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속도는 9.8ms^2-120화 (120/260)

# 120

레벨업 속도는 9.8m/s^2 120화

윤성은 바짝 긴장하며 거대 구울을 바라보았다.

거대 구울을 설명하는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프랑켄슈타인 : 일반 구울의 몇 배에 이르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상당히 민첩하다. 레이드 팀의 레벨 총합이 500 이하라면 공략하지 않을 것을 권함.>

“그러고 보니 당신 레벨이 몇이죠? 300은 가뿐히 넘겼을 것 같아 묻지 않았는데. 제가 234이거든요. 당신이 266가 넘으면 저걸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씀푸가 물었다.

질문이 들어온 김에 확인해 볼까. 윤성은 상태창을 열었다.

<강윤성>

<칭호 : 없음>

<힘 : 825(+3,909.71)

순발력 : 825(+3,909.71)

감각 능력 : 825(+3,909.71)

지능 : 825(+3,909.71)>

<버프 : 랜딩, 879,271초>

<디버프 : 없음>

<분배 가능한 능력치 : 60>

<스킬 : 대천사의 채찍(사용 가능, 879,271초), 빛의 탄환(사용 가능), 급속 냉각(사용 가능), 중금속 폭우(사용 가능), 용조(사용 가능)>

‘264를 훨씬 넘긴 하네. 버프 레벨이…….’

분배 가능한 능력치가 60이나 생겼다. 엄청난 속도의 성장이다.

“840요.”

윤성의 대답에 그녀의 입이 쩍 벌어졌다.

“840이요? 840? 세상에. 강한 줄은 알았지만 그 정도였어요? 한참 위도 혼자 갈 수 있었겠는데.”

“어서 저것부터 처치합시다.”

윤성이 성큼성큼 앞서 나갔다. 프랑켄슈타인. 거 작명 센스 하고는.

“크아악!”

윤성을 발견한 프랑켄슈타인이 소리를 지르며 이쪽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퓽!

윤성이 쏜 빛의 탄환이 그의 어깨에 구멍을 뚫었다. 프랑켄슈타인은 끄떡하지 않았다. 어깨에 부상을 입은 상태로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쩍!

윤성의 주먹이 아귀처럼 벌어진 턱을 탈구시켰다. 프랑켄슈타인은 비틀거렸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제법인걸. 4,700이 넘는 힘에서 나온 펀치를 맞고도 안 쓰러지다니. 이 주먹이 턱에 꽂혔으면 아르동도 주저앉았을 텐데.

“크으.”

프랑켄슈타인은 사납게 팔을 휘둘러 윤성의 뺨을 후려치려 했다. 하지만 윤성은 가뿐히 피하며 그의 폐부에 클로를 찔러 넣었다.

구울의 뜨거운 피가 손등을 흠뻑 적셨다. 손을 조이며 꿈틀대는 내장과 근육들.

‘징그러워…….’

윤성은 손을 총 모양으로 만들어 위로 세웠다.

<빛의 탄환 발동!>

섬광이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프랑켄슈타인의 가슴부터 정수리까지 직선으로 구멍이 뚫렸다.

머리로 새어 나오는 핏물을 본 씀푸의 표정이 굳었다.

“갑시다.”

어느새 씀푸와 윤성의 층간이동석에 210층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둘의 몸이 하얀빛에 감싸였다.

<210층에 입장하였습니다.>

201층부터 209층까지는 구불구불한 복도를 따라 걸으면서 일정량 이상의 마수를 퇴치하거나 중간 보스를 잡아서 다음 층의 진입 허가를 따내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210층은 작은 체육관 같은 크기의 공간에 윤성과 씀푸, 그리고 210층의 보스로 짐작되는 남자 셋만이 존재했다.

보스는 언뜻 보면 인간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보라색 피부에 코는 뱀처럼 콧구멍만 있었고 귀에서는 검은 연기가 계속 피어올랐다.

“저건?”

“210층 보스. 마이어의 간부였군요.”

“마이어?”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마이어의 간부, 브리트마>

“감히 외계의 적들이 이 땅을 침범하다니. 마이어께서 너희들을 벌하실 것이다.”

-딱!

브리트마가 손가락을 튕기면서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보스 레이드 시작!>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구울들.

처음엔 10여 마리. 그들 중 일곱이 몇 초 사이에 윤성의 공격을 받고 쓰러졌다.

하지만 죽은 숫자보다 더 많은 수의 구울이 창문과 컨테이너에서 튀어나오는 중이었다. 그중에는 프랑켄슈타인의 보급형이라 할 만큼 거대하고 강한 녀석들도 있었다.

윤성이 빛의 탄환을 사방에 난사하는데 씀푸가 소리를 질렀다.

“윤성! 이번 스테이지는 구울을 모두 죽이는 게 불가능해요! 이들하고 싸우면서 브리트마를 없애야 해요!”

“쳇.”

윤성은 구울들이 튀어나오는 컨테이너를 노려보았다. 냉장고만 한 크기인데 어떻게 구울이 끊임없이 나오는 거야? 무슨 포탈이냐?

“앗.”

별안간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컨테이너를 박살 내면 되지!

윤성은 양손에 빛의 탄환을 모아 컨테이너를 향해 발사했다.

<빛의 탄환 발동!>

섬광에 마력을 가득 채웠다. 지속적으로 빛의 탄환을 써왔던 윤성의 눈에는 뚜렷하게 보였다.

-콰앙!

엄청난 파괴력.

컨테이너에 구멍이 뻥 뚫려 버렸다.

-치지직.

박살 난 컨테이너에서 하얀 김과 함께 홀로그램 전파가 흘렀다.

“이럴 수가…….”

씀푸가 충격으로 얼어붙었다. 브리트마도 당황한 표정이었다.

“시스템을 파괴했어…….”

“휴. 이제 좀 낫군.”

윤성은 고개를 돌리더니 양손을 모아 다섯 개의 컨테이너를 차례로 부숴 버렸다. 브리트마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구울이 굉장히 많았다. 빛의 탄환 사이사이로 남아 있는 구울이 수십. 하지만.

<대천사의 채찍 발동!>

윤성이 스킬을 사용했다. 빛이 번쩍이는 채찍이 매서운 기세로 날아들어 구울들을 분쇄했다.

사방으로 갈라지고 튀어 오르는 살점들.

이제 남은 것은 브리트마뿐이었다.

“이제 보스를 제거하죠.”

윤성이 말했다.

씀푸는 말을 잃었다.

이런 과격한 방법으로 브리트마를 잡다니. 원래는 구울들 사이를 피하면서 브리트마를 공략해야 하는 건데.

“근데 이거 정말 가상 세계인가?”

윤성이 씀푸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그게 썩 와 닿지 않았다. 너무 생기 넘치게 생겼는데.

“당연하죠. 프로그램이에요 전부. 우리가 나갔다가 돌아오면 다 복구된다구요. 그래야 다음 사람들이 또 트레이닝을 하죠.”

“어이, 너 정말 프로그램이냐?”

윤성이 브리트마에게 소리쳤다.

브리트마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대답했다.

“감히 외계의 적들이 이 땅을 침범하다니. 마이어께서 너희들을 벌하실 것이다.”

“맞나 보군. 괜찮겠지?”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윤성의 전투력은 이 던전에서 오버해도 한참 오버인 스펙이었다. 그도 그럴 게, 샐리단 같은 마계의 절대 강자와 비교하면 이런 트레이닝용의 말랑한 적은 위협조차 되지 않는 것이다.

무려 4,700점의 지능에서 발사되는 빛의 탄환이다.

윤성의 양손에서 발사된 섬광이 브리트마의 가슴을 뚫어버렸다. 브리트마의 가운이 찢어지고 불타 버린 살점 사이에서 피가 흘렀다.

“크아악!”

브리트마가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토하며 비틀거렸다.

하지만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200층대의 보스는 웬만큼 치명타를 입어도 굴복하지 않는다. 여기서부터는 더 이상 튜토리얼이 아니기 때문에.

브리트마는 주머니에서 알약을 하나 꺼냈다.

“이건 구울을 만드는 약이다. 인간이 먹으면 구울이 되지. 우리가 너희와 맞서 싸우기 위해서 개발한 것이지.”

브리트마가 알약을 삼켰다.

씀푸는 다음에 일어나는 기현상에 몸이 굳었다. 브리트마의 몸이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옆에 있는 윤성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윤성! 정신 차려요! 변신한 브리트마를 깨면 스테이지 클리어에요!”

“클리어?”

브리트마가 웃음을 터뜨렸다. 소름 끼치는 중음의 목소리가 방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는 벽에 걸려 있던 초거대 도끼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쿵쿵 바닥을 울리며 이쪽으로 돌진했다.

씀푸는 클로를 날카롭게 세우고 악을 썼지만 솔직히 브리트마를 상대로 이길 자신이 없었다.

브리트마의 도끼 끝이 씀푸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순간.

-카앙!

윤성이 종단속도의 단검으로 도끼를 막아냈다.

무기의 크기 차이는 마치 치와와가 호랑이와 맞서는 꼴이었지만 전투력의 차이는 정반대였다.

<용조 발동!>

윤성의 손가락 끝이 날아들어서 브리트마의 가슴에 틀어박혔다.

“지금 네 심장 바로 옆에 내 손이 있다.”

윤성이 말했다.

“이대로 끝내도 좋지만, 아까 그 구울 만드는 약이란 거, 혹시 가지고 있냐?”

“무, 뭐라고?”

현실 고증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저게 사실이라면, 아까 보았던 구울들도 원래는 구울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리비아 국경지대에서 보았던 알리야의 구울들도.

“빨리! 약 하나 더 있냐고!”

윤성이 다그쳤다.

브리트마는 우물쭈물하더니,

“감히 외계의 적들이 이 땅을 침범하다니. 마이어께서 너희들을 벌하실 것이다.”

같은 대사를 반복했다.

“쳇.”

<빛의 탄환 발동!>

윤성의 손에서 발사된 섬광이 브리트마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시체에서 약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약간 생겼다.

190층대 보스인 아르동 남작도 폴리모프 스킬석을 줬으니까.

쓰러진 브리트마의 사체를 뒤지는 윤성을 씀푸가 공포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래요?”

윤성이 물었다.

“아니, 아뇨. 그냥……. 대단하셔서.”

<200층대 보스 브리트마를 처치하였습니다.>

<200층대를 클리어했습니다.>

<알약(트랜스폼 투 구울)을 획득했습니다.>

메시지창들이 떠올랐다.

됐다! 알약이 여기서 나왔다.

윤성은 알약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치지직.

브리트마의 몸이 홀로그램 빛으로 바뀌며 산화하기 시작했다. 부서진 컨테이너들은 다시 제 모습을 갖추었다. 윤성과 씀푸의 몸도 곧 빛에 감싸였다. 잠시 후에 그들은 210층 대기실로 이동했다.

익숙한 모양의 발코니였다. 200층에 있었던 것과 똑같았다.

윤성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높이가 달라졌다. 언뜻 느끼기에도 절벽보다 훨씬 높았다.

“여기가 몇 미터쯤 될까요?”

“글쎄요. 툴바 전사들도 이 탑을 쓴다고 들었으니까 한 층이 5미터는 되지 않을까요?”

“툴바 전사요?”

“네. 그쪽 전사들은 다들 장신이잖아요.”

그럼 200층은 1,000미터여야 하는데, 실제로는 1,700미터 정도였다. 아무튼 210층이 200층보단 더 높겠지. 괜찮은 랜딩 포인트를 하나 더 잡았다.

씀푸는 층간이동석을 꺼내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로비 안 가세요?”

그녀가 물었다.

“저는 조금 있다가. 여기 바깥 풍경을 좀 구경하고요.”

“여기에 구경할 게 있어요?”

그녀가 황당하다는 듯 되물었다. 솔직히 황폐한 적갈색 흙 말고는 아무것도 안 보이니 볼 건 없지. 윤성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혹시 격전지로 가는 법 아시나요?”

윤성이 화제를 바꾸어 물었다.

“순간이동석을 쓰면 되잖아요?”

“그게, 저는 인계로 가고 싶은데 제가 가진 순간이동석은 마계로만 이동이 되어서.”

“엥? 그럴 리가요. 한번 켜보세요. 메시지창 안 떠요?”

윤성은 시키는 대로 다시 순간이동석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순간이동석>

1. 층간 이동 : 이동하시겠습니까? (0층 - 200층)

2. 차원 이동 : 이동하시겠습니까? (인계, 마계, 메탈로이드계, 용계, 엘리지아계, 마이아계, 천계)

윤성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다 뭐야? 용계에 엘리지아? 뭐?

“되죠?”

씀푸가 웃으며 말했다.

“가끔 오작동할 때가 있어요. 그러면 탑에서 아무 층대나 하나를 클리어하고 발코니로 이동하면 되죠. 순간이동석이 리셋되거든요.”

“그렇군요.”

“전 로비에 가봐야겠어요. 그럼 격전지 여행 잘 다녀오세요. 폴리모프 꼭 하시고.”

씀푸가 순간이동석을 써서 사라졌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