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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146화 (146/260)

# 146

레벨업 속도는 9.8m/s^2 146화

46. 어스뷰

휴식 시간이 지나고 다시 회의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아까보다 사람 수가 훨씬 적다.

“자리가 좀 비는 것 같은데요.”

윤성이 에어포스에게 말했다.

“몇몇은 볼일이 있다고 나갔습니다. 이번 회의부터는 필수는 아니에요. 하지만 여기서 결정되는 안을 우리가 따를 것이니까 참여하는 게 좋겠죠.”

“그렇군요.”

테쿰세가 의장석에 앉았다.

“예상대로 사람이 확 줄었군요.”

그가 씁쓸한 듯 말했다.

“혹시 다른 아이디어가 있으신 분?”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다. 던전 수에 비해 사람 수가 절대적으로 모자라는데 뭘 어쩌겠는가.

“그냥 뉴욕을 포기하는 방법밖에…….”

안토니오가 작게 웅얼거렸다.

하지만 그 순간, 윤성이 손을 들어 올렸다.

앤더슨이 반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오, 마스크맨. 무슨 아이디어가 있습니까?”

“재포니카 던전이랑 비교하면 메탈로이드 던전들 난이도는 어느 정도입니까?”

테쿰세가 대신 대답했다.

“글쎄요. 재포니카는 수중 타입이라 직접 비교하긴 좀 어렵습니다. 하지만 녹화 영상이 있으니 보여드리죠.”

사실 윤성을 제외한 S급 이상 헌터들은 여러 번 본 영상이다. 심지어는 직접 게이트에 들어간 적도 꽤 되니 이제 영상은 영양가가 없었다.

하지만 윤성은 집중해서 모니터를 시청했다.

인간형의 로봇들이었다. 눈에서 붉은 파괴 광선을 쏘고 양팔에 장착된 마법 머신건에서 총탄을 수없이 발사한다.

총탄에는 마정석이 가공되어 들어갔고, 마력이 실려 있다. 그걸 저렇게 대량 생산한 것은 메탈로이드 특유의 기술력 덕분일 터.

SS급 헌터들에게는 따끔한 수준의 견제 무기지만 S급 헌터들에게는 꽤 위협적이다.

하지만 난이도 자체가 아주 높아 보이진 않는다.

10,000점의 랜딩 버프를 가지고 있는 지금도 무리 없이 레이드를 진행할 수 있을 듯싶다. 혼자서는 어렵겠지만.

재포니카 때에 비교를 한다면 훨씬 난이도가 높다.

하긴 재포니카는 일반 마수였지만 이쪽은 마더의 명령을 받고 온 메탈로이드계의 병사들이니.

“보스는 안 나오는군요.”

영상의 마지막까지 시청한 윤성이 말했다.

“보스는 여기 안 찍힙니다. 더 들어가면 마력 파장 때문에 카메라에 아무것도 안 찍히거든요.”

“하지만 보스들이 어떤 놈들인지 확인은 되었겠죠?”

“어깨에 T505라는 라벨링이 붙어있는 놈들이었습니다.”

메탈로이드계에서 납치했었던, 과충전이 가능한 로봇이다.

“혹시 그놈들 전투력이 어느 정도 되던가요?”

“들어간 던전마다 들쭉날쭉했습니다.”

에어포스가 말했다.

“어떤 놈들은 S급 정도였지만, 어떤 놈들은 거의 신민수만큼 강했죠.”

그 T505가 확실하군. 인계 침공용으로 마더가 만든 아리의 후속 모델이다.

그런데 35,000미터에서 랜딩해서 얻게 될 버프를 쓰면 그들을 상대로 어느 정도 활약이 가능할까?

윤성도 이제는 S급 이상의 전투에 꽤 익숙해져 있지만 그래도 능력치 평균 35,000점 같은 말도 안 되는 전투력은 가늠하기 어려웠다.

“에어포스.”

윤성이 에어포스에게 속삭였다.

“당신이 빛의 강체를 최고 출력으로 쓴다면 어느 정도 전투력인가요?”

이런 것은 보통 헌터들에겐 비밀이기 때문에 약간 무례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실제로 에어포스는 자신의 능력치나 빛의 강체를 썼을 때의 능력치를 한 번도 공개한 적 없다.

수많은 평론가들이 내놓은 추측만이 난무할 뿐.

그러나 어느 것도 에어포스의 실제 능력에 근접하지는 못했다. 그녀의 힘은 그 추측들보다 훨씬 높았으니까.

에어포스는 윤성을 믿고 목소리를 죽여 귓가에 소곤거렸다.

“컨디션과 상황 따라 다릅니다. 능력치 합으론 10만 점 정도라고 할 수 있겠군요.”

10만 점…….

확실히 에어포스는 최강이다. 스킬로 뻥튀기된 것이긴 하지만 저런 능력치를 갖고 있는 헌터가 세상에 몇 명이나 있을까.

“그 상태에서 던전 클리어가 쉽던가요?”

“최대 출력 상태면 강한 보스도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제가 최대 출력 상태를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길어봐야 30분이죠. 그런데 던전은 꽤 큰 편이라 최소한 네 시간 이상을 진행해야 보스를 만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문제라는 거죠?”

“네.”

“만약 네 시간 이상 최대 출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혼자서도 던전을 클리어하실 수 있나요?”

에어포스는 잠깐 고민하다가 답했다.

“아마도요.”

열기구에서 랜딩하면 빛의 강체를 최고 출력으로 쓰는 에어포스보다도 훨씬 더 세질 수 있다.

좋아.

“저한테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윤성이 테쿰세에게 말했다.

“얘기해 보세요.”

“일단 그 전에, 혹시 이런 거 구할 수 있을까요? 다섯 개 정도.”

윤성이 이메일을 열어 다니엘이 보내준 출력포 모델명과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S급 마정석도요. 두 개 정도.”

“연방 헌터국 금고에 있을 겁니다. 내드리겠습니다.”

테쿰세가 말했다.

“그래서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무엇인가요?”

“제가 던전 절반을 혼자서 클리어하는 겁니다. 나머지는 헌터 팀이 협력해서 하고요.”

“혼자서?”

놀란 앤더슨이 펄쩍 뛰었다.

“이봐요. 허세 부리지 마세요.”

안토니오가 끼어들었다.

“아무리 강해도 S급 던전은 쉽게 보는 게 아니에요. 그 던전들은 헌터 한 명이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난이도가 아니라고요.”

“될지 안 될지는 나중에 보시고요. 테쿰세 헌터님. 일단 이것들 내주실 수 있나요?”

“얼마든지 드리죠.”

테쿰세가 말했다.

“아. 돈도 필요해요. 7만 불 정도.”

못 낼 만한 금액은 아니지만 굳이 사비 들일 필요 없으니까.

“그것도 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지금 주실 수 있나요?”

윤성이 재촉했다.

“대체 무슨 수로 혼자서 던전의 절반을 클리어한다는 겁니까? 진심입니까? 가능해요? 그게?”

중국의 S급 헌터 쥔 차이가 물었다.

“뭐, 자세한 방법은 비밀이지만 아마 가능할 것 같아요.”

“솔직히 당신, 그 정도로 강해 보이지 않는데요.”

메이가 말했다.

“뭐, 일단 제가 말씀드린 것들만 구해주시죠. 나머지는 두고 보세요.”

“제임스.”

테쿰세가 회의 테이블 끝에 앉아있던 S급 헌터를 불렀다.

제임스. 리비아 국경 지대에서 윤성에게 빚을 졌던 헌터다.

“지금 마스크맨하고 같이 금고로 가서 요구하시는 걸 내주세요.”

테쿰세가 말했다.

출력포는 꽤 거대했다. 아무래도 거대한 열기구 탑승 캡슐을 날려 보내는 것이니 사출 엔진도 강해야 하고 구멍도 클 수밖에 없다.

윤성이 한아름 들면 한 개의 출력포를 간신히 들 수 있을 정도. 냉장고보다 조금 작았다.

이런 것을 다섯 개나 옮기는 건 꽤 버거운 일이지만 윤성에게는 인벤토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성은 출력포를 하나하나 직접 옮겨 바깥의 트럭에 실었다.

제임스의 눈앞에서 인벤토리를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벤토리는 콜로라의 물건이니까.

그리고 제임스는 아직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트럭은 윤성의 호텔 방에 출력포들을 전부 운반해 주었다. 방 안에 홀로 남겨진 다음에야 윤성은 그것들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다시 어스뷰에 전화를 걸었다.

-여, 여보세요. 어, 어스뷰입니다.

“안녕하세요. 낮에 전화 드렸던 사람입니다. 출력포와 S급 마정석 준비가 끝나서 전화 드렸는데요.”

-다……, 다 준비하셨, 하셨다고요?

“네.”

-무, 뭐하시는 분이세요? 어, 어떻게?

“헌터입니다. 한국의 백마 길드 대표 마스크맨. 이번 뉴욕 작전에 참가하러 왔습니다.

-아! 아, 바, 반갑습니다.

“열기구를 제가 언제쯤 탈 수 있을까요?”

-내, 내일이라도 가능해요. 지, 지금도 하, 할 순 있고요.

“내일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윤성은 침대에 걸터앉았다.

“휴우.”

갑자기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그룬헤잘드의 영지에 쳐들어간 이후로 거의 쉬지 못했던 탓이다.

이미 체력이 한계에 이르렀다.

내색은 않았지만 아마 에어포스도 마찬가지일 거다.

윤성은 침대에 눕자마자 곧바로 곯아떨어졌다.

그렇게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윤성의 눈이 번쩍 뜨였다.

문밖에서 강력한 마력이 느껴졌다.

윤성은 마스크를 쓰고 문을 열었다.

“에어포스?”

“잠깐 얘기 나눌 게 있어서 왔습니다.”

“들어오세요.”

에어포스는 방에 들어와 소파테이블 옆의 1인용 의자에 앉았다.

“솔직히 제가 볼 때 윤성 씨가 메탈로이드의 S급 던전을 혼자 클리어하실 수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뭔가 믿는 수가 있는 건가요?”

“아. 뭐, 그런 게 있어요.”

“제게 알려주실 수는 없습니까?”

“음.”

윤성이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자 에어포스는 실망했다.

그녀는 윤성을 완전하게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유일한 SS급 헌터로서 그녀가 짊어져 왔던 책임감들을 그는 십분 나누어주었다.

에어포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윤성에게 많은 것을 의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고제하가 쓰러진 후로는 더욱.

그녀 역시 윤성에게는 어떤 정보든 오픈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회의 중에 윤성이 물어보았던 것을 거리낌 없이 답해준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윤성은 아직 그녀를 신뢰하지 않는 것 같았다.

“굳이 얘기하고 싶지 않으면 괜찮습니다. 전 단지……. 윤성 씨의 능력이 어떤 건지 알고 있다면 팀 단위로 움직일 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뿐입니다.”

“아. 그게…….”

설명해 줄까 하던 윤성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그는 랜딩 능력을 각성하던 날, 죽기 직전에 에어포스 랜딩을 했었다.

지금도 꼬박꼬박 떨어질 때마다 에어포스의 모범 랜딩 자세를 취한다.

그걸 에어포스에게 설명할 생각을 하니 어쩐지 낯이 뜨거워지는 기분이다.

물론 자세한 설명은 떼고 높은 데서 떨어지면 강해진다는 얘기만 하면 괜찮겠지만 이미 얘기할 자신감을 잃었다.

“얘기 안 하셔도 돼요.”

에어포스가 말했다.

“음.”

“근데, 혹시…….”

에어포스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차희 씨는 윤성 씨에게 어떤 능력이 있는지 아시나요?”

“네.”

“그렇군요. 실례했습니다. 푹 쉬세요.”

에어포스는 윤성에게 인사하고 바깥으로 나갔다.

헌터국에서 차 한 대를 렌트해서 곧장 출발했다.

목적지는 존F케네디 국제공항.

여기서 비행기를 타고 피츠버그 공항으로 이동한다.

택시를 타고 비버 그라드 로드를 따라 카르노 문 방향으로 올라가다가 우회전.

순 룬 로드를 따라 오하이오 강 방향으로 다시 올라간다. 3㎞ 정도를 더 이동하면 나오는 어스뷰.

마치 공항 활주로처럼 보이는 거대한 아스팔트 바닥이 나타났다. 거대하고 복잡하게 생긴 기계 장비들이 곳곳에 잔뜩 비치되어 있다.

그 활주로의 크기에 비해 연구소는 보잘것없이 작다.

사실 당연한 거다. 직원이 한 명뿐이니까.

“안녕하세요, 어제 전화 드렸는데요.”

다니엘 윈턴은 파스타로 늦은 점심을 먹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는 마스크를 쓴 괴한을 보고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다.

그 동작이 워낙 급작스럽고 컸던 탓에, 먹던 파스타 그릇이 엎어졌다.

“엇!”

다니엘은 떨어지는 파스타를 손으로 잡았지만,

“으악!”

뜨거워서 또다시 놀랐다. 파스타는 바닥에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미, 미안합니다.”

그가 창피한 듯 얼굴을 붉히면서 자리를 정리하려 했다. 바닥에 떨어진 파스타를 치우려고 휴지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저기.”

윤성이 책장 옆에 있는 크리넥스를 가리켰다.

하지만 다니엘의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휴지를 뽑으려고 움직이다가 파스타를 짓밟고 미끄러진 것이다.

콰당탕!

“아이고.”

정말 가지가지 하는군.

“괜찮아요?”

윤성이 다니엘을 일으켜 세워주었다.

“죄, 죄송합니다.”

“뭐가 자꾸 죄송해요. 괜찮아요.”

다니엘은 바닥을 대강 치운 다음 윤성에게 인사했다.

“어, 어스뷰 대표 다니엘입니다.”

“마스크맨입니다.”

“여, 열기구, 보, 보실래요?”

“부탁드립니다.”

윤성이 다니엘과 악수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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