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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97화 (97/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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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097화

신민수가 짜증을 뱉었다. 윤성은 신민수를 노려보다가 그 옆에 무릎 꿇은 헌터를 발견했다.

“뭐야? 에어포스? 에어포스입니까?”

깜짝 놀랐다. 혹시 여기서 싸우다 보면 에어포스가 지원하러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탑에서 랜딩하는 사이에 왔을 줄이야.

그런데 상황을 보니 에어포스가 당하고 있었던 건가?

“마침 잘 오셨군요. 마스크맨. 절 좀 도와주십시오.”

에어포스가 말했다. 윤성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딱 그걸 하려던 참이었어요. 그리고 끝난 후에 물어볼 게 좀 있습니다. 에어포스.”

“좋아요. 저 녀석을 처치한 후라면 뭐든 답해드리죠.”

회복된 에어포스가 일어나 전투 자세를 취했다.

동시에 윤성은 신민수를 바라보며 양손을 뻗었다.

“또 그거냐?”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윤성의 양손에서 발사된 섬광이 신민수의 몸을 뚫었다. 하지만 신민수는 별 데미지를 입지 않은 것 같았다. 그저 몸에 송송 구멍이 뚫릴 뿐 그는 웃고 있었다.

“엘리지아의 몸에는 형체가 없다. 내가 본 모습을 드러낸 이상 네 공격은 내게 피해를 입힐 수가 없다.”

신민수가 윤성에게 다가오려는 그 순간이었다.

신민수의 몸이 움찔하더니 멈추었다. 꼼짝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슬라임화도 되지 않는다.

“뭐지?”

윤성은 새롭게 떠오르는 메시지창을 보았다.

<타깃에 공격 적중 : 마비 발동!>

다섯 번의 시도 끝에 랜딩 버프 스킬로 끝내주는 게 나왔다. 공격에 적중당한 타깃을 마비시키는 스킬. 이거 거의 밸런스 붕괴 아니냐?

영구적 스킬이 아니라 시간제라는 게 아쉽지만 신민수를 쓰러뜨리기엔 충분하겠지.

윤성은 흡족한 미소와 함께 추가타를 날리기 시작했다.

‘마비’의 지속시간은 상대와의 레벨 차에 따라 변동한다. 신민수와의 레벨 차가 얼마나 나는지는 모르지만 한 번 적중했을 때 추가타를 계속 맞춰야 한다.

‘마비 시간이 1초든 2초든 죽을 때까지 공격을 이어 붙이면 죽을 때까지 팰 수 있겠지?’

펑! 펑! 펑! 펑!

신민수의 몸에 구멍이 송송 뚫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민수는 여전히 큰 타격을 입지 않는 것 같았다. ‘마비’는 스킬도 차단한다. 슬라임화하여 공격을 흘려보내는 것도 스킬이라면 지금은 데미지가 들어가야 한다.

이것은 순수한 방어력과 생명력의 문제다. 모기 무는 듯한 공격을 아무리 적중해 봤자 별 피해를 입힐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전투력에 차이가 나다니……. 대체 난 왜 랜딩을 다섯 번이나 하고 온 거야?’

윤성은 약간 질리는 기분이 되었다.

찰흙을 펜으로 콕콕 찌르는 기분이군. 찌른 모양대로 푹푹 들어가지만 찰흙 입장에선 찌르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

그러나 윤성의 공격이 아니라 에어포스의 공격은 얘기가 다르다.

에어포스의 몸에서 강렬한 빛이 쏟아져 나오더니.

쾅!

그녀의 주먹이 신민수의 턱에 작렬했다. 놀랍게도 신민수의 머리가 떨어져 나갔다.

하필 그 타이밍에 머리를 향해 발사된 빛의 탄환이 신민수를 지나쳤다.

윤성은 재빨리 후속타를 날렸지만,

촤아악-

갑자기 신민수의 몸이 물처럼 묽어져서 바닥에 퍼져 버렸다. 그것은 흐물흐물거리며 근처로 퍼지기 시작했다.

“뭐야 이건 또?”

에어포스가 황당한 듯 소리쳤다.

윤성 역시 놀랐다. 하지만 에어포스처럼 당황하지는 않았다.

랜딩으로 얻은 3단계 스킬 ‘늪지’

스킬 ‘통역’ 대신 나온 것이다. 바토리가 준 마법책으로 최고 등급의 통역 스킬을 패시브로 습득했으니 가용 스킬은 바꿔 버려도 상관없었다.

원래 늪지 스킬 역시 신민수를 홀딩하기 위해 가져온 스킬이었지만 이거 어쩌면…….

<늪지 발동!>

윤성이 스킬을 쓰자 그의 발아래부터 땅이 점차 진창으로 변하더니 서서히 늪지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윤성이 만들어낸 늪의 진흙, 물이 슬라임과 섞이자 신민수는 당황했다.

원래는 슬라임 상태로 흘러가서 윤성과 에어포스를 포박할 생각이었다. 근데 이건 헌터 각성 이후 2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스킬이다.

슬라임이 희석되자 신민수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끈적한 늪의 진창이 그의 몸에 들러붙어 쉽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좋아! 큰 거 한 방 준비할 테니 시간 조금만 끌어줘요.”

에어포스가 말했다.

“네. 아무래도 우리가 이긴 것 같군요.”

윤성은 오른손으로 종단 속도의 단검을 꽉 쥐었다.

3,000점의 버프. 그리고 600이 넘은 순수 힘.

그 완력으로 던지는 단검.

파괴력은 웬만한 건물도 직선 관통할 수 있는 수준이리라.

윤성의 어깨에서 차오르는 마력을 느낀 신민수는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단검을 던지면 받아낼 생각이다. 저놈이 무슨 수를 썼는지 힘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아직까지 상대할 수 있는 범위 내다. 이전처럼 입으로 깨물어 받는 건 무리지만.

‘단검이 날아오는 순간 손으로 낚아채고, 그 후에 바닥의 진창을 마력으로 중화시켜 탈출한다.’

그러나,

<빛의 탄환 발동!>

윤성의 왼손이 빛을 뿜었다. 단검을 생각하고 있던 신민수에게는 뜻밖의 공격이었다. 그리고.

<타깃에 공격 적중 : 마비 발동!>

<단검 투척 타깃>

신민수의 몸이 잠깐 굳은 틈을 윤성은 놓치지 않았다.

전력으로 던진 종단속도의 단검이 신민수의 가슴을 꿰뚫었다.

“크아악!”

에메랄드빛의 피의 분출. 신민수는 고통스러운 듯 무릎을 꿇고 피를 토했다.

그는 후들거리는 손으로 단검을 뽑으며 또다시 비명을 질렀다.

“으으…… 크아악!”

분노가 들끓는 신민수의 눈빛.

그는 죽일 듯이 윤성을 쏘아보았다.

“세상에, 이래도 안 죽다니…….”

상식 밖의 생명력에 오히려 겁이 난다.

공격에 대한 반응으로 신민수의 몸에서 마력이 폭발적으로 치솟고 있었다.

자가 회복.

엘리지아로 변한 신민수가 가진 스킬 중 하나였다. 빠른 속도로 상처를 재생하면서 방어력이 급상승하는.

엘리지아의 공통적인 스킬인 이것 때문에 많은 감염지에서도 많은 헌터들이 엘리지아를 공략하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윤성은 신민수의 손에 붙들린 단검을 회수하려 했지만, 얼마나 단단히 쥐고 있는지 단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단검 투척보다 훨씬 막강한 파괴력을 가진 공격이 바로 옆에 준비 되어 있었다.

“뭐야 이게…….”

윤성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에어포스의 몸에서 발산되는 빛이 태양처럼 밝다. 번쩍거리는 마력은 그 자체로 웬만한 S급 던전 하나에 필적했다.

슈우우우-

폭발적인 빛의 힘은 점점 조밀한 밀도로 모이더니 에어포스의 오른손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주먹 한 방에 저만한 마력이 뭉쳐 있다는 건가 말이 되냐 이게?

소문으로는 들어봤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 지구상에서 가장 공격력이 높은 스킬이라고 알려진 빛펀치.

아이언 피스트와 같은 주먹 계열 스킬 중 최강이며 오직 에어포스만이 쓸 수 있는 스킬이다.

왜냐면 이 스킬은 ‘빛의 강체’로부터 유래하는 것이기에.

시전 시간이 긴 편이고 소모되는 에너지가 엄청나지만 그 파괴력은 말 그대로 일격필살이다. 상대의 방어력이나 생명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상관없다. 그저 피격 대상에게 멸망을 초래할 뿐.

맞은 상대 중에 아직까지 살아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무생물을 포함해도 없다. 에어포스가 처음 저 기술을 훈련할 때 어떤 폐건물을 쳤는데 그것이 그대로 먼지가 되어버렸다는 유명한 전설이 있었지…….

“자, 잠깐만! 에어포스!”

놀란 신민수가 소리를 질렀다.

“야아압!”

콰아앙!

달려든 에어포스의 주먹이 신민수의 얼굴에 적중했다.

폭발하는 빛의 파동에 휩쓸린 윤성은 뒤로 몇 바퀴를 굴렀다. 충격으로부터 발산된 힘만 이 정도다.

시발, 이게 말이 돼? 저거 진짜 사람이냐? 이미 엘리지아 쪽에 붙어서 마수화한 거 아냐?

윤성의 이가 공포로 딱딱 부딪쳤다. 우리 편이 적을 퇴치한 것이긴 하지만 그가 감당할 수 있는 범주 밖의 전투력이었다.

연쇄살인마에게 위협받고 있을 때 어느 특수부대 군인이 나타나서 처치해준다면 감동적이겠지.

하지만 그 군인이 때려서 제압한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대전차포를 쏴서 폭사시켜버리면 무섭지 않겠냐고. 그 미사일 폭발의 풍압에 날아가기까지 한다면!

대체 어떤 미친놈이 저기다가 빛펀치 같은 예쁜 이름을 붙여놓은 거야? 누가 봐도 핵펀치잖아!

“휴우…….”

자욱하게 일어났던 먼지구름이 걷힌 후 에어포스의 비장한 얼굴이 드러났다.

신민수는 허리 위로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없어졌다.

“미친…….”

아작난 신민수를 쳐다보던 윤성의 시선이 에어포스를 향했다.

알비노의 새하얀 피부. 부드러운 질감과 그 곡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헉.”

그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뭐야, 방금 뭘 본 거야?

윤성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에어포스의 옷이 걸레 조각이 되어 가슴 일부가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그녀는 빛펀치를 오른쪽 주먹으로 쳤는데 상의 오른쪽이 전부 증발해버렸다. 게다가 하의는 마치 차이나 드레스처럼 터져서 오른쪽 허벅지와 골반이 살짝 보였다.

엄청 섹시하지만 부담스럽잖아…….

윤성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에어포스는 피식 웃었다. 그녀는 익숙하다는 듯 등 뒤의 망토를 찢어서 가슴을 동여맸다.

“가렸으니까 고개 들어요.”

그녀는 노출에 별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다.

빛펀치의 부작용에 익숙하기도 하고 본래 성격이 워낙 털털하기도 하다. 게다가 노출하고 다녀도 그 어떤 남자도 지저분한 시선을 보낼 수 없기 때문에. 그랬다간 죽을지도 모르니까.

“항상 이게 문제야. 옷이 남아나질 않아서.”

윤성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하긴, 그 튼튼했던 신민수가 한방에 박살 날 정도였으니 옷가지가 남아나지 않겠지.

신민수조차 먼지가 되어버렸는데.

잠깐만, 신민수가 증발했다고?

“내 단검!”

윤성이 비명을 질렀다.

그는 재빨리 신민수의 시체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럴 수가……. 내 단검…….”

순간 머리 위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종단 속도의 단검(파괴) : 86,399초>

1초씩 시간이 줄어든다.

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단검이 부활하는 건가?

“헌터 협회가 보관하고 있는 무구 중 최고의 단검을 내어드리죠.”

에어포스가 다가와서 말했다.

그녀는 윤성의 어깨를 토닥이며 흐뭇하게 웃었다.

“멋진 전투였어요. 당신이 없었으면 꽤 힘든 싸움이 되었을 것 같군요. 갑시다, 마스크맨. 아니지. 윤성 씨.”

에어포스가 빙긋 웃었다.

윤성은 황급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모두 빠져나간 후라 듣는 사람은 없다.

“제 정체 안 판다면서요.”

윤성이 약간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려고 했는데 황동수랑 차태식의 뒤를 캐다 보니 윤성 씨 이름이 너무 자연스럽게 나오던걸요.”

“그냥 모른 척 해주시지 그랬어요?”

“그럴까 했는데, 두 사람의 실종과 협회장님의 수상쩍은 행동들 때문에 당신한테 좀 관심이 생겼거든요. 당신에 대해 더 자세히 알려면 어쩔 수 없었어요.”

“관심이요?”

“네. 그리고 당신이 왜 정체를 숨기고 마스크맨으로 활동했는지도 짐작이 가요. 포천 던전 전멸 사건 때의 혐의가 부활할까 봐 그러는 거죠?”

“맞아요. 제가 포천 사건 때는 E급이었음이 확실하다고 증명해 줄 백마중 헌터님도 이젠 없어서 더욱 문제가 커졌죠.”

“당신이 당시엔 E급이었다는 것은 저도 기억하고 있어요.”

“저 같은 E급 나부랭이를 다 기억하신다니. 고맙군요.”

“나부랭이라니.”

에어포스가 정색했다.

“E급 헌터들이 제 일을 못 하면 상급 헌터들은 하급 던전들까지 감독해야 하고, 결국 상급 던전들의 범람을 막지 못하게 돼요. 이 나라를 지키는 건 70%의 E급 헌터죠.”

“저번에도 비슷한 얘길 들었는데. 인터뷰하면 그렇게 하라고 협회에서 매뉴얼이라도 돌리나요?”

에어포스는 피식 웃었다.

“제 은사님이 얘기해 주셨던 거예요. 지금은 은퇴한 A급 헌터죠.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들이에요.”

“분들?”

“A급 헌터 ‘부부’니까요. 제가 열 살 무렵 때, 마수들에게서 저를 구해주셨던 분들이죠. 정말 멋졌어요. 히어로 같았죠.”

“감동적인 얘기 고맙군요. 근데 그러면 여태 만났던 E급 헌터를 다 기억하시는 건가요?”

“설마요. 그렇게 기억력이 좋지는 않아요. 근데 윤성 씨는 기억에 좀 남았어요.”

“어째서죠?”

“당신은 살인자의 눈빛이 아니었거든요. 그건……. 겁에 질린 눈빛이었어요. 저는 그런 눈빛을 많이 봤죠. 던전이 범람한 곳에서 도망치고 숨는 시민들. 저항이 소용없는 강적을 앞두고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히 기다리는 착하고 연약한 사람들.”

에어포스가 말했다.

“그때의 당신은 그 사람들처럼 히어로를 기다리는 눈빛을 하고 있었어요.”

“히어로요?”

의외의 단어에 윤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제가 비행할 때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면 낙법으로 구르는 게 몸에는 가장 무리가 덜 가는 자세에요. 하지만 저는 꼭 힘 있게 착지하죠. 시민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일부러 폼 잡는 건 아니에요. 그 랜딩은 나 자신에 대한 약속이고 확신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에어포스 랜딩이라고 부르더군요.”

“에어포스 랜딩…….”

“하지만 그건 슈퍼히어로랜딩이라고 불려야 해요. 대부분의 시민들의 일상을 확보하는 건 에어포스가 아니라 수많은 다른 헌터들이거든요. 그들 모두가 랜딩을 하죠. 비행 스킬 같은 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위험의 한 가운데에 뛰어내릴 수 있는 용기에요.”

에어포스의 눈이 반짝였다.

“그걸 할 수 있으면 히어로라고 불릴 수 있죠. 당신은 뛰어난 실력을 가졌지만 혼자서 신민수와 맞설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그렇게 했었죠?”

“어떻게 아셨죠?”

“신민수가 당신을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요. 한 번 전투를 치른 것처럼 얘기하더군요.”

“맞아요…….”

“그 싸움이 무리라는 걸 아셨을 텐데 왜 그랬죠?”

“당신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끌 수 있는 게 저뿐이라고 생각했어요.”

에어포스의 입가에 미소가 올라왔다.

“가시죠. E급 마스크맨님.”

윤성은 머쓱한 표정으로 에어포스와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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