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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147화 (147/260)

# 147

레벨업 속도는 9.8m/s^2 147화

정문 방향이 아닌 후문 쪽 비행장으로 이동하자 거대한 열기구 한 대가 나타났다.

물론 그 외형은 윤성의 머릿속에 있는 열기구의 스테레오 타입과 전혀 다르다.

커다란 나무 바스켓에 사람 몇 명이 타고 버너로 커다란 풍선에 불을 지펴서 날아다니는 걸 생각했는데.

눈앞에 있는 열기구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풍선과 거대한 날개, 그리고 동그랗고 커다란 흰색 캡슐로 구성되어 있다.

화물용 컨테이너만 한 크기의 캡슐은 내부 공간 역시 그 정도 크기였다.

식탁과 의자들, 소파와 냉장고, 미니 칵테일 바 따위가 간단히 비치되어 있었다.

“방이 꽤 넓네요. 여러 명 타도 되겠어.”

“워, 워, 원래 5인승입니다. 저, 저를 제외하고요.”

“그렇군요.”

윤성은 냉장고를 열어서 무엇이 있나 살펴보았다. 주스와 콜라, 간단한 식료품들.

“언제 출발합니까?”

윤성이 묻자 칵테일 바 옆에 서서 우물쭈물하던 다니엘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추, 추, 출력포와 마정, 마정석…….”

“앗, 참.”

윤성은 캡슐 밖으로 나가서 인벤토리에 넣어온 초거대 출력포 다섯 개와 S급 마정석 두 개를 꺼냈다.

“가, 감사합니다.”

물건을 본 다니엘이 환하게 웃었다. 그는 캡슐에 설치되어 있는 작은 출력포들을 하나씩 떼어내고 윤성이 가져온 거대한 것들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윤성이 무언가를 떠올렸다.

“근데 5인승이라고 하셨나요?”

“네에…….”

“그럼 다섯 명 모두 7만 달러씩 내야 하는 거예요? 나 혼자 타면 35만 달러?”

“네, 네에…….”

“이런. 테쿰세한테 더 달라고 할 걸 그랬네.”

“하, 하, 하지만 서, 선생님은 출력포도 주셨고…….”

다니엘이 말했다.

“무, 무료로 해드릴게요.”

“정말요?”

“네, 네에…….”

그럼 땡큐지.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보니 S급 마정석이면 이미 다섯 명분의 비행 요금을 전부 지불한 셈이기도 했다.

이제 다니엘은 출력포 두 개를 설치하고 나머지 셋을 교체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윤성의 머릿속엔 이런저런 잡생각들이 올라왔다.

사실 35,000미터 열기구 랜딩을 계획하던 당시부터 고민하던 것이다.

10,000미터 랜딩 버프로 얻은 스킬

EMP는 전자기파 펄스의 총칭이다. 강력한 전자기파를 방사해서 전자 기기들을 모두 못 쓰게 망가뜨리는 것.

메탈로이드는 단순히 전기로만 돌아가는 기계가 아니라 마력도 사용하므로 한 방에 KO 시키긴 어렵겠지만 상당히 강력한 카운터 스킬이 될 것이다.

그처럼 중요한 스킬을 얻고도 윤성이 열기구를 타러 온 이유는 하나뿐이다.

‘35,000미터에서 랜딩하면 더 강한 스킬을 얻을 수 있다.’

영구적 스킬의 위력이 더 높은 고도 구간에서 더 강력해지는 것처럼 일시적 버프 스킬 역시 더 높은 곳에서 랜딩할수록 더 강해지곤 했었다.

35,000미터에서 랜딩했을 때 어떤 스킬이 나오든 상관없이 EMP보다 위력은 더 좋을 게 분명하다. 마력이나 지능 대비 효율은 좀 떨어지더라도 말이다.

“추, 출발하실까요?”

다니엘이 말했다.

“갑시다.”

두 사람은 캡슐로 이동했고, 윤성은 소파에 앉았다.

다니엘은 동력부에 S급 마정석을 끼워 넣고 몇 가지 제반 마법 처리를 했다.

놀랍게도 일에 집중하자 이 남자의 눈빛이 변했다.

말도 잘 못하고 옷도 후줄근하게 입어서 전형적인 미국 드라마의 너드 같은 모습이었는데.

마법을 쓰는 순간부터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자기 부상 발동!>

다니엘이 스킬을 사용해 마정석에 걸었다.

그러고는 풍선 연결부의 호스를 쥐었다.

쿠우우우!

뭔가 무너지는 듯한 굉음. 놀란 윤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소리예요, 이게?”

“헬륨을 주입하고 있습니다.”

마법으로 헬륨 주입이 가능하다는 것보다 말을 안 더듬었다는 게 더 놀랍다.

“이제 곧 뜰 겁니다.”

“좋아요.”

윤성은 빙긋 웃으면서 소파에 기대앉았다.

우우웅!

S급 마정석이 빛을 발했다. 천천히 기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이제 끝, 끝났습니다.”

다니엘이 다시 말을 더듬었다. 그는 우물쭈물하며 윤성의 옆자리에 와서 앉았다.

“근데 다니엘. 진짜로 힘이나 순발력이 40점인가요?”

“사, 사십…… 삼 점…….”

정말 재밌는 사람이다.

윤성이 빙긋 웃었다.

“그럼 레이드는 한 번도 못 해보셨겠네요? 지능은 S급 최상위권이라 적어도 B급 이상 던전은 가야겠고. 하지만 팀원들이 안 챙겨주면 던전 고블린한테도 순삭 당할 수 있으니.”

상급 던전에서, 어떤 마법을 쓰든 한 방에 모든 마수를 골로 보낼 수 있겠지만 본인도 한 방만 맞으면 골로 갈 수 있다.

“그, 그렇죠……. 하, 하지만 보호막 마법을 쓰면 돼. 돼요.”

“오?”

“문, 문제는 보호막 마법을 계속, 계속 유지하면 마력 소모도 크고, 제, 제가 공격을 못해서.”

마정석을 이용하여 특정 공간에 보호막을 쳐놓는 것은 큰 마력 손실 없이도 가능하다.

옛날 아르동 때 헌터스쿨에다 보호막을 쳐놓았던 것처럼.

하지만 그 상태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마력을 소모하여 보호막을 유지해야 했을 것이다.

확실히 그렇게는 레이드하기 어렵지.

“태, 탱커만 네 명 데리, 데리고 A급 던전을 간, 간 적도 있어요.”

다니엘이 웃으면서 말했다.

“할 만하던가요?”

“제, 제가 소심하고 거, 겁이 많아서.”

“그래서 은퇴하셨군요. 지금 생활에 만족하세요?”

“저, 전 옛날부터 우, 우주를 좋아했거든요.”

“혹시 외계인 믿으세요?”

“외, 외계인은 당연, 당연히 있죠.”

“그래요?”

“물, 물과 대기가 있는, 암, 암석질 행성은, 새, 생명체가 발생할 수 있어요. 대, 대기는 우주에서 오는 복사선을 막, 막아주고. 온,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고, 물이 있, 있다면 거품, 거품막이 생겨서 거기서부터 물 분자와 수소 이온에 기반한 전, 전자 전달계가…….”

“아, 알겠어요.”

뭔가 골치 아픈 얘기가 나올 것 같아 말을 끊었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다니엘은 발을 동동 굴렀다.

“카, 칵테일 드실래요?”

“네. 부탁합니다.”

“어, 어, 어떤?”

“아무거나요.”

다니엘은 곧 블랙 러시안 한 잔을 만들어서 윤성에게 내밀었다.

“다니엘은 안 드세요?”

“저, 저는 일하는 중, 중이에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윤성은 칵테일을 한 모금씩 마시면서 거대한 레이드를 앞둔 마지막 여유를 즐겼다.

불과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창밖의 풍경이 달라졌다.

“지, 지상 13,000미터 정도예요.”

다니엘이 말했다.

“이, 이제 슬슬, 보일 거예요.”

“뭐가요?”

“지, 지구의 표면 모양이요.”

사실 엄밀히 따지면 35,000미터까지 올라가도 ‘우주’는 아니다.

기껏해야 대류권을 벗어나 성층권에 도달했을 뿐이다. 지구의 대기는 수백 ㎞ 수준이니까.

그 영역을 벗어나서 외기권으로 나가기 전까지는 우주라고 칭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과 13,000미터 높이의 고도에서도 풍경이 이미 확연히 달라졌다.

“와아…….”

절로 터지는 감탄.

웅장하고 아름다운 지구 대기의 표면이 나타났다. 모든 구름이 기체보다 아래에 있었다.

여느 때보다 밝게 느껴지는 태양과 연푸른색의 하늘. 그리고 구름이 뒤덮은 발아래의 지구.

“대단, 대단하죠?”

다니엘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요. 감동적이군요.”

“곧 꼭대기까지 도달할 거예요. 식사하실래요?”

“좋아요.”

지구의 곡면을 내려다보면서 식사하는 기분.

이런 걸 또 언제 느껴보겠는가.

다니엘은 파스타와 파니니, 작은 스테이크 한 덩이를 요리했다.

약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더 지난 후, 다니엘의 요리가 거의 완성될 때쯤이었다.

“35,000미터예요.”

다니엘이 스테이크를 내오며 말했다.

푸른색 지구의 전반적 모습이 확연하게 관찰된다. 그 위쪽은 사진으로나 보던 검은색 우주 배경.

열기구는 여전히 대기권에 위치해 있긴 하지만 이토록 어두운 것은 햇빛의 산란 정도가 크게 떨어진 탓이다.

식사를 하면서 그 고도에서 40분 정도를 머물렀다.

“앞으로 손님이 많이 왔으면 좋겠네요. 이렇게 잘하시는데.”

“그, 그러게요. 하하. 그, 근데 안될 거예요.”

“왜요? 자신감을 가지세요.”

“그, 그게 아니고. 뉴, 뉴욕에서 메탈로이드가 나오, 나오니까. 엘리지아, 엘리지아도 오고.”

“아아.”

“제, 제 생각엔 인류는 그걸, 못, 못 막아요.”

“메탈로이드요?”

“메탈로이드도 그, 그렇고, 엘리지아도.”

“흠.”

“메, 메탈로이드는 사실, 사실 막을 수 있는 방, 방법이 있어요.”

“어떻게요?”

“메, 메탈로이드 게이트 15개는, Circulating Electromagnetic Assimilation이라는 혀, 현상이에요.”

“무슨? 뭐라고요?”

“CEA. 전자기장이, 도, 동일 파장대를 공유하면서 순환하는 거예요. 그래서 게이트를 없, 없애도 계속 생기죠. 열, 열다섯 개를 한꺼번에 없, 없앨 전력은 없고요.”

“근데 어떻게 막는다는 거죠?”

“그, 그 게이트들을 하나로 합치면 돼요.”

“하나로?”

“같, 같은 파장을 쓰는 거니까 가능, 가능하죠. 그리고, 아, 안에다가 마정석을 폭, 폭파시켜요.”

“하지만 S급 던전이니 마정석 폭탄으로 파괴 못 할 텐데요. 준비 시간도 길고.”

“S급 마정석으로 만든 2,200T가 있, 있어요. 제가 만든 거라, 알아요.”

“그거 파괴력이면 다 죽일 수 있는 건가요?”

“아, 아뇨. 하지만 전자기장 펄스가 발, 발생해서 그걸로 무력화시킬 수 있, 있어요.”

“그다음에 SS급 헌터들이 정리한다?”

“네, 네에…….”

“그런 걸 왜 헌터국에 알려주지 않았나요?”

“저, 저는 으, 은퇴해서. 헌, 헌터국 회의에 참석을 못, 못하고. 사, 사람들하고도 안 친해서.”

“그래도 헌터국에 보고를 올리면 되잖아요? 헌터가 아니라도 물리학 박사니까 확인해 줄 텐데요.”

“며, 몇 번 보고 올렸, 올렸는데 안 된다고만 해서…….”

“여기 전화 되죠?”

“네? 네, 네에.”

윤성은 연방 헌터국에 곧장 전화를 걸었다.

-네, 연방 헌터국입니다.

“여보세요? 저 한국의 SS급 헌터 마스크맨입니다. 테쿰세나 앤더슨 연결 부탁드립니다.”

-뉴욕 레이드 팀 간부 암호 코드 불러주세요.

“앗, 잠시만요.”

그런 거 없는데?

윤성은 에어포스에게 전화를 걸어서 암호 코드를 물었다.

“그걸 안 알려드렸죠. 마스크맨의 암호 코드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네?”

“원래 레이드 참가자가 아니었으니까요. 오늘 저녁쯤에 나올 겁니다.”

“제가 지금 테쿰세나 앤더슨하고 연락을 좀 해야 해요.”

“그럼 제가 번호를 알려드리죠.”

윤성은 에어포스에게 번호를 받아서 앤더슨에게 전화했다.

“네, 연방 헌터국 사무국장 앤더슨입니다.”

“앤더슨? 저 마스크맨입니다.”

“안녕하세요.”

“지금 다니엘 윈턴이랑 함께 있는데요.”

“음? 그분은 왜…….”

앤더슨의 목소리가 안 좋아졌다.

“다니엘이 말하길 던전들을 한 데 모으고 S급 마정석으로 만든 2,200T 폭탄으로 날려버린 후에 SS급 헌터들이 투입되면 제압이 가능하다는데요.”

“아, 그 보고서 말인가요.”

“읽어보셨나요?”

“그거 문제가 있습니다. 2,200T 폭탄이 없어요.”

“네? 왜요?”

“음. 옛날에 사용해서……. 자세한 내용은 헌터국 기밀이라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만.”

“이런. 그럼 다른 폭탄이나 EMP 탄을 쓰면 안 되나요?”

“인공적으로 일으키는 어떤 EMP도 메탈로이드를 무력화시키긴 어렵습니다.”

앤더슨이 말했다.

“영국의 SS급 헌터 일렉트로닉스는 EMP라는 스킬을 쓸 수 있어요. 그분 지능이 11,000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메탈로이드를 완전 무력화시키긴 어렵더군요.”

“음.”

“2,200T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 폭탄이 지금은 없어서 그 작전은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아무튼 그래서 던전 통합 작전도 포기했어요. 적의 전력은 그대로인데 우리는 SS급 다섯 명밖에 못 들어가는 거잖아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사실을 그대로 전해주었더니 다니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제가 만든 폭, 폭탄인데 함부로 써버리다니……. 근, 근데 지구에서 썼다면 어디든 난, 난리가 났을 텐데.”

“그러게요. 그만한 무기를 어디다 썼을지.”

왠지 콜로라와 관련된 일일 것 같은 예감이 들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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