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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84화 (84/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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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084화

25. 기수 각성

기수 각성은 협회의 헬스 케어 센터에서부터 시작된다. 모든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은 후 강당에 모이도록 되어 있다.

신차민은 잔뜩 긴장한 상태다.

“어우, 내가 기수 각성이라니.”

어릴 땐 빨리 각성하고 헌터가 되어서 전선에서 활약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아직 준비가 안 된 듯하다.

특히 에어포스 헌터스쿨이 침식형 던전에 먹혔던 때를 떠올려보면.

실제로 스쿨의 학생 중 일부는 그 사건 이후에 자퇴했다.

마스크맨이 나타나서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스쿨은 전멸이었으니까.

A급 던전의 압도적인 전력을 느끼고는 헌터의 꿈이 꺾인 것이다.

“야. 신차민.”

누군가 불러서 돌아보니 김인식이다.

그가 꽁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 세인트 길드 들어갈래?”

“뭐?”

“우리 아빠가 세인트 대표잖아. 내가 잘 말해줄게.”

“나 방금 네가 김성인 헌터님한테 길드 물려받은 줄 알았다. 지리는 줄 알았네. 너한테 인사권 있는 줄.”

“왜. 내 친구라고 A급이라고 소개해주면 들어갈 수도 있지.”

“나 아직 A급 판정 안 났는데.”

“당연히 나겠지, 뭐.”

김인식은 차민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원래 별로 친하지 않았고 헌터 스쿨에서 다윤이 때문에 한바탕 하고 난 후에는 더욱 껄끄러운 관계가 됐는데.

‘왜 친한 척하는 거야?’

김인식이 이렇게 달려들 때는 뭔가 요구하는 게 있어서다.

차민은 못마땅한 목소리로 물었다.

“뭐 때문에 이래?”

“그거 아냐? 에어포스 헌터스쿨, 초 엘리트 학교라서 전국 1위잖아.”

“근데?”

“스쿨의 최상위권은 전국에서도 최상위권이야. 다시 말하면 이번 기수 각성에서 에이스가 될 만한 놈들은 전부 내가 아는 얼굴이라는 거지.”

“아.”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감이 왔다.

신차민의 표정이 혐오감으로 일그러졌다.

“신차민, 체력 시험 나한테 양보해라. 2등 해.”

“미친놈이냐? 꺼져.”

“솔직히 넌 상관없잖아. 난 에이스 못하면 아빠한테 털린다고.”

“그럼 그냥 털려, 멍청아.”

“너 후회한다. 세인트 길드 못 들어오게 할 거야.”

“응, 백마 길드 갈 거야.”

죽어도 이 새끼는 꼭 이긴다.

신차민은 굳게 다짐하며 대강당으로 들어갔다.

***

강당에 모인 214명의 예비 헌터는 자기 자리에 앉아서 고제하 협회장의 축사를 들었다.

“전국의 예비 헌터 여러분. 이곳에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제하의 축사는 무려 17분 동안이나 지루하게 이어진 일장 연설이 되었다. 당연히 학생 중 7할이 잠들었다.

“와아아아아!”

그러나 곧 열렬한 함성으로 강당이 들썩거렸다.

꾸벅꾸벅 졸던 신차민도 깜짝 놀라 일어나 손뼉을 쳤다.

그 이유는 곧바로 밝혀졌다.

강당 무대에 서 있는 남자.

마스크맨이다.

“올해 최고 화제의 인물. 혜성처럼 국내에 나타난 최상급 헌터, 마스크맨이 오늘 기수 각성식의 참관을 맡아주셨습니다. 또한.”

고제하는 백마중을 소개했다.

“백마 길드의 대표이자 국내 최고의 마법사. S급 백마중 헌터님께서도 함께 기수 각성식의 참관을 맡아주시겠습니다.”

이번에도 박수가 쏟아졌지만 마스크맨에 비하면 그 인기가 현저히 떨어졌다. 백마중은 약간 머쓱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마스크맨의 옆에 섰다.

“두 S급 헌터께서 짧게 축사를 하겠습니다. 백마중 대표님.”

고제하가 백마중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협회장님께서 길게 하셨으니 저는 간단히 하겠습니다.”

백마중은 아주 간단히.

10분 동안 일장 연설을 했다.

학생들이 다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던 때, 마이크가 윤성에게 넘어왔다.

“아. 아.”

윤성이 마이크를 테스트하자 잠들었던 예비 헌터들이 다시 눈을 빛내며 무대를 올려다보았다.

“여러분, 판정이 낮게 나와도 실망하지 마세요.”

윤성이 말했다.

“저 S급 같죠? 아니에요. S급 국내에 6명. 아니지, 에어포스는 SS니까 다섯 명뿐이잖아요. 전 S급 아닙니다. 근데 열심히 살다 보니 이렇게 백마중 대표님하고 같이 참관도 하고 그러잖아요. 여러분도 모두 파이팅.”

뭔가 좀 어색하고 저렴한 축사 느낌이지만 진심 백 퍼센트다.

참관하는 S급 헌터들, 그리고 A급 헌터 조교들의 역할은 오직 하나다.

학생들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

학생들의 시험은 대부분 위험하지 않지만 상황 대응 시험은 좀 어렵다.

하급 마수를 던져주고 싸우게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급 헌터들이 잘 지켜보고 있다가 뭔가 좀 위험하다 싶으면 들어가서 상황을 중재한다.

***

협회가 기수 각성 시험을 감독하느라 정신없는 때, 에어포스는 협회 인사과 서류를 뒤지고 있었다.

SS급 클래스의 그녀의 권한은 고제하 협회장 다음.

협회에서 그녀가 열람하지 못하는 문서는 거의 없다.

‘하물며 A급 헌터 황동수가 올린 보고서들 정도야 모두 읽을 수 있…….’

에어포스가 파일들을 열다가 인상을 찡그렸다.

“이거 내 권한으로 안 열리는 겁니까?”

에어포스가 인사과 직원에게 물었다.

“어라. 뭔가 착오가 있나 보네요. 죄송합니다.”

직원은 쩔쩔매며 암호창을 열어주었다.

“헌터님 암호코드 입력하시면 열릴 겁니다.”

에어포스는 자신의 암호코드를 넣었다. 하지만,

<권한이 없습니다.>

“뭐야?”

“잘못 입력하신 거 아닐까요?”

“아니에요.”

당황한 에어포스가 다시 암호를 입력했지만,

<권한이 없습니다.>

“제 권한으로 안 열린다면…….”

“협회장님이……. 잠그신 거네요.”

“대체 왜? A급 헌터가 올린 보고서를 어째서 잠그신 거죠?”

“글쎄요. 저야 모르죠. 근데 그 서류를 에어포스 헌터님은 왜 열람하려고 하시는 건가요? 협회장님이 잠가놓은 것도 신기하고. 엄청 중요한 건가 봐요?”

“음.”

에어포스가 잠깐 고민하다가 물었다.

“황동수 씨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그게.”

인사과 직원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분 행방불명이에요.”

“네?”

에어포스의 눈이 커졌다.

“차태식 씨는요?”

이번엔 인사과 직원의 눈이 커졌다. 오히려 직원이 되물었다.

“두 분의 실종이 연관되어 있나요?”

에어포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차태식 씨도 실종됐단 말인가요?”

“네, 맞아요.”

“이럴 수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에어포스는 곧바로 부서 밖으로 빠져나가 자신의 사무실로 이동했다.

그녀는 사무실 전화를 들어서 경찰청에 연결했다.

헌터 중에서도 범죄자가 있고, 그들의 체포는 비각성 경찰이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협회와 경찰은 오래전부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부처였다.

에어포스 정도 된다면, 그녀의 권력은 경찰청장과 직통 전화를 할 수도 있을 정도다.

“청장님, 에어포스입니다.”

에어포스가 말했다.

“아, 안녕하세요!”

“여쭤볼 게 있어서 그런데, 혹시 이번에 이집트 경찰이 보낸 자료 같은 게 있나요?”

“이번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기간을 말씀하시는 건지.”

“음, 한 반년?”

“근데 이집트에서 들어온 자료라고 하면 너무 광범위한데요. 이런 건 보통 외무부랑 법무부 관련 일이라서 사실 경찰청에서 단독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유형의 문서인지, 누가 관련된 건지를 알려주시면 제가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A급 헌터 황동수. C급 헌터 차태식과 관련 있는 듯합니다.”

“앗. 그거 뭔지 압니다.”

“아신다고요?”

“근데 협회장님께서 얼마 전에 모두 수사 종결시킨 것으로 아는데요?”

“네?”

경찰청장이 자신 없는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물론 수사 멈추라고 해서 우리가 멈추는 그런 관계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일단 관련자들이 실종되어서 찾는 게 먼저이기도 하고…….”

도대체 그 서류가 무엇이기에 고제하 협회장이 전부 막아버렸단 말이야?

“에어포스!”

젊은 헌터 하나가 복도 끝에서 허겁지겁 달려오며 그녀를 불렀다.

에어포스의 비서 역할을 하고 있는 D급 헌터다.

“비행기 시간 얼마 안 남았습니다. 얼른 공항 가셔야죠.”

“먼저 가십시오.”

“네?”

“아무래도 이 일을 지금 확인해 봐야 할 것 같군요.”

“하지만 지금 비행기 안 타시면 안토니오와의 미팅에 늦으실 수도 있는데.”

“안 늦도록 하겠습니다. 전속력으로 날아가죠.”

“날아간다니. 설마 이탈리아 피렌체까지요?”

D급 헌터가 경악했다.

“마력 소모가 극심해서 도착하면 전투하기 힘든 상태겠지만, 이탈리아에 싸우러 가는 것 아니니 괜찮을 겁니다. 그보다 이탈리아 헌터 협회에 연락해 주세요. 피렌체로 곧바로 갈 테니 그곳에서 입국 서류를 쓸 수 있도록.”

“아, 아니. 잠깐만요.”

“부탁드립니다. 먼저 가서 기다려요.”

에어포스는 D급 헌터를 뒤로하고 서둘러 자리를 빠져나왔다.

협회장에게 이 문제에 대해 따져 물어야만 했다.

학생들의 체력 시험은 신차민이 1등이었다.

그는 놀라운 지구력과 순발력으로 20㎞ 달리기에서 김인식을 3분 앞섰다.

김인식은 그의 팔을 한 번 잡아당겨 방해했는데, 어느 기자가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옆에서 그 상황을 지켜본 마스크맨, 윤성은 내일 아침 신문과 그걸 볼 김성인의 표정이 궁금해졌다.

마력 감응도 시험은 김인식의 우승이었다. 그는 타고난 마력 감도로 28개의 공 중에서 마력이 들어있는 것을 정확히 골라냈다.

신차민 역시 26개까지는 성공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성적 차이는 심하지 않았다.

두 개의 어려운 시험을 거친 후, 약간은 쉬어가는 느낌으로 인·적성 시험이 치러졌다.

인성 쪽은 도덕 문제와 비슷한 것들이다. 착한 대답들을 고르면 그만.

하지만 그것도 60번 문제까지만의 얘기다.

61번, 인성과 적성 퓨전 문제들은 꽤 철학적인 질문들이 던져졌다.

예를 들면.

<당신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차의 운전수다. 기차는 계속해서 달리고 있고 레일 끝에는 사람 다섯 명이 있다. 이대로 달린다면 기차는 이 사람들을 모두 치어 죽일 것이다. 당신은 레일은 변경할 수 있지만 변경된 레일에도 한 명의 사람이 있다. 당신은 레일을 변경할 것인가?>

이런 식의 질문이다. 생명의 무게를 저울질하겠느냐, 또는 인간을 살린다는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목숨을 계산하고 소비하는 것이 가능한가, 인간은 결코 도구로 취급되어선 안 된다. 같은 칸트식 철학이 난무하는 문제들이다.

신차민과 김인식뿐만 아니라 수많은 헌터들이 머리를 싸매고 끙끙거렸다.

같은 시각, 고제하 협회장은 작은 VIP 미팅룸에서 에어포스와 면담하고 있었다.

에어포스는 약간 공격적인 어조로 따지기 시작했다.

“황동수 씨와 차태식 씨의 실종. 협회장님이 관련된 것입니까?”

“자네는 어찌 생각하나?”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협회장님께서 그들의 보고와 이집트에서 들어온 경찰 수사를 은폐하셨으니까요.”

“내가 그들에게 해코지를 했다고 생각하는가?”

“하셨습니까?”

고제하는 빙그레 웃었다.

“했다면 나와 싸우기라도 할 텐가?”

고제하의 물음에 에어포스의 표정이 살벌해졌다.

그녀의 몸에서 미약한 마력이 끓어올랐다.

위협이라기보다는 고제하의 답문을 듣고 느낀 그녀의 분노와 실망감이다.

고제하는 그것을 이해할 정도로 영민했다.

“실종과 관련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들에게 해코지를 하진 않았네. 두 사람은 곧 돌아올 것이야. 건강한 모습으로.”

“어디에 있습니까?”

“아는 분에게 맡겼네. 기억을 지워달라고 했지.”

“기억 조작 같은 걸 할 수 있는 헌터가 국내에 있습니까?”

“헌터라고 하진 않았네.”

“네? 그럼……?”

고제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에어포스, 지금은 아무것도 묻지 말고 나를 조금만 더 믿어주게. 최소한 엘리지아 감염지를 정리할 때까지만이라도. 그 후에 내가 모든 것을 알려주지.”

“협회장님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 중 한 분입니다.”

“영광이군.”

“제가 회장님께 실망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난 자네의 그런 점이 좋아. 협회를 믿고 맡겨도 되겠어.”

“맡기다뇨. 회장님께서 계속 이끄셔야죠.”

“이제 난 얼마 남지 않았지. 다음 세대는 자네와 마스크맨. 김성인과 백마중. 이런 젊은이들이 이끌어가야 해. 그다음엔 지금 시험을 보고 있는 학생들이 이끌어가야 하고. 그런데 자네 이러다 비행기 놓치겠군.”

“지금부터 비행 스킬로 날아갈 테니 괜찮습니다.”

에어포스는 고제하에게 인사하고는 바깥으로 나갔다.

떠나기 전.

“전화할 시간은 없지만 약속이니 문자 한 통은 남겨야지.”

에어포스는 윤성에게 메시지 하나를 보낸 뒤.

<비행 발동!>

그녀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향해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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