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속도는 9.8ms^2-156화 (156/260)

# 156

레벨업 속도는 9.8m/s^2 156화

퀸이 말했다.

“우선 빛의 강체를 쓰던 에어포스.”

퀸이 에어포스를 가리켰다.

“그리고 아까 황금으로 된 것, 용인가? 내가 아는 용과는 좀 다르던데. 아무튼 너.”

티엔을 가리켰다.

“그리고 번개를 썼던 남자.”

루이 알뤼세르.

“이렇게 셋이다. 아! 여기 곰으로 변신할 수 있는 녀석은 내 특별히 애완동물 삼아주지.”

퀸이 웃음을 터뜨렸다.

‘건방진…….’

세르게이가 이를 으득 물었다. 지금까지는 강력한 엘리지아들이 앞을 막고 있어서 퀸을 공격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퀸이 그들의 바로 앞까지 왔으니까.

“크아앙!”

세르게이의 막강한 마력이 실린 앞발이 퀸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콰직!

퀸은 간단히 그의 손목을 틀어쥐고 꺾어버렸다. 손목에서 우둑하는 소리가 났다.

“아아아악!”

세르게이가 고통에 차서 비명을 질렀다.

퀸은 그를 잡아당기더니 발로 차서 무릎을 부숴 버렸다.

바닥에 풀썩 주저앉은 세르게이.

퀸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자아.”

그녀가 헌터들을 쓱 돌아보았다.

“나머지를 정리해 볼까.”

퀸이 위협적인 걸음을 한 보씩 앞으로 옮겼다.

“다들 정신 차려!”

테쿰세가 소리쳤다.

“슬렌더맨을 빼낸다. 제다이, 샌드맨. 엄호해라!”

테쿰세의 머리 깃이 흩날렸다. 순간 쌉싸름한 들판의 바람 같은 게 불었다.

<광선검 발동!>

<사구 발동!>

제다이와 샌드맨이 무서운 기세로 뛰어들었지만 퀸은 여유롭다. 그녀는 팔짱을 끼며 재밌다는 듯 전개를 지켜보았다.

제다이의 광선검과 샌드맨의 사구가 각각 성체 하나씩을 상대하는 동안 테쿰세는 슬렌더맨의 앞까지 달려왔다.

퀸과는 불과 서너 걸음 거리.

“해봐.”

퀸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슬렌더맨의 눈이 광기에 휩싸여 테쿰세를 바라보았다.

아메리칸 원주민들의 주술사적 이미지는 오랫동안 많은 문화 매체에서 코믹하게, 혹은 신비하게 다루어져 왔다.

헌터업을 하는 사람들조차도 그런 초자연적 힘의 존재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테쿰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경계 태세에 들어간 복어처럼 날카롭게 가시를 돋구치고 테쿰세를 공격하려던 슬렌더맨이 움찔하며 멈추었다.

맘속의 분노와 불안, 공포와 절망감 따위가 씻은 듯 사라졌다.

테쿰세가 늙은 늑대와 같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슬렌더맨은 테쿰세를 향해 몇 걸음 다가오더니 눈을 감았다.

쿵!

풀썩 쓰러진 그의 몸을 에어포스가 재빨리 빼냈다.

“빠져!”

샌드맨이 세르게이를 부축하고는 소리를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그가 상대하던 엘리지아는 사구에 묶여 잠깐 움직임이 봉쇄되었지만 오래 잡아두진 못한다.

팡!

제다이는 아무리 베어도 죽지 않는 불사신 같은 성체를 발로 힘껏 차버렸다.

“질리는군, 정말.”

그도 뒤로 물러났다. 헌터들은 엘리지아 군단과 약간의 거리를 만들었다.

“슬렌더맨은?”

샌드맨이 묻자 그의 상태를 살펴보던 셩 지에가 답했다.

“못 일어나고 있습니다.”

“잠든 것뿐이다.”

테쿰세가 설명했다.

퀸이 감탄을 터뜨렸다.

“정말 재밌는 능력이다. 너도 엘리지아에 합류하는 게 좋겠구나. 함께 가자.”

피익!

퀸의 손바닥에서 촉수 하나가 튀어나왔다.

굉장한 속도. 이곳에 모인 헌터 중 그 누구도 퀸의 공격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촉수는 테쿰세를 찌르지 못했다.

파악! 하고는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막에 부딪힌 것처럼 튕겨 나온 것이다.

퀸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떻게 한 거지?”

테쿰세는 눈을 꾹 감고 있었다.

그의 힘의 원천은 모든 생물의 미약한 숨을 느끼는 것.

오감을 초월한 생명 그 자체에 대한 감각 능력.

핵의 씨앗을 담은 촉수는 퀸의 신경이 연결되어 있고, 그 움직임을 테쿰세는 명확하게 읽을 수 있었다.

콱! 콱!

퀸의 촉수가 연달아 테쿰세를 몇 번 찌르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쳇.”

퀸은 약간 실증이 난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 짜증 섞인 감정은 엘리지아의 신경 교감을 통해 모든 성체와 준성체들에게 전달된다.

번개처럼 튀어나간 성체 엘리지아 하나가 테쿰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퀸의 공격도 피할 수 있었던 테쿰세다. 성체의 공격 역시 사뿐히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을 잠깐 살펴본 퀸은 빙긋 미소 지었다.

테쿰세의 능력을 파악한 그녀가 발로 땅을 힘껏 내리찍었다.

콰아앙!

아스팔트 도로가 쩍쩍 갈라지면서 그 아래로 엄청난 것이 흘러들었다.

“맙소사…….”

테쿰세의 눈이 뜨였다.

“피, 피해! 모두 여기서 나가!”

그가 절규에 가깝게 소리 질렀다. 지면 아래에 마치 수백만 마리의 뱀이 기어 다니는 것 같다.

그의 감각 능력으로도 전부 읽을 수가 없다. 지상에 있는 헌터들 모두의 숨이 희미해질 정도의 존재감이다.

쩍, 쩌적.

헌터들 사이, 바닥 곳곳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 공격은 치명적이다.

콰과광!

지면을 산산조각내며 솟아오르는 무수히 많은 촉수들. 그 줄기 하나하나가 최상급 헌터 하나를 절명시킬 정도의 마력과 속도와 힘을 가지고 있다.

“크아악!”

“Shit!

헌터들의 비명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샌드맨의 뺨에 식은땀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그러나 다음 순간.

촉수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헌터국의 전력을 순식간에 압살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아하하하!”

퀸이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눈치가 없네, 다들. 내가 이 정도 시간을 주고 힘의 차이를 알려줬으면.”

그녀가 말했다. 약간 짜증 난 목소리였다. 미간이 미세하게 구겨졌다.

“엘리지아에 받아들여 달라고 앞다퉈 빌어야 하지 않아?”

퀸의 한쪽 입꼬리가 찍 올라갔다.

“뭐, 뭐라고?”

헌터들이 잔뜩 긴장한 채 침을 꿀꺽 삼켰다.

“원래 티오를 다섯 자리 이상 열어두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하나만 더 받아주지. 다들 자기 PR 해봐.”

헌터들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에어포스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미 헌터들의 전의가 꺾여 버렸다.

세르게이를 강아지 다루듯 제압하고 모두를 일제히 죽일 수 있는 공격을 감행하는 적.

차원이 다른 상대라는 걸 깨달아버린 거다.

‘하지만 우리가 무너지면 안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겨야 한다. 이 싸움의 패배는 인류의 패배니까.

<빛의 강체 발동!>

에어포스의 몸에서 다시 새하얀 빛이 쏟아져 나왔다. 퀸은 피식 미소 지었다.

“호전적인 눈빛이군. 자기 PR하랬지, 공격하라곤 안 했는데.”

<빛펀치 발동!>

무리하게 마력을 짜낸 에어포스의 코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펀치는 퀸에게 닿지 못했다.

퀸은 손바닥으로 간단히 그녀의 주먹을 막아낸 것이다.

“꽤 매섭구나.”

퀸의 손바닥이 저릿저릿하다.

하지만 충분히 견뎌낼 수 있다.

퀸은 에어포스의 손목을 꺾고 어깨를 눌러서 강제로 바닥에 주저앉혔다.

퀸의 손가락 끝에서 핵을 가진 촉수가 올라왔다. 그 끝이 에어포스의 몸을 찌르기 바로 직전.

콰아앙!

무언가가 그들 사이에 떨어져 내렸다.

동시에 고막이 찢어질 듯 날카롭게 울리는 퀸의 비명 소리.

“꺄아아악!”

에어포스는 양쪽 귀를 틀어막고 눈을 가늘게 떴다.

퀸이 촉수를 움켜쥐고 있었다. 부러진 끝에서 피가 뚝뚝 떨어진다.

눈앞에는 랜더의 코트를 휘날리며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이제는 지상에 도착하기 직전에 용조를 써서 촉수를 찢어버리고도 곧바로 랜딩 자세를 잡을 수 있다.

‘옛날엔 자세를 잡아놓고도 공포에 질려서 떨기만 했는데.’

“마스크맨…….”

에어포스와 주위의 헌터들이 중얼거렸다.

“다들 여기서 흩어져요.”

윤성이 말했다.

“이제부턴 전부 다 제가 합니다. 다들 고생했어요.”

윤성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순간 퀸은 훌쩍 뛰어서 몇 미터를 물러났다. 그녀의 표정에 여유가 없어졌다.

“뭐, 뭐야 저 마력은?”

일렉트로닉스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에어포스는 윤성의 옆으로 성큼 다가오며 물었다.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메탈로이드 통합 던전에 들어가기 전보다도 훨씬 강해졌군요.”

“아, 에어포스는 나가지 마시고 여기 잠깐 남아요. 저 좀 도와주세요. 그리고 다른 헌터들!”

윤성이 소리쳤다.

“여긴 이제부터 전쟁터가 될 겁니다. 전부 피해요!”

“메탈로이드는? 클리어되었나요?”

“아, 그거.”

위이이이이이잉!

대답하려는 순간 절묘한 타이밍에 경보가 터졌다.

맨해튼에는 더 이상 범람할 다른 던전이 없다. 엘리지아 던전이 이미 범람한 이상 저 경보는 메탈로이드뿐이다.

“통합 던전이 범람했어……?”

일렉트로닉스가 이를 으득 깨물며 말했다.

벌써 저 상공에 날아오른 메탈로이드들이 보였다. 휴보 수십 대가 벌떼처럼 하늘로 치솟는 중이다.

헌터들의 표정에 절망감이 가득 올라왔다.

“후후. 그쪽 클리어는 포기하고 온 모양이지?”

퀸이 빙긋 웃었다.

“하긴. 에이비는 마더의 분신이다. 너처럼 어설픈 놈이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

콰아앙!

퀸의 옆얼굴에 일어난 폭발.

T505 한 대가 휴보에게 매달린 채 상공에서 광전자포를 겨누고 있었다.

“메탈로이드가 퀸을 공격했어?”

앤더슨이 눈을 가늘게 떴다.

다음 순간, 윤성이 숨을 훅 들이마셨다.

그의 가슴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에어포스는 재빨리 양쪽 귀를 막았다.

“엘리지아를 쓸어버려라!”

쥔 차이의 사자후보다도 크고 세르게이의 포효보다도 무겁다.

명령이 떨어지자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 메탈로이드들이 일제히 현장에 쏟아져 내렸다.

쿵! 쿵! 쿠궁!

이제는 백여 대가 넘었다. 아직도 계속해서 날아오는 중이다. 적이었을 때는 공포의 상대들이었지만.

지금 헌터들과 엘리지아 가운데에 내려온 메탈로이드들은 엘리지아를 향해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간. 다.”

T505의 몸체와 S급 마정석으로 교체한, 윤성의 마력주입을 받은 아톰이 성큼 앞으로 나섰다.

<소각 발동!>

그 뒤를 따라 일제히 메탈로이드들이 엘리지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마법 미사일 발동!>

<플라즈마 폭격 발동!>

<일렉트릭 광전자포 발동!>

<소각 발동!>

화염구와 미사일 발사대, 광전자포에서 치솟는 막강한 화력의 불꽃들.

뜻밖의 공격을 받은 엘리지아들의 몸이 박살 나고 불타오르고 무너져 내렸다.

헌터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

퀸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콰과광!

그녀의 몸에서 튀어 오른 촉수 몇 대가 메탈로이드 일곱 대를 파괴했다.

쉬이이익!

그중 하나는 에어포스를 향해 날아온다.

그러나.

콰직!

에어포스의 코앞에서 윤성이 낚아챘다.

“흐음!”

윤성은 촉수를 힘껏 잡아당겼지만 퀸 쪽의 힘이 더 세다.

반대편에서 당겨 버리자 윤성의 몸이 휘청였다.

“스킬 안 쓰곤 안 되는군.”

<용조 발동!>

찌익!

윤성은 손끝으로 촉수를 찢어서 끊어버렸다.

“칫.”

퀸은 부러진 촉수를 재생하며 잠깐 물러났다.

“돌격!”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윤성이 소리쳤다.

쿵! 쿵! 쿵!

명령과 함께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막대한 화력의 메탈로이드.

끔찍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뒤에 선 헌터들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가, 갑시다! 지금 기회에 저놈들을 쓸어버리죠!”

앤더슨이 소리를 질렀다.

“안 돼요!”

윤성이 막았다.

“이길 수 있는 싸움에 인계의 자원을 소모하는 건 안 됩니다. 메탈로이드한테 맡기세요.”

“네?”

“잠깐만. 마스크맨. 아무리 당신이 강해도 헌터국의 지휘는…….”

제다이가 테쿰세를 힐끔거리며 말했다.

“일단은 인계의 관리자니까 지금은 제 말대로 해주세요. 헌터국의 전력은 보존해 둬야 합니다.”

“무슨 관리자요?”

앤더슨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이 싸움 끝나면 설명해 드리죠.”

윤성은 숨을 훅 들이마시고는 헌터들을 향해 소리쳤다.

“다들 집에 가요! 해산! 가서 UN 본부 무너진 거나 수습해요!”

“마스크맨.”

에어포스가 바짝 다가왔다.

“아까 저보고 도와달라고 했었는데, 정확히 어떤 걸…….”

“아 그렇죠. 다들 가랬지만 에어포스는 가면 안 돼요.”

“네?”

“저한테 이 스킬 어떻게 쓰는 건지 좀 가르쳐줘야 하거든요. 솔직히 이거 잘 컨트롤할 자신이 없어서.”

쿠구구구구!

갑자기 엘리지아 가운데가 쩍쩍 갈라지며 퀸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마력이 분출됐다.

“햇병아리 같은 게…….”

콰앙!

윤성의 발치에서 아스팔트를 꿰뚫으며 촉수 한 줄기가 솟구쳐올랐다.

콰직!

윤성은 이번에도 그 끝을 낚아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에어포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윤성의 몸에서 하얀빛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빛의 강체 발동!>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