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
레벨업 속도는 9.8m/s^2 077화
22. 메탈로이드 아리
김휘철이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그의 몸에서 B급 헌터의 마력이 분출되고 있었다.
그를 보면서 아리가 물었다.
“네가 김휘철이지?”
“뭐야? 마수가 한국말을…….”
김휘철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리가 말했다.
“어차피 여기 오래 있진 못한다. 떠나기 전에 유나에게 연말 선물을 줘야겠어.”
아리의 오른손이 레이저 총 같은 것으로 변했다.
-퓽!
발사된 레이저는 김휘철의 허벅지를 꿰뚫었다.
김휘철은 재빨리 화염구를 발사했지만,
-쾅!
아리는 몸으로 불꽃을 뚫어버렸다.
키 40센티미터의 로봇은 꽤 강력했다. 물론 윤성이 보기엔 별것 아니었지만.
잠깐 전개를 지켜보기로 했다. 사람을 해치려는 마수라면 박살 내야 마땅하지만 이놈은 뭔가 좀 특이하다.
게다가 B급 헌터인 김휘철이 이놈한테 질 것 같지도 않았다.
누가 위험해지면 나서야겠지만.
-파지지직!
김휘철이 아리의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치면서 스킬 <일렉트릭 쇼크>를 사용했다. 뜨거운 전류가 아리의 몸을 흘렀지만 그의 몸에는 별 데미지를 주지 못했다.
-쩍!
높이 뛰어오른 아리의 펀치가 김휘철의 명치에 꽂혔다.
김휘철이 고꾸라지자,
“꺄아아아악!”
“으아악!”
사방에서 비명이 터졌다.
객석은 아수라장이 됐다. 무대 위의 모든 시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아래로 대피하는 중이다.
아리는 안광을 번득이며 쓰러진 김휘철을 쏘아보았다.
그때,
<급속 냉각 발동!>
김휘철이 사용한 스킬이 아리의 몸을 빠르게 얼려버렸다.
로봇 내부의 마정석 엔진과 배터리가 식으면서 아리의 움직임이 멎었다.
김휘철은 아리를 한 손으로 집어 들고는,
-쾅!
벽에다 내던졌다.
“헉, 헉. 이 로봇 새끼가. 여러분! 상황 종료됐습니다! 안심들 하세요!”
김휘철이 소리를 질렀다.
강당 밖으로 빠져나가려던 시민들이 비로소 안심했다. 그리고는 곧 웅성웅성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아이고, 이게 어쩐 일이래.”
“저게 다 뭐야?”
“유나가 데려왔다나 봐요. 그 보호소 애.”
“어머어머, 저럴 줄 알았어!”
“휘철 씨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큰일 날 뻔했네 정말.”
“저런 걸 왜 가지고 와? 민폐 아냐 정말?”
“그러게 우리가 옛날부터 저년 전학 보내라고 했잖아!”
“이거 교육청에 다 찌를 거야. 절대 그냥 안 넘어가.”
“다음 학부모회에서 얘기해요. 저렇게 집안도 뭣도 아무것도 모르는 애를 학교에 데려오니까 이렇게 되는 거 아냐?”
“어어! 저거 움직인다!”
누가 소리를 질렀다.
정말이다.
아리가 덜덜 떨리는 팔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목과 어깨에서 검은 기름 같은 게 줄줄 흘렀다.
“오빠! 죽여 버려 저 로봇!”
성재희가 소리치자 김휘철의 양손에 화염이 이글거린다.
“안 돼!”
유나가 그 앞으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아리를 지키려는 듯 쓰러진 로봇 위를 몸으로 덮었다.
“비켜! 그거 마수야!”
김휘철이 소리 질렀다.
“안 돼!”
“비키라고! 멍청한 년아!”
공포에 질린 유나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김휘철은 더욱 화가 났다.
“야 이 애새끼야. 네가 저 로봇 데려왔지? 이래서 보호소에 있는 것들은 일반 학교에 보내면 안 된다고. 이게 무슨 민폐야? 조이스 때도 그렇고. 저것도 그렇고. 너도 같이 태워줘? 어디 쥐똥 만한 년이…….”
김휘철이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는데,
콰악!
누군가 그를 밀치며 유나 앞으로 뛰어들었다.
차희였다.
어안이 벙벙해진 김휘철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게 뭐, 뭐하는 겁니까? 지금?”
“당신이야말로 애한테 무슨 소리예요, 그게?”
차희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김휘철은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눈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아 나. 여기 사람들 다 죽을 뻔한 거 구해줬더니만. 이젠 또 별 게 다…….”
-치지지지직.
쓰러진 아리의 몸에서 잡음이 튀었다.
“조이스.”
아리가 말했다.
“우리도 엘리지아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 치직! 너희가 무엇을 두려워…… 하는지…….”
칙!
아리의 눈에서 빛이 발사되어 벽을 비추었다.
벽에 만들어진 스크린에 동영상이 재생되었다.
교무실 CCTV에 녹화된 동영상이다. 학부모들이 몰려와 교사들에게 따지고 있었다.
-당장 그 애 전학 보내세요!
동영상 속의 김휘철이 소리쳤다.
-아니, 불안해서 애를 학교에 보내겠어요?
다른 학부모가 말했다.
유나의 담임은 난처한 표정으로 유나는 안전하다는 걸 설명하려고 했지만 학부모들은 듣지 않았다.
-전학 못 보내면 최소한 우리 애가 유나랑 거리 두는 거 강제로 친하게 지내도록 만들지 마세요.
김휘철이 말했다.
-하지만 아버님……. 아이들이 유나를 괴롭히고 있어요. 어제도 걸레 짠 물을 뿌렸고요. 그 전주에도 신발을 밖에 내다 버리고. 담임으로서 애들 관계를 어떻게든 호전시켜야 할…….
-아, 쓸데없는 짓 말고! 그냥 걔를 전학을 보내라고요!
-맞아요, 선생님! 우리 같아도 그러겠네! 언제 엘리지아로 돌변할지 모르는 애를 어떻게 같이 둬요?
팟!
아리의 동영상 플레이어가 멈추었다.
시민들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어차.피 난. 이제 떠난.다.”
아리가 말했다.
“그 전.에 유나.한테 선물 하나 줘야지.”
끼이잉.
아리가 부속품의 마찰음을 내며 일어나 앉았다. 머리에서 윤활액 한 움큼을 쭉 뱉어낸 후 김휘철을 바라보았다.
‘고장난 몸속 부품들을 재조합해서 움직일 수 있도록 자가 치유했군.’
윤성은 흥미로운 듯 로봇을 관찰했다.
이 마수는 메탈로이드 계열이다. 샌텀 타워 앞에서 범람했던 골리앗과 같은 계열.
하지만 인공지능의 수준이 골리앗보다도 더 높다. 마력이나 전투력은 허접한 수준이지만.
유나와 정을 나눌 정도로 고도로 발달된 지성을 갖고 있다. 게다가 부상 입은 신체를 재조합하는 기술력.
대체 정체가 뭐지?
“차……희.”
놀랍게도 아리가 차희를 불렀다. 그녀가 깜짝 놀라며 반응했다.
“뭐, 뭐야?”
“헌.터.가 있어.서. 내. 계획.이. 틀어졌.다. 하지.만. 나는. 이.사.람들을. 모두. 죽.인다. 유.나를. 데.리.고 가.라.”
아리가 유나를 팔로 쓱 밀었다. 유나는 흐느껴 울면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다.
얼떨떨한 표정의 차희를 보고 아리가 답답하다는 듯 다시 말했다.
“시.간이. 없.다. 이.미. 불렀.다.”
“불렀다니? 뭘?”
“디스트로이어.”
“비켜. 로봇이 죽을 때가 돼서 헛소릴 하는군.”
김휘철이 차희의 팔을 잡고 끌어냈다.
“야. 넌 여기 망할 애새끼 데리고 썩 꺼져.”
김휘철이 파이어볼을 손에 장전하자 다시 유나가 아리를 껴안았다.
“안 돼!”
“차희!”
윤성이 무대 위로 성큼 올라왔다.
그가 마스크를 고쳐 쓰며 물었다.
“도와줄까?”
“제발!”
“강당 좀 부숴도 돼?”
“상관없어!”
윤성이 빙긋 웃으며 김휘철을 잡아당겼다.
사실 그가 지금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이제는 더 시간을 끌 수가 없다.
바깥에서 이곳을 향해 접근하는 강한 마력 반응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건 다 둘째 치고라도 일단 저 로봇은 지금 죽이면 안 된다. 마수로서도 연구 가치가 매우 높으니까.
“놓으세요.”
김휘철이 인상을 쓰며 위협했다. 여차하면 들이받아 버리겠다는 표정이다.
윤성은 풋, 웃음을 터뜨렸다.
황동수의 초근거리 화염 폭발과 비교하면 B급 헌터의 파이어볼은 깜부기불 수준이었다.
하지만 전자조차 높은 버프를 가진 윤성에게는 하찮게 느껴지지 않았던가.
“이제 그만하세요. 솔직히 당신들이 원래 잘못했던 거잖아요. 애들도 못됐지만 당신들은 어른이라 더 나빠요.”
윤성이 말했다.
“우리가 뭘 어쨌다고요?”
“방금 다 봤잖아요?”
“아오, 진짜. 저딴 게 우리 애랑 같은 학교 다니는데 그럼 안 말려요? 그러니까 진즉에 부녀회에서 학교에 항의할 때 저 새끼를 전학 보냈어야지. 안 그렇습니까, 여러분?”
김휘철이 학부모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순식간에 다시 좌중이 웅성거렸다.
“맞아, 맞아.”
“난 언젠가 쟤가 사고 칠 줄 알았어.”
“솔직히 조이스 때 경험이 있는데. 저런 애들은 저런 애들만 모아놔야 하는 거 아냐?”
“우리가 전학 보내라고 학교측에 얘기할 때 들었으면 이런 일이 없지.”
윤성이 인상을 찌푸렸다.
“얘는 조이스가 아니에요. 애가 듣고 있는데 다들 말 좀 가려 합시다.”
“뭐라고?”
“당신이 뭔데!”
“혼자 착한 척 하지 마!”
“휘철 오빠! 걔 신경 쓰지 말고 저 로봇 없애버려!”
성재희의 말에 김휘철은 팔을 세게 휘둘렀다. 윤성의 손아귀를 뿌리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어어?”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윤성이 손에 힘을 줬다.
“으아악!”
김휘철이 팔뚝을 움켜쥐고 비명을 질렀다.
“시민 보호하는 게 헌터의 기본자세 아닙니까? 상급 헌터가 어린애 괴롭히고 소외시키는 데 앞장서다니. 조만간 협회에서 징계 처분을 받을 겁니다.”
“뭐, 뭐라고?”
윤성은 대꾸하지 않고 김휘철을 한 팔로 집어 들어 던졌다.
그는 쿵! 소릴 내며 나동그라졌다.
“오빠!”
성재희가 놀라서 그를 향해 달려가더니 겁먹은 얼굴로 윤성을 바라보았다.
<빛의 탄환 발동!>
-퍼어엉!
역시 사람들 주의를 환기하는 데는 이것만한 스킬이 없다. 윤성의 손가락에서 발사된 섬광이 막대한 빛을 뿜으며 천장에서 터졌다.
위력을 한껏 조절했지만 그래도 천장에 구멍이 뻥 뚫리고 말았다.
이건 뭐 어쩔 수 없지.
놀란 사람들이 몸을 웅크리고 조용해졌다.
“당신……. 뭐, 뭐하는 사람이야…….”
김휘철이 놀라서 중얼거렸다.
“마스크맨이라고 했잖아요.”
<빛의 탄환 발동!>
이번엔 바로 쏘지 않았다. 대신 마력을 모았다.
윤성의 손가락 끝에 거대한 빛의 구체가 생겨났고,
-콰아앙!
그걸로 천장을 뚫어버렸다.
직경 3미터 정도 되는 커다란 구멍이 만들어졌다.
압도적인 마력.
전투태세에 들어가니까 이제 확실히 알겠다.
막대한 힘을 목도한 김휘철이 와들와들 떨었다.
“마수들조차도 자기 종족은 아끼는 법입니다.”
윤성이 말했다.
“힘든 일 겪은 애를 돌봐주진 못할망정. 쯧. 깡통 로봇이 훨씬 낫네.”
윤성은 아리에게 다가갔다.
“디스트로이어라는 게 뭐지? 지금 접근하고 있는 마력 반응이 그건가?”
“유.나를. 데리.고. 가라. 여.기. 있으면. 죽는.다.”
“디스트로이어가 뭐냐고?”
“날. 제거.하기 위해. 파견.된. 파.괴.로봇. 내.가. 위치.신호를. 보.냈.다.”
아리가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빨간 불이 삑삑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늦.었다…….”
-콰직!
그때 강당 정문이 부서지며 무언가가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입구를 꽉 메우는 거대한 크기의 네 발 달린 로봇.
디스트로이어.
최소 A급 이상이다.
“꺄아아악!”
이번엔 시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강당 정문으로부터 무대 방향으로 도망쳤다. 순식간에 다시 아수라장이 되었다.
“골리앗하고 비슷하군.”
윤성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오, 오빠. 어떻게 좀 해봐…….”
성재희가 김예림을 꽉 껴안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김휘철에게 말했다. 모두가 김휘철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거대한 로봇은 자신의 상대가 아니다.
김휘철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무섭습니까?”
윤성이 물었다.
“아, 아니 저.”
-위이이이이잉!
디스트로이어의 머리에 달린 주포에서 새빨간 마력이 뭉치기 시작했다.
“꺄아악!”
“으아아…….”
약 190여 명의 사람들은 무대 한곳에 뭉쳐 펑펑 울고 있었다.
“차희, 황숙미 선생님. 이리 오세요.”
윤성이 두 사람을 불렀다. 그리고 유나를 데려왔다.
“제 몸을 꽉 붙잡아요.”
윤성은 차희와 황숙미의 허리를 양 팔로 감싸고 유나를 가운데 끼어 안은 채로,
<랜더의 전투화 발동!>
치솟았다.
빛의 탄환으로 부숴버린 천장의 구멍으로 뛰어오른 그는 건물 옥상에 안착했다.
그와 동시에 강당 안에선,
-콰아아!
디스트로이어의 머리에서 발사된 파괴 광선이 바닥에 꽂혔다. 시민들이 있는 곳으로부터 불과 5미터 떨어진 거리.
그곳에서부터 광선은 쿠구구, 하는 굉음과 함께 바닥을 불태우며 서서히 위로 올라오는 것이다.
“오, 오빠.”
성재희가 김휘철의 팔을 꽉 끌어안으며 흐느꼈다.
그 순간,
-카앙!
웬 단검 한 자루가 날아와 디스트로이어의 주포를 부숴버렸다.
-탁.
윤성은 천장에서 강당 안으로 뛰어내렸다.
“마스크맨!”
“마스크맨!”
“도와주세요!”
시민들이 애걸했다.
윤성은 그들을 차갑게 돌아보았다. 방독마스크 위로 눈빛이 보이지는 않는 게 아쉬웠다.
“당신들 구하러 온 것 아닙니다. 마수만도 못한 사람들 죽든 말든 내 알 바인가?”
“네…… 네?”
당황한 시민들.
윤성은 그들을 헤치고 들어가 부서진 아리를 집어 들었다.
“유나 장난감 챙기러 온 것뿐이야.”
“부탁입니다!”
김휘철이 윤성을 붙들었다.
“아까 했던 말들 전부 사과하겠습니다. 부탁입니다. 잘못했습니다. 저희, 저희 애만이라도 구해주십시오. 제발요!”
“자기 애는 귀한 줄 아는 모양이죠?”
윤성이 차갑게 쏘아붙였다.
“허, 헌터는……. 시민들 보호하는 거…… 잖아요…….”
김휘철이 비참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이 헌터지.”
윤성이 그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
“내 정체에 대해 알려진 게 없는데 무슨 근거로 날 헌터라 생각하는 겁니까?”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흑흑흑.”
사람들이 흐느끼며 윤성에게 애원했다.
처음부터 다 죽게 둘 생각은 없었지만, 윤성은 조금 더 시간을 끌었다.
디스트로이어가 비틀거리며 일어나고 있었다. 스프링으로 연결된 네 개의 거대한 다리를 휘두르며 위협적으로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쉬이이익!
마수가 날린 다리 하나가 김휘철 근처의 한 무리를 향해 떨어져 내렸지만,
-콱!
윤성이 한 손으로 막아 세웠다. 다른 손으로는 아리를 안고 있었다.
사실 디스트로이어가 이 위치를 공격한 이유는 아리가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모른다.
‘근데 디스트로이어 이 새끼 진짜 걸리적거리네. 이놈이 사람들을 위협하게 하면서 안 죽이게 하는 게 꽤 어렵다.’
좀 얌전히 있으라고.
-쾅!
윤성은 디스트로이어를 걷어차서 강당 입구로 날려 버렸다. 디스트로이어는 그곳에서 다시 일어나려고 꿈틀거렸다.
“김휘철 씨, 당신에 대한 징계는 협회가 알아서 할 겁니다. 제가 압력을 넣을 거니까요. 그건 변하지 않아요. 하지만 사과를 잘 하면 다들 목숨을 부지할 수도 있죠.”
“죄, 죄송합니다.”
“사과 대상이 틀린 거 아니에요?”
윤성이 천장 위를 가리켰다.
“그리고 김휘철 씨만이 아니라 여기 미안해할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
“유, 유나야.”
김휘철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다. 정말.”
“그게 아니죠. 더 성의를 보이셔야지.”
-털썩.
김휘철은 무릎을 꿇었다.
“미안하다!”
“사실 난 이런 건 별로 안 좋아해요. 진심 하나도 없고 억지로 공포에 질려서 사과하는 거.”
윤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김휘철의 뒤를 이어서 몇몇 어른들과 많은 아이들이 위를 향해서 미안하다, 용서해달라, 잘못했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울부짖었다.
“유나야!”
윤성이 천장을 향해 소리쳤다.
유나가 고개를 뺴꼼 내밀었다.
“아리는 무사해. 삼촌은 아리를 너한테 데려다줄 수 있어.”
윤성이 말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어떡할까? 여기 널 괴롭혔던 친구들이 있다. 어떻게 하고 싶니?”
“구, 구해주세요…….”
유나가 말했다.
죽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아마 차희가 시켰을 거다.
윤성은 어깨를 으쓱했다.
“착하게 살아요. 다들 좀.”
<빛의 탄환 발동!>
윤성의 손가락에서 발사된 섬광이 디스트로이어의 머리를 부숴버렸다.
디스트로이어는 피직피직 소리를 내며 머리에서 기름을 콸콸 쏟더니 바닥에 쓰러져서 움직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