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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94화 (94/260)

# 94

레벨업 속도는 9.8m/s^2 094화

이번에는 이전처럼 전투가 쉽지 않다.

“아리 돌격!”

차예빈은 비타민을 돌진시켰고, 바토리도 손을 내뻗으며 명령을 내렸다.

건방지고 하등한 로봇을 수족처럼 다루려니 기분이 좋다.

아리는 죽을 맛이었지만 일단 윤성의 명령이니 분위기를 맞춰주었다.

쿵, 쿵, 쿵!

땅을 울리며 무시무시한 기세로 돌진한 아리는 엘리지아 하나를 어깨로 들이받고는,

<소각 발동!>

메탈로이드 특유의 용광로 화염을 퍼부었다.

소각 스킬의 온도는 화염 계열 스킬 중 거의 최상급이다.

합금을 순식간에 액체로 녹여 버릴 정도니까.

당연히 엘리지아 역시 오래 버틸 수 없다. 특히 어정쩡한 준성체라면.

엘리지아 둘이 비명을 지르며 몸에 붙은 불을 끄려고 사방으로 뛰어다녔고, 아리는 T505로부터 얻은 S급 주먹으로 그들을 하나하나 파괴했다.

하지만 엘리지아는 학습 능력이 있다. 지능도 매우 뛰어나다.

그들은 몇 번의 전투를 겪은 후에 빠르게 피드백하여 공략 방향을 바꾸었다.

이제는 정면에서 달려드는 게 아니라 옆구리를 치는 것이다.

“차예빈 헌터님과 바토리 씨를 노리는군요.”

에어포스가 말했다.

“두 사람은 인형술사니까 상대적으로 처치하기 쉽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중간 부분 방어를 더 신경 써야겠어요. 최수혁 씨가 바디로 들어가시죠. 후미는 저 혼자 맡겠습니다.”

“상관없다.”

바토리가 딱 잘라 말했다.

“우리 귀족들은 어릴 때부터 검술을 연마한다. 내가 손에 들고 있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바토리가 장검을 빙글 돌렸다.

차예빈이 점점 바토리에 대한 정을 떼고 있을 때.

“캬아아악!”

갑자기 천장에서 거대한 엘리지아 하나가 뛰어내렸다.

놈의 공격 각도는 정확히 차예빈의 머리 위였다.

어떻게 잠복하고 있었는지 그렇게 기감이 뛰어난 SS급 헌터들이나 고제하조차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쫘아아악!

바로 앞까지 날아온 아성체 엘리지아를 바토리가 장검으로 두 쪽 냈다.

“인형술사, 원한다면 내가 다음에 검술을 가르쳐주마.”

바토리가 말했다.

헌터들 모두 꽤 당황한 눈치다.

인형술사가 검을 차고 다니는 게 특이하긴 했지만 애초에 인물 자체가 중세 귀족이나 입을 것 같은 별난 옷차림에 성격도 맛이 갔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마치 뭔가를 코스플레이라도 하는 듯한 캐릭터성에 저 장검 역시 일종의 소품일 것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진짜였다.

김성인을 웃도는 근접전 실력이다.

“인형술사가 어떻게 이런…….”

놀란 차예빈이 중얼거리자 바토리는 피식 웃었다.

동시에 공적을 모두 빼앗긴 아리는 분개했지만 꾹 참았다.

“다른 것도 보여줄까?”

바토리가 말했다.

사실 바토리는 근접전이 주특기는 아니다. 활을 이용한 장거리 공격이 가장 자신 있었다.

바토리가 등에 메고 있던 활을 꺼내자 헌터들이 또 한 번 놀랐다.

‘이것도 소품 아니었어?’

끼이익

바토리는 화살을 시위에 매기고는,

피잉!

한참 멀리 떨어진 아성체 엘리지아를 향해 발사했다.

화살 끝이 새까만 마력으로 물들었고.

콰앙!

한 방에 엘리지아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S급 인형술에 S급 근접전투에 S급 아쳐리…….”

김성인이 당혹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그때 갑자기 안토니오가 불쑥 끼어들었다.

“아가씨, 당신의 특이한 성격에 이전부터 관심이 잔뜩 있었습니다만, 마치 천사가 축복한 듯한 당신의 실력은 또 한 번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군요.”

“그만해라, 빗치.”

샌드맨이 안토니오의 등짝을 후려쳤다.

“내가 분명 경고했을 텐데?”

“아따. 그만들 싸우고 레이드 진행하입시더.”

최수혁이 말했다.

“잠깐만요.”

에어포스가 우뚝 멈춰 섰다. 헌터들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왜 그러시죠?”

차예빈이 물었다. 에어포스는 전투용 휴대폰을 들고 이를 뿌득 씹었다.

“부천시에 신민수가 나타났습니다. 지금 응급 구조 신호가 들어왔어요.”

“네에?”

“뭐라고!”

헌터들이 경악했다.

“신민수를 상대할 수 있는 헌터는 바깥에 아무도 없어요!”

에어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스크맨이 있긴 하지만, 그조차도 신민수를 상대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제가 가겠습니다.”

에어포스가 말했다.

그녀의 몸이 비행 스킬로 스르르 떠올랐다.

***

윤성은 꽤 당황하는 중이었다.

엘리지아 성체. 그냥 S급 정도의 마수인 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까 일단 전투력이 S급 같은 게 아니다. 재포니카도 이 녀석과 비교하면 그냥 오징어다.

게다가 이 엘리지아의 얼굴은 윤성에게도 익숙한 얼굴이다.

신민수. 누가 그를 잊겠는가? 한국 헌터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인물인데.

아니지, 이젠 에어포스가 좀 더……. 아무튼 마수화 되었어도 외모는 거의 그대로군.

그리고 큰일 났다는 생각도 든다. 이집트에서 얻었던 4,300점 버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승산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대다.

신민수는 한국에서 역대 최강의 S급이었다. 전성기의 고제하 수준. 힘과 순발력이 5,000 정도였다는 소문이 있다.

게다가 엘리지아가 되어서 능력치가 증폭되었으니. 사실상 에어포스급이 아닌 이상 막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도망칠 순 없지.

<단검 투척 타깃>

신민수의 머리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윤성은 단검을 손가락으로 통, 튕겼다.

쒸이익!

종단속도의 단검의 좋은 점 중 하나는 기본속도까지 가속되는 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즉, 손가락을 떠나는 순간부터 121㎧의 속력을 가지게 된다. 이걸 사람 바로 앞에서 쓰면 감각 능력과 순발력의 고하와 상관없이 회피 불가능한 일격이 된다.

여태까지 수많은 보스를 윤성은 그런 방법으로 처치해 왔다.

같은 계산에서 멀리서 단검을 던지는 대신 신민수의 바로 앞까지 접근해온 것이다. 하지만.

쓱-

윤성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바로 앞에서 날아든 종단속도의 단검을 피했어.

“깜짝 놀랐다. 기묘한 기술을 쓰는군.”

“칫.”

윤성은 앞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날아가던 단검을 다시 소환한 것이다.

돌아오는 단검이 신민수를 공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지만 신민수는 당연하다는 듯 가뿐히 회피했다.

윤성은 단검을 손으로 잡아채며 신민수를 노려보았다.

“상당한 전투력이 느껴지는구나. 몇 등급이냐?”

“글쎄, 이해시키기 어려운데. J라고 아나?”

“별난 놈이 다 있군. 우리 쪽에 붙을 생각 없나? 네 실력이면 S급 이상으로 각성할 수 있다.”

미안하지만 안 붙어도 S급 이상으로 각성 가능한걸.

윤성이 단검을 빙글빙글 돌리며 신민수에게 돌진했다.

상당히 빠른 움직임이라 이성민만이 간신히 그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깡!

그러나 신민수는 재밌다는 듯 웃으면서 윤성의 공격을 받아냈다. 윤성은 뒤로 물러났다.

“피부가 어떻게 됐으면 단검과 손가락이 부딪쳤는데 깡 소리가 나는 거야?”

윤성이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신민수는 손에서 배어 나오는 피를 핥았다.

“내 피부에 상처를 내다니, 굉장히 훌륭한 단검이군.”

이놈과 이성민 사이에 힘의 격차가 있겠지만, 그래도 이성민의 A등급 무구에 흠집 하나 나지 않았던 피부다.

신민수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윤성의 단검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이런 S급 무구를 습득했을까?

“이름이 뭐지?”

“마스크맨.”

“마스크맨. 엘리지아 세력으로 합류해라. 이 세상엔 미래가 없다.”

“너희 때문에 미래가 없는 거지. 너희가 전부 죽이려 할 테니까.”

“하하하, 우리가? 엘리지아는 강력하지만 이 세계를 멸망시킬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행성 차원의 위기가 코앞에 도래했다. 엘리지아는 인류를 잡아먹고 힘을 키워서 그들을 물리칠 것이다. 네게 함께할 자격을 주는 거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 네가 인류를 전멸시킬 수는 없을걸. 에어포스한테 이미 당한 적 있지 않나?”

신민수가 빙긋 웃었다.

“그 여자 역시 엘리지아의 품으로 들어와야 할 인재다. 때문에 죽이지 않았지.”

“원래 할 수 있었고?”

“못 믿겠는가? 시험해 보아라.”

신민수는 양손을 벌리며 윤성에게 공격해 보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렇다면 굳이 기다릴 필요 없지.

윤성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단검을 역수로 쥐고 신민수의 가슴에 꽂았다.

콱!

단검이 박힌 것은 신민수의 팔이었다.

신민수는 윤성의 어깨를 밀며 거리를 벌렸다. 단검은 여전히 신민수의 팔에 꽂힌 상태다.

신민수는 단검을 뽑아 들었다. 피가 약간 흘렀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자, 이제 무기를 뺏겼으니 어쩌겠느냐?”

“이리와.”

윤성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단검이 신민수의 손에서 튀어나와 윤성의 손아귀로 빨려 들어갔다.

신민수의 감탄한 표정.

그가 칭찬을 하려 했지만 윤성은 틈을 주지 않았다. 곧바로 신민수에게 파고들었다. 단검으로 난도질을 하기 시작했다.

<티타늄 펀치 발동!>

윤성의 주먹이 광이 나는 흑색으로 변했다.

좀 전의 랜딩 버프로 받은 스킬이다.

신민수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올라갔다. 단검만 쓰는 타입인 줄 알았는데?

콱!

티타늄 펀치가 신민수의 복부에 꽂혔다. 묵직한 일격이다. 신민수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이 공격은 들어가긴 하는군.’

윤성은 이어서 신민수의 턱을 발로 차며 몸을 빙글 돌렸다.

동시에 윤성의 허리 아래에서 쏙 흘러나온 종단 속도의 단검.

<단검 투척 표적>

메시지창은 신민수의 이마에 떠 있었다. 턱을 맞아서 위로 넘어간 시야가 다시 돌아오는 순간, 신민수의 머리를 향해 단검이 쇄도했다.

우직!

“이런 미친…….”

당황한 윤성이 뒷걸음질을 쳤다.

신민수는 단검을 깨물어서 멈추어버렸다. 워낙 단단한 단검이라 부러지진 않았지만 이런 방법으로 막아낼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꽤 충격적이군.

“자.”

신민수는 윤성에게 단검을 던져주었다. 그리고 약간 거리를 벌렸다.

“나는 볼수록 네가 맘에 든다. 반드시 엘리지아 세력으로 데려가고 싶군.”

윤성은 대답하는 대신 단검을 꾹 쥐고 투수 자세를 취했다.

힘껏 던지면 종단 속도보다 훨씬 더 파워가 올라간다.

쐐액!

굉장한 속도였지만 신민수는 허리를 기울이며 간단히 피했다.

던지는 준비 자세가 눈에 보이니 오히려 더 피하기가 쉬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윤성이 의도한 것이었다.

훨씬 강력한 상대를 대상으로 가까이 파고들어 티타늄펀치와 단검으로 근접전만 벌인 이유는 근접전 헌터로 판단하게끔 하기 위해서다.

신민수는 윤성이 가진 유일한 장거리 공격 수단이 단검 투척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윤성에게는 아직 주력 스킬이 남았다.

‘121㎧의 단검은 피할 수 있었겠지만 이것은 못 피할걸.’

이것의 속도는 무려 3억㎧니까!

<빛의 탄환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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