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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158화 (158/260)

# 158

레벨업 속도는 9.8m/s^2 158화

아쉽게도 다섯 번째 슬롯의 스킬을 또 획득하진 못했다.

다니엘이 마정석을 꽂아서 임시로 고쳐놓은 엘리베이터는 윤성이 한 번 오간 후에 엔진이 방전됐던 것이다.

“애초에 이 엘리베이터는 평소엔 잘 쓰는 게 아닙니다. 태양열 흡수막에 문제가 있을 때나 올라갔다 내려오는 그런 거라서요.”

아리가 설명했다.

“엔진 효율이 쓰레기죠. 메탈로이드가 만든 것 중에서 가장 멍청한 기계에요.”

“소, 소, 솔직히 제가 만들면, 더 잘, 잘 만들 수 있어요.”

다니엘이 옆에서 거들었다. 윤성이 물었다.

“이런 거 인계에서도 만들 수 있어요?”

“추, 충분히 시간이 있고 돈만 있, 있으면.”

“나중에 하나 만들어주세요.”

윤성이 말했다.

그는 근처 초고층 빌딩 둘과 아리의 제트기를 이용해서 세 번째 스킬 슬롯 <빛의 산탄>과 네 번째 스킬 슬롯 <인페르노>를 획득한 상태였다.

‘스킬 하나 더 먹으면 좋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 시간 끄는 건 위험하다.

인계 쪽도 상황이 점점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이미 가지고 있는 스킬들로도 퀸을 제압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빛의 강체 때문.

‘진짜 미친 스킬이다.’

스킬을 한 번 테스트해 본 윤성의 몸에 전율이 일었다.

에어포스의 주력 능력치는 힘과 순발력. 그 둘은 1만 점이 넘고 지능은 8천 점 근처다.

하지만 빛의 강체를 최고 출력으로 쓰면 모든 능력치가 2만 점에 이른다.

테쿰세는 빛의 강체가 약 1만 점 정도, 모든 능력치를 상승시켜 주는 스킬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빛의 강체>의 능력치 상승값은 상수로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다.

그것은 능력치 총합을 두 배로 만드는 스킬이다.

마제스티엘을 일곱 차원 중 최강의 관리자로 만들어주었던 스킬.

그리고 랜딩으로 윤성은 평균 10만 점에 가까운 능력치들을 가지고 있었다.

콰아앙!

퀸의 스킬 <촉수 망치>를 양팔을 교차해서 방어했다.

팔뚝이 찌릿찌릿하지만 견딜 만하다. 윤성은 곧바로 안쪽으로 파고들어 퀸의 턱 아래를 주먹으로 올려쳤다.

쩍!

턱뼈가 으스러진 퀸이 괴로워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어퍼컷 이후에 팔뚝에 남아도는 마력으로 주먹이 떨렸다.

이 힘을 좀 더 효과적으로 잘 살렸다면 숨통을 끊어버렸을 것 같기도 한데.

진짜 말도 안 되는 전투력이잖아?

손목이 찌릿찌릿하다.

윤성은 빛의 강체의 출력을 줄이려고 애썼지만 잘 되지 않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가 컨트롤할 수 있는 전투력의 범위를 아득이 초월한 상태였다.

브레이크 고장 난 기관차처럼 폭주하는 마력.

“X발 이거 실화인가……. 에어포스. 이 스킬 대체 어떻게 컨트롤한 거예요?”

“……일단 제가 쓸 땐 그 정도로 마력이 치솟지는 않습니다.”

끼이잉.

아톰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윤. 성. 퀸. 싸움을. 도와줄까?”

이제는 메탈로이드계에서 넘어온 메탈로이드의 수가 엘리지아만큼 많다.

그리고 엘리지아 상당수가 그들의 막강한 공격에 초주검이 되었다. 사실상 퀸만 처치하면 이 전쟁은 끝날 듯 보였다.

“아냐, 괜찮아.”

윤성이 말했다.

그래도 퀸은 트리플S다. 메탈로이드의 도움을 받으면 더 편하긴 하겠지만 메탈로이드의 손실이 클 것이다.

‘잘 보존해 놨다가 나중에 콜로라랑 싸울 때 병력으로 써먹어야지.’

일단은 빛의 강체를 잘 쓰면 퀸을 혼자서도 잡을 수 있을 듯 보였다. 굳이 메탈로이드를 희생시킬 필요는 없다.

“빛의 강체 최고 출력으로 올리고 빛펀치 한 방 갈기면 퀸 죽일 수 있겠죠?”

그가 에어포스에게 물었다.

“그걸로 안 된다면 저놈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봐야겠죠.”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주세요. 좀 도와줘야…….”

“잠깐. 퀸이 다시 와요!”

턱을 맞고 비틀거리던 퀸이 의식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전에 없이 냉혹하고 공격적인 눈빛으로 윤성을 쏘아보며 다가왔다.

“굉장한 힘을 얻긴 했지만 그걸 제대로 쓰진 못하는 모양이군.”

퀸이 말했다.

갑자기 그녀의 마력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윤성의 팔뚝에 털이 곤두섰다.

자기도 모르게 에어포스를 보호하듯 그 앞을 팔로 두르며 몇 걸음을 물러났다.

큰 공격이 올 것 같은 느낌. 그리고 함부로 들어가면 크게 당할 듯한 불안한 예감.

마족은 인간이나 다른 마족의 힘을 루비에 담는 법을 터득했고, 그 루비의 마력을 몸에 흡수시키는 법도 알고 있다.

그러나 엘리지아는 그런 방식을 취할 필요가 없다.

퀸은 먹잇감의 마력뿐 아니라 유전자와 자아까지 흡수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녀가 먹었던 것 중에는 마이어 계의 간부 중 하나였던 미들로드도 있다.

새로운 엘리지아 프로제니로 낳아버렸다면 신민수처럼 별개의 자아를 가진 성체 엘리지아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퀸은 미들로드의 모든 것을 그대로 간직해 왔다.

마왕이나 마이어와 싸울 때 결정적인 수로 쓸 생각이었으나 지금의 마스크맨은 그만큼 강하다.

“기뻐해라. 내가 이걸 쓴다는 건 그만큼 널 강적으로 인정해준 것이니까.”

퀸의 외형이 바뀌기 시작했다. 새까만 투구를 덮어쓴 귀신 같은 형상. 언뜻 보면 구울처럼 보이지만 그보다 훨씬 섬뜩하다.

붉은 눈에는 증오가 가득하고 양팔에는 기다란 사슬이 하나씩 감겨 있다.

가슴과 어깨에서 새까만 가시와 뿔이 솟아올랐다.

“너는 큰 힘을 못 쓰는 미천한 실력자지만.”

퀸이 말했다. 마치 두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남자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나는 미들로드의 전투 센스로 내 힘을 사용할 수 있다.”

섬뜩한 느낌.

갑자기 퀸의 몸이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었다. 손바닥 끝에서 길게 뽑아낸 촉수가 단단하고 날카롭게 굳었다.

그것을 칼처럼 쥐고 윤성을 향해 휘둘렀다.

메탈로이드 엘리베이터로 얻은 감각 능력과 순발력으로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공격이었지만.

그 뒤의 연계는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쉬이익!

사슬이 날아들었다.

“큭!”

그래도 윤성은 감각 능력과 순발력이 너무 높아서 피할 수 있었으나, 미들로드의 노림수였다.

사슬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뒤편의 빌딩에 날아가 꽂혔다.

그리고 퀸의 몸은 곧장 사슬에 의해 잡아 당겨지듯 날았다.

콰아앙!

그 발끝이 윤성의 목젖을 정확히 찍어버렸다.

“마스크맨!”

뒤로 나가떨어진 윤성을 에어포스가 붙들었지만 퀸의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중에서 떨어져 내리는 팔꿈치에 날카로운 촉수.

에어포스의 머리가 단번에 찢어질 것 같았다.

에어포스는 몸을 뒤로 빼려고 했으나 발목이 무언가에 묶여 있었다.

“큭!”

퀸이 미들로드가 되면서 가지게 되었던 두 번째 사슬.

콰아앙!

그러나 촉수는 에어포스를 죽이지 못했다. 윤성이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막아낸 것이다.

<빛의 탄환 발동!>

손에서 발사된 섬광이 퀸을 정확히 노렸으나 퀸은 윤성의 움직임을 읽고 사슬을 잡아당겨 공격을 피했다.

“뭐 이런 놈이……. 원숭이같이 움직이잖아.”

바닥에 내려온 퀸을 보며 윤성이 이를 갈았다.

“마이어 계의 투신. 미들로드는 타고난 천재 싸움꾼이다. 마계로 치면 그룬헤잘드 이상의 강자였지.”

퀸이 말했다.

“단순히 그의 전투력과 스킬을 가지게 된 게 아니다. 이제 나는 그의 전투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을 쓸 수 있지.”

“쳇.”

윤성이 이를 악물었다.

“에어포스! 빛의 강체 상태에서 능력치 재조정 되죠?”

에어포스의 눈이 동그래졌다. 원래 스킬의 유일한 사용자였던 그녀만 알고 있는 정보였다.

하지만 윤성도 지금 빛의 강체를 쓰고 있으니 사실 알아채는 게 이상하진 않다.

“가능합니다.”

“그런 것 같더라고요. 능력치들이 자꾸 왔다 갔다 해서. 근데 컨트롤을 잘 못하겠어요. 지능을 높이고 싶은데.”

퀸이 그 이상 대화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퀸의 사슬들에 촉수가 감겼다.

콰앙! 쾅! 쾅!

마치 막강한 채찍을 휘두르는 것처럼, 두 사슬이 에어포스와 윤성을 공격해 온다. 사방의 모든 것이 박살나기 시작했다.

<비행 발동!>

솔직히 바닥에서 모든 공격을 피할 자신이 없다. 에어포스는 사슬 두 개 사이를 날아서 윤성을 껴안고 튀어 올랐다.

사슬이 닿지 않는 고도로 올라가면서 그녀가 외쳤다.

“마음속에 네 개의 방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가상의 방을 그리는 거예요. 잘 느껴보면 그것들의 색깔이 조금씩 달라요.”

“가상의 방?”

“눈 감고 집중해요!”

윤성은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도저히 떠오르는 게 없다.

“무슨 방을 그리란 거예요?”

“전 그런 이미지로 하고 있어요. 이런 종류의 스킬에서 이미지화는 사람마다 다 다른데 그 넷이 차례로 네 능력치에요.”

“아오.”

다시 윤성은 눈을 감고 집중했다.

떠오르는 것은 네 개의 방 대신 사람들 얼굴들이다.

한국에 있는 동생들과 백마 길드 사람들. 김성인 대표와 차예빈. 미국 연방 헌터국의 헌터들. 신차민과 홍창민.

아리와 바토리.

에어포스. 차희.

잠깐만. 이 넷으로 할까?

윤성은 로봇 한 대와 마족 한 명. 인계 최강과 일반인 하나의 얼굴을 머릿속에 그렸다.

갑자기 그들의 얼굴들이 미묘한 빛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건가? 된 것 같은데요.”

“한쪽에다가 빛을 몰아준다는 생각으로 능력치를 조절해 봐요.”

***

하늘 위로 치솟아버린 에어포스와 윤성을 퀸은 뒤쫓지 못했다.

박살나버린 엘리지아 군대의 수습과 메탈로이드의 제압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마법 미사일 발동!>

<플라즈마 폭격 발동!>

윤성이 현장에서 빠지자 메탈로이드들이 퀸을 공격했다. 그들이 발사하는 미사일과 광전자포가 퀸의 몸에 날아와 꽂혔다.

쿠구궁!

그러나 퀸은 사슬을 한 번 두르면서 그 공격들을 방어해냈다.

사슬은 미들로드의 무기.

그리고 미들로드와 일체화한 퀸은 그의 스킬도 사용할 수 있었다.

<스윕핑 발동!>

사슬이 가로로 휘둘러졌다.

일격에 메탈로이드 수십을 쓸어버릴 수 있는 막강한 공격.

하지만.

쿠웅!

절묘한 타이밍에 떨어져 내린 윤성이 사슬을 손으로 막아버렸다.

“카아악!”

퀸은 그 타이밍에 윤성을 박살 내려고 달려와 주먹을 날렸지만 윤성은 그걸 정확히 포착했다.

필요 이상으로 높아서 감당하기 힘들었던 감각 능력을 반 토막 내고 순발력과 지능을 높였다.

‘이제 좀 낫군.’

일반적으로 지능은 마법적인 힘들을 다루는 능력치다. 마법 스킬들 대개는 지능에 의해 위력이 좌우된다고 알려져 있으니까.

똑같은 파이어볼도 E급 헌터가 쓸 때와 S급 헌터가 쓸 때는 위력이 천지 차이이듯.

하지만 사실 그것은 단순히 지능이라는 스탯의 값 차이 때문만이 아니다. 두 헌터 사이에는 기본적인 마력의 양에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높은 지능은 높은 마력을 잘 정제해서 파이어볼에 담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지능이 높다면 폭발적으로 치솟아서 감당하기 힘든 마력을 어느 정도 통제해서 다스릴 수 있다는 거지.’

지능을 27만 점까지 끌어올렸다. 윤성의 힘은 이제 차분하다.

그는 퀸의 공격에 침착하게, 스텝 바이 스텝으로 대응했다.

감각 능력은 빛의 강체를 쓰기 전에도 퀸의 공격을 읽을 수 있을 만큼 높았다.

순발력은 이제 퀸보다 훨씬 더 높다. 미들로드의 전투 센스를 가져다 쓰고 있다고 해도 우수한 능력치로 찍어 누를 수 있을 것이다.

휘이이익!

날카롭게 날아드는 퀸의 사슬을 최소한의 동작으로 피하면서,

<빛의 탄환 발동!>

<급속 냉각 발동!>

한 손에서 쏘아 보낸 빛의 탄환으로 퀸의 어깨를 뚫었다.

동시에 다른 손으로 뿜어낸 끔찍한 한기는 퀸의 사슬을 얼려 버렸다.

사슬에 감긴 촉수와 함께. 지면과 같이 얼려서 땅에 붙여 버린 것이다.

“큭.”

어깨를 재생시키려던 퀸의 표정이 굳었다.

<어팝토시스 발동!>

윤성이 퀸의 어깨에 대고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다.

“무, 무슨 스킬이냐 이게?”

퀸이 고통스러운 듯 어깨를 움켜쥐었다.

<단검 투척 타깃.>

이번에는 능력치들을 힘으로 몰아넣었다. 아직 에어포스처럼 완벽하게 통제하는 건 어렵지만, 일순간 그의 힘은 25만 점이 넘었다.

콰아앙!

단검은 퀸의 머리를 관통하고 지나가 버렸다. 반대편 건물까지 날아가려는 걸 다시 회수했다.

돌아오는 단검을 보면서 윤성이 달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

<빛의 강체 발동!>

출력을 더 높이면서,

<용조 발동!>

드래곤의 손톱을 만들어낸 주먹이 퀸의 심장을 뚫어버렸다.

“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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