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속도는 9.8ms^2-100화 (100/260)

# 100

레벨업 속도는 9.8m/s^2 100화

“협회장님!”

쓰러진 고제하를 발견한 윤성이 소리쳤다.

그제야 에어포스도 고제하가 치명상을 입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협회장님! 협회장님!”

에어포스가 고제하를 껴안고 소리쳤다.

드래곤 피어 때문은 아니다. 고제하는 이미 부상이 심각해서 숨이 아슬아슬했던 것이다.

그가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에어포스의 두 뺨을 그러쥐었다.

“에어포스.”

고제하가 그녀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

에어포스의 표정이 싸하게 굳었다.

“켄지, 부탁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켄지는 고제하의 출혈을 다시 잡으면서 상처 치유를 시작했다.

이젠 치유에만 전력을 다할 수 있었다.

샌드맨, 안토니오만큼 강력한 헌터가 둘이나 나타났기 때문에.

“정말 신기한 놈이구나.”

일호가 윤성을 보면서 말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내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에서 마스크맨은 이 정도로 강하지 않다.”

일호의 의문에 답한 것은 뜻밖에도 아리였다.

여태껏 바토리의 인형 역할을 하느라 충분히 빡쳐 있었던 아리가 본래 주인이 나타나자 신이 났던 것이다.

“달팽이의 뇌 용량이 얼만지 압니까? 평균 0.4그램입니다. 그 안에 들어가는 데이터로 주인님의 전투력을 가늠하려고 했다니, 정말 멍청하군요. 아, 물론 멍청한 건 이해합니다. 뇌 용량이 평균 0.4그램이니까.”

일호가 인상을 찌푸렸다.

“메탈로이드가 인간에게 주인님이라니. 마더가 시키던가?”

“아니. 퀸께서 시키셨습니다.”

일호가 깜짝 놀란 표정이 되자 아리가 눈을 노란색으로 반짝였다.

“조크입니다. 어땠나요, 주인님?”

“이번 건 재밌었어.”

“감사합니다.”

윤성은 주먹을 꽉 쥐고 고개를 들었다.

“자, 이제 끝을 보자고.”

성체는 총 여섯 마리.

이쪽의 최고 전력은 SS급 에어포스, 샌드맨, 안토니오, 그리고 강윤성 정도다.

“각자 하나씩 맡을 수 있죠?”

윤성이 SS급 헌터들에게 소리쳤다.

안토니오와 샌드맨, 에어포스가 차례로 답했다.

“당연하죠. 그동안 준성체들이 달려들어서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 했지만.”

“전부 때려잡아 줄 테니, 마스크맨, 앞으로는 모래 스킬은 쓰지 마라.”

“하나는 확실히 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둘은 어떡하죠?”

나머지 둘.

윤성이 예리하게 그들을 훑어보았다.

다 방법이 있지.

“바토리! 김성인 대표님! 최수혁 헌터님!”

윤성이 소리쳤다.

“셋이 하나를 맡아주세요. 그리고 차예빈 헌터님!”

“네…… 네?”

“비타민에게 마력 주입하듯이 아리한테 모든 마력을 전력 주입해요!”

차예빈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혼란스러운 듯했지만 시키는 대로,

<마력 주입 발동!>

스킬을 썼다.

인형을 작동시킬 때 쓰는 스킬이다. S급 인형술사로서 차예빈이 할 수 있는 마력 주입의 질은 특히 남달랐다.

아리는 가만히 있어도 S급 전투 로봇이다. 하지만 T505에게서 떼어 온 그의 엔진은 SS급의 전투력까지 과충전이 가능했다.

이미 S급의 마정석이 들어간 배터리로 돌아가는 아리에게 차예빈이 전력을 다해 마력을 불어넣으면?

-부우웅!

아리의 눈이 빨갛게 빛났다.

“이럴 수가…….”

놀란 차예빈이 혀를 내둘렀다.

원래 비타민은 그녀의 마력을 모두 흡수하지 못했다.

때문에 차예빈은 주기적으로 용산 헌터 상가를 돌면서 새로운 부품을 쇼핑하곤 했었다. 최근엔 강윤성이라는 또라이가 모든 매물을 매입해 버려서 허탕을 쳤지만.

그러나 아리에게는 마력을 주입하는 대로 죽죽 들어갔다.

급기야는 차예빈의 모든 마력을 흡수해 버렸다.

저 인형이 얼마나 강해졌을지 이젠 상상도 안 됐다. 기본 피지컬부터가 비타민보다 훨씬 강한 로봇이었다.

그런데 차예빈의 모든 마력을 먹었다면?

<소각 발동!>

여태껏 사용했던 스킬들보다 한 차원 뜨겁고 강렬한 화염이 성체 엘리지아 하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키아악!”

성체 엘리지아는 뒷걸음질을 치며 화염을 피했지만,

-콰아앙!

아리의 펀치까지 피하진 못했다. 묵직한 메탈 주먹이 엘리지아의 얼굴을 움푹 부숴 버렸다.

반대편에서는 샌드맨이 사구로 엘리지아 하나를 감싸서 말리는 중이었다.

엘리지아는 모래를 박차고 빠져나왔으나 샌드맨의 피 말리는 공격에 힘겨워하고 있었다.

안토니오는 마법 다이너마이트를 세 개나 들고 달려드는 중이었다.

‘안토니오가 알리야 부하로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윤성은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에어포스, 큰 싸움을 하고 왔는데 바로 괜찮겠어요?”

윤성이 물었다.

“물론입니다. 이 녀석들 신민수보다는 한 체급 아래예요.”

에어포스의 몸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좋아. 그럼 저놈은 내가 맡죠.”

윤성이 일호를 가리키며 말했다.

“건방진 놈이…….”

일호가 이를 으득 씹으며 윤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쾅!

둘이 엄청난 박력을 뿜으며 충돌했다. 윤성의 힘은 현재 8,600에 이르렀다. 안토니오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

하지만 윤성의 실제 전투력은 안토니오보다 한참 모자랐다.

일단 윤성은 SS급의 능력치를 들고 싸우는 게 처음이었다. 당연히 익숙지 않은 만큼 피할 수 있는 공격도 맞아버리고, 때릴 수 있는 타이밍도 놓쳤다.

게다가 안토니오는 폭발성의 고급 근접 스킬들을 가지고 있고 그것에 숙달되어 있었다.

하지만 근접전만의 얘기다.

윤성은 지능도 8,600점이며 빛의 탄환이라는 기막힌 원거리 스킬이 있다.

<빛의 탄환 발동!>

근접한 윤성이 스킬을 발동했다.

뜨거운 섬광이 엘리지아의 아랫배를 뚫었다.

‘다음은 단검 투척!’

윤성은 손을 쫙 펼쳤다.

하지만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전에 해왔던 전투들에선 이 타이밍에 엘리지아의 머리 위에 <단검 투척 타깃>이라는 메시지가 떠올라야 하는데.

‘맞아. 아까 에어포스가 빛펀치로 부숴 버렸지!’

그걸 잊어버렸다.

하는 수 없이 윤성은 주먹으로 힘껏 엘리지아의 배를 힘껏 갈겼다.

“크윽!”

일호의 몸이 휘청거렸다.

윤성은 그대로 공중제비를 넘듯 몸을 돌려서 일호의 턱을 후려쳤다.

-콰앙!

착지하면서 이번엔 빛의 탄환을 난사했다.

일호의 몸에 섬광이 무수히 꽂히며 피부가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다음엔,

<급속 냉각 발동!>

강력한 한기가 손끝에서부터 칼날처럼 쏘아져 나갔다.

빛의 탄환이 강해진 만큼 급속 냉각의 위력도 어마어마한 수준이 되었다.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얼음 결정 때문에 인근의 헌터들이 전투를 하다 말고 이쪽을 쳐다볼 정도였다.

이미 근접 헌터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의 마법이었다.

-싸아악!

한기에 얼어붙는 일호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그 위로,

윤성이 몸을 날렸다.

주먹에 강력한 힘을 담아서.

<용조 발동!>

손가락 끝에 드래곤의 발톱이 씌워졌다.

그것은 본래 먹잇감을 한입 거리로 산산이 찢는 드래곤의 식사용 도구였다.

세상 그 어떤 도검도 드래곤의 발톱보다 날카롭지는 않으며, 그 어떤 광물도 드래곤의 발톱보다 단단하지 않다.

-쫘아아아악!

윤성의 손가락 세 개가 일호의 머리부터 가슴까지를 네 갈래로 찢어버렸다.

압도적인 공격력.

고제하를 치료하던 켄지는 입을 딱 벌렸다.

바로 이웃한 나라에서 워낙 유명하니까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 마스크맨 얘기를 들어보긴 했다.

하지만 이 정도라니?

“크, 으으으.”

머리가 찢어진 일호는 황급히 재생하고 있었지만 적의 공격이 너무 강력했다.

덜덜 떨리는 두 팔로 갈라진 머리를 이어 붙이려 했지만,

<용조 발동!>

윤성의 손가락이 또 한 번 적의 팔을 찢어버렸다.

그리고 뒤편에선,

-화아아아악!

엄청난 빛이 폭발하고 있었다.

“아오! 에어포스! 그거 쓸 때는 미리 깜빡이 좀…….”

놀란 윤성이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늦었다.

빛펀치가 엘리지아 성체 하나를 흔적도 없이 소멸시켰다.

사방에 퍼지는 마력의 풍압 때문에 엘리지아 성체 하나와 그걸 붙잡고 있던 샌드맨의 모래가 몽땅 날렸다.

“뻐킹! 빗취!”

“나의 세뇨리타에게 더러운 말을 쓰지 마라!”

안토니오가 소리쳤다.

그의 다이너마이트 네 개가 엘리지아 성체 하나를 폭파하는 중이었다.

동시에 안토니오는 에어포스 쪽을 쳐다보고는 눈이 커졌다.

“시, 세뇨리타! 옷을…….”

“알아서 할게요.”

에어포스는 날아간 상의 때문에 켄지에게 외투를 빌리고 있었다.

“크흠. 알겠습니다, 세뇨리타. 이따가 얘기해요.”

안토니오의 상대는 아직도 죽지 않았다. 몸이 산산조각 났지만 여전히 재생되고 있다.

“다른 종류를 써야겠군.”

안토니오는 새로운 마력 폭탄을 만들어냈다.

폭발을 고유 스킬로 가진 안토니오가 직접 개발한 스킬이었다. 마치 에어포스가 빛의 강체로부터 빛펀치를 만들어냈듯이.

때문에 스킬 이름에도 안토니오 디 나탈레의 성, Di natale가 들어갔다.

대체 어떤 식으로 시스템이 스킬 이름을 인식해서 저런 메시지창을 보여주는지는 안토니오 본인도 모르지만.

-콰아악!

한 가지 아는 사실은 위력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이다.

안토니오의 주먹이 엘리지아의 가슴에 꽂혔다.

폭탄은 장착시켰다.

일반적 고폭탄이 아닌 열압력 폭탄. 폭발에서 생기는 파편이 주위를 박살 내는 게 아니라 고온 고압의 충격파가 적을 먼지로 만들어버린다.

엘리지아를 몇 조각으로 나눠놓는 폭파는 재생되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한 번에 태워서 가루로 만들어 버려야지.

“붐!”

안토니오가 뒤로 크게 도약하여 피하면서 외쳤다.

동시에,

-콰아앙!

강력한 폭발이 일었다.

엘리지아 성체의 몸뚱이가 일순간 먼지가 되어 산화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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