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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142화 (142/260)

# 142

레벨업 속도는 9.8m/s^2 142화

6,000미터는 일산 수복전에서 에어포스의 도움을 받아 클리어했던 것이다.

8,000미터는 바토리의 돌풍 덕분에 이번에 클리어한 것.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다.

‘10,000미터 랜딩 임무가 없잖아?’

8,000미터 다음 임무가 나타나 있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10,000미터 이상의 랜딩은 불가능한 건가?

만약 그렇다면 꽤 큰일이다.

9천 점이 넘는 지금의 버프도 상당히 강력하긴 하지만 그룬헤잘드와 일대일로 겨루어 이길 만한 것은 아니었다.

하물며 그보다 더 강한 마왕이나, 퀸. 마더. 그리고 그들조차 이길 수 없다는 평을 듣는 핏빛야수들.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

랜딩의 한계가 겨우 이 정도라면 앞으로가 너무 힘들어진다.

‘일단 보상 먼저 열어보자. 그럼 임무가 새로 갱신될지도 모르니.’

윤성은 앞의 두 임무의 Y버튼을 눌렀다.

6,000미터에서는 돌 하나와 품질 보증서가 나타났다.

<스킬석 : 통역>

일곱 차원에 알려진 모든 시대의 모든 언어를 통역함.

‘바토리가 준 거랑 똑같은 거 아냐?’

김빠지는 기분이다.

이게 바토리의 마법책보다 더 좋은 것일까?

윤성은 스킬석을 사용할까 고민하다가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바토리가 준 통역 마법으로도 아직까지 소통에 지장은 전혀 없다.

스킬석이 바토리가 준 것보다 더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굳이 지금 사용할 필요는 없다.

그다음.

8,000미터에서 나온 것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총포였다.

‘이런 무기는 내 타입이 아닌데.’

윤성은 함께 떨어진 품질 보증서를 읽었다.

메탈로이드를 수호하는 마더의 최강 전투로봇, 에이비의 광전자포.

S급 마수를 한 방에 절명시킬 정도의 위력. 충전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됨.

‘이건 아리 줘야겠군.’

윤성이 쓰기 적합한 물건은 아니었다.

바토리의 파워업에 굉장히 질투했는데 이걸 주면 좋아하겠지?

두 개의 보상을 모두 받았지만 아직까지도 10,000미터 임무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윤성은 착잡한 마음에 임무창 여기저기를 눌러보았지만 변하는 것은 없다.

실망하고 닫으려던 순간, 무언가가 그의 눈에 띄었다.

<마계의 패왕 그룬헤잘드를 죽였습니다.>

아, 이 메시지창이 있었지?

워낙 경황이 없어서 아직까지 확인해 보지 못했지만.

윤성은 재빨리 메시지창을 눌렀다.

<인계의 관리자가 마계의 패왕을 죽였습니다.>

<마계의 관리자가 통신을 요구합니다. Y/N>

‘헉.’

놀라서 순간 심장이 덜컹했다.

마계의 관리자라면 마왕을 얘기하는 건가?

윤성은 떨리는 손으로 Y버튼을 눌렀다.

파치지직!

그러자 강력한 마력 잡음이 튀면서,

팡!

객실 전등이 나가 버렸다.

우우웅

기체가 갑자기 기울었다.

“이런!”

큰 사고를 쳤다. 당황한 윤성이 벌떡 일어났다. 객실 밖으로 뛰쳐나가 상황을 살펴보려 했다.

하지만,

화악.

다시 전등이 들어오며 제트기의 비행이 안정되었다.

기장의 안내 방송이 나왔다.

-잠깐 마력 엔진이 방전되었습니다. 하지만 예비 동력을 작동하여 현재 비행은 안정되었으니 안심하시길 바랍니다.

휴우. 천만다행이다.

다른 차원과 통신 연결 같은 걸 해본 적이 없으니까 이런 사달이 날 줄 몰랐던 것이다.

다음에는 조심해야겠군.

‘근데 통신은?’

윤성이 황급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뭐야? 아무 변화도 없잖아?”

-인계의 관리자인가?

말 끝나기 무섭게 머릿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렸다.

중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마계의 언어.

-통역 스킬은 쓸 수 있겠지? 아니면 내가 인계의 언어로 맞춰줄 수도 있다.

“어……. 아니. 괜찮아.”

윤성이 말했다.

“근데 내가 인계의 관리자란 건 어떻게 알았지?”

-그룬헤잘드가 인계를 침탈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영지를 찾아갔다. 그리고 좀 전에 바토리를 만났지. 그녀가 얘기하더군.

“아아.”

-마계의 언어를 계속 써도 괜찮은가?

“상관없어.”

-좋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바토리의 말처럼 정말 그대가 그룬헤잘드 후작을 꺾었는가?

윤성은 침을 꼴깍 삼켰다.

복수하겠다고 대군 끌고 쳐들어오거나 그런 거 아니겠지? 메탈로이드에 엘리지아도 걱정인데 마왕까지 온다면 이 땅이 남아날까.

바토리는 마왕이 인계 침공에 관심이 없고 그걸 엄격히 금했다고 얘기했었다.

그녀가 거짓말을 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마왕에 대해서 잘못 판단했을 수는 있지 않을까?

윤성은 대답을 잠깐 망설였다.

하지만 그래도 상대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노기가 없다. 대화가 통할 수 있는 상대로 보였다.

솔직하게 얘기하자.

“그래. 내가 그룬헤잘드를 제압했다. 그자가 인계를 침공했거든.”

윤성이 말했다.

-바토리의 말을 듣고도 사실 믿지 못했는데 정말인 모양이군. 그룬헤잘드를 꺾을 수 있었다면 정말로 그대는 관리자가 맞겠구나.

마왕이 말했다.

-인계에는 그를 꺾을 수 있는 헌터가 없을 테니.

“그런가?”

-그리고 그의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

-그의 마지막은 어땠는가?

“바토리에게 모든 힘과 영지를 넘겨줬다. 콜로라성인에 대해 경고하면서.”

-그래, 바토리는 그 힘을 가지고 있었지. 인계의 관리자여. 그대는 콜로라성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윤성은 폴리모프와 수호자, 꺼삐딴 등에 대한 얘기들이 떠올랐지만 모두 꾹 눌러 버렸다.

상대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핏빛야수들이 그렇게 강력하다면 이 녀석은 이미 그쪽에 붙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잘 몰라.”

윤성이 대꾸했다. 통신 너머에서 마왕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폴리모프를 쓸 줄 아는가?

“폴리모프? 그게 뭐지?”

윤성이 시침을 뚝 뗐다.

-콜로라성인의 마법이다. 지구의 마법이 아니지만 각 차원의 관리자들은 경계 밖에 있는 존재들이라 배우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일곱 차원의 그 누구도 그 스킬을 아직 습득하지 못했다. 너도 모르는 걸 보니 수호자가 실망하겠군.

“넌 수호자를 만난 적 있나?”

-하하하. 일곱 차원의 관리자들 중 수호자를 만난 적 없는 이는 오직 그대 하나뿐일 것이다.

마왕이 말했다.

-심지어 인간 중에서도 수호자를 본 이들이 꽤 있다. 음. 가장 최근에 내가 함께 본 이는, 고제하.

“고제하!”

윤성이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아는 사람인가?

“한국의 헌터 협회의 장이었다. 지금은 병실에 누워 계시지만.”

-수호자는 유독 그자와 얘길 많이 나눴다. 자세한 내용은 내게 감췄으나 콜로라에 심을 첩보원에 관한 거라더군.

뜨끔한 기분이다.

“그렇게까지 콜로라에 심을 스파이가 필요한가?”

-인간이여, 콜로라와 우리의 전력 차는 압도적이다. 정보력에서라도 앞서지 못하면 지구엔 멸망뿐이다.

마왕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대는 X등급에 대해 아는가?

“X등급?”

-그 무엇도 제압할 수 있는 최강의 존재라고 불린다. 일종의 전설이지. 나 역시 오랫동안 수련해 왔으나 도달할 수 없었다.

“흠.”

-콜로라에는 X등급이 있다.

“그런 게 있는데 왜 지구를 바로 공격하지 않는 거지?”

-그룬헤잘드는 인계로 넘어갈 때 차원문을 직접 열고 마력의 절반을 소모했다.

“그래?”

힘 절반 빠진 놈한테 그렇게 고생했단 말이야?

어쩐지 부끄러워졌다.

-그룬헤잘드 수준에서도 차원 이동에 소모되는 마력은 그토록 방대하다. 콜로라성인 대부분은 시스템을 통해 차원 이동을 간단히 하지만 X등급의 경우엔 그렇지 않지.

“그 녀석은 차원 이동으로 못 온다는 건가?”

-그렇다. 때문에 우주 전함을 타고 오고 있다.

마왕이 한숨을 내쉬었다.

-퀸도, 마더도, 마이어도, 모두 공포에 질린 상태다. 그들이 인계를 탐하는 이유를 아는가?

“힘을 키우려고…….”

-인계엔 그동안 관리자가 없었고, 새로 태어난 그대 역시 힘이 매우 미약하다. 가장 만만한 차원이지. 인계를 침탈하여 모든 마력을 혼자서 흡수할 수 있다면 퀸이나 마더는 X등급이 될 수도 있을 거다.

“음.”

-수호자는 인계만이 아니라 일곱 차원을 관리하는 존재다. 그의 입장에선 일곱 차원을 보호해 줄 X등급이 하나라도 생긴다면 종족은 아무래도 상관없지.

“그런데 넌 왜 인계를 탐하지 않는 거지?”

-우습게 들리겠지만 나는 X등급이 되더라도 그들과 싸우는 게 두렵다. 나는 콜로라의 본 함대가 도착하면 얌전히 항복할 생각이다.

그간 마계와 그룬헤잘드를 겪으면서 끝판왕 같았던 마왕의 이미지가 한풀 꺾여 유순해지는 순간이었다.

‘굉장히 잔혹하고 용감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일 줄 알았는데.’

-그대는 콜로라에 대적할 것인가?

마왕이 물었다.

“당연하지.”

-대단하군. 어떻게 막을 생각이지?

“지금부터 열심히 힘을 모아서.”

-후후후. 사실 나는 같은 질문을 바토리에게도 했다.

“뭐라고 대답했지?”

-그대의 적은 자신의 적이라더군. 바토리가 쉽게 정을 주는 녀석은 아닌데 말이야. 그대와 같은 대답을 하더군.

“고마운 녀석이야.”

-메탈로이드 중에서도 어떤 강력한 녀석이 그대를 따른다는 얘길 들었다. 에어포스라는 인계 최강의 헌터도 마찬가지고.

“뭐, 그런 셈이긴 해.”

-어쩌면 수호자가 그대에게 거는 기대는 단순히 폴리모프 가능성을 가진 인계 관리자,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군.

마왕이 말했다.

-나도 그대에게 희망을 걸어보고 싶다. 그대가 반드시 성공하길 빈다. 콜로라의 본대가 도착했을 때, 내가 그대의 편에 설 수 있도록.

윤성 쪽이 콜로라보다 더 강해 보인다면 함께 싸워주겠다는 뜻이었다.

-다음에 다시 통신하겠다. 그대는 내가 본 관리자 중 가장 흥미로운 존재였다.

파직

통신이 끊겼다.

윤성의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 있었다.

<다른 차원의 관리자가 최초로 당신을 인식했습니다.>

<마왕이 당신을 인계의 관리자로 인정했습니다.>

<랜딩 높이 한계 해제.>

<레벨업 한계 해제.>

<랜딩 임무 발생!>

<랜딩 임무 : 10,000미터에서 랜딩.>

<랜딩 임무 : 음속도 이상의 최종 속력으로 랜딩.>

“와아…….”

윤성이 입을 떡 벌렸다.

시스템에 이런 제한이 있었구나.

성장에 한계를 맞닥뜨리고 돌파구를 찾아서 자연히 자신의 차원 밖으로 눈을 돌리게끔 하려는 것인가?

게다가 랜딩 임무가 두 개나 나타났다.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10,000미터 랜딩과 음속 랜딩.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직 더 강해질 수 있다.’

콜로라의 X등급 전사가 오기 전에. 마더와 퀸이 인계로 넘어오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최고의 버프로 그들을 제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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