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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96화 (96/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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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096화

29. 한국 최강의 SS급 헌터

에어포스는 윤성보다 겨우 두 살 더 많았지만 윤성이 헌터 학교에 입학도 하기 전에 그녀는 이미 3학년으로 조기 졸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헌터 학교 학생들은 3학년 졸업과 함께 협회에서 마력 각성을 해야 등급 판정이 가능하다. 각성 전까지는 A급 정도의 특출한 인재가 아닌 이상 다 고만고만하다.

윤성도 C급 헌터인 차태식과 학생 때는 맞겨루어도 밀리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S급 정도 되면 얘기가 다르다. 각성을 하지 않아도 너무 강력한 잠재력이 결국은 몸에서 배어 나오기 마련이다.

‘마력탄’을 발사하는 수업이 있다. 원래 이 수업은 콩알만 한 크기의 고농도 마력을 짜내어 그것의 색깔을 분석해서 어떤 타입의 헌터인지를 판별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마력탄을 짜내는 것 자체를 못한다. 1년 이상 써서 말라 버린 치약을 짜내는 것보다 더 어렵다.

윤성도 못했었다. S급 헌터 백마중 같은 사람이 학생 때 탁구공만 한 마력탄을 짜내어 헌터 신문에 났었지만.

에어포스의 손에서 튀어나온 마력탄은 농구공 사이즈였고 크기만 한 게 아니었다. 에어포스는 너무 강대한 마력을 컨트롤하지 못했기 때문에 ‘짜낸’ 게 아니라 ‘발사’해 버렸던 것이다.

마력탄은 리시버와 책상을 박살 내고 바닥에서 튀어 올라 학생 하나를 기절시켰다. 당시 고제하 협회장은 오후에 있었던 국무총리와의 미팅을 취소하고 에어포스를 만나러 갔었다.

최소 S급. 당장 각성해도 한국 헌터 협회의 톱이 가능성이 농후했다.

인성적인 부분도 완벽해서 그 강대한 힘을 각성해도 사고를 칠 위험은 없으리라는 게 세간의 평가였다.

신민수가 일산 감염지에 포획되었을 때, 협회는 아직까지 한 달이나 남은 졸업식을 앞당겨 서류상에서 처리해 버리고 에어포스를 각성시켰다.

“……그래서 어찌 보면 너는 내 데뷔전을 앞당겨준 선배일 수도 있지.”

에어포스가 신민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쉽게도 이제는 마수지만.”

S급 이상의 헌터들은 특이한 고유 스킬을 하나씩 가지고 있지만 에어포스가 무서운 이유는 ‘비행’ 외에 고유 스킬이 또 있다는 것이다.

에어포스의 몸이 새하얀 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너무 강렬해서 눈이 부셔 제대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다.

신민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빛의 강체.”

신민수가 스킬을 알아보았다.

특별한 속성을 가진 기술이 아니라 단순히 신체의 힘을 극단적으로 상승시키는 스킬이다. 체력 소모가 크지만 그만큼 효과가 탁월하다.

에어포스를 SS급으로 만들어준 핵심 스킬 중 하나다.

파앗!

매섭게 날아든 에어포스의 주먹이 신민수의 얼굴에 적중했다. 이어지는 옆차기가 배와 정강이, 턱을 차례로 쳤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신민수는 제대로 반응조차 못 하고 얻어맞았다.

빙글 회전하는 에어포스의 몸.

그녀의 팔꿈치가 신민수의 턱을 돌려놓았다.

콰광!

강렬한 충격에 날려간 신민수가 바닥을 굴렀다. 에어포스는 몸을 부드럽게 튕기며 그를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신민수는 그리 녹록한 상대가 아니다.

신민수의 왼팔이 거대한 방패처럼 변했다. 엘리지아의 몸은 원래 쉽게 변형이 되는 것이지만 이 방패의 크기와 강도는 예외적이다.

쩍!

에어포스의 주먹이 막혔다. 하지만 방패 쪽도 금이 갔다. 신민수는 찌릿한 고통에 눈살을 찌푸렸다.

사납게 쏘아보는 신민수의 눈빛.

쒸익!

신민수가 날리는 주먹을 에어포스는 교차해서 방어하려 했다. 그러나.

“큿!”

절묘한 순간에 에어포스는 한 스텝 몸을 뒤로 빼며 공격을 피했다. 그녀의 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놀라운 반응 속도군. 8년 전보다도 더 빨라진 것 같아.”

신민수가 칭찬했다.

그의 오른팔이 날카로운 칼 같은 것으로 변해 있었다.

“그런 변형도 가능한 거였어?”

“물론. 엘리지아 형태일 때는 모든 게 가능하다. 심지어.”

갑자기 신민수의 머리가 뚝 떨어졌다.

경악.

에어포스는 적의 의도를 확실히 파악할 수 없었기에 몇 걸음 더 물러나서 거리를 만들었다.

신민수의 머리는 바닥에서 주물주물 움직이더니 초소형 신민수로 변했다.

“이게 무슨…….”

본체에서는 이미 새 머리가 자란 후다.

작은 신민수의 몸은 다시 뭉실거리며 슬라임 같은 형태가 되었다가 길쭉해지기 시작했다.

단단하고 끝이 뾰족한 그것은 ‘창’이었다.

신민수는 창을 집어 들었다.

고제하 협회장이 늙어서 지병을 갖게 되고, 에어포스가 아직 학생이던 시절.

한국 헌터 협회를 실질적으로 이끌던 리더는 신민수였다.

일명 <롱기누스>.

예수를 찔러 죽였던 창의 이름이다. 약간은 불경한 그 별명에는 그 창으로 죽일 수 없는 게 없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신민수의 창술에는 신이 깃들어 있다.

슉, 슉 슉!

연속으로 들어오는 예리한 찌르기.

에어포스는 정신 바짝 차리고 아슬아슬하게 그 공격들을 피했다.

한 발 한 발에 담긴 마력이 수준급이다. 잠깐만 반응이 늦어도 큰일 난다. 에어포스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콱!

네 번째 찌르기를 에어포스는 정확히 읽었다. 그녀는 살짝 뛰어오르면서 날아오는 창의 대 끝을 발로 밟아 땅에 처박았다.

예술적인 움직임.

이어지는 에어포스의 주먹이 신민수의 코를 가격했다.

신민수가 휘청거리는 사이, 에어포스는 날렵하게 신민수의 등 뒤로 돌아갔다. 그녀가 전투를 끝내는 기술 중 하나다.

신민수의 목 뒤를 끌어안고 에어포스는 땅을 박찼다.

콰아아아아-

무시무시한 속도로 치솟는 두 사람.

C급 헌터들을 모두 대피시킨 후 이성민은 충분히 떨어진 거리에서 이 역사적인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다른 S급 헌터들에게 추가 지원 요청을 마친 후였다.

에어포스가 있으니 큰일이야 안 나겠지만 어쩐지 불안하다.

이성민은 알 수 없는 불길함에 몸을 떨었다.

“여기서 날 떨어뜨려서 죽일 셈인가?”

신민수가 비웃음을 띠고 물었다.

“믿는 수라도 있는 것처럼 말하는군. 이미 상공 300미터다.”

“엘리지아의 몸에 형체가 없다는 얘길 잘 이해하지 못했구나.”

신민수의 몸이 갑자기 물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점차로 점도가 떨어지더니 곧 신민수는 마치 송진처럼 끈적한 덩어리가 되었다.

슬라임.

마수화된 신민수의 스킬 중 하나다. 신민수의 몸은 흘러내리면서 곧 에어포스를 집어삼켰다. 그의 몸에 철썩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그게 네 수였냐?”

가소롭군. 에어포스는 코웃음을 쳤다.

마력으로 몸의 열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피부에서 하얀 김이 솟았다.

이어지는 고속 회전.

마치 팽이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그녀의 몸에서 신민수가 후두둑 떨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원심력으로 흩어진 몸이 다시 결합하기 전, 에어포스는 팍! 소릴 내며 하늘 위로 치솟아 올랐다.

거리가 벌어진 신민수는 에어포스를 붙잡을 방법이 없었다.

쿠우웅!

그는 굉음과 함께 추락했다.

그러나 에어포스는 아직 전투를 끝내지 않았다.

강한 상대다. 게다가 엘리지아의 탄성 있는 몸체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높이에서 떨어졌지만 놈은 아직 죽지 않았다.

상공 300미터, 에어포스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상을 향해 ‘비행’하고 있었다. 웬만한 항공기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그녀다. 당연히 자유낙하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쾅!

에어포스의 주먹이 지상의 신민수에게 꽂혔다. 마치 전투기에서 떨어진 미사일과 같은 모양의 공격.

충돌에 의한 데미지는 에어포스에게도 가해졌다. 에어포스는 탈골될 것처럼 지끈거리는 어깨와 주먹을 주무르며 신민수를 내려다보았다.

“으으…….”

신민수가 비틀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놀라운 생명력이군. 아직까지도 살아 있다니.”

“엘리지아의 생명력은 인간보다 훨씬 우수하다.”

“좋아, 어디까지 가는지 보자고.”

“확실히 네 힘은 내게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너는 더 강해진 것 같구나. 그러나 에어포스. 너는 날 이길 수 없다.”

신민수의 팔 하나가 하늘로 솟구쳤다.

놀란 에어포스는 뒤로 물러나 거리를 만들었다.

‘뭐지? 이놈이 머리를 떼어서 창을 만드는 것은 봤지만 이 공격의 정체는 종잡을 수가 없군.’

그녀는 하늘을 유심히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곧.

“이게 무슨…….”

그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것은 동전만 한 크기로 나누어진 슬라임 파편들이었다. 하나하나에 신민수의 마력이 실려 있었다. 게다가 끝은 못처럼 날카롭다.

피하면 그만이지, 멍청하긴.

에어포스는 크게 스텝을 밟아 슬라임 폭격을 벗어나려 했다. 그런데.

“앗!”

그녀의 발목이 슬라임 하나에 묶여 있었다.

“아까 뿌려놓았지.”

신민수가 빙긋 미소 지었다.

슬라임은 땅 아래에 뿌리를 내리고 에어포스의 오른 발목을 완전히 감싼 상태였다.

“쳇.”

지면을 파괴하고 피하면 너무 늦다. 에어포스는 마력을 분출하여 작은 보호막 같은 것을 만들었다.

그녀의 보조 스킬 중 하나다. ‘마력 방패.’

쾅! 쾅! 쾅!

유성우처럼 떨어진 슬라임 파편들이 보호막을 두드리며 튕겨 나왔다. 그것들은 그대로 흘러가 신민수의 어깨에 들러붙었다.

파편이 부딪칠 때마다 에어포스의 몸이 움찔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초인적인 힘으로 모든 공격을 견뎌냈다.

에어포스는 폭격이 잠잠해지자 마력 방패를 해제했다. 그녀의 얼굴에 약간의 피곤함이 올라왔다.

여기까지. 모든 것이 신민수의 예상대로였다.

“마력 방패. 최고의 방어 스킬이지만 체력 소모가 심하지.”

신민수의 손에 어느덧 변형된 창이 들려 있었다.

그가 에어포스를 향해 돌진했다.

-퍽!

에어포스는 여전히 발목을 붙잡힌 상태다. 피할 수 없었던 그녀는 양팔을 교차해서 공격을 막았지만 충격은 너무 강렬했다.

그 어떤 무구로도 상처를 내기 힘든 몸이지만 신민수의 창은 그녀의 팔뚝을 얼마간 꿰뚫었다.

에어포스는 작게 신음을 흘리며 휘청거렸다.

이어지는 무차별적인 난타. 에어포스는 피하거나 반격하지 않고 그것들을 어깨와 팔로 받아냈다. 급소에 맞아 치명상을 입는 것만 막는다.

신체에 데미지가 누적되더라도 마력 방패로 소모한 힘을 복구해야만 한다. 잠깐이면 된다. 신민수에게 일격을 날릴 정도만.

3초, 2초…….

바로 지금!

에어포스의 눈이 번뜩였다.

팟!

하지만 정확한 타이밍에 신민수는 뒤로 크게 뛰어 에어포스의 펀치를 피했다.

“넌 강력하지만 공격이 너무 정직해.”

신민수가 말했다.

“빛의 강체 상태에선 너무 빨라서 못 피하기 때문에 정직하든 아니든 상관이 없지만 다른 SS급과 싸우면 반드시 질 거다.”

“그들과 싸울 이유가 없으니 상관없어.”

“그럴까?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국제 정세다. 지금도 상급 헌터의 숫자와 질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요소다. 모든 던전을 소탕하고 마수들이 없어지면 강대국들의 패권 다툼 사이에서 너와 다른 SS급 헌터와의 싸움이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나?”

“…….”

“나는 네 체급을 올려줄 수 있다. 최초의 트리플 S로 각성시켜주지. 그게 내가 방금 전의 기회 때 너를 죽이지 않은 이유다.”

“이젠 네가 죽을 이유가 되겠지.”

“그럴지도. 하지만 널 영입한다면 얘기가 다르지. 들어라, 에어포스. 너는 그 힘으로 이 행성을 지켜야 한다. 하등한 인간 헌터로 네가 남겠다면 다가올 대전쟁에서 지구의 미래는 없다.”

“무슨 소리야?”

“엘리지아의 세력에 붙어서 이 행성의 미래를 지키는…….”

우우웅.

포탈이 열렸다.

마스크맨이 성큼 뛰어내렸다.

“하, 젠장. 이 녀석은 꼭 내가 영업을 뛸 때만 나타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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