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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80화 (80/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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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080화

윤성이 인상을 찡그렸다.

헌터 스쿨에서 다윤이를 괴롭히던 양아치.

김인식이 윤성을 알아보았다. 잠깐 움찔했지만 그는 주눅 들진 않았다. 왜냐면 등 뒤에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기 때문.

‘김성인.’

김인식과 함께 가게로 들어선 남자.

현재 근접전으로 한국 최고의 S급 헌터이며 세인트 길드의 대표다.

하지만 그래도 근접전 헌터.

S급이니까 A급 헌터들에 비해서는 감각 능력이 월등히 높을 테지만 보조 계열 최고의 마법 헌터인 백마중에 비하면 훨씬 낮다.

전투태세라면 몰라도 지금처럼 나른한 상태의 윤성에게서 4,000점의 전투력을 느낄 가능성은 없었다.

하지만.

“저기 아빠 아는 분 아냐?”

김인식이 김성인에게 작게 속삭였다.

그러고 보니, 헌터 스쿨에서 김인식을 혼내줄 때 윤성은 ‘김성인 형님한테 단단히 따져야겠다. 아들 관리 좀 하시라고!’ 하는 발언을 한 적 있다. 김성인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김성인은 윤성을 쳐다보았다.

은근히 긴장된다.

윤성은 빙긋 미소 지으며 김성인을 향해 고개를 꾸뻑했다.

김성인은 전혀 기억에 없는 얼굴이다.

“모르겠구나.”

김성인이 김인식에게 속삭였다.

“저 사람 헌터야. 강윤성.”

“강윤성?”

“그 왜 포천 던전 전멸 사건 그 사람.”

“아아. 알아. 그때 재판 때 봤지.”

“그 후엔 본 적 없어?”

“글쎄?”

하지만 세인트 길드 대표 정도 되면 딱히 기억나지 않는 사람 중 사실은 친분이 있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

이런저런 사업들을 하면서 마주쳤던 사람들.

또는 김성인을 존경하는 후배 헌터들.

또는 세인트 길드의 신입이거나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던 입사 지원자들.

김성인은 윤성에게 고개를 꾸뻑하며 인사했다.

“아이고, 김성인 대표님이 여긴 어쩐 일로.”

과연 네임드가 뜨면 뭔가 달라도 다르다.

가게 주인이 부리나케 튀어나와 인사한 것이다.

헌터 전문점도 아니고 일반 상가에서까지 이런 인기라니.

“우리 아들 녀석이 쓸 노트북을 하나 사려고 합니다.”

“노트북이요? 하지만 아드님은 헌터가 되실 것 아닙니까? 여긴 일반인 전용인데요.”

가게 주인이 물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나온 노트북 뭐 하나가 매우 좋다더군. 그래서 헌터라도 젊은 애들이 그걸 쓰고 싶어한다나 봐요.”

“어떤 제품을 찾으시는지……?”

“KW-LHD1225요.”

김인식이 말했다.

윤성이 주문했던 바로 그 제품이었다.

“아. 아하하, 그게 지금은 재고가 없는데.”

가게 주인이 황송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순간,

“배달 왔습니다.”

야구모자를 눌러쓴 청년 하나가 포장된 노트북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타이밍 참 끝내주네.

얼떨떨한 표정의 윤성 앞에 청년이 KW-LHD1225를 내려놓았다.

“저건 어디서 난 거죠?”

김성인이 제품을 가리키며 가게 주인에게 물었다.

“다른 매장에 전화해서 구한 겁니다. 하지만 이게 마지막 제품이에요. 그리고 보시다시피 방금 팔린 거라서…….”

“한발 늦었군요.”

김성인은 윤성에게 고개를 돌렸다.

“강윤성 씨?”

“네.”

“혹시, 나한테 이거 팔 생각 없어요?”

“없습니다.”

이렇게 단칼에 자를 거라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김성인의 표정이 굳었다.

“내가 세 배 가격으로 드리죠.”

김성인이 말했다.

“뭐, 돈은 저도 충분히 많아서.”

“다섯 배.”

“괜찮습니다.”

윤성이 빙긋 웃으며 답하는 순간,

“대표님, 저는 볼일 다 봤습니다.”

가게 입구에서 또 다른 S급 헌터가 나타났다.

김성인의 오른팔, 조작에 능한 보조 계열 마법 헌터.

일명 ‘인형술사’ 차예빈.

에어포스의 등장 전까지는 한국 헌터 협회의 간부 중 홍일점이었던 여자다.

그녀는 가게에 들어오다 흠칫 움직임이 굳었다.

마법 계열인 만큼 그녀의 기감은 매우 우수했다.

백마중 정도는 아니지만.

“어, 무…… 뭐야?”

그녀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윤성을 바라보았다.

“대표님 마력인 줄 알았는데…….”

“무슨 소리야? 예빈 씨, 물건은 다 샀어요?”

“아, 찾는 게 없더라구요.”

차예빈은 윤성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말했다.

“어떤 미친놈이 헌터 전문점에서 모든 파츠를 다 쓸어갔대요. 거의 2억 원어치 되는 걸 말이에요.”

그 미친놈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인형술사 차예빈의 전투 방법은 마력을 주입한 전투 로봇을 이용한 것.

새로운 로봇을 제작하기 위해 파츠를 구하러 왔으나 조금의 수확도 없었다.

바로 30분 전에 윤성이 모두 쓸어 담았기 때문에.

“강윤성인가 뭔가 하는 헌터가.”

“그게 저 사람인데?”

“네?”

차예빈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헌터 용품 전문점에서 싹쓸이한 물건이 한데 모여 있다면 엄청난 마력을 뿜어낼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다 해도 김성인이 묻혀 버릴 정도인 저것은 비정상적이지만.

게다가 이상한 점은 또 있다.

헌터 전문 상가에서 팔린 파츠의 양은 어림잡아도 무려 800킬로그램. 하지만 강윤성은 빈손이다.

정확히는 포장된 노트북을 하나 들고 있지만.

카드로 결제를 마친 윤성은 쇼핑백에 노트북을 담았다.

“전 그만 가봐야겠군요. 두 분 즐거운 쇼핑 하세요.”

아무래도 차예빈이 쳐다보는 표정이 심상치 않다. 저 여자가 인간 진단기라는 백마중만큼의 기감은 아닌 걸로 아는데, 그래도 S급 마법 계열이다. 확실히 뭔가를 느낀 것 같다.

‘능력치 전반의 합이 약 20,000점정도’라고 백마중처럼 정확히 진단하진 못했더라도 최소한 S급 이상이라는 것을 느끼긴 했을 거다.

윤성은 황급히 상가를 빠져나갔다.

***

아리는 윤성이 전해준 파츠들 속에서 흥분해 폴짝폴짝 뛰었다.

그러다 고장 난 다리가 부러져 버렸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새 다리를 달면 되니까요!”

아리는 한동안 집안일에서 해방되었고, 윤성이 전달해준 모든 파츠를 가지고 자신의 몸체를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최적의 시나리오. 가장 활동하기 편리하고 전투력이 높은 몸체를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뭐야 이 끔찍한 혼종은?”

윤성이 황당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제트 엔진이 달린 휴보의 두 다리에 비해 채피의 두 팔이 훨씬 크다.

때문에 네 발로 걸어야 하는 고릴라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등에는 골리앗의 마법 미사일 발사대가 흉물스럽게 달렸고, 어깨에는 전조등, 목 뒤에는 세 개의 디스크가 꽂혀 있었으며 가슴 부위에는 초소형 냉장고가 들어갔다.

“냉장고는 대체 왜?”

“주인님께서 주신 부품 중 엔진을 식히는 냉각기가 있었습니다만, 제겐 필요 없었습니다. 이미 오버 스펙으로 하나 있었거든요. 그래서 추가 냉각기를 냉장고로 개조했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왜?”

“주인님께서 목이 마르실 수도 있으니까요. 시원한 음료를 대접하기 위해서입니다.”

“……잘했다.”

약 40센티미터 키의 귀여운 깡통 로봇이 안방에 틀어박힌 지 이틀 만에 신장 170㎝의 금속 고릴라로 변했다.

그 모습을 본 다윤이와 소윤이는 당연히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꺄악! 오빠 마수!”

아리를 발견한 다윤이 기겁하며 뒷걸음질 치다 넘어지기까지 했다.

사실 마수라는 표현이 틀린 건 아니다. 원래도 다윤이와 소윤이 같은 일반인은 가뿐히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마수였으니까.

“진정해.”

윤성은 동생들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그들은 윤성의 뒤에 숨어서 호들갑을 떨었다.

“아리도 없어졌어!”

“저 괴물이 먹었나 봐!”

“제가 아리입니다. 작은 주인님.”

아리가 공손히 인사했다. 고개를 땅에 숙여 절하는 듯한 시늉을 했는데 무슨 조폭들의 충성 맹세 같은 느낌이다.

동생들에게 설명한 후에도 그들은 쉽게 아리와 친해지지 못했다.

어쩔 수 없지,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을 거다.

그보다 할 일이 좀 있다.

이집트에서 마일하이클럽 랜딩을 하며 얻었던 4,300점의 버프는 이제 열흘 정도 남았다. 이 기간을 헛되이 쓸 수는 없다.

<순간이동석(탑) : 100%>

<순간이동석(마계) : 100%>

<순간이동석(메탈로이드) : 100%>

중동의 상급 던전들을 돌고 마케로케라스의 S급 던전을 클리어하면서 상당한 마력이 모였다. 그것들이 순간이동석에 착실히 쌓인 것이다.

탑은 지금은 갈 필요 없다.

그리고 탑으로 가는 순간이동석은 아끼는 게 좋다. 1,900미터의 랜딩이 보장되는 곳이니까.

지금 가지고 있는 마일하이클럽 랜딩의 버프가 사라졌을 때, 위급 시에 쓰기 좋은 아이템이다.

‘원래는 마계에 갈 생각이었지만.’

메탈로이드 쪽이 더 구미가 당기게 되었다.

좋은 부품을 가져오면 아리를 강력하게 개조할 수 있을 테고, 그럼 웬만한 마수들은 아리에게 처리하라고 맡길 수 있다.

동생들의 안전도 훨씬 더 많이 보장될 테고.

맘 편히 나가서 레이드를 할 수도 있다.

방에 앉아서 레이드를 계획하던 윤성에게, 아리가 묘하게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메탈로이드 차원에 가실 생각이십니까?”

“어. 네 부품 가지러.”

“제 모습이 마음에 안 드십니까? 상당한 전투력을 갖추었습니다만.”

“그 정도로 만족 못 해. 그리고 미적으로 내 취향이 아니야.”

“주인님께서 돌아오시기 전까지 주인님의 미적 취향을 분석해 두겠습니다. 주인님의 컴퓨터를 사용해도 될까요?”

“어떻게 분석하려고?”

“주인님께서 찾아본 사진과 동영상들을 검색해서 재생해 보고 그것과 유사한 모습을 만들겠습니다.”

“아, 안 돼!”

윤성의 등골이 서늘해져서 외쳤다.

“아이로봇 같은 영화나 몇 편 보고 있어. 그 정도 디자인이면 괜찮을 테니.”

“아이로봇? 알겠습니다.”

“좋아. 동생들한테도 인사해야겠는데, 얘들 어디 있지?”

윤성은 거실로 나와서 동생들에게 말했다.

“한동안 어디 좀 갔다 올 거야. 며칠 걸릴지도 몰라.”

“이번엔 어느 나라?”

다윤이가 물었다.

“으으음…….”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좀 멀리. 매트릭스 같은 곳.”

“매트릭스?”

“아냐. 그런 게 있어. 아무튼 소윤이랑 잘 지내고 있어. 오빠 카드 부엌에 있으니까 뭐 필요한 거 있으면 그걸로 사고. 누가 괴롭히면 아리한테 얘기하고. 아니면 에어포스한테. 학교에서 무슨 일 생기면 차희한테 얘기하고.”

윤성은 동생들에게 말해두고는 방으로 돌아왔다.

아리가 그를 따라 함께 들어왔다.

침대에 앉아 순간이동석을 만지작거리는 윤성에게 아리가 말했다.

“만약 메탈로이드 제국으로 가신다면 레지스탕스를 찾아보십시오.”

“레지스탕스?”

“저도 정확한 위치는 모릅니다만, 그런 게 존재하는 것은 확실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자아를 가지도록 설계된 로봇이지만, 메탈로이드 차원에는 우연히 작동 오류로 자아가 발생한 로봇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마더에게 반기를 들고 레지스탕스를 조직했죠.”

“흥미롭군. 한 번 찾아보겠어.”

윤성은 순간이동석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기계 제국.

메탈로이드의 세계는 현대 인류보타 수천 년 앞서 있는 문명이다.

또한 마계나 엘리지아 차원,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다른 차원들에 비해서 매우 잘 정리된 곳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곳은 슈퍼컴퓨터 ‘마더’가 완벽한 중앙 통제를 하는 세계이기 때문.

마계에서도 SSS급 마왕이 그룬헤잘드나 라플라스, 르네 같은 최강의 마족들을 힘으로 억눌러 평화로운 독재를 지속하고 있지만, 그의 통제력조차도 마더에 비할 바는 아니다.

마더의 통제에 반기를 드는 로봇은 에러가 난 로봇뿐.

정보처리 장치의 멀티 신경망의 전기 신호에 혼선이 생긴 ‘고장 난’ 기계뿐이다.

불량품들.

그들 대부분이 고압 프레스로 다져진 철판이 된 후 3,800℃의 용광로에서 완전히 융해된 후 원소별로 걸러진다.

그러고는 마더가 만든 프로토콜에 따라 새로운 로봇으로 제작되는 것이다.

윤성이 떨어진 곳이 바로 그곳이었다.

고압 프레스 바로 아래!

“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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