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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169화 (169/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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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169화

소파에 앉은 신차민은 꽤 신중하게 말을 다듬었다.

평소의 까불거리는 성격과 너무 다른 모습. 윤성과 차희는 차분히 그의 얘기를 기다려 주었다.

“제 부모님은 협회 관련 극비 임무를 맡아서 북한에서 활동하고 있었어요.”

신차민이 말했다.

“북한?”

“저한테도 안 알려주고 떠나셔서 저도 자세한 건 모르는데 그것만은 확실해요.”

옛날에 북한에서 구출했던 아오지의 황혁수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래서요?”

윤성이 물었다.

“근데 어머니가 돌아오셨는데, 상태가 좀 안 좋아요.”

“상태가 안 좋다니?”

“모르겠어요. 많이 다쳐서 오셨어요. 그리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자꾸 횡설수설하고. 아버지는 돌아오지도 않았고.”

“지금 어디에 계신데요?”

“아산 병원에 잠깐 계셨는데 국방부에서 데리고 가버렸어요. 군 병원에서 치료하겠다면서 중요한 인물이라 군 시설밖에 둘 수 없다고. 그리고 면회를 안 시켜줘요.”

“국방부?”

차희가 황당한 듯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그녀가 말했다.

“대표님, 헌터 협회는 정부 부처지만 자치 조직이에요. 국방부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데요.”

신차민이 얼른 맞장구쳤다.

“그러니까요. 그것도 이상해요. 근데 협회에 연락했는데 자기들은 책임 없고 모른다고. 알아서 하래요.”

“뭐야? 왜 그렇게 책임감이 없어.”

차희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저희 부모님이 투입되셨던 그 작전이 국방부, 외교부와 공동으로 펼친 작전이었는데, 그때 작전 지휘권이 국방부로 들어가서 자기들은 모른대요.”

“무슨 헛소리래요? 그래도 소속이 협회면 자기들이 책임져야지. 다쳐서 돌아왔는데 책임 떠넘기는 거 봐. 쓰레기 같은 놈들.”

차희가 화가 나서 혼잣말로 투덜댔다.

“어머니 성함이 뭔데요?”

윤성이 물었다.

“임수향이요.”

“임수향…… 임수향……. 들어본 것도 같은데.”

“옛날에 헌터 스쿨 선생님 하셨던 분 아닌가요?”

차희가 말했다.

“맞아요!”

신차민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옛날에 고려 헌터 스쿨에서 잠깐 일하셨어요. 어떻게 아셨어요?”

“그분 제자들을 협회에서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차희가 말했다. 윤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듣고 보니 기억나는군. 그런 헌터들이 꽤 있었지. 은사님이라고. 이거 일단 임수향 헌터님의 임무가 정확히 뭐였는지부터 알아야겠는데?”

신차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게 궁금한데, A급 헌터의 보안 등급으로는 자료 열람이 안 된대요. 그래서 대표님 찾아온 거예요.”

“협회에 전화해 볼까요?”

차희가 윤성에게 물었다.

“응. 부탁해. 임수향 헌터님 소재부터 물어봐 줘.”

차희가 사무실 전화로 협회에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수화기의 스피커 버튼을 눌렀다. 협회 직원의 목소리를 윤성과 신차민이 들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네, 헌터 협회 황백현입니다.

처음 듣는 이름이다. 신입인 모양이지?

“안녕하세요. 백마 길드 대표 사무실의 민차희라고 하는데요, 궁금한 게 있어 전화 드렸는데 혹시 협회 소속 임수향 헌터님 소재 파악됩니까?”

-잠깐만요.

잠깐 시간이 지난 후,

-지금 외교부, 국방부와 같이 비밀 임무 수행 중이십니다. 소재는 저희가 파악할 수 없고요.

“최근에 임수향 헌터님이 아산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국방부에 의해 격리되었어요. 부상 중이니 임무 수행 중은 아닐 겁니다. 다시 확인해 볼래요?”

-음. 잠시만요. 담당자분께 연결해드릴게요.

차희가 어깨를 으쓱하며 윤성을 돌아보았다.

잠깐 시간이 지난 후, 거친 남자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울렸다.

-전화 바꿨습니다. A급 헌터 김동명입니다.

“임수향 헌터님 지금 어디에 계신지 소재 파악되나요?”

-아, 그거 저희 관할이 아니라서. 그분 임무는 국방부 소속입니다.

“임무는 국방부 소속이라 해도 협회의 헌터가 다쳤는데 지금 어디서 어떻게 치료받고 있는지 파악이 안 된다는 말이에요?”

-아니, 그러니까 그건 작전 지휘권이 국방부에 있으니까…….

“부상을 입고 정신도 오락가락하시는 상태였다는데요. 임무 파트너였던 김중석 헌터님은 보이지도 않고. 이 정도면 임무 실패로 보고 협회에서 챙겨야 하는 것 아니에요?”

-아나, 진짜. 바빠 죽겠는데.

“뭐라고요?”

-우리가 한 번에 관리하는 헌터들 임무가 몇 개인지 압니까? 어떻게 한 분 한 분 다 신경을 써요? 아무튼 이 사건은 제 손에서 떠난 거니까 국방부에 물어보세요.

“이봐요. 업무가 아무리 많다 해도 사람이 그렇게 부상을 입고 격리돼있는데 손 놓고 있으면 어떡해요? 그리고 저도 헌터 협회 출신이에요. 그쪽 부서 맨날 띵가띵가 놀다가 칼퇴근하는 거 다 아는데 무슨.”

-뭐라고요? 아, 참나, 어이가 없네. 뭐 어디 소속 누구신지 모르겠는데 말 함부로 하지 마시죠? 협회 일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서 당신이 뭘 안다고……. 협회 출신이라고? 누군데요? 당신?

“전화 바꿔줄 때 안 알려주던가요? 백마 길드 대표 사무실 민차희입니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민차희?

A급 헌터 김동명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협회 비리 내부고발하면서 재무부와 복지 부서를 박살 내고 백마 길드로 떠난 그 사람 말인가?

그리고 백마 길드 대표 사무실이라니? 대표 사무실에 취직했어?

“내가 얘기할게.”

윤성이 차희에게 수화기를 넘겨받았다.

“여보세요. 전화 바꿨습니다. 백마 길드 마스크맨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김동명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쪽에서 관리 안 하는 건 잘 알겠고, 맞는 절차인지는 제가 따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저, 저기 잠깐만요! 그게 아니고…….

“됐고. 임수향 헌터님이 제가 신세 진 분이라 개인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좀 알아야겠습니다. 임수향 헌터님 임무 일지 좀 보내주세요.”

-메일로 드리면 될까요? 메일 주소는 어디로 드리면 되죠?

갑자기 김동명이 싹싹하게 변했다.

윤성이 차희를 힐끔 돌아보자 그녀가 말했다.

“옛날에 백마중 헌터님이 쓰시던 백마 길드 대표 사무실 계정으로 받죠. 지금 그 계정을 제가 쓰고 있으니까요.”

윤성은 같은 말을 김동명에게 전달했다.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김동명이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어……. 이거 근데 보안이 걸려 있는데, 마스크맨 신분이면 열람은 됩니다만 본인 확인을 해야 해요.

“이런 건 규정대로 잘하시는군요. 담당 헌터의 임무 진행 상황과 소재 파악도 그쪽 업무인데. 그건 내팽개쳐놓고.”

-……죄송합니다.

“본인 확인 어떻게 하면 됩니까?”

-지금처럼 카드를 제게 제시하지 못하시는 경우에는 본인임을 인증할 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마스크맨님은 개인정보가 등록된 게 없어서 좀 어렵습니다. 비서님께 보안 카드 들려서 협회로 보내시죠.

“지금 거기 무슨 건물입니까?”

-네? 여기요? 협회 지휘국인데…….

“몇 층?”

-3층이요.

“동관 방향으로 창문 보고 잠깐 서 있을래요? 제가 지금 빛의 탄환을 한 방 쏘겠습니다. 그거면 본인 인증될 겁니다. 지휘국과 동관 사이로 섬광이 지나갈 거예요.”

-잠깐만요! 무선 전화로 연결할게요.

윤성은 창문을 열고 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10만 점 지능에 의해 컨트롤 되는 막대한 마력이 빛의 탄환이 되어 손가락 끝에 뭉쳤다.

-쏘셔도 됩니다.

“잘 보세요.”

<빛의 탄환 발동!>

최대 출력으로 끌어올린 빛의 탄환은 농구공 직경의 섬광이었다.

대낮이라 그 빛의 밝기가 그리 부각되지 않았음에도 섬광이 지나가는 자리가 뚜렷하게 구별된다.

무엇보다도 빛의 탄환이 지나간 길을 따라 전해지는 그 어마어마한 마력의 파동.

파아아아.

지휘국 앞을 지나친 마력에 헌터들의 머리칼이 쭈뼛 섰다. 여기서 일하는 이들 대부분이 B급, A급의 엘리트들이다.

“뭐야? 무슨 일이야?”

마법 계열 A급 헌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일어났다.

윤성의 전화를 받던 김동명의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더 두고 볼 것 없다. SS급 헌터도 저런 마력을 뿜어낼 순 없으니까.

게다가 마스크맨 고유스킬이 아닌가. S급 보안카드보다도 훨씬 명백한 본인 증명 수단이다.

그는 자리로 돌아가 임무 파일을 모두 메일에 첨부했다.

띠링-

알림음과 함께 대표 컴퓨터로 메일이 날아왔다. 윤성은 차희와 신차민을 가까이 불러 함께 자료를 열었다.

작전명 <엔젤 스톤.>

담당자 신중석, 임수향

담당부서 국방부, 외교부, 헌터 협회

임무 목표 북한 허천읍 근처에서 마력 스톤을 발견하여 회수.

임무 내용 서브젝트를 처음 발견했던 허천읍 일대에 마력 스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서브젝트가 스톤의 힘을 각성하면 국가 차원의 큰 전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됨

잠입 방법 동해에서 헌터 잠입용 배를 타고 신창으로 이동 후, 지역민으로 위장하고 준비된 차량을 타고 허천읍으로 이동.

“엔젤 스톤 작전이라…….”

윤성이 팔짱을 끼며 고민에 잠겼다.

“이제 이 자료 들고 국방부로 가봐야겠는데.”

“근데 국방부에 아무런 줄도 없잖아요? 무턱대고 간다고 정보를 주진 않을 텐데요.”

차희가 말했다.

“난 직접 커넥션이 없지만 국방부와 아는 사이일 것 같은 큰 친구들은 많으니까.”

***

세인트 길드 대표 김성인은 요즘 고민이 있었다.

오래전부터 라이벌이었던 백마 길드가 너무 커져 버렸기 때문이다.

백마 길드의 이런 급성장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마스크맨이 바깥에서 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짓들을 저지르고 다니면서 백마의 위명을 떨쳤다는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상급 헌터들이 마스크맨의 길드를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백마 길드의 단가는 빠르게 치솟았다.

요즘은 아예 길드 단위로 예속 신청이 들어가고 있다는 소문도 돈다.

둘째는 차희라는 이름의, 마스크맨 대리인지 비서인지 모를 그 여자의 미친 영업 능력이다.

어떻게 그런 경영 실력을 숨기고 여태껏 협회의 복지부서 같은 데 처박혀서 숨죽이고 살아왔는지.

그녀는 적재적소에 적절한 헌터들을 투입하면서 백마 길드를 전방위로 진두지휘했다.

전 세계 곳곳, 어느 나라의 어떤 길드가 도움을 요청해도 며칠 안에 그걸 해결했다.

사실 세인트도 한 번 도움을 받았다.

김성인 대표가 없을 때 열린 A급 던전 하나를 세인트가 따냈는데, 김성인과 차예빈이 부상을 입어 컨트롤러로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던 것이다.

갑자기 백마 길드에서 S급 헌터를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도착한 사람을 보니 최수혁이었다.

“지방에서 길드 만든다더니?”

황당한 표정을 지은 김성인에게 최수혁은 허허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그거, 마 그냥 포기했심더. 저 이제 백마 길드 소속 아입니꺼.”

“아니, 왜?”

“백마 길드 제가 볼 때는예. 아마 세계에서 젤 큰 길드가 될 겁니더. 두고 보이소. 여태껏 우리가 알던 길드랑 완전히 다른 게 된다 아입니까.”

정말로 그렇게 되어 가고 있었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인트의 A급 헌터들의 정보에 의하면, 아직 확신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마스크맨이 차원 연합 길드를 만든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국가 연합 수준이 아니라 차원 연합. 이게 말이 되는가?

전에 몇 번 보았던 바토리라는 그 마족과 그 마족의 인형인 척했던 괴물 로봇이 들어온다고 한다.

미국의 최상급 헌터들은 이미 마스크맨에게 직접 들어 아는 모양이다.

“예빈 씨, 앤더슨이 헌터 국제법을 수정할 거랍니다.”

김성인이 차예빈에게 말했다.

“마수도 가입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우리도 이럴 게 아니라 백마 길드에 예속 신청을 해야 하지 않을까?”

“저는 해도 된다고 봐요.”

차예빈이 말했다.

“스페인의 드래곤나이트도 예속 신청했대요. 솔직히 우리보다 더 잘나가는 길드잖아요? 조만간에 그 차원 연합 관련해서 기자회견 같은 것도 한다면서요?”

“그거 관련인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뭘 한댔죠.”

“그때가 되면 예속 신청 들어오는 길드들 너무 많아서 우리는 가입하기 힘들어질지도 몰라요. 지금 하시죠.”

“크. 그래도 백마중 놈 길드에 내가 예속되긴 좀.”

“이젠 마스크맨 길드죠.”

“그렇긴 한데…….”

뚜르르르-

전화벨이 울렸다.

김성인은 귀찮은 표정으로 의자를 뒤로 눌러 기대고 있었다. 그가 턱을 까딱했다.

“전화 받았습니다.”

김성인의 사무실이긴 하지만 차예빈이 대신 받았다.

그리고 그녀의 눈이 커졌다.

“대표님. 마스크맨이라는데요?”

“헉. 이리 줘요!”

김성인이 황급히 전화기를 빼앗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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