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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166화 (166/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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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166화

52. 미들로드

“이 고양이……!”

놀란 제다이가 주머니칼에서 광선검을 뽑았다.

곧바로 공격하지 않은 것은 테쿰세에게 날아온 마력 투창을 고양이가 막았기 때문이다.

아군일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아니었다면 주저 없이 목을 쳤을 거다.

그 정도로 흉측한 마력이다.

여태까지 보아왔던 그 어떤 마수들보다도 불길하고 흉악하다.

고양이의 머리가 검은 연기와 함께 부글부글 부풀어 오르더니 상반신이 완전히 미들로드로 변했다.

검은 연기와 안개가 차량 내부를 채웠다. 고양이의 발이 허공 여기저기에 제각각 꼼지락거리며 떠다녔다.

사악한 마력과 시체 썩는 냄새가 공기 중에 퍼진다. 쌍라이트처럼 번들거리는 광기 어린 두 눈알.

앤더슨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꼼짝달싹 못했고, 클로이는 거의 혼절 직전이다.

제다이의 뺨에 식은땀이 흘렀다.

“진정해라. 이 고양이는 아군이다.”

테쿰세가 그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고가 터졌다.

시체, 망령의 중간쯤 되는 미들로드의 아가리가 악어처럼 벌어지더니 제임스를 공격한 것이다.

와직!

한입에 그의 머리가 물어뜯겼다. 심장 박동에 맞춰 쭉쭉 치솟는 핏물이 미들로드의 얼굴을 적셨다.

“이 미친!”

제다이가 광선검으로 미들로드의 가슴을 찔렀지만 몸뚱이는 연기가 되어 산산이 부서질 뿐이다.

미들로드는 제임스의 목에 입을 갖다 대고는 피를 꿀꺽꿀꺽 마셨다.

“흐흐흐흐…….”

이윽고 그가 낮은 톤으로 소름 돋는 웃음을 터뜨렸다.

안쪽에 어떤 괴물이 탄생했는지 콜로라 전사들도 눈치챘다.

흉악하고 막강한 마력을 느낀 척루인이 달려왔다.

쩌어억!

그가 완력으로 차체의 지붕을 뜯어냈다.

곧장 안에 있는 적들을 사살할 생각이었지만 차체를 뜯자마자 미들로드가 고양이처럼 날쌔게 뛰쳐나왔다.

쿵!

척루인의 가슴에 부딪힌 그는 도로를 데굴데굴 굴렀다.

“선배님!”

핏빛야수 상태의 리암이 클로를 날카롭게 세우며 이쪽으로 뛰어들었다.

“마이어계의 간부 같은데.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냐?”

척루인이 미들로드에게 물었다. 미들로드는 대답 대신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방금 먹은 것보다 더 맛있어 보이는군.”

“짐승 새끼와 다를 바가 없구나.”

척루인이 손아귀에 강력한 창 한 자루를 만들어내며 말했다.

“잠깐!”

리암이 그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너희 계의 관리자인 마이어는 현재 우리와 거래 중이다. 넌 마이어계의 일원 같은데 왜 우릴 방해하는 거지?”

“마이어가 네놈들과 뭘 하든 내 알 바냐?”

“네 주인이 마이어가 아닌가?”

“마이어계엔 주인 같은 게 없다. 내 보스는 나뿐이다.”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다, 리암.”

척루인이 말했다. 하지만 리암은 저 흉측한 괴물의 전투력이 척루인 못지않을 것임을 느끼고 있었다. 싸움을 벌이는 것 자체가 손해다.

“인간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게 아니라면 여기서 물러나라. 너와 싸우고 싶진 않으니까.”

그가 말했다.

“싸우다니?”

미들로드가 큭큭 웃었다.

“사자가 토끼를 잡아먹는 걸 둘이 싸운다고 표현하냐?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내 먹잇감일 뿐이다.”

척루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굉장히 버릇이 없군.”

<마력 투창 발동!>

그가 힘껏 투창을 집어 던졌다. 이번 공격은 이전에 리무진을 파괴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강하다.

캉!

그러나 갑자기 튀어나온 마력 사슬이 창을 허공에서 묶어버렸다.

미들로드의 사슬이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뱀 머리처럼 매섭게 날아오는 사슬 한 줄기를 척루인이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콰앙! 쾅!

쏟아지는 사슬 채찍의 연속.

“쳇.”

척루인은 투창을 놓았다. 이런 상대라면 장거리전은 불리하다.

“리암! 내가 맡을 테니 테쿰세를 죽여라!”

그가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갔다. 작은 단창을 만들어 역수로 쥔 채 미들로드를 향했다.

<마안 발동!>

새빨간 눈동자가 빛을 뿜으며 마법을 걸었다. 움직임을 제한하고 안개와 연기로 몸을 바꾸지 못하도록 묶어버렸다.

퍼억!

던진 투창은 정확히 미들로드의 아랫배를 뚫었고, 이제 척루인은 손아귀에 마력 장검을 만들어냈다.

콰앙!

깔끔한 동작으로 목을 쳐버렸으나 목젖을 포함해 목이 절반 잘린 미들로드는 한 걸음 물러나며 큭큭 웃었다.

꺼삐딴 본부에서는 일곱 차원 중 가장 위협적인 것으로 천계를 꼽았지만, 가장 싸우기 싫은 상대로 마이어계를 꼽은 바 있다.

그들의 생명력과 호전성은 일곱 차원 중 최고니까.

하지만 유효타를 계속 부어 넣으면 결국엔 놈도 숨이 끊길 거다. 그건 확실하다.

이미 콜로라에서 실험해 본 내용이니까.

<마안 발동!>

척루인이 다시 마안을 써서 미들로드의 움직임을 봉하려던 순간이었다.

“크악!”

리플렉션에 당한 것처럼 자신의 마안이 척루인의 정신을 공격했다.

지붕이 날아간 자동차 위에 테쿰세가 있었다. 눈을 감은 채 이쪽에 마법을 걸고 있었다.

고수들의 싸움에선 잠깐의 틈이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콰아앙!

마법 사슬이 척루인을 억세게 후려쳐 날려버렸다. 그의 몸뚱이는 허공을 몇 바퀴 돌아서 바닥에 처박혔다.

“크윽. 리암!”

이 새낀 뭘 하고 있는 거야?

고개를 든 척루인의 눈에 띈 것은 바로 제다이였다.

그가 리암과 막상막하의 근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상황이 안 좋다. 리암은 최근 많은 성장을 이루었지만 제다이를 제압할 정도는 아니다.

테쿰세가 상대였다면 근접 전사와 마법사라는 상성상, 기습하면 어떻게든 해치울 수 있었겠지만 제다이를 상대론 어렵다.

“리암!”

척루인이 소리쳤다.

“자리를 피해라! 트리플을 데려와. 베아트리체 법관이나 쯔위민 최고 전사님을 모셔와!”

“하지만 선배님 혼자…….”

리암이 크게 거리를 벌리면서 척루인을 돌아보았다.

그 거리라면 잠깐은 여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큰 실수다.

제다이가 검을 똑바로 겨누었다.

<마법검 발동!>

여태껏 제다이가 사용했던 마법검의 마력의 길이는 1미터 정도였지만 그 길이가 검술에 가장 적당했기 때문일 뿐이다.

퍽!

순식간에 4미터 길이로 늘어난 마법검이 리암의 가슴을 관통했다.

“리암!”

놀란 척루인의 눈이 커졌다. 그러나 리암은 죽지 않았다.

치명상을 입은 그는 쓰러지면서 품속에서 순간이동석을 꺼냈다.

화악!

빛에 휘감기며 사라지는 리암을 보면서 척루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콜로라로 갔을 테니 바로 치료받으면 살 수 있을 거다.

“제다이…….”

척루인의 눈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마력 투창 발동!>

척루인의 전투력은 그룬헤잘드나 에이비와 비슷한 클래스.

그가 던진 투창을 제대로 막을 수 있는 건 여기선 미들로드뿐이다.

그러나 미들로드는 인간의 생명에 그리 대단한 관심이 없다.

처음 테쿰세는 구했던 것도 반사적인 행동이었을 뿐. 마스크맨이 인간 헌터들을 지켜달라고 했지만 그리 신경 쓰이지 않았다.

지금은 눈앞의 강적을 상대하는 데에만 모든 감각을 집중하고 싶다.

그리고 척루인이 제다이에게 투창을 던지면 동작에 빈틈이 생기겠지. 미들로드는 척루인이 공격하길 차분히 기다렸다.

파악!

척루인이 투창을 던지는 순간.

미들로드의 사슬이 척루인의 몸을 휘감았다.

콰앙!

반대편에선 대포처럼 날아온 투창이 제다이의 마법검과 부딪혔다.

제다이는 투창에 몸이 꿰뚫리는 것은 면했지만 그 파괴력에 수십 미터를 던져진 것처럼 날아가고 말았다.

“크악!”

바닥을 구르는 제다이.

동시에 미들로드가 척루인을 사슬에 감아 바닥에 내리꽂았다.

콰앙!

하지만 이런 공격을 척루인은 예상했다. 그는 한 번 공격을 견뎌낸 후 완력으로 사슬을 풀었다.

<마안 발동!>

이번 공격은 미들로드를 노린 게 아니다.

정신 공격을 당한 테쿰세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테쿰세!”

넋 놓고 전황을 지켜보던 앤더슨이 재빨리 테쿰세를 부축했다.

미들로드는 다음 공격으로 척루인을 끝장내 버릴 생각이었지만 척루인은 그에게 달려들지 않았다.

테쿰세를 제압한 것은 미들로드와의 싸움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제다이를 죽이기 위해서.

미연방 헌터국의 수장이든, 마이어계의 강력한 마수든 상관없다.

감히 우주화도 못한 하등한 지성체 따위가 리암의 몸에 손을 댔다.

제다이만큼은 결코 살려둘 수 없다.

매서운 기세로 제다이를 향해 달려가는 척루인의 손아귀에 마법 투창이 형성되었다.

그는 나무에 기대앉은 채 숨을 헐떡이는 제다이를 정확히 겨냥했다.

휘이익!

힘껏 내던진 투창은 미들로드에게도 위협적일 정도의 위력이다.

그러나 그 투창이 제다이에게 꽂히기 직전.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쿠우웅!

마스크맨이 완력으로 투창을 분쇄해버리고 척루인을 쏘아보았다.

‘미들로드를 보내 놓길 정말 잘했다.’

현장에 뛰어드는 게 한참 늦었기 때문이다. 날아오는 내내 에어포스가 잔소리를 했었다.

“메탈로이드계에 갔다 온다더니 왜 그렇게 오래 걸렸어요?”

하는 식으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메탈로이드 통합 던전 게이트는 코앞이었으니 사실 금방 다녀올 수 있었다.

다만 당초의 목적을 이루려면 다니엘을 데리러 피츠버그에 들러야 했기에 시간이 좀 더 소모되었던 것이다.

몸살로 앓아누운 그가 전화도 받지 않았으니까.

쿠웅!

윤성의 옆에 에어포스가 랜딩했다.

“다들 무사한지 체크 좀 해줄래요?”

윤성이 말했다.

“비켜라, 마스크맨.”

척루인이 성큼성큼 걸어오며 말했다.

“그놈은 콜로라 성인을 공격했다. 너도 한 계의 관리자라면 우리가 누군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알겠지.”

척루인의 마안이 번들거렸다.

“너와의 접촉은 더 나중에, 옌뚜르 집정관께서 직접 하신다고 했지만 내가 먼저 만나 버렸군.”

“옌뚜르?”

“지금 내 뜻에 반해서 집정관의 심기를 거스르지 마라. X등급 전사에는 못 미치지만, 그분의 힘은 인계 하나쯤 거뜬히 멸망시키고도 남으니.”

“미안하지만 이 동네 멸망시키고 싶어 하는 놈들이 한둘이 아니거든. 나한테 처맞고 싶으면 번호표 뽑고 기다려야 해.”

“버릇없는 놈.”

척루인이 투창을 역으로 쥐고 달려들었다.

“마스크맨! 조심해!”

앤더슨이 소리쳤다.

척루인의 눈이 번쩍였다.

<마안 발동!>

이번에는 자기 자신에게 걸었다. 일시적으로 아드레날린을 높이고 신경을 각성시켜 능력치들을 폭증시킨다.

이 상태에서만 개방할 수 있는 최강의 창술이 있다.

<혜성 찌르기 발동!>

마치 혜성의 꼬리처럼 빛나는 가루들이 마력 창날로부터 흩날렸다.

그것의 정체는 너무나 짙게 농축된 마력이 견디다 못해 붕괴해 떨어져 나오는 잔파다.

마력의 순도가 너무 높은 나머지 눈에 보일 정도인 것이다.

하지만.

콰아아앙!

윤성이 내지른 주먹이 마력 창을 정면에서 깨뜨렸다. 척루인이 경악했다.

콱!

윤성의 억센 손이 척루인의 목을 죄었다.

붙잡힌 상태에서 척루인은 마스크맨의 가면을 바라보았다.

새까만 글래스 너머. 두 눈이 위치하는 곳에서부터 붉은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맙소사…… 이건…….”

척루인이 발을 굴렀다.

<마안 발동!>

윤성이 스킬을 사용했다.

효과는 급속 최면.

척루인의 몸이 추욱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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