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속도는 9.8ms^2-134화 (134/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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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134화

43. 그룬헤잘드(2)

레이드를 마친 세인트 길드의 대표 김성인은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강원도에 출몰한 A급 던전이었다. 타입은 맹독 개구리. 강한 것은 둘째 치고 끊임없이 뿜어대는 맹독성 위산이 너무나 역겨웠다.

“아이고, 아직도 골이 다 울리네.”

산 냄새를 세 시간 동안 쐬었더니 머리가 아프다.

닫히는 게이트를 등지고 신선한 공기를 훅훅 들이마시던 김성인은 길드 헌터들이 가져다준 타이레놀을 물과 함께 삼켰다.

“차예빈 부대표님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헌터 한 명이 휴대폰을 내밀었다.

“여보세요? 예빈 씨?”

-대표님 지금 어디세요? 레이드 끝났어요?”

“지금 끝났어요. 아이고. 다음에는 맹독 개구리 타입 A급은 예빈 씨가 가요. 비타민은 머리 아플 일 없을 테니.”

-지금 큰일 났어요! 빨리 서울로 돌아오세요.”

“왜? 무슨 일 있어요?”

-용산구 상공에 게이트가 생길 조짐이 보이는데.”

“보이는데?”

-마력의 크기가 엄청나요. 일산 이후 최대 게이트예요. S급 게이트라고요!

“뭐라고요?”

김성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에어포스 헌터님한테도 연락했고 최수혁 헌터님한테도 지원 요청했어요.

“에어포스가 뭐라던가요?”

-당장은 올 수 없대요.

“뭐라고요?”

-어쩔 수 없어요. 지금 잡힌 마력 반응이 급성인지 알 수 없잖아요. 그냥 던전이라면 한국에는 비교적 시간이 있는 편이에요.

“미국은 시간이 없고?”

-대표님 던전 들어가신 후에 미국에서 메탈로이드 게이트가 열렸어요. S급.

“하지만 미국은 SS급이 많으니까 S급 게이트 하나쯤은 충분히 막을 텐데? 에어포스가 굳이 거기 필요한가?”

-그 게이트가 열다섯 개랍니다. 그중 하나는 벌써 범람했고요.

“이런 미친……. 뭐 잘못 안 거 아니에요? S급 게이트가 열다섯 개라고?

-그래서 지금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난리에요. 세계 각지에서 최상급 헌터들이 대거 몰려드는 중이에요. 반대로 미국 시민들은 남미나 캐나다로 도망치는 중이고.

“그럼 에어포스가 쉽게 못 오겠군. 어쩔 수 없네. 마스크맨은 어때요?

-지금 연락이 안 돼요.

“젤 중요한 순간에 왜 연락이 안 돼? 백마 대표잖아요? 백마 길드 용산구에 있지 않아요?”

-마스크맨 비서라는 여자가 마스크맨 지금 출장 중이라고만 했어요. 어디 있는지는 비밀이고.

“출장? 이번 던전 마력 반응이랑 관련된 건가?”

-모르죠. 일단 빨리 서울로 오세요! 여기 지금 상황 진짜 심각해요.

***

차희는 홍창민과 함께 용산의 마력 반응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최수혁과 지방 길드 창설과 관련된 비즈니스를 처리하다 황급히 돌아가는 길이다.

‘최수혁도 곧 온다고 했지.’

지금 미국 사정도 그렇고 아무래도 느낌이 너무 안 좋다.

“이제 한남 대교입니다.”

홍창민이 운전하며 말했다.

-위잉

차희는 창문을 조금 내렸다. 거센 강바람. 머리카락이 날렸다.

바람에서 귀신이 우는 듯한 소리가 난다. 차희는 소름이 바짝 돋는 양팔을 문질렀다.

머릿속이 복잡해 어지럽다. 잠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는데,

“어어!”

운전하던 홍창민이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핸들이 좌우로 이리저리 꺾이며 바퀴 아래서 끔찍한 소리가 났다.

콰앙!

갑작스러운 충격에 차희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윽, 뭐예요?”

부딪친 어깨를 주무르면서 그녀가 물었다.

홍창민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터뜨렸다.

차량 한 대가 역주행하다 홍창민의 차량과 부딪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고를 낸 역주행 차주가 차에서 튀어나오더니 화를 냈다는 것이다.

“야! 이 미친 새끼야!”

50대 남성이었다.

“지금 이쪽에 뭐가 나올 줄 알고 이리로 들어가냐?”

“뭐라고요?”

차희가 인상을 찌푸렸다.

“용산에 S급 게이트 생긴다고! 전부 나가라는 거 못 들었냐! 옆에 보라고! 저 차들!”

확실히 중앙선 분리대 너머의 도로에는 엄청난 차량이 밀려 있었다.

전부 서울에서 빠져나가는 차량들이다.

아마 저 남자도 체증을 피하려고 역주행 같은 짓을 벌였다가 사고를 냈을 거다.

“차 빼서 서울에서 나가! 내가 너 살려주는 거야 이년아!”

차주가 차희의 차량을 손바닥으로 탕탕 두들기며 소리를 질렀다.

“별 미친…….”

차희가 인상을 찌푸리며 차에서 내렸다.

“바쁘니까 사고 처리는 나중에 하죠. 나중에 여기로 연락하세요.”

그녀가 명함을 내밀었다.

<백마 길드 작전 지휘부 민차희.>

남자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철컥.

이어서 운전석에서 내린 남자는 누가 봐도 완전 무장한 상급 헌터다.

홍창민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차주 쪽으로 다가갔다.

“차 좀 옮기겠습니다.”

그는 역주행한 차량을 한 손으로 질질 끌어 대교 난간 옆으로 옮겼다.

“당신 명함도 주세요. 아니면 연락처나.”

차희가 차주에게 말했다.

“우리가 게이트 닫고 나면 사고 손해 배상 청구해야 하지 않겠어요?”

“어……어어…….”

남자는 어버버하며 명함을 내밀었다. 차희가 그걸 홱 낚아채고는 차에 올라탔다.

“창민 씨! 어서 가요. 현장을 먼저 봐야 어떤 작전이든 세울 테니.”

용산구로 들어가는 길에도 차량이 계속 막혔다. 전부 서울에서 대피하려는 사람들이다.

‘아직 던전 생성 조짐이 보일 뿐이다. 그런데 이 정도의 불안감이라니.’

협회에서 마력을 측정한 후에 용산 인근 지역을 통제했을 거다.

자세한 내용은 기밀이라 공개되지 않았지만 통제된 지역의 크기를 보면 일반인도 던전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게다가 협회 헌터들이 일반인 가족들을 서울 밖으로 대피시키면서 순식간에 입소문을 타고 공포가 번져나갔다.

차희는 주머니에서 마력 측정기를 꺼냈다.

5,720sY.

sY는 마력 파장의 세기를 측정하는 단위다. 2,000이 넘으면 A급 던전, 3,000이 넘으면 S급으로 분류된다.

일산 던전이 터지기 직전에 7,000이 넘는 값이 기록되었다는 소문이 있지만 오피셜은 아니다.

따라서 지금 측정된 값은 협회의 공식적인 최대 기록일 터.

더 끔찍한 것은 아직 던전 생성 예정지까지 들어가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휴우…….”

차희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미터기 고장 난 거 아니죠?”

그녀가 홍창민에게 물었다.

“제 건 5,730으로 나오는군요. 협회에서 찍은 기록도 그랬고요.”

이 값 자체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이 엄청난 수치가 알려졌으면 혼란이 훨씬 커졌을 테니.

차희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사람들 불안해하는 것도 이해가 돼요. 하루아침에 미국에선 S급 게이트가 열다섯 개나 터졌고 그중 하나는 바로 범람했으니까요.”

“그렇죠. 게다가 우리나라는 일산 사태를 한 번 겪어봤고, 최근에 샌텀 타워 앞에서 A급 던전 둘이 동시에 범람하는 것도 봤으니까요.”

아직 급성인지 일반형인지도 판명나지 않았지만 이 사달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정도로 국민적인 불안감과 공포가 극에 달해 있다.

“저, 빨리 대표님을 불러야 할 것 같은데요…….”

홍창민이 침을 꼴깍 삼키고는 말했다. 솔직히 그조차도 두려웠다.

차희는 측정기를 주머니에 넣고 생각에 잠겼다.

윤성이 마계로 이동하고 한나절이 채 되지 않아 이 같은 마력 반응이 나타났다.

아직 게이트의 타입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어쩐지 윤성과 연관이 있을 것 같았다.

‘어떻게 된 거야…….’

이 사단 속에서도 게이트 범람 후 서울의 미래보다 윤성의 안위가 걱정된다.

이윽고 용산 삼각지 인근.

협회의 헌터 세 사람이 차희의 차량을 막아섰다.

“백마 길드입니다.”

차희가 소개하자 그들이 인사를 올렸다.

한 명은 협회 소속 헌터 최중일이다. 그 옆에 있는 인물은 차희도 낯이 익은 유명인이다.

코르소와 카다시안 킴 부부.

“마스크맨은 어디에 있죠?”

카다시안 킴이 물었다.

“출장 중입니다.”

차희가 대답했다.

“웬만한 헌터들로는 이 게이트를 막을 수 없어요.”

코르소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리는 마스크맨 또는 에어포스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금 협회는 누가 지휘하고 있죠?”

차희가 물었다.

에어포스는 미국에 있고 고제하는 아직 중환자실에 있을 테니 S급 헌터는 아닐 거다.

“A급 태진수 헌터님이 에어포스 대행으로 지휘하고 있습니다.”

카다시안이 말했다.

“하지만 김성인 대표님이나 차예빈 부대표님이 오면 협회 작전권을 양도하실 거예요.”

“언제쯤 오시죠?”

“차예빈 헌터님은 오는 중이라고 했고, 김성인 대표님은 모르겠군요. 하지만 차가 엄청 밀리고 있어서 아마 꽤 걸릴 거예요.”

그러나 도착한 것은 김성인이 가장 빨랐다.

약 20분 후, 소형 헬기 한 대가 현장으로 날아온 것이다. 김성인은 약 20여 미터 높이에서 줄을 타고 쭈르르 내려왔다.

“휴우. 차예빈 헌터님은 아직 안 왔습니까?”

“아직 안 왔어요.”

차희가 답했다.

“차가 밀려서 그런가. 소방 헬기 불러서 타고 오면 되는데.”

“이것도 소방 헬기인가요?”

“아, 이건 세인트 길드 소유 헬기입니다.”

김성인이 어깨에 힘을 주며 으쓱했다.

“이참에 백마 길드도 헬기 한 대 장만하시죠? 마스크맨이 중동에서 번 돈이 꽤 많을 텐데. 길드 사는 데 다 썼나?”

“안 그래도 헬기 한 대 장만하려고 계획 중이에요. 제가 요즘 카탈로그를 뒤져보고 있죠.”

차희가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이 날 수 있는 걸로요.”

“헬기가 멀리 장기간 비행하는 게 중요하지 고도가 뭐 그리 중요합니까? 산만 넘을 수 있음 됐지.”

근데 그게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차희는 속으로 말을 삼켰다.

쿠르르르-

그리고 하늘에서 천둥소리 같은 게 울려 퍼졌다. 게이트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길어봐야 한 시간.

“흠.”

김성인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저게 범람형이라는 전제하에, 마스크맨이나 에어포스가 시간 내에 안 오면 오늘 안에 서울이 멸망할 수도 있겠습니다.”

“연락해 봤는데, 에어포스 헌터님은 당장은 못 온댔어요.”

차희가 답했다.

“그렇죠. 저도 아까 강원도에서 레이드 마치고 차예빈 헌터님하고 통화했는데 그렇게 말하더군요. 아무래도 뉴욕 사정은 여기보다 훨씬 심각한 모양이라고.”

“미국은 우방국이고 일산 때도 우릴 도왔으니까요. 에어포스 입장에서 미확인 마력 반응 때문에 귀국한다고 얘기하긴 어렵겠죠.”

“하지만 그래도 서울 상공에 나오는 게 범람형이라면 에어포스는 즉시 날아올 겁니다. 그 경우에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게 문제지만.”

김성인이 혀를 쯧 찼다.

“만약 범람형이라면 이걸 어쩐다. 마스크맨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겁니까?”

“좀 멀리 출장을 갔어요. 근데 올 수 있다면 진즉에 왔을 겁니다. 못 올 만한 사정이 있을 거예요.”

투투투투-

효창동 쪽에서 소방 헬기 한 대가 날아오고 있었다.

헬기에서 내려온 사람은 차예빈과 그녀의 전투 로봇인 비타민이었다.

“근데 대표님, 최수혁 헌터님은 안 오세요?”

“조금 늦는다고 했습니다.”

차희가 답했다.

차예빈은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곧 마스크맨의 비서라는 걸 깨달았다.

‘사실상 경영자나 다름없기도 하지.’

전화상으로 처리된 몇 번의 비즈니스들. 일 처리는 전부 마스크맨의 비서가 했으니까.

현직 헌터 같지도 않은데 대단한 사람이다.

“하긴, 일반형일지도 모르는데 지방에 있는 사람을 부르기도 좀 그렇네요.”

차예빈이 비타민의 상태를 점검하면서 말했다.

“그럼 이제 저게 범람형이라는 전제로 작전 회의를 해볼까요?”

“저한테 계획이 하나 있어요.”

차희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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