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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176화 (176/260)

# 176

레벨업 속도는 9.8m/s^2 176화

윤성이 일어서자 천사들이 그를 찬찬히 관찰했다.

“리베르티 군?”

윤성은 천사들을 무시한 채 마차 위를 뚫어지게 쏘아보았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냥 카엘룩스에 대해 더 알아볼 생각이었다.

마차가 높아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마력과 분위기는 느껴진다.

여차하면 랜더의 시계를 발동하면 여기서 탈출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리베르티가 카엘룩스 님의 얼굴을 보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하물며 이런 상황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다니. 죽고 싶으냐?”

천사 한 명이 윤성의 목에 검을 겨누며 말했다.

“그만.”

카엘룩스가 그를 제지했다.

“아무리 하찮은 리베르티라 하여도 굳이 피를 볼 이유가 있느냐?”

“하지만 대천사님.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입니다. 질서를 똑바로 다지지 않으시면…….”

“그냥 두라고 했다.”

“알겠습니다.”

천사들이 검을 거두었다.

“그 남자를 이리로 데려오라.”

카엘룩스가 명령했다.

천사들이 윤성의 양팔을 붙들고 마차 옆구리 앞으로 이동했다.

가까이서 다가가니 그 마력이 더욱 요동친다.

문제가 하나 떠올랐다.

‘자가 진단…….’

윤성이 나지막이 읊조렸다.

눈앞에 튀어 오르는 상태창.

<강윤성>

<칭호 : 엘리지아의 정복자>

<힘 : 5,000, 순발력 : 5,000 감각 능력 : 5,000, 지능 : 5,000>

<버프 : 없음>

<디버프 : 없음>

<분배 가능한 능력치 : 7,020>

<스킬 : 힐링(사용 가능), 폴리모프(사용 가능) 수중 호흡(사용 가능), 마력 주입(사용 가능), 빛의 산탄(사용 가능), 인페르노(사용 가능) 마안(사용 가능)>

버프는 지금 없지만 능력치 포인트를 꽤 많이 분배했다.

이렇게 맞춘 능력치는 예전에 탑에서 꺼삐딴의 전사들과 함께 레이드를 했을 때 공개되었던 능력치보다 약간 높은 정도다.

이후 흐른 시간만큼의 현실적인 성장을 상상해서 분배한 값.

그 수준이 꽤 높으니 카엘룩스는 그 마력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력을 감추려고 애쓰고는 있지만.’

카엘룩스가 평균 5,000점의 힘을 확실히 정량하지는 못하더라도 리베르티 계급답지 않은 힘을 갖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챌 수 있다.

그 증거로 카엘룩스는 윤성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깊이 잠긴 표정이다.

“마차에 올라타라. 그대와 할 얘기가 있다.”

카엘룩스가 말했다.

“카엘룩스 님?”

플라멘 하나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카엘룩스를 올려다보았다.

“괜찮다. 이자에게 내가 들을 게 있어서 그런 것이니. 어서 사다리를 붙여라.”

마차 아래에서 수행하던 천사들이 사다리를 가지고 와서 카엘룩스가 앉은 곳까지 붙였다.

‘이해할 수 없는 전개지만 일단 전투가 벌어지는 것보단 낫군.’

마차는 높이가 제법 상당했기 때문에 사다리 역시 계단이 20개가 넘었다.

윤성은 사다리를 기어오르면서 마차 뒤의 행렬을 관찰했다.

시야가 높아지니 조금 전까진 보이지 않았던 행렬의 끝이 한눈에 들어온다.

‘앗!’

무언가를 발견한 윤성의 눈이 커졌다.

나침반이 행렬의 뒤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전에도 같은 방향이었지만 이번에는 z축이 기울었다.

정확히 아래쪽, 행렬의 끝에 있는…….

‘수레?’

촘촘한 나무로 된 컨테이너가 실린 수레였다.

‘설마 저 안에 신중석이 있는 건가? 이미 잡혔나?’

윤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수레 안을 관찰하려 했지만, 내부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어서 올라오라.”

마차 위에서 카엘룩스가 말했다.

꼭대기까지 기어 올라간 윤성은 카엘룩스의 옆자리에 앉았다.

“왜 올라오라고 했지?”

윤성이 나지막이 물었다. 마차 아래와는 거리가 꽤 벌어져서 그의 목소리가 미치지 않았다.

카엘룩스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대가 콜로라 전사니까.”

윤성은 침을 꼴깍 삼켰다. 카엘룩스가 아래의 천사들에게 명령했다.

“신전으로 가자.”

“알겠습니다. 마차를 몰아라!”

천사들이 소리쳤다.

움직이는 마차 안에서 윤성은 카엘룩스를 자세히 뜯어보았다.

그는 머리에 금관을 쓰고 있었다. 관의 앞쪽에는 조그만 엠블럼이 박혀있다.

다섯 줄기의 천사 날개와 방패.

엠블럼 아래에 그 로고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카엘룸>

통역 스킬로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보니 주위의 모든 상가나 건물들에 이 로고가 일제히 박혀 있었다.

곳곳에는 카엘룸 로고가 그려진 깃발도 휘날린다.

“왜 내가 콜로라 전사라고 생각했지?”

윤성이 물었다.

“그대처럼 강력한 리베르티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윤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길드 소속인가?”

카엘룩스가 물었다.

“꺼삐딴.”

“엄청난 길드 소속이었군.”

“꺼삐딴이 그렇게 대단한가?”

“물론. 콜로라 최강이면서 가장 인도적인 길드니까. 가장 거대한 길드이기도 하고.”

“그런데 저 뒤에 있는 것. 인계의 헌터인가?”

윤성이 물었다.

“그렇다. 조금 전에 체포했지. 신전으로 압송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내게 넘겨라. 내가 처리하지.”

“그럴 수 없다.”

카엘룩스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런 반응은 좀 뜻밖인데. 콜로라 꺼삐딴 전사라고 하면 넙죽 엎드려서 설설 길 줄 알았는데.

윤성은 약간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왜 안 되지?”

“저자는 옌뚜르 님께 넘기기로 약속되어 있는 인간이다.”

“내가 넘기겠다. 우리 길드 마스터니.”

“내게 맡겨진 일이다.”

카엘룩스가 말했다.

“최고 전사 쯔위민이 오더라도 이 일을 양보하진 않겠다. 옌뚜르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니까.”

젠장.

일이 조금 꼬이는군.

옌뚜르에게 넘긴다고 하더라도 옌뚜르가 신중석을 인계로 돌려보낼 가능성이 꽤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 수도 있지.’

옌뚜르 입장에선 여러 차원이 연합하는 게 불편할 것이다.

만약 옌뚜르가 신중석을 처형해 버린 다음, 마스크맨에게 “신중석을 구하려 했지만 천계의 천사들이 이미 죽였다”라고 얘기한다면?

옌뚜르는 충분히 그런 수를 쓸 수 있다. 공식적으로 인계의 관리자인 마스크맨에게 천계에 대한 적개심을 심어주기 위해.

그 수에 속아 넘어가진 않겠지만 중요한 건 신중석이 죽게 될 위험이 있다는 거다.

‘엔뚜르 손에 들어가게 하면 안 되겠어.’

그 전에 구출한다. 일단 신전으로 들어간다고 했으니까 적당한 타이밍에 랜더의 시계를 발동하고 감옥을 파괴하고 데리고 튀어야지.

하지만 그 전에 천계에 대한 정보를 좀 더 모아야 한다. 카엘룩스에게 직접 들을 수 있는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으니까.

“혹시 마제스티엘의 스톤을 찾았나?”

윤성이 물었다.

“마제스티엘의 스톤?”

“마력 스톤 말이야.”

“아아.”

카엘룩스가 킥킥 웃었다.

“그건…….”

대애앵!

갑자기 거대한 타종 소리가 도심 전역에 울려 퍼졌다.

한 번이 아니다.

대애앵!

“이런.”

두 번째 종이 울리자 카엘룩스의 표정이 급격히 나빠졌다.

갑자기 마차 아래의 천사들이 무기를 빼 들었고 시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제발 세 번째 타종만은.”

카엘룩스가 골치 아프다는 듯 중얼거렸다.

“저게 뭔데? 종이 왜 쳐?”

윤성이 묻자 카엘룩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던전 게이트가 생긴다는 뜻이다.”

인계로 치면 경보음 같은 것이었다. 광장 앞에서 보았던 그 무지막지한 크기의 종탑이 경보용 마법 종탑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타종은…….”

대애앵!

“급성 범람이라는 뜻이지.”

카엘룩스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원 전투 준비!”

그가 소리를 지르자 아래의 천사들이 날개를 활짝 펼치며 검을 빼 들었다.

윤성은 이어서 일어나는 현상을 목격하고 입을 딱 벌렸다.

샌프란시스코가 떠오른다.

청록색 이글거리는 파동과 함께 하늘이 갈라지며 게이트가 열렸다.

그 안에서 떨어져 내리는 것은 막대한 크기의 드래곤.

“용들이 침공한다!”

네 쌍 날개를 가진 플라멘들이 일제히 드래곤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늘에서 강하한 드래곤은 총 다섯 마리.

그중 선두에 있는 녀석은 새까만 블랙드래곤이다. 그 마력이 소름 끼칠 정도.

다른 드래곤들이 도마뱀으로 느껴질 정도로 그는 크고 막강했다.

“캬아아아!”

블랙드래곤이 포효했다.

스킬 <드래곤 피어>

살아 있는 모든 것에게 강력한 충격과 공포를 안기는 드래곤의 초저주파다.

상가 일대에 퍼져 나가는 목소리에 플라멘을 제외한 천사들은 귀를 막고 주저앉았다.

“실렌티가 왔다!”

“놈이 카엘룩스 님께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

플라멘들이 소리쳤다.

“잡챙이들은 너희가 처리해라!”

블랙드래곤이 외쳤다.

“나는 오늘 저놈을 죽여 버릴 테니!”

블랙드래곤이 거대한 날개를 펼쳤다. 상가 건물 한 채가 드래곤의 손톱에 긁히면서 날카로운 쇳소리를 냈다.

“막아라! 카엘룩스 님께 접근하지 못하도록!”

플라멘들이 드래곤들을 막아섰지만 선두에 있던 블랙드래곤은 기어코 그들의 포위를 뚫으며 날아올랐다.

콰아앙!

그 육중한 몸으로 들이받으니 막강한 충격이 마차에 전해졌다.

마차가 파괴되는 순간 윤성은 풀쩍 뛰어내렸다. 카엘룩스 역시 검을 빼든 채 낙하하는 중이었다.

“캬악!”

드래곤의 입에서 솟아오르는 엄청난 열기.

<브레스 발동!>

<마법 장벽 발동!>

카엘룩스가 강력한 마법 방어막을 시전했다. 솟아오른 반투명한 배리어에 브래스가 가로막혀 사방으로 열이 흩어진다.

상가 건물들이 녹고 불타기 시작했다.

“실렌티!”

화염이 잦아드는 타이밍에 카엘룩스가 블랙드래곤을 향해 달려들며 소리쳤다.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블랙드래곤 실렌티가 위협적으로 으르댔다.

“천사 중에선 마제스티엘만이 허락된 것이니.”

실렌티가 앞발로 카엘룩스의 머리 위를 내리찍었다.

카엘룩스는 아슬아슬하게 뛰어 그 공격을 피했다.

“흠!”

순간, 기합과 함께 카엘룩스의 검이 실렌티의 앞발을 관통해 땅에 박혔다.

그러나 실렌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거칠게 앞발을 당겨 검을 뽑아버리곤 다시 카엘룩스를 향해 브레스를 준비했다.

열기가 끓어오르자 카엘룩스는 잽싸게 실렌티의 목 아래로 움직이며 검을 휘둘렀다.

싸아악!

흰색 검강이 실렌티의 목에 날카로운 상처를 남겼다.

“크르르…….”

예상치 못한 공격에 실렌티의 브레스가 멈추었다.

“지난번 싸움으로 네 실력은 대강 파악했다.”

카엘룩스가 눈을 감으며 검으로 땅을 내리찍었다.

<하늘의 장검 발동!>

쐐애애액!

하늘 위에서 거대한 마법의 장검이 떨어져 내렸다.

콰앙!

실렌티는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했다. 마법 장검은 그 크기가 너무 커서 실렌티조차도 그걸 정통으로 맞았다면 목이 잘려나갈 수 있었다.

방금 전의 공격으로 한 번 기세를 꺾은 카엘룩스가 빙그레 웃었다.

“한 번 내게 패배하지 않았느냐?”

“흥.”

“날 잡고 싶었다면 용제를 데려왔어야지. 그 겁쟁이는 아직도 네스트에 처박혀 있는가?”

“용제께서 오시면 네가 쳐다볼 수나 있는가? 네깟 놈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다.”

“후후.”

카엘룩스가 웃었다.

“미안하지만 쉽지 않을 거다. 이쪽에는 강력한 전투원이 한 명 더 있으니까. 콜로라 꺼삐딴에서 오신…….”

고개를 돌려 무너진 마차 뒤쪽을 소개하려던 카엘룩스의 말이 뚝 끊겼다.

윤성이 그곳에 없었다.

보너스로 신중석을 수송하던 컨테이너가 박살 났고 안이 텅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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