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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128화 (128/260)

# 128

레벨업 속도는 9.8m/s^2 128화

누가 봐도 좀 수상쩍은 장소였다.

“오해다.”

윤성이 황급히 말했다.

“이 안에 마족이 있어서. 걔랑 디스커션을 할 게 있었다고. 차희는 당연히 나랑 같이 가야 했고.”

“대표님!”

갑자기 신차민이 환하게 웃으면서 달려들었다.

그가 윤성을 와락 껴안았다.

‘뭐야 얘? 왜 이래?’

당황한 윤성이 차희를 쳐다보자 그녀가 어깨를 으쓱했다. 다윤도 전혀 모르겠다는 눈치다.

“대표님! 출장 갔다가 이제 돌아오신 건가요?”

“으, 으응.”

“그동안 제가 대표님을 뵙고 싶어서 여러 번 대표님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만, 비서님만 계시더군요.”

“그, 그래요? 왜 찾았죠?”

“대표님은 모르시겠지만, 옛날 대표님께서 에어포스 헌터스쿨에서 마족을 날려 버리고 학교를 구해주셨을 때 기억하십니까?”

“네에. 기억합니다.”

“그때 대표님께서 죽였던 귀족이 갖고 있던 장검이랑 목걸이, 뭐 그런 것들도 혹시 기억하십니까?”

“네?”

“당시에 대표님께서 그 어떤 전리품도 가지지 않고 떠나버리셨기 때문에 던전에서 나온 물건들은 전부 협회 소유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표님께서 이제 길드를 가지셨기 때문에, 당시 협회가 입수했던 물건 중 아직 창고에 남아 있는 보물들이 길드로 반환됐어요.”

윤성은 놀라서 차희를 쳐다보았다.

“맞아.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 반환 업무를 제가 A급 헌터 중 누구한테 맡겼는데…….”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워낙에 어마어마한 양의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다 보니 담당자가 정확히 기억은 안 났다.

“그게 바로 접니다!”

신차민이 소리쳤다.

“그동안 줄곧 대표님께 이걸 전해드리는 걸 꿈꿔왔는데 대표님이 출장 가서 돌아오시질 않았죠. 지금 가져다드리겠습니다!”

“근데 오늘 연차 아니에요?”

차희가 물었다.

“여자친구랑 놀러 가는 길이었던 것 같은데.”

“잠깐 괜찮지?”

신차민이 다윤에게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 사무실로 가지고 오세요.”

윤성이 말했다. 그리고 다윤을 보면서,

“학생도 신차민 헌터 올 때까지 내 사무실에서 기다릴래요? 밖은 추우니까.”

하고 물었다.

윤성의 존댓말에 다윤은 약간 징그럽다는 표정이 됐지만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윤성은 차희, 다윤과 함께 대표 사무실로 들어갔고, 문을 닫자마자 다윤이 빙그레 웃었다.

“오빠. 연기 잘 하더라.”

“솔직히 올해 남우주연상 내 거 아니냐?”

“그 정돈 아니고.”

다윤이 정색했다.

“근데 차민이 일 잘해?”

“솔직히 내 길드지만 어떻게 굴러가는지 내가 잘 모르기 때문에……. 차희한테 물어봐.”

“잘해요?”

다윤이 묻자 소파에 앉아 있던 차희가 피식 웃었다.

“그럼 대표님한테 브리핑이나 좀 해드릴까. 대표님이 블라디보스톡 가다가 사라졌던 때부터 오늘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셨던 동안에 길드가 어떻게 굴러갔는지 아셔야 하니까.”

사실 차희는 윤성이 뭘 했는지 자세히 알고 있었지만 다윤이 듣는 중이니 구체적인 설명을 피했다.

“백마 길드는 A급 던전 둘, B급 던전 셋, C급 이하 던전 열한 개를 소탕했어요. 순수익이 약 6억 7천. 백마 길드 창설 이래 단기 성과로는 역대 최고 기록이에요.”

“대단한데? 어떻게 그렇게 잘 해냈지?”

“비록 우리 대표님이 워낙에 바쁘셔서 A급 이하의 잡다한 던전에 직접 레이드하러 들어가지는 못하시지만. 상급 헌터들이 많거든요.”

차희가 윤성의 어깨를 토닥였다.

“세인트 길드의 간판인 고제하나 차예빈에 비해서 마스크맨의 이미지는 훨씬 좋아요. 전국 곳곳에서 상급 헌터들이 대거 몰려왔죠. 덕분에 우리 길드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A급 헌터의 숫자로 세인트도 앞질렀어요. 게다가 조력자들도 많아서.”

“조력자?”

“상급 던전 레이드나 길드 운영의 행정상 문제 같은 게 발생하면 지방에 계신 최수혁 헌터님이나, 세인트 길드의 김성인 대표님, 차예빈 부대표님이 잘 도와주시거든요. 협회 쪽의 협조가 필요한 경우에는 에어포스가 직접 처리해 주시고.”

“오.”

“게다가 해외에서의 사정도 옛날보다 훨씬 좋아요. 중동 쪽에서는 던전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옆에 있는 유럽도 제쳐놓고 이렇게 멀리 떨어진 백마 길드를 찾을 정도니까.”

전혀 몰랐던 정보였다. 하지만 윤성의 많은 활약에 감동한 세계 각지의 최상급 헌터들이 알아서 윤성에게 조력했던 것이다.

특히 에어포스, 김성인, 차예빈, 최수혁 등의 국내 최상급 헌터들은 윤성이 연락이 안 되고 바쁘다고 하면, 그가 중요한 일을 처리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고마운 사람들이야.”

윤성이 흐뭇해하며 말했다.

“심지어 에어포스 같은 경우에는 이런 말도 했어요.”

윤성이 즐거워하자 차희 역시 기분이 좋아졌다.

“뭐라고?”

“마스크맨은 던전 레이드 같은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니까 상급 던전을 처리할 때 마스크맨의 힘이 필요하면 차라리 자신을 찾으라고. 무상으로 돕겠다고요.”

“크으.”

천하의 에어포스에게 저런 평을 듣다니.

“오빠, 생각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멋져!”

다윤이 옆에서 감탄했다.

“나 비행기 그만 태워. 너무 높다 이제.”

똑똑똑.

사무실 문을 누군가 노크했다. 신차민이었다.

차희가 문을 열어주자 그는 포장된 박스 하나를 내밀었다.

“뜯어볼까?”

윤성이 종단속도의 단검을 꺼내서 상자의 포장을 뜯었다.

안에는 번쩍거리는, 잘 다듬어진 장검 한 자루와 목걸이 줄, 보석상자가 들어 있었다.

“이 상자는 뭐야?”

윤성이 보석상자를 집어 들었다. 열어보니 파손된 루비 조각이 나타났다.

기억났다. 아르동이 흡수한 인간의 영혼들을 담아놓았던 그 루비다.

“마력이 느껴져서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중요한 물건일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솔직히 그건 별 것 아닌 것 같고요. 장검은 쓸만해 보이더라구요.”

“확실히 괜찮은 무기였지.”

윤성이 인벤토리에 아르동의 장검과 보석상자, 목걸이 줄을 집어넣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마스크맨이 허공에서 손가락을 몇 번 두들기니 물건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걸로 보였다.

“우와……. 뭐 어떻게 하신 거예요?”

“마술이다. 텅 빈 모자에다가 비둘기 넣어놓는 거랑 똑같아.”

“오졌따리…….”

차민이 중얼거렸다.

“아무튼 요긴하게 쓸게. 수고했어.”

윤성이 말했다.

“옙. 저는 그럼 다시 연차를 즐기러 가겠습니다.”

차민이 윤성에게 인사하고 다윤의 손을 잡고 나갔다.

그 뒷모습을 차희가 부러운 듯 쳐다보았다.

“휴, 나도 데이트나 하고 싶다.”

그녀가 창틀에 턱을 괴며 들으라는 듯 말했다.

“이번에 마계 갔다 오면, 같이 어디 놀러나 갈까?”

윤성이 인벤토리의 짐을 정리하며 말했다.

“어디?”

차희가 반색하며 홱 돌아보았다.

“어디 가고 싶은데?”

“뉴욕?”

“거긴 안 돼!”

윤성이 정색했다.

“왜 안 돼?”

“거긴 곧 전쟁터가 될지도 모르거든.”

“그럼 딱 마스크맨이 가기 좋은 곳이네.”

“가면 나 혼자 갈 거야. 넌 여기 있어.”

차희가 약간 뾰로통해졌다.

“이번에 가면 언제 와?”

“글쎄. 그룬헤잘드 잡고 오려면 꽤 걸릴 거야.”

윤성은 인벤토리에 넣은 물건들을 하나씩 확인했다.

“그럼 식량도 좀 가져가. 네가 어떤 마법으로 물건들을 숨기는지는 모르겠지만 부피 제한이 없으면 가져가도 되잖아.”

“좋아. 나가는 길에 좀 사야겠어. 맥도날드나 잔뜩 사가야지.”

모든 준비를 마친 윤성은 사무실을 나서기 전에 전화를 한 통 했다.

대상은 에어포스.

그룬헤잘드 같은 강적을 상대하는 것인 만큼 최고의 버프를 가지고 가야 했다. 에어포스에게 높은 곳에서 한 번 떨어뜨려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윤성이

“여보세요, 에어포스? 지금 어디에 계세요?”

하고 묻자 에어포스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지금 미국입니다.”

“미국이요?”

“뉴욕에서 전 세계 SS급 헌터들의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우방국 헌터로서 저는 참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엘리지아 때 우리도 도움을 받았으니까요.”

“뉴욕에 던전이 열렸나요?”

윤성이 재빨리 물었다.

“아직은 아닙니다만…….”

“아닙니다만?”

“엄청난 마력 파장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제가 여태 본 것 중 최대 크기입니다. 일산보다 더 커요.”

“성질은요? 엘리지아인가요?”

“그런 듯 보입니다.”

“에어포스! 얘기해 줄 게 있어요. 뉴욕에 엘리지아 외에 던전이 또 하나 더 생길 수도 있습니다.”

“던전이 하나 더 생긴다고요?”

에어포스가 경악했다.

“메탈로이드가 침공할 거예요.”

“이런!”

“사실 어느 쪽이 이기든 뉴욕이 불바다 되는 건 확실할 겁니다. 던전 오픈은 언제쯤일 것 같나요?”

“앞으로 일주일 정도면 던전이 생길 것 같습니다. 그 후에 바로 범람할 가능성이 크구요.”

“일주일. 알겠습니다. 그 안에 저도 뉴욕에 가죠.”

“마스크맨이 도와준다면 미국 헌터 당국도 고마워할 겁니다.”

윤성은 에어포스와 전화를 끊은 후,

-순간이동석(탑)

탑으로 이동했다. 에어포스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탑에서 랜딩하면 모든 능력치가 4,000점을 넘는다.

그룬헤잘드를 이기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바토리를 구출할 수는 있겠지.

탑 220층.

바로 어제 레이드했던 곳인데 여길 또 오게 될 줄이야.

하지만 아마 앞으로 한동안은 일일랜딩을 여기서 하게 될 거다. 손쉽게 찾아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니까.

탑 아래를 내려다보니 어째 오싹하다. 우습군. 이보다 더 높은 곳에서도 몇 번 뛰었는데.

‘가볼까.’

<랜더의 전투화 발동!>

윤성은 탑 난간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이제는 점프 높이도 700미터에 이른다. 추락해서 얻게 되는 기본값 보정도 700점.

랜딩 자세는 이제 자다 깨어나서도 1초 안에 취할 수 있다.

한쪽 손을 바닥을 향해 길게 뻗고,

두 무릎을 부드럽게 구부리며,

남은 팔 하나는 자유롭게 펼쳐서 무게 중심을 잡는다.

땅에 닿는 것은 반드시 두 발과 한 손. 3점 착지.

콰아아앙!

지면에 랜딩한 윤성이 버프를 확인했다.

<최종 속력=239m/s, 낙하 거리=2,575.8m, 낙하 시간=26.29s>

<랜딩 성공!>

<일시적으로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힘과 순발력, 감각 능력, 지능에 각각 3,275.8점. 남은 시간 86,400초. 일시적 랜덤 스킬이 개방되었습니다 : 천사의 종 남은 시간 86,400초>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근력과 감각 능력, 지능에 각각 23점>

“좋았어.”

영구적 스킬은 그리 대단치 않은 것이었다. 윤성은 중금속 폭우를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다.

다시 순간이동석을 써서 인계로 돌아온 후, 윤성은 모텔을 찾아갔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사님.”

하인스는 완전한 중세 시대 무사 같은 복장으로 갈아입은 후였다. 나름의 전투 준비를 마친 거다.

“갈까?”

“잠깐만요. 이걸 먼저 쓰십시오.”

하인스가 모자를 내밀었다.

동그란 챙에 긴 천이 늘어뜨려져 얼굴이 가리는 모자였다.

“저택에 들어갈 때까지는 제가 귀족을 모시는 것처럼 하겠습니다. 굳이 그룬헤잘드의 전 병력을 상대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괜찮은 아이디어다.

윤성은 모자를 쓰면서 말했다.

“좋아. 그럼 가보자고.”

순간이동석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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