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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93화 (93/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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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093화

“여긴 부천시 컨트롤러 B급 헌터 이성민이다! 신민수가 여기 있다. 긴급 구조를 요청한다! 다시 한번 알린다! 부천 지구에 신민수가 있다!”

이성민이 인터폰에 입을 대고 소리를 질렀다. 일산에 들어간 S급 헌터들이 목소리를 들었을까?

젠장. 초조하다. 괴물은 괴물들하고 싸우지 왜 이런 데 와서 양민 학살을 하는 거야!

“씨이발…….”

이성민이 욕과 함께 그의 장검을 치켜들었다. 신민수가 흉흉한 마력을 뿜으며 저 끝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성민의 A팀은 모두 10명. C급 헌터 중에서도 정예들이다. 부천의 곳곳에 필요할 때 파견을 보내는 예비 컨트롤러들.

하지만 그들 모두의 힘을 합쳐도 신민수에겐 상대가 안 될 것이다.

“이들은 보내다오.”

이성민이 말했다.

“대장님!”

“무슨 소립니까?”

헌터들이 역정을 부리며 무기를 치켜들었다. 빠질 생각이 없다. 그들 역시 바보가 아닌 이상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이성민은 그들의 마지막 투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무작정 전투를 치러서 전멸시킬 순 없다.

“팔은 어떻게 붙은 거냐?”

이성민이 신민수의 팔을 가리켰다. 시간을 좀 끌어볼 셈으로 한 질문이었는데, 묻고 보니 정말 궁금했다.

신민수에게 양팔이 모두 있다. 분명 8년 전에 에어포스가 하나를 날려버렸을 텐데?

“엘리지아의 힘으로 재생했다.”

“레이드가 시작된 후에 일산 감염지는 헌터들이 빽빽이 둘러싸게 되었는데 대체 어떻게 나왔지?”

“우문이군. 내가 진즉에 나와 있었다는 생각은 못 하는가? 시간이 8년이나 있었는데.”

“제길.”

“후후, 그러나 사실 나와 있었던 건 아니다. 여왕의 곁에서 힘을 쌓고 있었지.”

“그럼 어떻게?”

“이 일대의 작은 던전들은 전부 우리가 통솔하고 있다. 일산의 감염지, 여왕의 소굴과 직결되는 통로도 만들어두었지. 나는 언제든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

“젠장.”

“그리고 그것은 여왕도 마찬가지지. 너희들의 최고 전력이 빈집을 터는 동안 우리는 더 많은 헌터들을 흡수할 것이다.”

다음 순간, 신민수의 몸이 이성민의 뒤로 ‘순간 이동’했다.

실제로는 엄청난 속도로 움직인 것이나, 이성민의 동체시력은 그것을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

신민수는 이성민의 머리를 땅에 찍어버렸다.

쾅!

아슬아슬한 순간에 <피해 완화> 스킬을 발동시켰다. 그렇기에 강력한 충돌에도 불구하고 이성민은 버텨냈다.

또한 놀랍게도 반격까지 날렸다.

이성민의 장검이 신민수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A급 마정석이 들어간 물건. 이성민은 장난삼아 그걸 엑스칼리버라고 부르곤 했다.

실제로 그 무기로 쪼개지 못하는 적은 여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이제 만났군.’

쩡!

믿을 수 없지만 신민수의 목과 부딪친 장검이 깨졌다. 이성민의 허망한 표정. 신민수의 목에서는 피 한 방울 떨어지지 않았다.

짧은 순간에 벌어진 전투였다. C급 헌터들은 잠깐 상황을 따라가지 못했지만 곧 모두 힘을 모아 신민수에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펑! 펑!

신민수의 어깨와 등을 향해 온갖 마법과 무기들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 무엇도 신민수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헌터들은 날이 상해 버린 무기들을 들고 공포에 질렸다. 아무리 공격을 쏟아부어도 신경조차 쓰지 않고 반격도 하지 않는 상대.

도저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힘의 격차를 체감해버렸다. 헌터들은 공포에 질렸다.

이성민은 끝났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제법이구나. 너는 합격이다.”

신민수가 말했다.

“합격?”

“여왕의 편에 붙어라. 네 체급을 올려주마. A급 헌터를 상회하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무슨…… 무슨 소리냐?”

“말 그대로다. 지금 B급인 너도 엘리지아의 힘을 빌어 새로 태어난다면 A급을 넘을 수 있다. 어쩌면 S급에 이를지도.”

“여기까지 오는 길에 만난 다른 헌터들도 그쪽에 붙었나?”

“그들은 모두 죽였다. 이놈들도 곧 그렇게 될 거야.”

신민수가 C급 헌터들을 돌아보며 사악하게 미소 지었다.

“원래는 B급도 죽일 계획이었으나 넌 특별히 높게 써주지.”

“큭.”

이성민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봐. 난 무능하지만 비겁한 놈은 아냐.”

이성민이 복싱 자세를 취했다.

“난 부천 지역의 컨트롤러다. 내 부하들을 죽인 놈과 손잡고 너희 쪽에 붙으라고? 차라리 싸우다 죽는 게 낫지.”

“어리석군.”

신민수는 이성민을 공격하는 대신 몸을 돌렸다. 등 뒤에 겁먹은 생쥐처럼 몸을 부들부들 떠는 C급 헌터들을 훑어보았다.

다음 순간,

퍽! 쫘악!

신민수의 주먹이 헌터 하나의 가슴을 꿰뚫었다.

주먹이 다시 나올 때, 그의 손에는 헌터의 척추가 들려 있었다.

뚝뚝 떨어지는 피와 무너지는 시체를 목격한 헌터들이 몸을 떨며 물러났다. 헌터 중 하나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그들을 제압하는 것이 신민수에게는 개미를 짓이기는 정도의 일이었다. 헌터들은 압도적인 무력감과 공포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자, 아직도 생각이 없나?”

신민수가 이성민에게 물었다.

“없다.”

이성민이 단호하게 답했다. 신민수는 목에서 뚜둑 소릴 내며 그에게 다가왔다.

“실망이 크군.”

신민수의 펀치가 이성민의 명치에 꽂혔다. 이성민은 숨이 끊겨 컥 소릴 내며 주저앉았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끝이군.’

이성민은 고개를 떨구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죽음의 긴장감에 초 단위로 시달리던 이성민이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이번에도 신민수는 그를 끝내지 않았다. 그는 옆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가 그곳에 서 있었다. 이성민은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뭐냐 너는? A급이냐?”

신민수가 물었다.

“S급이다.”

마스크맨이 종단 속도의 단검을 빼 들면서 말했다.

***

엘리지아 감염지를 공략하는 S급 헌터 팀의 포지션은 다음과 같다.

1선에 차예빈의 전투로봇 ‘비타민’과, 바토리의 전투로봇 ‘아리’가 선다.

그다음엔 SS급 근접전 최강인 안토니오가. 그 바로 뒤에 중거리 전투의 달인인 샌드맨이 선다.

레이드 팀의 바디 부분에는 김성인, 차예빈, 고제하, 바토리가 선다.

인형술사 두 명과 마법사인 고제하를 근접전 S급 김성인이 보호하는 형태다.

마찬가지로 근접전 최강자인 에어포스와 최수혁은 후미를 지키며 레이드 팀의 진행 방향을 잡는다.

“근디, 에어포스. 저 아가씨는 누구요?”

최수혁이 에어포스에게 속닥거렸다.

그가 가리킨 것은 바토리.

처음 보는 여자다. 샌드맨이나 안토니오는 뉴스나 신문에서라도 봤지, 저 여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게다가 인형술사라고 한다. S급 이상의 인형술사 헌터 자체가 전 세계를 통틀어 손에 꼽을 만큼 적다.

그런데 저 정도의 비주얼이면 인터넷 헌터 커뮤니티 같은 데서 여신 취급 받으며 인기몰이를 잔뜩 할 법한데 왜 아직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걸까?

“마스크맨이 보내준 사람입니다.”

에어포스가 최수혁에게 귓속말로 설명했다.

“아따. 난놈은 인맥도 남다르구마잉. 어디서 저런 아가씨를.”

갑자기 바토리가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

“남에 대한 얘기를 뒤에서 속닥거리는 것은 상당히 무례한 짓이다. 하등한 것아.”

그녀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뭐, 뭐시여.”

최수혁이 당황해서 넋이 나가 있자 에어포스가 대신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바토리는 새침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옆에 있던 차예빈은 원래 바토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분이 성격이 좀 모나셔서 그래요. 이해하세요.”

차예빈이 마치 바토리 들으라는 듯 최수혁에게 말했다. 바토리는 대꾸하지 않았다.

감염지의 중심부로 들어가자 점점 현장이 참혹해지기 시작했다.

중앙로를 따라 지나가는 길의 홈플러스, 뚜레주르, 베스킨라빈스, 어느 상가도 멀쩡한 게 없다. 이미 시체조차 남지 않은 폐허.

비쩍 마른 개 한 마리가 레이드 팀을 보고 컹컹 짖다가 도망쳤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신호등은 모두 꺼져 있다.

군데군데 무너진 가로수가 도로 위를 막아버렸고 수많은 차량이 서 있거나 전복됐거나 찌그러진 채 여기저기를 굴러다녔다.

“앞에 엘리지아. 준성체 세 마리.”

안토니오가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로 거대한 준성체 엘리지아 셋이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감염지 변두리에는 아성체나 유체만이 가득했는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준성체가 심심찮게 등장하더니 이젠 준성체만 한 번에 세 마리다.

“확실히 우리가 퀸의 방에 가까워지긴 한 모양입니다.”

고제하가 마법을 사용하며 말했다. 레이드 팀 근처에 습기 가득한 구름이 몰려들었다.

“가라, 비타민!”

차예빈이 준성체 엘리지아들을 향해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전투로봇 비타민이 차예빈이 전하는 마력을 받아서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었다.

콰아앙!

합금 몸체와 엘리지아 준성체의 몸뚱이가 충돌했다. 튀어 오르는 스파크. 찌릿한 타격감.

안토니오가 비타민의 머리 위로 훌쩍 도약하며 준성체의 등 뒤로 돌아갔다.

그의 손바닥이 준성체 엘리지아의 등을 눌렀다.

<다이너마이트 발동!>

마력 심지가 엘리지아의 등에 심어졌다. 파지직 타오르는 심지 끝.

폭발은 최대 강도다. 안토니오는 마력 폭탄이 터지기 전에 충분히 피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 왜냐면 다른 준성체들과 싸워야 하기 때문에.

그 대신.

<샌드 쉘터 발동!>

샌드맨이 사용한 모래가 엄청난 강도로 안토니오의 몸을 감쌌다.

콰아앙!

폭발과 함께 준성체 엘리지아 한 마리의 팔다리가 휘날렸다.

그러나 떨어져 나간 머리가 재생되는 중이다.

그 뒤에서 달려드는 두 마리의 엘리지아.

<사구 발동!>

샌드맨이 사용한 모래가 엘리지아 하나의 발목을 잡았다. 모래는 그대로 엘리지아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동시에.

<중금속 폭우 발동!>

8년 전, 백마중이 사용하여 효과를 입증한 스킬을 고제하가 입수했다.

헌터 경매장에서 수억을 들여서 사들인 비싼 스킬석은 그 값을 했다.

폭우를 맞은 엘리지아가 휘청거리며 몸이 무너져 내렸다.

콰앙!

그리고 놈의 머리를 에어포스가 날려 버렸다.

전투가 거의 정리될 즈음, 안토니오가 절뚝거리면서 다가왔다.

“샌드맨 이 자식아! 모래 실드 제대로 안 칠래?”

“네 스킬에 네가 처맞은 것을 누굴 탓하나?”

“쎄이 우나 메르다!”

넌 씹새끼야! 정도 되는 이태리 욕이다.

“이쪽으로 오시죠.”

유일한 힐러 S급 켄지가 힐링 스킬을 발동하면서 말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차예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바토리에게 핀잔을 주었다.

“전투 좀 하시죠?”

바토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 정도로 내가 나서야겠느냐?”

바토리가 도도하게 대꾸했다.

하지만 준성체 일곱 마리가 나타났고 그녀가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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