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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95화 (95/260)

# 95

레벨업 속도는 9.8m/s^2 095화

단검을 피하기 위해 몸을 구부리며 움직임이 약간 부자유하게 되었던 신민수의 얼굴로 뜨거운 빔이 날아들었다.

“끄아악!”

신민수가 얼굴을 감싸 쥐고 비명을 질렀다.

윤성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아마 유일한 기회일 것이며 승패가 갈리는 가장 중요한 지점일 것이다.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무자비한 난사.

윤성의 양손에서 빛의 섬광이 수없이 번쩍이며 신민수의 몸 곳곳이 찢어지고 불타고 구멍이 뚫렸다.

“이럴 수가…….”

“역시 마스크맨이야.”

지켜보던 이성민과 C급 헌터들의 감탄 어린 표정.

“크윽…….”

신민수가 고통스러운 듯 신음하며 털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윤성에게는 아직 스킬이 하나 더 남아 있다.

<급속 냉각 발동!>

끔찍한 한기가 신민수의 어깨를 덮쳤다. 쩍, 쩍 소리와 함께 신민수의 몸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도 윤성은 빛의 탄환을 멈추지 않았다.

어지간한 던전 보스라면 이미 죽어도 세 번은 더 죽었을 것이다. 엘리지아라는 기묘한 생명력 때문에 여태까지 버티고 있지만.

윤성은 어느새 그의 손아귀로 돌아온 단검을 신민수에게 던졌다.

이게 마지막 일격이다.

“죽어!”

퍽!

단검이 신민수의 손바닥에 꽂혔다. 팔을 앞으로 똑바로 들어 단검을 막아낸 신민수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흐압!”

기합 소리와 함께 신민수의 몸의 얼음이 모조리 증발해 사라졌다.

이런 미친……. 지금 마력으로 냉기를 덮어서 없애 버린 거야? 힘으로 그냥 제압해 버린 건가?

‘큰일 났군.’

오싹한 전율에 몸을 떨린다.

신민수의 눈빛이 바뀌었다.

“아무래도 너를 너무 얕봤구나. 인간의 몸으로 방심하다가 까닥하면 당할 뻔했군. 그러나 나는 인간이 아니라 엘리지아다. 이제 다른 힘을 보여주마.”

갑자기 신민수의 피부 껍데기들이 흐물흐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몸통이 부풀어 오름에 따라 옷은 찢어져 버렸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것은 다이아몬드처럼 번들거리는 단단한 몸체였다.

이마에서는 달팽이 뿔 같은 것이 길게 자라났고 목과 팔이 길어졌다.

전체적인 인상은 사람 형체를 한 거대한 민달팽이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순한 외모와 달리 방출되는 마력은…….

“이, 이럴 수가…….”

윤성은 공포를 느꼈다.

포천 전멸 사건 때 가진 것 하나 없는 E급 헌터의 몸으로 핏빛야수를 마주하고 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다.

그동안 꽤 강한 적들을 많이 보았고, 그들을 어렵지 않게 넘겨왔기에 오만해졌던 건가? 이 녀석을 상대할 수 있다고 믿었다니!

세상에 이 정도로 막강한 마수가 존재할 수가 있다니!

이건 말도 안 돼…….

C급 헌터들은 이미 일부가 기절했고 이성민은 하얗게 질려서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다.

너무 막대한 힘이다. 손이 가늘게 떨렸다.

파앗!

신민수가 윤성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신민수의 주먹에 짙은 마력이 모여들었다.

윤성은 양팔을 교차해서 공격을 막았지만 너무나 압도적인 위력에 소용이 없었다.

“크악!”

고스란히 전해진 충격에 윤성의 몸이 허공을 떴다.

볼썽사납게 바닥에 떨어진 그의 앞에 신민수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죽는다. 진짜로 죽는다.’

윤성의 얼굴이 싸하게 식었다. 안 돼!

“우선 얌전해지도록 신체 일부를 떼어내겠다. 걱정하지 마라. 엘리지아가 되면 재생할 수 있으니.”

“크윽…….”

윤성은 바닥을 기었다.

공포 영화를 보면 이런 상황에서 항상 일어나지 않고 기어서 도망가던데. 멍청한 클리셰라 생각했다. 근데 막상 그 입장이 되어보니 다리가 안 움직인다.

신민수는 바로 뒤까지 다가왔다.

‘시발!’

그가 망치처럼 단단해진 주먹을 똑바로 들고 윤성을 향해 내리치는 순간.

<순간이동석 : 탑으로 이동 가능>

윤성이 주머니 속의 돌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쾅!

신민수의 주먹은 맨땅을 내리쳤다.

“뭐야?”

신민수는 황당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이성민과 C급 헌터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버러지 같은 것들.

표적을 놓치고 흥이 깨지니 이성민에 대한 관심도 짜게 식었다.

그냥 모조리 죽여 버려야겠군. 신민수는 주먹에 마력을 불어넣으며 헌터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나 또 하나의 방해꾼이 나타났다.

쿠웅!

하늘에서 하얀 덩어리가 마치 유성처럼 지면을 향해 내리꽂혔다.

두 발과 왼손으로 착지하며 오른팔로 중심을 잡은 특이한 착지자세. 순백의 전투복. 새하얀 머리카락.

“에어포스.”

“또 만났군.”

에어포스는 뒤를 힐끔 살펴보았다. 헌터 하나가 사망했고 나머지는 다행히 큰 외상이 없는 듯했다.

‘꽤 뜻밖이군, 오는 데 시간이 걸려서 전멸했을 줄 알았는데. 마치 S급 이상의 누군가가 지켜주기라도 한 것 같잖아?’

“이성민 컨트롤러.”

에어포스가 불렀다.

“네, 넷!”

“헌터들을 대피시키세요. 신민수는 제가 맡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성민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일어나서 하급 헌터들을 데리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

그 시각, 탑에서 윤성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휴, X발. 으아아! 죽을 뻔했네, 진짜. 아오 별 미친 괴물 새끼가.”

아직도 손이 달달 떨린다. 쪽팔리게 눈물도 몇 방울 찔끔했다. 윤성은 얼굴을 닦아내고 몸 여기저기를 더듬었다.

다행히 다리가 부러지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너무 무서운 적과 싸우느라 다리가 풀렸던 것뿐이다. 윤성은 숨을 고르고 일어났다.

여전히 시간이 없다.

이성민과 그 부하 헌터들이 몰살당할지도 모른다. 윤성은 주머니에서 층간이동석을 꺼냈다.

마력을 불어넣음과 함께 윤성의 몸이 200층 발코니로 이동했다.

‘근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물론 헌터 학교에서 배운 대로라면 지금 신민수를 상대로 시간 벌이가 가능한 건 나뿐이니 가는 게 맞지만.’

솔직히 무섭다.

마지막에 쫓아오던 모습은 정말 끔찍한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5D 공포 영화!

안 겪어본 사람들은 절대 모른다. 목숨이 초 단위에 걸려 있었던 찰나의 순간에 심장이 얼마나 심하게 쿵쾅거리는지.

‘진짜 갈비뼈 부수고 튀어나오는 줄 알았네.’

“휴우.”

윤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랜딩 버프를 계산 좀 해보자. 아까 점프와 칭호 보정으로 받았던 버프는 약 530점.

200층에서 장화로 점프까지 한다면 훨씬 더 많은 버프를 얻을 수 있다. 잠깐만, 그러고 보니 신민수에게 꽤 많은 유효타를 날렸으니 혹시 레벨이 하나라도 올라가지 않았을까?

전투 중에 메시지창이 떠오르긴 했었다. 신민수를 상대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 모두 치워 버렸지만.

윤성은 상태창을 열었다.

<강윤성>

‘…….’

‘55? 이거 실화야? 53에서 55이 됐다고? 신민수를 죽인 것도 아닌데? 그냥 일격을 몇 방 먹였을 뿐인데?’

윤성의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무려 2레벨이 올랐다. 분배 가능한 포인트가 40이다. 게다가 랜더의 장화로 점프할 수 있는 높이도 20미터만큼 증가했을 것이다.

그럼 점프 가능한 높이는 550미터.

탑 200층의 높이는 약 1,700미터.

랜딩 버프 보정이 550점.

도합 3,000점에 가까운 버프를 받을 수 있다.

리비아 국경지대에서 헬리콥터에서 뛰어내렸을 때와 비슷한 버프다. 알리야를 일방적으로 두들겨 팼던 버프.

하지만.

‘부족하다.’

윤성은 혀를 찼다. 상대는 마수화로 능력치가 증폭된 신민수. 마지막에 보았던 그의 힘은 평범한 S급 헌터가 상대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이보다 더 높은 버프를 만들 수는 없다. 그렇다면…….

윤성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성민 컨트롤러. 조금만 더 버텨줘!’

윤성의 시선이 발코니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발코니는 사람 다섯 명 정도가 설 수 있는 평평한 땅이 있고 그 옆에는 계단이 몇 개 있었다.

끊겨 있어서 아래층으로 내려갈 수는 없지만.

윤성은 난간 위로 올라갔다.

<랜더의 전투화 발동!>

윤성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차가운 바람이 그의 뺨에 부딪친다.

옷이 펄럭거린다. 바닥이 순식간에 멀어진다.

공중으로 치솟던 속도가 멈추기 시작하자, 윤성은 높이 한계에 이른 것을 깨달았다. 여기가 점프 높이 550미터쯤인가 보지?

탑 꼭대기가 저 아래에 보인다. 200층.

그러고 보니 저 탑이 대체 뭐 하는 물건인지 좀 알아봐야 할 텐데.

일단 지금 급한 것부터 해결하고.

콰아아아!

윤성의 몸은 빠르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고도가 상당하다. 낙하하면서 겁이 나는 건 또 오랜만이군.

윤성은 눈을 감으며 랜딩 자세를 취했다.

콰앙!

<최종 속력=51.53㎧, 낙하 거리=2,260.6m, 낙하 시간=49.97s>

<랜딩 성공!>

<랜딩 버프 : 일시적으로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힘과 순발력, 감각 능력, 지능에 각각 2,810.6점. 남은 시간 86,400초. 일시적 랜덤 스킬이 개방되었습니다 : 광자 캐논 남은 시간 86,400초>

<낙하 거리 임계 돌파. 영구적 스킬 획득 : 현재 레벨이 낮아 이 낙하 구간에서는 두 번째 스킬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첫 번째 스킬 : 통역을 ‘천사의 갑옷’으로 바꾸시겠습니까? Y/N>

어차피 통역은 바토리가 준 게 있으니까 더 이상 필요 없다. 윤성은 스킬을 천사의 갑옷으로 바꾸고 메시지창을 열어서 살펴보았다.

<천사의 갑옷 : 마족의 공격에 50%의 피해만 입으며 순발력과 지능이 300점씩 상승함.>

<광자 캐논 : 양손을 모아서 빛의 파동을 발사. 빛의 탄환보다 강력한 파괴력. 하지만 시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둘 다 나쁘지 않지만 원하는 스킬은 아니다. 윤성은 다시 순간이동석을 꺼냈다.

신민수를 잡으려면 파괴력은 둘째 치고 그의 스피드를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윤성 본인의 순발력과 감각 능력을 그 수준으로 올릴 방법은 거의 없다. 믿는 것은 신민수를 붙잡아둘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포박형 스킬이다.

‘아직까지 내겐 신민수에 대한 파괴력이 검증되지 않은 최강의 기술이 하나 남았다.’

2,800점의 버프가 추가된 힘으로 던지는 종단 속도의 단검.

던지기 직전까지 필요한 투수 자세를 신민수가 보고 피해 버리기에 적중시킬 방법이 없었지만, ‘포박’할 수 있다면 이걸로 강력한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거다.

그 포박 스킬이 나올 때까지 랜딩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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