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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92화 (92/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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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092화

레이드 당일.

일산 수복 본부가 출범했다. 그야말로 한국 헌터 전력이 총동원되었다.

C급 이하 헌터가 1,759명.

B급 헌터가 254명, A급 헌터 81명.

S급 헌터 고제하, 최수혁, 김성인, 차예빈에 SS급 에어포스.

게다가 일본에서 온 켄지.

미국의 샌드맨과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디 나탈레.

더 이상 레이드 같은 말랑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것은 엘리지아 던전과 벌이는 전쟁이다.

고제하 협회장과 S급 중역들의 출발에 사방에서 박수 세례가 터져 나왔다.

번쩍이는 플래시들.

외신에서도 이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었다.

“한국의 최상급 헌터들이 인류 최악의 던전으로 규정된 S급 엘리지아 던전 레이드를 시작했습니다.”

CNN의 특종 뉴스였다.

“스트링거 주재 기자. 연결하겠습니다.”

“네. 저는 지금 여의도 헌터 협회 앞에 나와 있습니다.”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요?”

“지금 보시다시피 수많은 시민이 헌터들의 출정을 축복하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한국으로서는 8년이나 정복하지 못했던 던전을 레이드하는 것인데요, 핵심 전력들은 누굽니까?”

“지금까지 발표된 엘리지아 퀸의 방에 들어가는 레이드 팀은 SS급 에어포스, SS급 샌드맨, SS급 안토니오 디 나탈레, S급 켄지, S급 고제하, S급 김성인, S급 최수혁, S급 차예빈입니다.”

“지금 뒤에 그 헌터들이 나오는 것 같은데요.”

앵커가 물었다. 카메라에 보이는 헌터 협회 정문에서 최상급 헌터들이 나타났다. 좀 전에 기자가 브리핑했던 헌터들이 우르르 서 있었다.

“뭐야 저건?”

“로봇이다!”

그리고 거대한 전투 로봇 아리와 그 옆에 서 있는 바토리가 앵글에 잡혔다.

“지금, 마스크맨의 소개로 헌터 팀에 합류한 S급 인형술 헌터 ‘바토리’와, 그녀가 다루는 메탈로이드 부품 기반 인형 ‘아리’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앵커가 외쳤다.

바토리는 모자를 눌러쓰고 렌즈를 쓰는 등 변장을 했다. 뾰족한 귀와 눈동자의 색깔을 가렸지만 그래도 한국인 같지는 않았다.

헌터계에서 매우 드문 타입인 인형술사를 만난 차예빈은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었지만.

“내게 함부로 말을 붙이지 마라.”

하는 바토리의 차가운 반응을 보고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레이드 팀의 출정 후 일주일이 지난 경기도 부천.

대부분의 헌터들은 자신들의 작전지역에 임시 텐트를 쳐두고 야영하며 전투를 벌이는 중이다.

B급 헌터 이성민은 누적된 피로로 뻐근한 몸을 스트레칭으로 풀어주고 있었다.

“제발 아무것도 넘어오지 마라.”

일산 쪽을 바라보며 이성민이 혼잣말을 했다.

일주일 동안 일산 감염지 쪽에서는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벗어난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출정식 때 한 번 보았던 샌드맨이나 안토니오는 정말로 에어포스 이상의 괴물들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진짜 괴물이다.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고 자시고 할 게 아니라 실제로 인간이 아니었다.

B급 이상 대부분의 헌터들은 감염지 소탕에 참가했다. 이성민의 할 일은 부천 지역의 ‘컨트롤러’로 C급 이하 헌터들을 데리고 던전들을 감독하고 범람에 대비하는 거다.

지역 단위의 컨트롤러라니. 너무 거대한 임무잖아? 하지만,

“저것보단 훨씬 낫지…….”

이성민이 일산 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흉흉한 마력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마력의 농도가 얼마나 짙고 강한지, 마력 자체가 눈에 ‘보일’ 정도다. 이미 상식 외다.

오늘의 전투는 며칠간 치러진 것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치열한 모양이다.

“이성민 헌터님.”

C급 헌터 하나가 그를 불렀다.

“뭡니까?”

“C급 던전 하나가 범람할 조짐이 보입니다.”

“이런, 젠장. 어디에요?”

“상동호수공원 근처입니다.”

그가 휴대폰으로 지도를 열어 보여주었다.

이게 문제다. 일산에서 전투가 벌어졌다고 하더라도 너무나 거대한 마력의 충돌이다.

마치 핵미사일이 떨어지면 백두산이 폭발하는 모양으로, 일산 근처 지역의 던전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던전 범람.

엄청난 혼란과 큰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다.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호수 공원 근처면 C조군요. D조와 F조에서 각각 C급 헌터들을 차출해서 5인 팀을 짜고 지금 레이드를 하세요.”

“컨트롤러 없이요?”

있을 수가 없지.

부천시 전체를 통틀어서 지금 B급 헌터는 이성민 하나뿐인데 지역 컨트롤러가 들어가 버리면 다른 던전들은 어떡하겠는가.

“가장 경험이 많은 분에게 임시 컨트롤러 자격을 주겠습니다.”

C급 헌터는 몹시 불안한 표정이 되어 돌아갔다.

이성민도 불안했다. 요즘처럼 던전 난이도 책정이 잘 안 맞는 시기에 C급 헌터들로만 C급 던전을 공략시키다니.

하지만 이것이 최선이다.

이성민은 마치 세뇌하듯 자신을 달랬다.

약 1시간이 지난 후, 이성민의 전화가 울렸다. 던전에 들어갔던 C급 헌터의 번호였다.

상동호수공원까지 가는 데도 10분은 걸렸을 텐데? 사람들을 모아서 들어가면 레이드 진행 시간은 길어야 30분 내외였을 것이다. 그런데 벌써 클리어를 한 것인가?

“여보세요?”

이성민은 기대감을 가지고 전화를 받았다.

-사, 살려주십쇼……. 흑흑……. 대장님…….

전화 너머에서 들리는 울음소리. 이성민의 얼굴이 굳었다.

잠깐만, 던전 내부는 통화 지역 이탈이잖아?

싸우다가 레이드에 실패하고 던전 밖으로 나왔다면 치유 계열 헌터들에게 전화를 걸었거나 병원으로 갔겠지. 내게 전화를 걸어서 살려달라니?

“뭐야? 대체 어떤 상황이야?”

-처음 듣는 목소리군.

전화 너머에서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말했다.

-몇 급이지?

“누구냐? 난 B급 헌터 이성민이다.”

-피라미군. 그럼 굳이 기억할 필요 없지.

“뭣?”

-네가 이 지역 컨트롤러라고 들었는데. B급이라 아쉽군. 지금 그리로 가겠다.

누군지 묻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이성민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공원 방면에서 어마어마한 마력이 폭발적으로 치솟고 있었다.

“신민수…….”

이성민은 울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

윤성은 부천시의 사우동 쪽에 배치되어 있었다.

‘따분하군.’

E급 게이트 하나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기지개를 켰다. 일산 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은 경악할 만한 수준이지만 이쪽은 너무 조용하다.

“뭐 하고 있어?”

C급 헌터 최채영이 물었다. 계양산 지구대부터 이쪽까지 G팀 전체를 책임지는 컨트롤러다.

그녀는 안경을 고쳐 쓰면서 깐깐한 목소리로 말했다.

“던전 언제 뒤집힐지 몰라. 긴장 풀지 말고 지켜보고 있어.”

“알겠습니다.”

대답하는 순간, 윤성의 눈이 커졌다.

마치 자석에 이끌린 나침반 바늘처럼 그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호수공원 쪽. 뭔가가 있다. 엄청난 마력!

윤성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이건……. S급? 아니, 어쩌면 그 이상.

‘성체다.’

등골이 서늘하다.

백마중을 죽인 놈이 저곳에 있다.

기감이 둔한 최채영은 아직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 그녀는 기지개를 켜고는 주머니에서 초콜릿 하나를 꺼내 먹었다.

“너도 먹을래?”

최채영이 윤성에게 초콜릿을 내밀었다. 하지만.

“뭐야?”

윤성이 사라지고 없었다.

방금까지 여기에 있었는데? 어디로 간 거지?

윤성은 이성민이 있는 부천 도당동 방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 부천 지역의 컨트롤러는 B급 이성민이다. 겨우 B급. 절대로 못 막는다. 3초 이상 버티면 기적이다.

물론 윤성 입장에선 D급인 척 조용히 파묻혀 있는 것이 신상에 이롭다. 랜딩을 해도 상대를 이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성체 엘리지아를 절대로 놓쳐선 안 된다. 모든 S급 헌터들이 감염지 중심으로 들어간 지금, 놈이 자유롭게 바깥을 돌아다녔다간 전멸이다.

부천 지역에서 놈을 상대로 조금이라도 버틸 수 있는 것은 오직 윤성뿐이다.

‘에어포스가 올 때까지 시간을 끈다.’

고오오오-

달리는 윤성의 몸에서 마력이 절제 없이 분출하기 시작했다.

이성민의 헌터 A팀이 있는 위치는 윤성에게 더 가깝다. 하지만 적의 이동 속도는 윤성보다도 더 빠르다.

지금은 버프가 하나도 없으니 우선 점프해서 랜딩한다.

<랜더의 전투화 발동!>

-쾅!

윤성의 발이 땅을 박차고 솟구쳤다.

현재 레벨은 53.

점프로 상승할 수 있는 높이는 530미터.

그리고 랜딩 버프의 기본값도 530점.

합치면 1060점을 얻을 수 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기본 능력치들과 합치면 백마중이나 김성인 수준의 S급이 될 것이다.

쿠우웅!

윤성의 몸이 지면에 랜딩했다.

주먹 하나를 수직으로 땅에 꽂고, 두 무릎을 유연히 구부리고.

한쪽 팔을 사선으로 펼쳐 중심을 잡은 자세.

<최종 속력=51.02㎧, 낙하 거리=530m, 낙하 시간=13.91s>

<랜딩 성공!>

<일시적으로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힘과 순발력, 감각 능력, 지능에 각각 1,060점. 남은 시간 86,400초. 일시적 랜덤 스킬이 개방되었습니다 : 티타늄펀치 남은 시간 86,400초>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근력과 감각 능력, 지능에 각각 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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