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속도는 9.8ms^2-149화 (149/260)

# 149

레벨업 속도는 9.8m/s^2 149화

47. 자연재해 그 자체

35,000점 지능에서 나오는 지자기폭풍을 제대로 컨트롤할 자신이 없었던 윤성은 다니엘과 함께 던전에 들어갔다.

지자기폭풍이라는 스킬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다니엘은 굉장히 흥미로워했다.

“사, 사용하시는 걸 보고 싶어요!”

“여기서 써봐도 될까요?”

“아, 아뇨! 여기서 했다가 지, 지구 자기장이 망가지면 어떡, 어떡해요?”

“그럼?”

“게, 게이트 안에서 해야죠.”

“아! 원래 그러려고 했습니다. 메탈로이드 게이트에 들어가서 쓸 거예요.”

그러자 하급 게이트를 생각했던 다니엘이 울상이 되었다.

그때부터 그는 간다고 했다가 안 간다고 했다가 계속 갈팡질팡했다.

윤성이 앤더슨과 인사하고 파슨스 스쿨 근처의 게이트에 난입할 때까지.

솔직히 반강제로 데려간 거라 약간은 미안하긴 하지만 다니엘이 없었다면 성공했을지 확신할 수 없다.

너무 강력한 마법이었으니까.

바깥에 앤더슨을 남기고 입장한 게이트의 내부는 메탈로이드의 전쟁을 위한 전초기지였다.

아스팔트로 닦인 도로와 커다란 건물들이 잔뜩 있었다.

“침입자 발견.”

두 사람을 발견한 휴보들이 빨간색 경고등을 켰다.

“히이익!”

다니엘이 공포에 질려서 와들와들 떨었다.

“괜찮아요. 제가 지켜줄 테니까.”

윤성은 가까이에 있는 몇을 빛의 탄환과 단검 투척, 용조로 파괴했다. 하지만 나머지 휴보들이 우르르 달려오는 중이다.

“이제부터 지자기폭풍을 쓸 거예요. 방향이랑 거리 같은 거 좀 봐주세요. 어느 정도 범위로 쓰면 될지.”

마스크맨의 몸에서 끓어오르는 마력과 지하에 발생하는 거대한 전류.

막대한 양의 마력 에너지가 변환되는 것을 느낀 다니엘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휴보보다도 마스크맨이 더 무섭다.

‘이게 진짜 인간의 힘인가?’

그 어떤 마법도 이런 단위의 힘을 낼 수는 없다. 게이트 내부 공간 전체의 전자기장이 뒤틀리고 있었다.

지면 아래에 흐르는 막대한 전류 펄스는 그 자체로 이미 모든 휴보의 엔진을 태워 버릴 정도로 강했다.

그 증거로 그들은 이미 신호에 교란이 생겨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터뜨리면 됩니까?”

“우, 우, 우리한테, 테서 조, 조금 떨어지게! 이, 이대로면.”

지자기폭풍이라는 현상 자체가 생명체에겐 사실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

위험한 것은 자기장이라는 외부 보호막이 파괴된 지구가 태양풍을 정면으로 얻어맞는 것.

하지만 이 경우 역시 대기권이 메인 탱커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생명체들이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지는 않는다.

따라서 지자기폭풍을 일으켜도 돌고래나 비둘기처럼 자기 신호를 이용해 방향을 잡는 동물들이 아닌 이상 보통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두 사람은 헌터다.

더 이상 인간이 쓰는 거라 생각할 수 없는 이 비상식적인 스킬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마력의 파장에 간섭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물론 그 결과 역시 조금도 짐작할 수 없지만.

다니엘은 윤성의 곁에 딱 붙어서 그들로부터 약 5미터 떨어진 지점을 가리켰다.

“저, 저기쯤.”

“이렇게요?”

윤성이 마법 역점을 옮겼다. 두 사람이 서 있는 위치로부터 반경 5미터 이후.

원형으로 발생시킨 후 바깥면으로 밀어붙인다. 사방을 쓸어버릴 수 있도록.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한 마력이 일시적으로 발산되었다. 윤성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한 방으로 전부 쓸어버린다.

<지자기폭풍 발동!>

메시지창과 함께 굉음이 울려 퍼졌다.

쿠구구구구!

게이트 내부의 전자기장이 단번에 꺾여 망가졌다.

파앙!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송신탑들에서 튀어 오르는 불꽃. 모든 건물이 일시에 소등되었다.

대정전이다.

메탈로이드의 전투용 간이 발전소들의 작동이 중지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강력한 EMP 수준의 위력이다.

원형 전면으로 밀어붙이는 거대한 전자기 펄스가 막강한 해일처럼 휴보들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 펄스는 원래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윤성과 다니엘은 뛰어난 기감으로 그 마법적 힘을 느낄 수 있다.

“이럴 수가…….”

잠시 후에는 일반인의 눈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270여 기의 휴보가 일제히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과열된 엔진이 불타 버린 것이다.

쿠웅! 콰앙!

배터리로 사용되던 마정석들은 파장 간섭을 견디지 못하고 모두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윤성은 또 하나의 기현상을 목격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수없이 쏟아지는 메시지창에 일순간 시야가 가려졌다.

“이게 무슨……? 자, 자가진단!”

다니엘도 아닌데 말을 더듬었다.

<강윤성>

<칭호 : 없음>

<힘 : 1,095(+35,288), 순발력 : 1,095(+35,288), 감각 능력 : 1,095(+35,288), 지능 : 1,095(+35,288)>

<버프 : 랜딩, 6,797,521초>

<디버프 : 없음>

<분배 가능한 능력치 : 960>

<스킬 : 지자기폭풍(사용 가능, 6,797,521초), 힐링(사용 가능), 폴리모프(사용 가능) 빛의 탄환(사용 가능), 급속냉각(사용 가능), 중금속 폭우(사용 가능), 용조(사용 가능)>

“뭐 이런 경우가?”

그룬헤잘드를 처치했을 때 10레벨이 올라서 80이었다. 그런데 S급 휴보 270여 기를 제거했다고 38이 올라?

마왕에게 인계의 관리자로 인정받은 후 레벨업 한계가 해제되었기 때문인가?

그동안 마수들을 처치할 때 획득하던 경험치들의 페널티 같은 게 사라졌다거나?

오싹 소름이 돋는다.

그룬헤잘드 전에서 얻었던 포인트들도 아직 못 찍었는데.

그런데 사실 35,000점의 버프를 들고 있는 지금 저 포인트를 분배해봤자 별 의미가 없긴 하다.

‘나중에 하자.’

저걸 찍는 것도 일이니까.

윤성은 박살 난 채 파직파직 스파크를 튕기는 휴보들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270여 기의 고철 덩어리와, 그 파편들이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 사체들로부터 뜨거운 연기가 무럭무럭 솟아오른다.

“마정석 수거는 못 하겠네. 이건 좀 아깝군.”

다니엘은 기절이라도 할 것 같은 표정으로 와들와들 떨었다.

“마, 맙소사…….”

“갑시다. 보스 목 따러.”

윤성이 말했다.

하지만,

파지지지직!

등 뒤에 있던 게이트가 잔파를 방출하기 시작했다.

“보, 보스가…… 죽었…….”

다니엘이 침을 꼴깍 삼켰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보스가 여기서 사용한 지자기폭풍에 파괴된 것이다.

***

“휴우.”

에어포스는 안토니오와 페어를 이루어 S급 헌터 스티븐, 쥔 차이, 셩 지에와 함께 게이트 하나를 클리어했다.

“오우, 시그노라. 당신의 포지션은 사실 서포트였나요? 당신과 함께 레이드를 하니 저절로 힘이 샘솟는군요. 제게 어떤 버프를 거셨습니까?”

“그, 그만 해요, 제발…….”

휴보 보스 때려잡는 것보다 안토니오의 간질거리는 대사 듣는 게 더 피곤하다.

“티엔 사부님은 클리어하셨을까?”

쥔 차이가 셩 지에에게 물었다.

“글쎄요. 헌터국에 물어봐야죠. 다음엔 안토니오 말고 사부님과 함께 들어가면 좋겠는데요.”

“확실히 에어포스는 괜찮지만, 저 남자는…….”

두 사람이 속닥거렸다.

그때, 에어포스와 안토니오 앞으로 헌터국의 A급 헌터 한 명이 달려왔다.

“게이트 클리어하셨습니까?”

그가 물었다.

“방금 끝냈어요.”

에어포스가 답했다.

“아직 빛의 강체를 더 출력할 수 있어요. 게이트 하나 더 갈 테니 팀 짜주세요.”

“지금 헌터국에서 비상 회의 소집됐습니다.”

“비상 회의요?”

“네. 지금 대부분의 최상급 헌터들이 모두 그곳에 소집돼있습니다.”

“티엔 사부님은요?”

“SS급 티엔 헌터님도 그곳에 계십니다. 한 시간 전에 들어가셨죠. 지금 러 씬, 세르게이, 나탈랴, 프리드리히, 막스, 루이, 파스칼. 모두 그곳에 계십니다.”

“대체 무슨 일인데요?”

에어포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이 바쁜 시기에 또 회의 소집이라니.

“게이트를 많이 정리했나요? 지금 몇 개가 남았죠?”

“한 개 늘어서 열둘입니다. 아니지, 방금 에어포스 팀이 클리어하셨으니 열한 개인가요.”

“근데 회의를 할 때예요?”

“잘하면 한 번에 모두 궤멸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거든요.”

에어포스와 안토니오가 회의실에 도착했을 때는 다니엘이 말을 더듬으며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중이었다.

모니터에는 복잡한 수학 공식들과 게이트의 파장과 간섭의 구조를 모식화한 그림들이 나와 있었다.

“이게 다 뭐야?”

어리둥절한 에어포스는 곧 무언가를 느끼고 표정이 굳었다.

SS급 헌터들이 잔뜩 있으니 당연히 강력한 마력이 느껴질 순 있다.

이 정도의 강자들이라면 전투태세가 아니어도 마력이 웬만큼 새어 나오고, 에어포스 수준의 기감이면 그걸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방 안의 마력이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 있었다.

회의 테이블의 가장 안쪽. 다니엘의 바로 앞.

마스크맨.

그쪽으로부터 어마어마한 마력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맙소사…….”

다른 SS급과 질이 다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힘이 존재할 수 있는 거지?

“아, 에어포스! 어서 와요.”

윤성이 반겼다.

“뭐가 어떻게 된 거죠?”

“게이트 15개를 통합하여 하나로 합친 다음, 그걸 한꺼번에 박살 낼 거예요.”

“무슨 수로요?”

“제가 들어가서 지자기폭풍을 일으킬 거예요.”

“지자기폭풍? 뭐에요 그게?”

다니엘이 한숨을 내쉬었다. 헌터들이 서로 다른 타임 포인트에 차례로 도착하는 바람에 이미 세 번 정도 지자기폭풍의 설명을 되풀이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침착하게 다시 설명해주었다.

“같은 얘기 네 번째 반복하니 이제 말 더듬는 게 덜하네요?”

윤성이 말했다.

“그, 그러게요.”

다니엘이 멋쩍은 듯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 지자기폭풍이란 걸 마스크맨이 일으킬 수 있다고요?”

안토니오가 물었다.

“불싯. 자연 재해잖아.”

샌드맨이 인상을 찌푸렸다.

“태양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건가 지금?”

“그건 아니고요. 태양풍은 강력한 방사성 입자와 열을 가지고 있지만 제 스킬은 그런 건 없어요.”

윤성이 설명했다.

“다만 태양풍의 효과처럼 자기장을 전부 망가뜨릴 수는 있죠. 행성의 전자기장을 망가뜨릴 정도의 위력을 지면에서 사용하면 휴보 같은 것들은 전부 고물 덩어리가 돼요.”

“마스크맨에게 그 스킬이 있다는 건 확실합니다.”

앤더슨이 말했다.

“마스크맨은 5분이 채 안 되어서 메탈로이드 게이트 하나를 클리어하셨거든요.”

“뭐라고요!”

에어포스가 경악했다.

“하지만 바로 하나가 더 생겼죠.”

일렉트로닉스가 말했다.

“마치 용수철을 누르면 누를수록 압이 강해지는 것처럼 게이트들을 빨리, 많이 클리어할수록 더 빨리 새 게이트가 생겨요.”

그녀가 설명했다. 여기선 다니엘 다음의 파장 전문가였다.

“다니엘 씨의 작전이 유효하긴 한데…….”

테쿰세가 입맛을 쩝쩝 다셨다.

“만약 실패하면 우린 그 통합된 던전을 레이드할 방법이 없어요.”

앤더슨이 날카롭게 지적했다.

“마스크맨, 통합된 게이트 안에서도 그걸로 한 방에 모두를 제압할 수 있는 게 확실합니까?”

“아마도요.”

“근데 게이트 통합은 어떻게 하는 거야?”

슬렌더맨이 물었다.

“각각의 게, 게이트들은 고유한 파장의 마력을 계속 발산, 발산해요. 그걸 마정석으로 조율하며 시, 신호를 합치면 됩니다.”

“CEA 타입이라 가능한 거예요.”

앤더슨이 부가 설명했다.

“다른 던전들에선 저런 게 불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옛날 헌터국 내의 던전 게이트 연구소에서 통합 조작기를 개발한 적 있죠.”

“그 책임자가 다니엘이었죠?”

테쿰세가 물었다.

“네, 네에. 제, 제가 했, 했어요.”

다니엘이 잔뜩 긴장하며 말했다.

“일단 해봅시다. 어차피 이대로는 게이트들을 전부 소탕하는 건 불가능할 듯하니.”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요. 뉴욕 시민들을 대피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앤더슨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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