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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168화 (168/260)

# 168

레벨업 속도는 9.8m/s^2 168화

53. 재충전

너무 놀란 차희는 몇 초간 말을 잃었다. 눈동자가 떨린다.

“다녀왔어.”

윤성이 인사했다.

“언제 온 거야?”

“어제 밤늦게 귀국했지. 집에 갔더니 동생들은 자고 있어서 조용히 들어가서 몇 시간 자고 나왔다.”

“아니, 이 방에 언제 들어온 거냐구.”

차희가 여전히 혼란스러운 듯 사무실 입구와 윤성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아 그거.”

“잠깐만!”

차희가 윤성의 말을 끊었다.

“내가 맞춰볼래. 기다려 봐.”

그녀는 윤성을 지나쳐 창문을 살펴보았다. 일곱 개의 창문 중 하나가 열려 있었다.

“밑에서 점프해서 여기로 들어왔지?”

“아냐.”

“그럼 내가 고양이 집어 드는 동안 문틈으로 휙 들어왔어?”

“하하. 말도 안 돼. 아무리 빨라도 인기척도 못 느낄 정도로 어떻게 움직여?”

“그럼 순간이동 마법 같은 거?”

“순간이동석이 아닌 이상 그런 마법 쓸 수 있는 사람 없어.”

“으음.”

차희가 약간 심술이 오른 표정으로 의자에 걸터앉았다.

“짠.”

윤성이 손을 양쪽으로 벌리며 은신 스킬을 발동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야?”

차희가 고개를 갸웃했다.

<은신, 쿨타임 : 86,011초>

이 스킬에 쿨타임이 있었군.

“엇! 새 전투복?”

차희가 윤성의 전투복을 알아보았다.

“미국에서 받은 거야?”

“그건 아니고. 어쩌다 얻었어.”

“예쁘네! 성능은 어때?”

“아주 엄청나.”

“오. 좋아. 마스크도 바꿨네?”

차희가 윤성의 손에 들린 마스크를 가까이서 관찰하며 말했다

“엘리지아와 싸우다 파괴됐는데 대학생들이 팬이라면서 만들어줬어.”

“흐음. 좋아. 근데 그래서 아까 어떻게 몰래 들어온 거야?”

“전투복으로 한 건데……. 다음에 보여줄게.”

“근데 이 고양이는 네가 데리고 온 거야?”

차희가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아. 맞아. 인사해. 이름은 미들로드.”

“풉.”

차희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름 이상해?”

“아냐, 은근 어울려. 만화 보면 항상 악당 두목들이 검은 고양이 키우잖아. 의자에 앉아서 고양이 쓰다듬는 손이랑 뒷모습만 나오고. 딱 그런 고양이 이름 같아.”

“사실 고양이 아냐.”

윤성이 설명했다.

“그럼?”

“마이어계의 굉장히 강력한 마수야. 한동안 우리 편에 붙을 거야.”

“마수라고?”

차희가 고양이를 빤히 들여다보았다.

“보여줘.”

윤성이 말하자 미들로드가 변신을 풀었다. 검은 연기와 함께 머리 부분이 부풀면서 미들로드의 얼굴이 나타났다.

의외로 차희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악취에 약간 눈살을 찌푸렸지만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 놀라네?”

“내가 알던 강윤성은 이미 옛날에 사라졌어. 지금은 10,000sY 게이트 두 개를 동시에 클리어하는 괴물 같은 헌터가 됐잖아?”

“에이.”

“나 이젠 네가 에어포스를 개인 헬리콥터처럼 사용한다고 해도 별로 놀라지 않을 것 같아.”

가슴이 뜨끔했다.

윤성이 차희의 눈치를 힐끔 살폈다.

이제 미들로드는 본체의 모습으로 완전히 돌아와 있었다. 그는 손님용 소파에 올라가 앉았다.

“근데 정말 충격적인 비주얼이다. 네가 여태 데려온 것 중에 가장 압도적이야.”

차희가 그를 관찰하며 말했다.

“미들로드는 마이어한테 복수하고 싶어 해. 한 동안 여기 숨겨주기로 했거든.”

“어디다 두려고?”

“고양이 상태로 길드 안에서 살라고 하지 뭐.”

윤성이 말했다.

“그리고 쟤 꽤 세거든? 에어포스도 쟤 상대로는 쉽지 않을걸?”

“그 정도야?”

“내가 자리 비웠을 때 길드를 지켜줄 거야. 그렇지?”

윤성이 말 끝에 미들로드를 쳐다보며 물었다.

“침입자를 말하는 거냐? 먹어도 된다면 처리해 주지.”

“맞아. 쟤 살아 있는 것만 먹어.”

윤성이 설명했다.

“살아 있는 거?”

“응. 사람도 먹으니까 조심해야 해.”

차희의 표정이 싸해졌다.

그러자 미들로드가 끼어들었다.

“이젠 안 먹는다. 마스크맨과 약속했으니까.”

좀 놀려보려던 윤성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미들로드가 계속 말했다.

“그리고 최근에 굉장히 생명력 넘치는 놈을 하나 먹었기 때문에 한 동안은 굶어도 상관없다.”

“뭘 먹었는데?”

차희가 물었다.

미국의 S급 헌터 제임스를 먹었지…….

윤성이 말을 꼴깍 삼켰다.

이런 거 얘기해 주면 안 되겠지?

“얼마나 오래 굶어도 되는데?”

윤성이 미들로드에게 물었다.

“글쎄. 한 달? 하지만 그 후엔 살아 있는 걸 다시 먹어야 한다.”

“차희가 챙겨줄 거야.”

“그래 길드 관리에 고양이 밥 주기에 다 맡겨라, 다 맡겨.”

차희가 볼멘소리로 말했다.

“미들로드 비밀을 아는 사람을 더 늘리고 싶지 않아서 그래. 아는 헌터들 몇 없어. 한국인 중에선 에어포스뿐이고. 믿을 사람이 너뿐이라.”

“알았어. 누가 안한대?”

차희가 의자에 앉은 채 발을 통통 튕기며 답했다.

윤성은 차희의 눈치를 조금 보다가 물었다.

“근데 나 없는 동안 별 일은 없었어?”

“가입 지원서가 빗발치고 있어.”

“그거야 뭐.”

“보통 일이 아냐. 길드 단위로 들어오고 있다구.”

“길드 단위라니?”

차희는 책상 서랍에서 서류 몇 장을 꺼내어 내밀었다.

스페인 왕실 길드인 드래곤 나이트가 백마에 예속 신청을 했다.

“맙소사…….”

예속 신청은 백마 길드의 휘하에 들어오겠다는 뜻이다.

드래곤 나이트로서의 정체성은 계속 유지하되, 길드 수익금의 일부를 백마에 헌납한다.

대신 백마 길드의 마크를 쓸 수 있고, 최상급 던전 레이드 시 백마 길드의 최상급 헌터들에게 지원 요청을 할 수 있다.

합리적인 요청이라면 백마 길드에서 거절할 수가 없다.

“드래곤 나이트 뿐만이 아냐.”

차희가 그 뒤의 서류 세 장을 추가로 내밀었다.

S급 헌터 켄지가 속한 일본의 길드 ‘아마테라스’, 인도의 ‘브라만’, 싱가포르의 ‘머라이언’

드래곤나이트에 비하면 세계무대에서도 먹힐 만한 이름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알려진 길드들이다.

“이 정도 길드들이면 받아줘도 되지 않아?”

“하지만 내가 결정하기엔 너무 큰 문제였어.”

“왜?”

“백마 길드가 국제 연합 길드가 되는 거잖아. 그 정도로 스케일이 커지는 일을 어떻게 나 혼자 결정해. 내가 대표도 아닌데.”

“사실 그보다 더 스케일 커질 거야.”

“어?”

차희가 고개를 갸웃했다.

국제 협력 길드보다 더 커질 수가 있나?

“뭐 마수랑 연합이라도 해?”

그녀가 피식 웃으며 농담을 던졌지만 윤성은 다큐로 받았다.

“어떻게 알았냐?”

“진짜야?”

“아리가 메탈로이드계의 전력 절반을 가지고 합류할 거야. 바토리도 마계 후작위에 해당하는 전력을 가지고 들어올 거고.”

툭.

차희가 들고 있던 서류를 떨어뜨렸다.

충격으로 얼떨떨한 표정이다.

“앞으로 할 일들이 엄청 많아. 차희. 같이 정리 좀 해볼까? 나도 머릿속이 복잡해서.”

“으음…….”

“일단 전에 얘기했던 콜로라 세력. 걔네들의 최종 목적은 지구를 집어삼키는 거야. 인계뿐만 아니라 일곱 차원 전체를.”

윤성이 말했다.

“이미 천계는 멸망한 것 같아.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내가 직접 천계로 가볼 생각이야. 이게 할 일 첫 번째.”

“위험하지 않을까?”

“이대로 있어도 위험한 건 똑같아.”

윤성이 입술을 물어뜯었다.

“내가 아직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 했지만 내 생각 이상으로 나쁜 것 같아. 마이어계도 콜로라에게 굴종한 느낌이거든.”

그가 미들로드를 힐끔 돌아보았다.

“처음 듣는 얘긴데.”

미들로드가 고개를 갸웃했다.

“확실한 건 아냐. 근데 맞을 거야. 마이어가 나한테 거짓말을 했었어. 뭔가 감추고 있지. 네가 전혀 몰랐다면 네 성격이 원래 주위에 관심이 없는 탓이거나, 퀸한테 잡혀 있는 동안 벌어진 일이어서겠지.”

“콜로라가 나와 싸웠던 그놈들 맞지? 네가 포박한.”

미들로드가 물었다.

“맞아.”

“하하하하! 그런 허접 쓰레기에게 복종한단 말인가? 당장 마이어의 목을 뽑아다 화분에 담아서 이 소파 테이블에 장식으로 둬야겠다.”

마이어가 소파 테이블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직 콜로라에 복종한 건지는 몰라. 단지 뒤가 켕기니까 좀 조사해볼 거야.”

윤성이 말했다.

“그리고 마이어도 한 계의 관리자야. 그가 굴복했다면 콜로라의 전력이 어느 정도일지 몰라. 마왕도 두려워하고 있었으니까.”

윤성이 차희에게 말했다.

“콜로라에 직접 찾아가서 마이어와의 관계를 확인하고 그놈들 전력도 파악해야 해. 이게 내가 할 일 두 번째.”

“그것도 위험해 보이는데.”

“추가로 하나 더. 수호자라는 걸 만나야 해. 이쪽은 지구의 일곱 차원을 모두 통합 관리하는 신 같은 존재인데, 아마 아군일 거야.”

“그럼 그것부터 하자.”

아군일 거라는 말에 차희가 반색했다.

“하지만 이건 시기가 맞아야 해. 에어포스한테 들었는데, 수호자를 만날 수 있는 게이트를 열려면 파장 조절 때문에 일식이 일어나야 한댔거든.”

“또 엄청 바쁘네……. 그럼 천계부터 가는 건 어때?”

차희가 말했다.

“좋아. 콜로라 직행하기 전에 정보도 좀 모을 겸.”

두 사람의 대화가 지루한지 미들로드는 하품을 길게 하고는 일어났다.

“난 바깥을 좀 둘러보고 오겠다.”

그가 고양이로 변신하면서 말했다.

미들로드가 사무실 밖으로 나간 후, 윤성은 약간 목소리를 낮추어 차희에게 말했다.

“그런데 천계 가는 것도 좋지만 난 한 동안은 자리를 비우면 안 돼.”

“왜?”

“일주일 안에 마이어계에서 사람이 올 거야. 미들로드를 잡으러.”

“마이어계에서?”

“응. 그 전에 마이어가 콜로라 쪽에 붙었는지를 확실히 해야해. 그리고 붙은 게 맞으면…….”

“맞으면?”

“마이어를 박살 내고 미들로드에게 마이어의 자리를 줄 거야. 그리고 마이어계의 군대도 백마 길드와 연합시킬 거야.”

“만약 마이어가 콜로라에게 적대적이라면?”

“그럼 빙 돌아갈 필요 없으니 좋지. 미들로드를 마이어에게 넘긴다.”

“너 원래 이렇게 영악한 캐릭터였어?”

차희가 황당한 듯 웃었다.

“그리고 하나 더.”

윤성이 말했다.

“고제하 협회장님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해. 이건 네가 좀 처리해 줘. 가능하면 백마 길드 내부로 옮겨야 안전할 거야.”

“무슨 상황이기에?”

“콜로라 녀석들이 노리고 있거든. 백마 길드 안이라면 쉽게 못 건드릴 거야. 그 녀석들은 날 포섭해서 인계를 평화롭게 인수받고 싶어하니까. 내 길드 안에서 섣부른 행동은 안하겠지.”

똑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윤성이 다시 마스크를 쓰고 문을 열었다. 신차민이 서있었다.

“대표님, 정말 돌아오셨군요!”

“어어. 무슨 일이야?”

“크.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게이트 두 개를 클리어하셨다더니. 대표님 마력 진짜 실화예요?”

“으음.”

확실히 지금 가지고 있는 능력치들은 인계 기준으로는 말도 안 될 정도로 높다. 다른 차원의 관리자들이 아니면 감당 못 할 정도니까.

이참에 한 번 확인해 볼까.

엘리지아를 정복하면서 레벨도 엄청나게 올랐는데 남는 시간에 포인트나 찍어야겠다.

“자가 진단.”

윤성이 낮게 읊조렸다.

<강윤성>

<칭호 : 엘리지아의 정복자>

<힘 : 1,095(+98,085),

순발력 : 1,095(+98,085),

감각 능력 : 1,095(+98,085),

지능 : 1,095(+98,085)>

<버프 : 랜딩, 126,197초>

<디버프 : 없음>

<분배 가능한 능력치 : 22,640>

<스킬 : 활화산(사용 가능, 126,197초), 힐링(사용 가능), 폴리모프(사용 가능) 수중 호흡(사용 가능), 마력 주입(사용 가능), 빛의 산탄(사용 가능), 인페르노(사용 가능) 마안(사용 가능)>

빛의 탄환이나 급속 냉각 같은 이전에 쓰던 스킬들은 팔찌에 세이브되어 표시되지 않았다.

‘그나저나 능력치 포인트 진짜 엄청나게 쌓였구만. 저걸 언제 다 찍냐…….’

상태창을 읽어보던 윤성은 무언가를 발견하고 눈이 커졌다.

엘리지아의 정복자?

칭호가 생겼다. 뭐야 이게?

칭호 칸을 눌렀더니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엘리지아의 정복자 : 엘리지아를 정복한 당신은 이 칭호를 사용하는 동안 엘리지아의 회복력을 갖게 됩니다.>

‘맙소사…….’

생각지도 못했던 수확이다. 이건 정말 대박이군.

“근데 대표님 찾아온 이유는 그게 다예요?”

뒤에서 차희가 불쑥 튀어나와 신차민에게 물었다.

“아. 아니요. 사실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뭐죠?”

윤성이 물었다.

“저희 부모님 관련된 일이에요. 잠깐 앉아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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