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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110화 (110/260)

# 110

레벨업 속도는 9.8m/s^2 110화

34. 뉴 킹

김진명이 체포되었다. 두목이 들어가자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자포자기해 버린 서정원과 서지원은 알고 있는 것을 줄줄 고백했다.

김시윤 차장과 복지부서의 재무만이 아니었다.

협회 재무부서에 군데군데 숭숭 뚫려 있던 구멍들이 모두 김진명이 꽂아놓은 빨대 자국이었다.

에어포스가 신고한 재무부서의 관계자들이 굴비처럼 엮여서 줄줄이 경찰서로 들어갔다.

차희는 한동안 윤성의 집에 머물렀다.

그녀의 방은 위험하기도 했고 주세형과 실랑이할 때 문고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고장 났기 때문이다.

수리하는 동안 윤성의 집에 와 있기로 한 것이 꽤 길게 머물게 되었다.

동생들은 좋아했지만 윤성은 약간 부담스러웠다.

특히.

“주인님, 저는 언제든 새로운 주인님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차희 주인님은 물론이고, 소윤 주인님보다 더 어린 막내 주인님이 새로 생긴다 하더라도…… 흐흐.”

아리가 음흉한 목소리로 윤성에게 매일같이 장난을 쳐댔기 때문이다.

“참고로 제 시스템은 최소 포배기 이상의 상태가 되면 사람으로 분류하여 주인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직 뱃속에 계신다 해도…….”

“그만해, 미친놈아!”

놀란 윤성이 아리의 입을 틀어막았다.

바로 뒤에선 차희가 컴퓨터로 직장을 구하는 중이었다. 윤성은 그녀의 눈치를 힐끔 보았다.

“너 언제까지 머물 거야?”

“조금만 더 있게 해주라.”

차희가 모니터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나 지낼 만한 곳 없단 말이야.”

“내 집인데 침대를 양보하고 닷새 동안 소파에서 자는 기분 아냐?”

“내가 소파에서 잘게. 침대 써.”

“어떻게 그래.”

“같이 쓰시면 될 텐데요. 더블베드인데.”

아리가 또 음흉한 목소리로 장난을 쳤다.

“너 리모컨 눌러 버린다.”

“잘못했습니다.”

윤성은 차희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보다 일할 만한 곳은 있어?”

“그게 마땅치가 않네. 그보다 윤성아, 이거 봐.”

“뭔데?”

“백마 길드 주가 폭락하는 거 봐. 난리 났네, 진짜.”

정말이다. 김진명 구속 이후로 주가가 1/3로 떨어졌다. 세간에서는 김성인이 백마를 흡수해서 세인트백마 길드를 만든다는 소문도 돌기 시작했다.

윤성은 김성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는데, 아직 확정된 것은 없고 고려 중이라고 했다.

“너 나랑 같이 일할래?”

윤성이 차희에게 물었다.

“뭐?”

차희의 눈이 동그래졌다.

“난 헌터가 아닌데 어떻게 같이 일해?”

“아이언맨의 페퍼 포츠 같은 역할을 해주면 되는데.”

“하지만 아이언맨이 없는걸.”

“마스크맨은 있잖아. 백마중 대표님의 비서관이었던 김샛별 씨도 헌터는 아니었어.”

“어……?”

“하지만 백마 길드의 운영은 사실상 김샛별 씨한테 달려 있는 거나 다름없었지. 이번 일도 그 사람이 일등 공신이야. 아니다. 네가 일등이고 그 사람은 이등.”

“근데 어떻게 같이 일한다는 거야? 너 설마?”

“바로 네가 생각하는 그거야.”

“하지만 아무리 주가가 폭락한다 해도 그건 불가능해.”

“같이 일할래? 말래?”

“난, 난…… 같이 일하면…… 좋지.”

차희의 얼굴이 붉어졌다.

윤성은 빙긋 웃었다.

“조금만 기다려.”

윤성은 마스크를 쓰고 협회 마정석 숍으로 이동했다.

S급 카드를 내밀면서 인벤토리를 열었다.

-와르르르.

끝도 없이 쏟아져 내리는 상급 마정석은 큰 바구니 두 개 반을 가득 채웠다.

개인 수입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한 양.

협회의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그것도 2위와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것이었다.

“여보세요, 김샛별 씨?”

마정석을 판매한 윤성은 김샛별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안녕하세요.

“요즘 백마 길드 상황이 심각한데 제게 극복할 방법이 있습니다. 지금 주주총회를 열면 참석할 수 있는 사람들이 누구누구죠?”

-백마중 대표님의 아드님인 백무담 씨가 42%의 지분을 가지고 계시고, 그 어머니인 성유정 씨가 20%를 가지고 있어요. 원래 백마 길드는 가족 경영 회사였거든요. 두 분 외에도 친인척 분들이 조금씩 지분을 더 가지고 계시죠.

“그분들을 만날 수 있습니까? 무너져 가는 백마 길드를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인물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백마중의 가족들은 윤성을 만나기 위해 백마 길드의 임원 미팅룸에서 기다렸다.

하지만 그곳에 나타난 것은 윤성이 아니었다.

마스크맨과 차희가 미팅룸에 들어온 것이다.

“마스크맨?”

경악한 백마중의 가족들이 벌떡 일어났다.

임원으로 참여한 홍창민도 마찬가지.

“안녕하세요.”

윤성이 그들에게 인사했다.

“강윤성 씨의 소개를 받고 온 마스크맨입니다. 이쪽은 제 비서, 민차희입니다.”

“안녕하세요.”

차희가 생글생글 웃으며 인사했다.

신원의 증명은 마스크맨의 마스코트가 된 스킬 ‘빛의 탄환’과 에어포스에게 받은 S급 카드를 한 번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했다.

윤성은 자리에 앉더니 곧장 본론을 꺼냈다.

“백마 길드를 제게 주십시오.”

일은 순식간에 처리되었다. 백마중의 가족들은 백마 길드에 미련이 많은 만큼 무너져 가는 길드를 보는 게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백마중의 절친한 친구인 김성인에게 파는 것도 고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스크맨이라면?

이 남자는 믿을 수 있다. 현재 한국 최고의 헌터 중 하나니까.

그리고 마스크맨이 길드를 가져간다면 백마 길드는 분명히 부활할 수 있었다.

주주들은 만장일치로 윤성에게 가지고 있는 주식을 넘기기로 했다.

그래도 윤성은 그들의 경영권을 어느 정도 보장해 주었다. 그들의 주식을 모두 사는 대신 조금씩 남겨준 것이다. 주주총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지만 최고 주주는 마스크맨이다.

그는 총합 40%의 지분을 들고 백마 길드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다.

“마스크맨이 백마 길드를 샀다.”

이 소식은 전국을 강타하는 강력한 바람이 되었다. 김진명 같은 것은 더 이상 세간의 이슈가 되지 않았고, 백마 길드의 주가는 다시 급속히 치솟기 시작했다.

또한 백마 길드의 대표 역시 마스크맨이 맡는 것으로 분위기가 모아졌다.

대형 길드의 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자격이 필요했다.

하나는 이사회의 지지.

둘째는 길드 조직원 중 50% 이상의 지지.

셋째는 세 명 이상의 외국의 S급 헌터의 지지 선언이다.

첫 번째 요건은 윤성이 백마 길드의 주식을 샀던 날 바로 달성되었다. 평소 마스크맨을 흠모해 왔던 이사들은 마스크맨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둘째 요건 역시 간단히 충족되었다. 백마 길드의 헌터들에게도 마스크맨은 유명한 히어로였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홍창민이 마스크맨을 깊이 존경하고 있었다.

세 번째 요건도 어렵지 않았다. 윤성이 편지를 보내자 세계 곳곳의 S급 헌터들이 지지 선언을 해온 것이다.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미국의 제임스, 스티븐, 심지어는 그 성격 괴팍한 샌드맨조차.

중동에서는 상황이 더했다.

사우디의 왕자이자 S급 헌터인 파리츠를 필두로 아리즈, 히샴, 아이샤 등 중동 지역의 S급 헌터들이 일제히 마스크맨을 지지해 주었다.

새로운 백마 길드의 대표가 된 윤성은 길드 안팎을 쭉 둘러보았다. 갑자기 어깨가 좀 무거워졌다.

차희는 길드 내 기숙사로 거처를 옮겼다.

더 이상 그녀를 위협할 사람은 없어졌다. 누가 감히 백마 길드 대표 마스크맨의 비서를 건드리겠는가.

윤성은 차희와 함께 길드 건물 16층의 대표 사무실에 들어갔다.

“휴우.”

윤성이 마스크를 벗었다.

그러고는 인상을 찡그리며 마스크 안쪽을 킁킁댔다.

“냄새나는 거 같아.”

“마스크 협찬 엄청 들어오잖아. 좀 바꾸지 그래?”

차희가 말했다.

“네가 하나 골라주라. 그럼 그거 쓸게.”

“좋아.”

차희는 협찬으로 들어온 마스크들의 카탈로그 북을 들고 사무실 소파에 벌렁 누웠다.

하지만 책을 얼마 보지 못하고 잠들어 버렸다.

“첫 출근부터 업무 시간에 낮잠이라니.”

윤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이해는 됐다.

차희는 요즘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하루에 16시간씩. 하루에 6시간을 자고 밥 먹는 시간, 씻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전부 공부만 하는 것이다.

두꺼운 경영학 책이 금방금방 넘어가고 있었다.

그 공부량을 알았기 때문에 윤성은 곤히 잠든 차희를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차희의 얼굴을 덮은 카탈로그북을 집어 들었다.

<마법으로 구현한 플라즈마 스크린이 들어간 마스크!>

<최소한의 노출로 식사도 가능.>

블랙팬서 가면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마법 플라즈마로 만들어진 입과 턱 부분은 언제든 원할 때 일시적으로 제거된다.

제거한 후의 디자인은 배트맨 마스크와 비슷하다.

<방독 성능 극상!>

“이거 괜찮네. 쓴 채로 식사도 할 수 있고.”

나중에 차희 일어나면 이걸로 준비해달라고 해야지.

윤성은 외투를 벗어서 잠든 차희에게 덮어주었다.

“길드 내에 새로운 뉴페이스들을 좀 영입해야겠지.”

윤성은 사무실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마스크맨으로서 하는 첫 업무였다.

그는 신중하게 신차민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A급 최상위권으로 판정된 신차민은 세인트 길드에 입단하지 않았다. 김인식이 그쪽으로 갔기 때문에.

협회에 들어갔지만 이번에 공금횡령 사건이 터지는 것을 보고 관둬 버린 것이다. 차희처럼 환멸을 느꼈던 모양이었다.

신차민은 백마 길드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그 타이밍에 김진명이 구속됐다. 그는 쓰던 길드 지원서를 찢어버렸다.

“캬, 이 맛에 헬조선 살지. 다 썩은 거 오지고요.”

신차민은 후에 며칠간 침대에 누워 빈둥거렸다. 그리고 외국계 회사들을 찾아보다가 어느 날 아침에 백마 길드를 마스크맨이 사버렸다는 얘길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에이 씨, 그냥 백마 길드 갈걸 그랬네…….’

마스크맨이 운영한다면 잘 돌아갈 것 같았다. 세간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최상급 헌터니까.

시무룩해진 신차민이 후회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뚜르르르.

모르는 번호는 원래 잘 받지 않지만 왠지 이번 전화는 받아보고 싶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백마 길드 대표, 마스크맨입니다.

“예에?”

신차민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누구시라고요?”

-마스크맨입니다.

“에, 에바참치…….”

-……새로 리뉴얼된 백마 길드에 신차민 씨를 초대하고 싶습니다.

“이거 레알이에요?”

-회사에서도 그 말투 쓸 건 아니죠?

“아, 안 쓸게요! 저 백마 길드 가고 싶어요! 정말 갈 수 있어요? 가면 마스크맨이랑 같이 일하는 건가요?”

-물론이죠. A급 헌터시죠? 저와 함께 일합시다.

내 동생이랑 만나는 놈인데 백수 새끼로 살게 둘 순 없지.

윤성은 신차민을 영입했다.

이로써 마스크맨의 백마 길드는 시작부터 A급 최상위권을 데리고 출범하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스크맨의 도움을 받았던 많은 헌터가 그에 대한 동경심으로 몰려들었다. D급 헌터 리나와 E급 박형철, 김유정이 지원서를 냈고, B급 헌터 송민구도 원서를 썼다.

무엇보다도 신차민과 같은 기수의 각성한 젊은 헌터 중 무려 3할이 백마 길드에 원서를 썼다.

그들 중 대부분은 에어포스 헌터 스쿨의 학생들이었다.

사자후를 쏘아 보내 마족들을 쫓아내고 S급 마족 아르동 남작과 일전을 벌이던 윤성의 모습을 그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후에 그 어떤 보상도 거부하고 홀연히 사라져 버린 이 남자의 배포와 신비감까지.

윤성의 추종자는 전국 곳곳에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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