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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148화 (148/260)

# 148

레벨업 속도는 9.8m/s^2 148화

“근데 일렉트로닉스라는 헌터. 혹시 알아요?”

윤성이 물었다.

앤더슨의 얘길 들은 후 그에게 은근히 관심이 생겼다.

윤성이 가지고 있는 버프 스킬 EMP도 그가 가진 것과 동일한 종류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다니엘은 피식 웃었다.

“저는 그, 그 사람으론 안 될 것을, 아, 알고 있었어요.”

일렉트로닉스는 사실 미 연방 헌터국에서 가장 먼저 데려온 최상급 헌터였다. 그가 가진 EMP 스킬이 메탈로이드를 쓸어버릴 수 있으리라 추측해서다.

가능하긴 했다. 다만 메탈로이드의 수와 던전의 크기에 비해서 EMP의 범위가 너무나 국소적이었다.

마치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 종이공예를 하는 느낌. 찌른 곳은 푹푹 들어가지만 종이를 잘라 버리려면 송곳이 아니라 가위 같은 게 필요했다.

“EMP는 메, 메탈로이드를 잡기에 분명 조, 좋은 스킬이지만 마력 소, 소모가 크고, 지금 더, 던전들을 커버하기엔 하, 한두 발로 안 되고 일렉트로닉스는 마, 마력이 그렇게 많, 많지도…….”

“그렇군요.”

아무래도 역시 35,000미터 상공으로 열기구를 타고 올라오길 잘했다.

이제는 점점 낙하해서 20,000미터까지 내려왔지만.

‘다음에도 버프가 다 되면 여기 와서 이걸 가끔 타는 게 좋겠군. 어지간한 다른 버프들하곤 비교가 안 되겠네.’

진짜 스페이스 셔틀을 타고 우주 공간으로 나가지 않는 이상, 현재 윤성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버프였다.

랜딩 능력을 공개하고 NASA 측에 협조를 구한다면 우주 셔틀을 타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지만.

이건 좀 더 생각해 보자.

NASA 쪽에 만약 콜로라성인이 있어서 그들의 귀에 들어가면 치명적일 수 있으니까.

***

위이이이이이잉

밤 9시. 소름끼치는 사운드가 뉴욕 시내에 울려 퍼졌다.

파슨스 뉴 스쿨 오브 디자인의 일러스트레이션 학과 2학년 일리나는 8층 학과 휴게실에서 놀라 뛰쳐나왔다.

“뭐야?”

그녀가 공포에 질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학생들 모두가 달아나는 중이다.

그러나 최대 열 명 수용 가능한 엘리베이터는 여섯 대뿐이고 학생의 수는 수백이다.

가득 찬 엘리베이터를 본 학생들은 모두 계단으로 몰려들었고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조심! 조심!”

S급 헌터 앤더슨이 뛰어들어 학생들의 움직임을 통제했다.

“게이트 터졌나요?”

밖으로 나가던 일리나가 앤더슨에게 물었다.

파슨스 스쿨 바로 옆에 S급 메탈로이드 게이트가 하나 있었던 것이다.

“아직 터지진 않았는데……. 곧 범람할 것 같습니다. 일단 모두 대피하시죠.”

일리나는 어디로 도망쳐야 하는지, 언제 정리가 되는지 등을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앤더슨이 굉장히 바빴기 때문이다.

그가 전투용 휴대폰에 대고 말했다.

“여긴 파슨스 스쿨 앤더슨이다. 게이트 범람 상황은 어떤가?”

치직

-범람 직전입니다.

“으음.”

범람한다면 아무리 잘 막아도 손해 막중이다. 뉴욕 시내 한복판에서, 디자인의 하버드라는 파슨스 뉴 스쿨 옆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발달한 비즈니스 구역은 아니지만 바로 아래에는 꽤 번화한 상업 지구가 있다. 심지어 그 아래는 뉴욕대학교다.

뉴욕의 미래가 달린 교육 지역이다. 범람한 후에는 잘 막아도 큰 손실이다.

“SS급은 지금 아무도 없나?”

-다들 레이드 중입니다…….

“일렉트로닉스는? 나오지 않았어?”

게이트 하나당 SS급이 최소 두 명씩 들어가고 있다. 사상자가 없게끔 하려면 그것이 최소 클리어 인원이다.

그러나 일렉트로닉스는 고유 스킬 EMP 때문에 혼자서도 어느 정도 해볼 만했던 것이다.

인력이 모자라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S급 네 명과 함께 들어갔고, 열 시간 반 만에 나왔다.

-지금 체력이 방전되어 있을 겁니다. 전력이라고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지금 그 사람밖에 없어. 나도 들어간다. S급 남는 인력 몇 명이야 지금?”

-앤더슨, 당신 포함해서 셋입니다.

“방금 레이드를 마친 일렉트로닉스를 포함해도 다섯 명이 채 안 되는군.”

-SS급 한 명 더 있지 않습니까? S급인가? 그 마스크맨인가 뭔가…….

“그 사람 어디로 갔는지 연락도 안 돼! 제임스한테 연락해 봐.”

-어? 자, 잠깐만요.

“뭔데?”

-마스크맨이에요!

“뭐라고?”

놀란 앤더슨은 곧바로 학교에서 뛰쳐나와 14번가로 달렸다. 버블티 전문점과 하베스트 고등학교, 스포츠용품점을 지나쳤다.

흉흉한 마력을 내뿜으며 금방이라도 마수 휴보를 쏟아낼 것 같은 게이트.

그 앞에 마스크맨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엔…….

“다니엘 윈턴!”

비쩍 마른 몸매. 커다란 체크무늬 셔츠와 진청색 면바지. 충격적인 디자인의 운동화. 그리고 비뚤어진 뿔테 안경.

파슨스 패션 디자인 학생들이 흥미로워할 듯한 패션이다.

“어…… 아, 안녕하세요. 애, 앤더슨.”

“여긴 어쩐 일이에요? 마스크맨! 이 사람은 대체?”

“절 좀 도와주실 분입니다.”

“네?”

“아, 그리고 헌터들 다 레이드 그만하라고 해요. 제게 다른 방법이 생겼으니까.”

“뭐라고요?”

“일단은 시험 테스트 먼저 해보고요. 이게 잘못 쓰면 도심 다 날아갈지도 모르는 거라서…… 게이트 안에서 쓸 건데 솔직히 조절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고.”

“무슨 소리예요?”

“그런 게 있어요. 잠깐만 기다려요. 갑시다, 다니엘.”

“흐, 흐으으…….”

S급 게이트로 잡아당기자 다니엘이 울상이 됐다.

“괜찮아요. 제가 지켜줄 테니까.”

윤성이 그를 다독였다.

“하, 하지만…….”

“단 한 방도 맞지 않게 해주겠습니다. 걱정 말고 함께 가시죠. 뉴욕을 구해야죠!”

“뉴, 뉴, 뉴욕…….”

“잠깐만요! 지금 뭘 하는 거예요?”

앤더슨이 끼어들었다.

“여기 다니엘이랑 같이 들어가신다고요?”

“네. 그리고 다른 헌터들은 못 들어가게 하세요. 말려들면 어찌 될지 모르니까.”

“말려들다니? 뭘 하시려고?”

“잠깐만, 저거.”

윤성이 게이트를 가리켰다. 휴보 하나의 머리가 게이트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빛의 탄환 발동!>

윤성이 발사한 섬광이 휴보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이러다 늦겠어요. 빨리 갑시다, 다니엘! 아깐 간다고 했잖아요?”

“진, 진, 진짜 잘, 잘 지켜주셔야 해요. 저, 저는 보호막도, 여, S급,에서, 는…….”

“아오, 알았어요!”

윤성이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파지직!

두 사람은 게이트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때 앤더슨은 보고 말았다. 마스크맨이 발을 들여놓는 순간 게이트 파장이 크게 일렁였던 것이다.

그 어떤 SS급이 입장할 때도 저 정도로 파장이 흔들리는 건 본 적이 없다.

‘뭐야 저 사람……?’

“앤더슨!”

황당한 표정으로 서 있는 앤더슨의 뒤로 사람 셋이 나타났다.

키 크고 잘생긴 남자와 통통한 여자. 그리고 곧 죽을 것처럼 피곤에 절은 여자다.

순서대로 S급 헌터 알렉스, S급 헌터 메이. 그리고 SS급 헌터 일렉트로닉스였다.

“지금 진입하면 됩니까?”

일렉트로닉스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온몸에 진이 다 빠진 상태다.

하긴, S급 네 명을 이끌고 던전 하나를 열 시간 반이나 돌았으니.

“일단 조금만 기다려봅시다.”

앤더슨이 말했다.

“기다려보자니? 곧 터질 것 같은데요?”

일렉트로닉스가 황당한 듯 물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SS급 마스크맨이 들어갔어요. 그리고 S급 다니엘도.”

“다니엘이 누구죠?”

메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다니엘 윈턴.”

“오 마이 갓…….”

메이가 가슴에 성호를 그었다.

“그 사람 비각성자랑 복싱해서 진 적도 있는데. S급 던전을 들여보내면 어떡해요?”

“그런 적도 있습니까?”

“마법 쓰지 않고 순수 육체로 복싱 시합했다가 2라운드 만에 박살 났다던데.”

“맙소사.”

“상대가 복싱 아마추어 선수이긴 했지만 아무튼 다니엘 그 사람 몸은 완전 약골이라고. 죽으면 어떡해요?”

“하지만 마스크맨이 자기가 잘 지키겠다며 데려간 거라서…….”

“대체 왜 그 사람을 데려간 거죠? 그리고 둘이서만 입장했어요?”

“네.”

“최악이군. 빨리 들어가죠, 일렉트로닉스.”

“안 돼. 다른 사람은 들이지 말랬어요. 말려들면 어찌 될지 모른다고.”

“뭘 하는데 말려들어요?”

일렉트로닉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빠지지직!

게이트에서 강력한 마력 전파가 튀었다.

깜짝 놀란 헌터들이 몇 걸음 물러나며 전투태세를 갖췄다. 마수가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안에서 나온 것은 마스크맨. 그리고 수명이 절반은 준 듯 보이는 다니엘 윈턴이었다.

“휴우. 수고했어요. 다니엘.”

“사, 사, 살았, 살았나요? 제가?”

“살았어요.”

“파, 팔다리도 다, 다 있?”

“무사하니 걱정 마요.”

윤성이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왜 벌써 나옵니까? 게이트는?”

앤더슨이 물었다. 하지만 그 질문의 끝에서 입이 떡 벌어졌다.

게이트에서 강력한 잔파가 방출되고 있었다. 이는 게이트가 닫히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이게 무슨…….”

“클리어했습니다. 보스까지요.”

윤성이 말했다.

4분 27초.

윤성이 S급 메탈로이드 던전을 클리어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

약 9시간 전.

바닥에 착지하기 직전의 열기구에서 윤성은 다니엘에게 말했다.

“다니엘, 제가 잠깐 마스크를 벗을 거예요. 답답해서. 근데 제가 얼굴에 콤플렉스가 좀 있거든요. 보이고 싶지 않으니까 눈 감아줄래요?”

“아, 네. 네에…….”

착하고 순진한 다니엘은 눈을 꼭 감고 고개도 돌렸다.

윤성은 랜딩 자세를 잡았다.

툭.

열기구의 바닥면이 땅에 닿는 순간, 눈앞에 수많은 메시지창들이 떠올랐다.

<최종 속력=0.34m/s, 낙하 거리=35,288m, 낙하 시간=13,320s>

<랜딩 성공!>

<일시적으로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힘과 순발력, 감각능력, 지능에 각각 35,288점. 남은 시간 6,912,000초. 일시적 랜덤 스킬이 개방되었습니다 : 지자기폭풍 남은 시간 6,912,000초>

<현재 레벨이 낮아 이 낙하 구간에서 스킬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랜딩 스킬 지자기폭풍.

그게 무엇인지 몰랐던 윤성의 눈앞에 스킬 설명이 떠올랐다.

<지자기폭풍 : 항성풍에 의해 생기는 전자기폭풍을 지상에서 인위적으로 재현함. 위력은 지능에 비례.>

그러나 설명을 봐도 이해할 수가 없다. 항성풍이 뭔지도 모르는걸.

고민에 잠겨 있는데 다니엘이 물었다.

“이, 이제 눈 떠도 되, 되나요?”

“아, 네! 괜찮아요.”

항성풍과 지자기폭풍에 대해 구글에서 검색해 보려던 윤성은 다니엘과 눈이 마주치고 생각을 바꿨다.

물리학 박사니까 아시겠지?

“지자기폭풍이 뭔지 혹시 아세요?”

“지, 지자, 지자기 폭풍?”

“네.”

“태, 태양에서 표면에 폭발이 일, 일어나면 고에너지 입자들이 지구를 향, 향해서 날아와요. 엄청난 속도와 위, 위력을 갖고. 그걸 태, 태양풍이라고 해요.”

“음.”

그럼 태양이 아닌 다른 항성들이 일으키는 풍을 항성풍이라고 부르는 거겠군.

“그래서요?”

“어, 어떤 태양풍은 가끔씩 너무 강력해서, 지, 지구의 자기장을 날려버릴 수도 있, 있어요. 지, 지구의 자기장이 박살, 박 살나는 걸 자기장 포, 폭풍이라고.”

이런 미친…….

윤성의 입이 떡 벌어졌다. 마스크 때문에 얼굴이 안 보이는 게 다행이다.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가요? EMP보다 센가요?”

다니엘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E, EMP는, 인,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들이죠. 핵, 핵폭발 같은 걸로. 그건 기껏해야 구, 국가 한 개나 아, 아무리 심해도 대륙 단위로, 잠깐 저, 전자 기기를, 마, 마비시키는 거지만.”

“거지만?”

“지, 지자기폭풍은 행성의 자기장이 망가, 망가진 거예요. 일시적으로. 그 때문에, 지하로 어, 엄청난 전류가 흐르고, 모, 모든 전자기기가 마비되죠. 레, 레벨이 달라요.”

“훨씬 더 세다는 거군요?”

“1,859년 지, 지자기 폭풍 얘길 해줄까요?”

“그게 뭐죠?”

1,859년.

태양 표면에서 생긴 플레어가 어마어마한 태양풍을 야기했고, 그게 지구를 덮쳤다.

오로라는 태양풍이 지구의 자기장과 충돌했을 때 생기는데, 전 세계에서 오로라가 관측됐다. 심지어 오로라가 안 보인다고 알려진 쿠바나 하와이에서조차.

미국 동북부에선 그 오로라의 빛으로 신문을 읽을 수 있을 정도였고, 로키 산맥의 광부들은 아침이 된 줄 알고 식사를 준비했다.

이윽고 밀어닥친 역사적인 지자기폭풍.

지구 전역에서 정전이 일어났다. 수많은 전신 철탑들에서 비정상적인 전력 흐름으로 불꽃이 튀었다.

나침반은 전부 망가져서 방향을 잡지 못했으며 전신 기사들은 작업 중 쇼크를 받고 쓰러졌다.

비둘기, 돌고래 등의 동물들은 모두 방향감각을 상실했다.

통신 설비가 덜 발달했던 그 시대에서 날렸던 전서구들은 대부분 목적지에 도착하는 데 실패했던 것이다.

“맙소사…….”

얘길 듣던 윤성이 충격에 빠졌다.

“똑같은 걸 일부 지역에 국소적으로 쓸 수 있다면 메탈로이드를 무력화할 수 있을까요?”

“하하!”

다니엘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그런 건. 할 수 있음 좋지만. 가, 가능할 리가 없, 없죠. 자연, 자연재해예요. 지자기, 펄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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