

“변환기에서 스톤을 제거해도 내 힘은 떨어지지 않는다.”

카엘룩스가 말했다.

“난 카일란 길드의 마스터. 콜로라 전사 카일란이니까. 이 힘은 원래 내 것이다.”

“이런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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