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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99화 (99/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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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099화

하지만.

쿠오오오오!

엘리지아의 몸에서 강력한 마력이 뿜어져 나오더니 사구가 멈추었다.

샌드맨조차 이 기현상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샌드맨의 스킬을 순수한 마력으로 잠재워 버렸다.

“내 이름은 일호. 퀸이 낳은 첫 번째 자식이며 현존하는 성체 중 최강이다. 신민수 같은 특이케이스를 포함해도 말이지.”

일호가 헌터들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했다.

“퀸께서는 내게 여섯 기의 성체를 남겼다. 너희를 모두 제압하라고 하셨지. 그리고, 이 감염지의 모든 엘리지아는 내 명령을 따른다. 나는 이곳의 군단장이니까.”

일호의 눈이 번쩍였다.

퀸이 그에게 하사한 스킬이다. 정신 감응.

본래는 퀸만이 가지는 스킬로 모든 엘리지아들을 통솔하는 것이지만, 일호는 퀸 다음의 권한을 가졌다.

“키아아아악!”

“캬오오!”

지하철 역사의 모든 방향에서 끔찍한 포효 소리가 들렸다.

엘리지아 수백이 날카로운 쇳소리를 지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뻑!”

샌드맨이 모래 스킬을 사방에 발동했다.

안토니오는 장거리 다이너마이트를 준비하여 적들의 진입 경로를 향해 흩뿌렸다.

바로 그 순간.

부우웅!

갑자기 일호가 날아들었다.

샌드맨과 안토니오가 스킬을 사용하면서 앞이 잠깐 빈 사이였다.

콰악!

엄청난 박력으로 헌터들을 밀치며 복판으로 뛰어든 일호의 주먹이 고제하의 가슴에 꽂혔다.

울컥 솟아오르는 피.

바로 곁의 차예빈과 김성인은 충격으로 잠깐 몸이 굳었다.

상대적으로 많은 나이와 오랜 실전으로 훈련된 바토리만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녀의 장검 역시 일호를 파괴할 수는 없다.

까앙!

장검에 실린 마력이 부족하다. 일호의 팔뚝에서 튕겨 나오고 말았다.

“회장님!”

한 박자 늦었지만 김성인이 일호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바로 뒤편에서 최수혁도 도끼로 일호를 내리찍었다.

최수혁의 도끼는 먹히지 않았지만.

퍽!

김성인의 장검은 일호의 가슴을 일부 파고들었다.

하지만 엘리지아의 진면목은 방어력이 아니라 재생력이다.

김성인의 장검을 뿌리친 일호의 상처가 빠르게 아물었다.

“비켜!”

그러나 그 이상의 공격력이라면 먹힐 수 있다.

안토니오가 주먹에 강렬한 폭발을 머금은 채 일호를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붕!

일호는 마치 적들을 농락하기라도 하는 듯 공중제비를 넘어 자리를 이탈했다.

갈 곳을 잃은 안토니오는 주먹을 허공에서 멈추었고.

“캬아아악!”

사방은 벌써 엘리지아들에게 포위되었다.

켄지는 재빨리 고제하의 몸을 껴안고 스킬을 썼다.

<힐링 발동!>

“길을 뚫어야 합니다!”

그가 고제하의 상처를 치료하면서 소리쳤다.

“아리!”

바토리가 소리쳤다.

이미 아리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다.

길 뚫기에 그의 <소각>보다 좋은 스킬은 없으니까.

화아아악!

맹렬한 폭염이 엘리지아 무리 위로 쏟아졌다. 열기에 놀란 엘리지아들이 좌우로 갈라졌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 화염을 뒤집어쓰고도 꿈쩍 않는 엘리지아가 있다.

“이 정도를 제압하는데 우리가 여섯이나 필요할까?”

엘리지아 중 하나가 말했다.

성체다.

차예빈은 질식할 것 같은 위압감을 느꼈다.

모든 것이 잘못 판단되었다.

엘리지아 던전은 S급이 아니다.

이건 SS급 던전이다.

여태까지 그런 난이도의 던전이 등장한 적 없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엘리지아 던전의 난이도를 적정하지 못했던 거다.

하지만 이제 확실하다.

던전 내 마수들의 핵심인 성체들은 S급 헌터의 힘을 이미 넘어선 지 오래다. 샌드맨과 안토니오, 에어포스는 이들과 겨뤄볼 만하겠지만 S급 헌터들로서는 무리다.

A급 던전을 S급 없이 레이드한다고 치자.

B급 이하 헌터가 한 명 이상 있어선 안 된다. 레이드 공략의 최소 인원은 A급 네 명에 B급 하나다.

이 조건은 레이드 중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력 탈출 가능한 최소 전력의 조건이다. 즉, 클리어를 목적으로 두는 전력이 아니다.

지금 레이드팀 역시 엘리지아 던전을 클리어하는 게 아니라 던전에서 탈출하려는 것이지만 그조차도 버겁다.

여긴 지금 SS급이 두 명밖에 없으니까.

쩍!

준성체 엘리지아의 펀치가 샌드맨의 안면에 꽂혔다.

샌드맨은 분노해서 강력한 사구와 스킬 <급성 건조>로 코앞의 엘리지아 셋을 말려 버렸지만,

콰앙!

성체의 발차기를 맞고 수 미터를 날아가고 말았다.

“샌드맨!”

놀란 김성인이 샌드맨을 도와주려고 했지만 그 앞에는 또 다른 성체 엘리지아가 있다.

그리고 김성인의 전투력으로는 성체를 감당할 수가 없다.

엘리지아의 강력한 마력이 주먹에 집중되었다.

그 펀치가 김성인에게 꽂히기 직전,

콰악!

비타민이 달려와 엘리지아를 몸으로 밀쳤다. 하지만 힘에 버겁다.

마치 코끼리를 밀치려고 끙끙대는 코뿔소 같은 모양새로 비타민이 용을 쓰는 사이,

쾅!

이번엔 아리가 달려와서 엘리지아를 날려 버렸다.

하지만 쓰러뜨린 것은 아니다. 성체 엘리지아는 금방 일어났다.

전투는 매우 버거워졌다.

쩡!

일호가 쏘아 보낸 날카로운 파편이 비타민의 어깨를 부숴 버렸다.

“에어포스를 불러!”

김성인이 소리쳤다.

“안돼요……. 갑자기 통신 수단이 하나도 안 터져요. 긴급 구조 신호는 보냈지만.”

차예빈이 절망스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긴급 구조 신호는 보냈지만 과연 누가 구조하러 올 수 있겠는가?

에어포스가 온다고 해도 이 상황을 뒤집기는 어렵다.

SS급이 하나 더 필요하다.

하지만 대체 누가?

“안 돼. 에어포스를 부르면…….”

고제하가 숨을 울컥울컥 토하면서 말했다.

“그 애는 헌터들의 미래다. 여기 오면 안 돼……. 다른 헌터들을 모으라고 해. 이번 레이드는……. 실패…….”

바토리는 활을 꺼내어 사방에 쏘아대고 있었다.

장검은 먹히지 않았지만 주특기인 화살은 성체 엘리지아에게도 분명 피해를 입혔다. 하지만 여전히 대단치는 않다.

“하등한 것들이 이 정도로 강할 줄이야…….”

엘리지아들은 무수히 재생하면서, 좀비처럼 일어나 레이드 팀을 향해 공격을 퍼부어댔다. 고제하가 시작부터 다운되었기 때문에 팀에는 광역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마법사가 없다.

샌드맨과 안토니오는 어느 정도 범위 공격이 가능하지만 성체들을 상대하느라 힘에 부친다.

쩡! 끼기긱.

비타민이 완전히 파괴된 순간,

차예빈은 눈을 감았다. 이제 모든 게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콰과과광!

천장 위에서 무시무시한 굉음이 울리면서 무언가가 위를 박살 내고 떨어졌다.

전장 한복판에 엘리지아 하나를 깔고 앉으며 내려온 것은.

“에어포스!”

“오! 나의 세뇨리타!”

안토니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비켜요! 여기 한 명 더 떨어질 겁니다!”

에어포스가 다가오는 안토니오를 밀치면서 공간을 만들었다.

“한 명 더 떨어지다니?”

“전부 전투 포지션!”

에어포스가 소리를 질렀다.

이윽고 헌터들은 에어포스가 만들어놓은 구멍으로 내려오는 새까만 형체를 발견했다.

그것은 마스크맨이었다.

-콰아아앙!

에어포스가 비행 스킬로 도달 가능한 최고 높이가 얼마일까?

에어포스 본인도 잘 모를 테지만 윤성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비록 빛펀치를 써서 체력이 떨어진 상태의 최고 높이지만.

바로,

<최종 속력=51.48㎧, 낙하 거리=8,036m, 낙하 시간=147.6s>

<랜딩 성공!>

“8,036미터.”

윤성이 중얼거리면서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재빨리 그 앞으로 에어포스가 나섰다.

추락한 후에 잠깐 전투 불능이 될 거라고 했지.

앞뒤 다 잘라먹고 최고 높이에서 떨어뜨려 달라는 막무가내 부탁.

일단 들어주긴 했지만 이게 정말 의미가 있을까?

에어포스는 빛의 강체를 최고 출력으로 발동하면서 윤성의 앞을 지켰다.

몇 초 후,

“이제 괜찮아요.”

윤성이 일어나며 말했다.

그는 눈앞의 메시지창들을 읽었다.

<일시적으로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힘과 순발력, 감각 능력, 지능에 각각 8,036점. 남은 시간 86,400초. 일시적 랜덤 스킬이 개방되었습니다 : 드래곤 피어 남은 시간 86,400초>

<낙하 거리 임계 돌파. 영구적 스킬 획득 : ‘용조’>

용조?

곧바로 버프 스킬과 영구 스킬의 설명창이 떠올랐다.

<드래곤 피어 : 드래곤의 마력을 담아 울부짖음. 자신보다 전투력이 낮은 모든 적이 공포에 질려 달아남.>

<용조 : 용의 발톱으로 적을 찍어 파괴함.>

사방에 엘리지아가 수백이다.

마치 이 스킬을 사용해서 이 상황을 모면하라고 누가 준비라도 해둔 것 같은 스킬.

<드래곤 피어 발동!>

사자후 스킬을 쓸 때처럼 윤성의 가슴이 거대한 마력으로 확 부풀어 올랐다.

움찔하는 몸뚱이의 움직임이 마치 토할 것 같은 모양새였다.

에어포스는 아직 윤성의 현기증이 남았나 싶어 그의 등을 토닥이려 했다.

바로 그 순간.

“크아아아아아!”

윤성이 내지른 드래곤 피어가 일산 전역에 울려 퍼졌다.

병실에서 치료를 받던 이성민은 손이 저려 읽던 책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의 상태를 체크하러 들어오던 간호사는 바닥에 주저앉아 오줌을 지렸다.

감염지 주변부를 정리하던 모든 헌터와 유체, 아성체의 엘리지아가 일순간 오한을 느끼며 전투 불능의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에어포스조차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안토니오는 식은땀을 흘렸고 샌드맨은 몸을 떨었다.

헌터 팀을 향해 귀신같이 달려들던 준성체 엘리지아들이 우물쭈물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무, 무슨…….”

다리가 풀려서 바닥에 주저앉아 버린 차예빈이 웅얼거렸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찔끔 맺혔다.

‘이게 적들한테만 먹히는 게 아닌 모양이네.’

그녀를 보고 윤성은 속으로 혀를 찼다.

하지만 그래도 아군에게는 약간 어드밴티지가 있는 모양이었다.

차예빈은 도망치거나 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준성체 엘리지아들은 모두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들이 일제히 레이드 팀을 버리고 달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신은 정말…… 믿을 수 없군요…….”

놀란 에어포스가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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