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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178화 (178/260)

# 178

레벨업 속도는 9.8m/s^2 178화

말리엘은 사람들의 부축을 받아 신전 본관으로 이동했다.

공터가 텅 비자 윤성과 헬라엘이 조심스럽게 실렌티에게 다가왔다.

“실렌티 괜찮냐?”

헬라엘이 물었다. 실렌티는 얼떨떨한 표정이다.

“헬라엘! 날개는 다 어디 갔나? 리베르티가 됐잖아? 마력은 또 왜 이 모양이야?”

“전부 잃어버렸다.”

“냄새가 아니면 너인 줄 못 알아볼 정도다. 어쩌다 이렇게…….”

“대천사님이 죽임을 당하던 날, 나도 강력한 마법을 맞아서 모든 힘을 상실했다.”

“옌뚜르!”

실렌티의 눈이 분노로 번들거렸다.

“그놈이 네 날개를 모두 떼어버린 것인가?”

“잠깐만. 옌뚜르가 그랬다고?”

윤성이 끼어들었다.

헬라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콜로라 세력과 전투를 벌인다면 옌뚜르에게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라. 그자의 마안은 정말 위험하다. 나는 마안에 당해서 모든 날개를 잃어버린 거야. 어떤 의미론 X등급보다 더 위험한 적일 수도 있다.”

이건 좀 충격적인데.

카엘룩스를 호위하던 플라멘들은 모두 상당히 강력한 마력을 갖고 있었다.

헬라엘 역시 플라멘이었다면 그 이상이었겠지. 마제스티엘 다음 가는 천사였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마안이라는 스킬 하나를 시전하는 것만으로 그의 모든 힘을 파괴할 수 있을 정도라고?

어쩌면 생각보다 옌뚜르의 전투력은 훨씬 높을 수도 있다.

“마제스티엘과 옌뚜르가 싸운다면 누가 이길 것 같아?”

윤성이 물었다.

“냉정하게?”

“냉정하게.”

“옌뚜르를 이길 수 있는 관리자는 지구에 없다.”

실렌티가 끼어들었다.

“옌뚜르는 고사하고 그보다 급수가 낮은 쯔위민이나 베아트리체 같은 꺼삐딴의 간부들을 상대로도 쉽지 않을 거다.”

“아니. 난 생각이 달라.”

헬라엘이 반박했다.

“마제스티엘은 옌뚜르를 상대로 굉장히 오랫동안 잘 버텨냈다. 마제스티엘이 당했던 건 X등급이 왔기 때문이지, 옌뚜르에게 밀려서가 아냐.”

“X가 왔다고?”

윤성의 눈이 커졌다.

“뭐야? 이놈은? 몇 살인데 그걸 모르는 거야?”

실렌티가 황당하다는 듯 헬라엘에게 물었다.

“음.”

헬라엘이 윤성에 대해 설명해 주려고 하다가 혼란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도 윤성의 정체를 정확히 모른다.

“난 인간이다.”

다행히 윤성이 간단히 답해주었다.

“아하. 그랬군. 인계는 그때의 전쟁에 참여하지 않아서 모르는 게 당연하지.”

실렌티가 말했다.

“오래전. 마계와 용계, 천계와 마이어계의 연합이 콜로라와 싸웠다. 첫 침공 때. 그때 X등급의 콜로라 전사가 왔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없는 거야?”

“마제스티엘이 자신이 가진 최고의 마법을 썼다. X등급을 차원 이동시켰지.”

“차원 이동?”

“그만한 존재를 차원 이동시키려면 어마어마한 게이트를 열어야 한다. 콜로라에선 그런 걸 못하지만 마제스티엘은 할 수 있었다. 지구는 대기 중 마력의 농도가 굉장히 높고, 마제스티엘은 그걸 다루는 데 발군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럼 그렇게 차원 이동된 X등급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건가?”

“그놈 입장에선 뜻밖의 전장 이탈이었지. 마제스티엘은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 카엘룩스에게 뒤통수를 맞고 죽었으니, 이제 그놈이 돌아오면 막을 자가 없다.”

얘길 듣던 헬라엘이 끼어들었다.

“사실 어떻게 생각하면 옌뚜르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게 좋을 수도 있어.”

“그렇지.”

실렌티가 동의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윤성이 황당한 듯 물었다.

“꺼삐딴은 콜로라 내에서 X등급을 견제하는 유일한 대형 길드다. 인간 세계로 치면 일종의 국제 구호 단체 같은 거라고.”

“뭐라고?”

“콜로라에는 X등급을 필두로 하는 훨씬 강력하고 막대한 숫자의 군대가 있어. 그들이 이 행성을 짓밟아버리기 전에 꺼삐딴의 깃발을 꽂아놓고 이 땅을 건드리지 말라는 식으로 나오는 거야. 꺼삐딴 자산이니 건드리면 고소해 버린다면서.”

“하지만 꺼삐딴은 마제스티엘 같은 주요 요인들을 암살하잖아?”

“지구 정복을 빠르게 하지 않으면 콜로라의 본대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맞출 수 없으니까. 실제로 이전 침공 때는 X가 왔었고. 하지만 꺼삐딴의 지배는 콜로라 본국에 비하면 훨씬 인도적이다.”

윤성의 얼굴이 굳었다.

“난 그런 방식에 동의 못 해. 이 땅은 우리들 거야. 옌뚜르든, X급 전사든, 둘 다 침입자인 이상 똑같이 나쁜 거라고.”

“인간 하나가 동의하든 말든 누가 궁금하다고 하던가?”

실렌티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가 윤성을 가리키며 헬라엘에게 물었다.

“이놈 대체 누구야?”

“글쎄.”

헬라엘이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나도 정체를 모르겠다. 마안을 쓸 수 있지만 콜로라 성인도 아니고 천사도 아니라고 하더군. 그리고 정말로 둘 다 아닌 것 같아.”

“난 인계 관리자다.”

“뭐라고?”

실렌티의 눈이 번쩍 뜨였다.

“정말이냐?”

“아까 그 헌터에게 얘기했던 게 사실이었나?”

헬라엘도 충격받은 표정이다.

“근데 관리자가 마력이 뭐가 이래?”

실렌티가 목구멍 아래에서 그르렁 소릴 냈다.

<위압 발동!>

모든 야수를 지배하는 최고 권위의 생물종, 드래곤이 가진 고유 마법 중 하나다.

강력한 살기와 위엄을 발산해서 상대의 기를 꺾고 제압하는 것.

그러나 윤성은 꿈쩍하지 않았다.

“뭔가 했냐 지금?”

윤성이 물었다.

실렌티는 고민에 잠겼다. 이 인간은 꽤 강해 보였지만 용제나 마제스티엘 같은 관리자랑 비교하면 거의 새 발의 피 수준이다.

하지만 그는 드래곤의 위압 스킬에 저항했다. 이 스킬을 정면으로 맞았다면 플라멘 시절 헬라엘조차 의식이 몽롱해져야 정상인데.

‘정말 관리자인가?’

실렌티 자신보다 더 위계가 높은 존재가 아닌 이상 저 마력으로 저항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봐. 관리자. 네가 관리자라는 걸 믿고 부탁 하나 하지.”

“어떤 거?”

“내 몸을 묶은 쇠사슬은 별 것 아니지만 등에 구속 스톤이 있다. 내 힘을 봉하고 있는 것이지. 그걸 부술 수 있겠나?”

사실 지금 윤성의 힘으로는 무리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위압 스킬도 통하지 않은 관리자라면 뭔가 특별한 수가 있지 않을까 하는 티끌 같은 기대로 한 요청이었다.

“잠깐 기다려. 미안, 좀 밟을게.”

윤성은 실렌티의 머리를 밟고 목을 타고 등 위로 기어올랐다.

애들 몸통만 한 크기의 구속 스톤이 실렌티의 마력을 고갈시키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스톤의 구조와 질감을 살펴보았다.

굉장히 튼튼해 보였다.

‘완력으로 파괴하긴 어려울 것 같은데, 고온으로 가열하면 녹지 않을까?’

<인페르노 발동!>

윤성이 손에 쥔 스톤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크르르!”

아래에서 실렌티가 낮게 신음했다.

“인간! 지금 뭘 하는 거냐?”

“기다려 봐. 이게 아닌가…….”

윤성은 단검을 꺼내어 역수로 쥐고 새빨갛게 달아오른 스톤을 내리쳤다.

콰앙!

“크억!”

실렌티의 비대한 몸이 꿈틀거렸다.

<빛의 산탄 발동!>

중심부가 쇳물처럼 새빨갛게 변한 스톤을 겨냥하고 스킬을 발동했다.

출력은 최대. 빛의 탄환 수십 발을 초근거리에서 한 번에 발사하는 스킬이다.

“끄으으…….”

실렌티의 꼬리가 바닥을 툭툭 두들겼다.

“그만, 그만! 이제 됐다!”

<급속 냉각 발동!>

뜨거워진 스톤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아 돌을 식히려고 스킬을 썼는데 뜻밖의 결과가 나타났다.

퍽!

스톤의 가운데 균열이 생겼다.

급속한 온도 변화 때문에 스톤이 마치 유리잔처럼 깨진 것이다.

“됐어.”

윤성은 반 토막 난 스톤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고는 실렌티의 등에서 내려왔다.

그것을 치워 버리지 않은 이유는 스톤이 없어지면 천사들이 의심할까 봐서다.

언뜻 보면 부서진 걸 눈치채기 어려울 듯하니 괜찮겠지.

“스톤은 부쉈다. 힘이 회복되면 사슬을 부수고 집에 돌아가.”

“대체 무슨…….”

옆에서 헬라엘이 충격받은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당신 정말 인간인가? 아까 그 스킬은 인페르노였다. 그리고 빛의 산탄?”

헬라엘의 얘길 들은 실렌티가 경악했다.

“그런 걸 썼단 말인가? 내 등에다가?”

헬라엘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인페르노는 마계의 군단장 라플라스의 스킬이고 빛의 산탄은 내가 플라멘이었던 때 쓰던 건데.”

“확실히 둘 다 인간이 쓸 수 있는 건 아니지.”

실렌티도 신기한 듯 윤성을 쳐다보았다.

“아무튼 고맙다. 점점 마력이 회복되는 게 느껴지는군. 관리자. 너와 내가 힘을 합치면 카엘룩스를 죽일 수도 있을 거다. 그럼 용제께 부탁해서 큰 보상을 주마. 어떠냐?”

“필요 없어. 카엘룩스는 나 혼자 독대해 보고 죽이겠어. 넌 도망치는 거나 생각해.”

“어이!”

갑자기 신전 입구 쪽에서 천사들이 다가오며 소리쳤다.

“위험해! 거기 있으면 안 돼요! 나와!”

윤성이 헬라엘의 팔을 잡아끌었다. 사람들 다가오기 전에 나가자는 신호였다.

신전 공터를 빠져나와 십여 분 정도 두 사람은 미로 같은 동쪽 숲을 지났다.

멀찍이 하얀 건물 하나가 나타났다.

“기도관이다.”

헬라엘이 설명했다.

“보초는 저게 다인가?”

윤성이 입구를 살펴보았다. 날개 세 쌍 달린 옥토리타스 계급의 천사가 한 명, 두 쌍의 날개를 가진 노빌리스 계급 천사가 세 명 서 있었다.

“기도관은 원래 보초가 많지 않다. 찾아오는 사람도 적고.”

“그래?”

“그래.”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윤성의 양손에서 빛이 번쩍거렸다. 연달아 발사된 섬광이 천사들을 쓰러트렸다.

그들은 비명도 한 번 지르지 못하고 푹푹 고꾸라졌다.

“맙소사…….”

헬라엘이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시체를 좀 치워야겠군.”

다행히 근처에 숲이 울창해 천사들의 사체를 은폐할 만한 곳은 충분하다.

윤성은 천사 넷을 숲속에 감추고 헬라엘과 함께 기도관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에는 거대한 카엘룩스의 신상이 세워져 있었다. 시민들 몇이 기도하는 중이다.

“기도관에 숨겼다면 아마 이쪽일 거다.”

헬라엘이 윤성을 이끌고 신상의 뒤편으로 돌아가 복도를 따라간 다음 지하실로 내려갔다.

“뭐야?”

플라멘 하나가 두 사람을 보고 검을 빼 들었다.

“비켜라. 카엘룩스의 스톤을 보러 왔으니.”

윤성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 리베르티가 미쳤나?”

“내가 누군지 모르겠느냐?”

<마안 발동!>

윤성의 눈에 새빨갛게 마력이 끓어오르자 플라멘이 당황했다.

“코, 콜로라에서 오신 분입니까?”

혹시나 했는데 잘 먹히는군.

“나는 꺼삐딴 길드 소속의 대전사다. 마스터 옌뚜르의 명령으로 스톤을 보러 온 것이니 안내해라.”

“저, 죄송하지만 성함이…….”

“내가 얘기하면 네가 알겠느냐?”

“죄송합니다. 하지만 신분 절차는 확실히 해야 해서…….”

“클리앙.”

꺼삐딴 전사 중 떠오르는 이름 아무거나 댔다. 옛날에 함께 레이드를 뛴 적 있는 전사다.

“알겠습니다. 따라오시지요.”

플라멘은 윤성을 이끌고 계단을 쭉 내려갔다.

그 뒤를 따르면서 상대의 전력을 가늠해보았다.

플라멘 중에서는 에이비에 맞서볼 만한 녀석도 있고, 그룬헤잘드 정도의 전투력을 가진 강자들도 있다.

하지만 이 녀석은 그런 레벨은 아니다.

다행히 랜더의 시계를 쓸 필요는 없겠군.

“다 왔습니다.”

플라멘이 말했다.

정말이다. 멀찍이 스톤과 마력 파장 변환기가 보인다.

플라멘이 마력 스톤에 대해 설명하려던 순간이었다.

“크아악!”

그의 등에 끔찍한 통증이 전해졌다.

5,000점의 힘을 받아 투척된 단검이 등을 뚫고 들어가 가슴께로 검날의 절반이 나와 버렸다.

“끄으윽…….”

갑작스러운 습격으로 비틀거리며 고개를 돌린 플라멘 앞.

거기엔 윤성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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