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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73화 (73/260)

# 73

레벨업 속도는 9.8m/s^2 073화

마치 줄기 끝을 잡고 땅속에 뿌리박힌 식물을 뽑는 것처럼, 윤성의 몸뚱이는 마케로케라스의 다리를 붙들고 치솟았다.

“캬악!”

눈앞을 지나치는 조그만 인간을 발견하자 마케로케라스의 주의가 끌렸다.

이 거대한 마수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 자신의 분노를 풀 적을 찾고 있었다.

“키야아악!”

마케로케라스가 윤성을 잡아당기기 위해 다섯 개의 다리를 더 날렸다.

-꽈악!

윤성의 몸에 매달린 수많은 빨판들. 랜더의 코트는 멀쩡하지만 그 안의 전투복은 이미 걸레짝이 됐다.

하지만 랜더의 전투화의 점프 속도는 줄지 않았다.

분명 마케로케라스는 어마어마한 힘으로 잡아당기는 중일 테지만.

-촤아악!

마케로케라스의 몸뚱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오징어의 표정을 읽을 수는 없지만 당황한 것이 느껴진다.

여기서 놓칠 수 없지.

-꽉!

이번엔 윤성이 양손으로 마케로케라스의 다리를 붙잡았다. 마치 줄다리기를 하는 것처럼.

동시에,

<광폭한 물결 발동!>

마케로케라스의 몸뚱이 아래에서부터 강력한 물결이 치솟기 시작했다.

파리츠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거의 대부분의 재포니카를 처치했다.

“마스크맨은 아직입니까?”

“아직. 하지만 바다가 이상하다.”

아리즈가 말했다.

“바다가 이상하다고요?”

“아까부터 수면이 계속 요동치던…….”

아리즈의 말이 멈추었다. 대신 입이 쩍 벌어졌다.

그 옆에 있던 파리츠도 비슷한 표정이 되었다.

-털썩.

아이샤가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어지간한 빌딩 크기. 그야말로 막대한 덩치의 재포니카가 수면에서 튀어나왔다. 물보라가 마치 해일처럼 해변을 쓸었다.

“마케로케라스!”

“대체 어떻게…….”

마케로케라스에 비해 윤성은 크기가 너무 작았기 때문에 거의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지상에서 올려다본 헌터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거인이 마케로케라스의 다리 다섯 개를 움켜쥐고 수면 위로 뽑아 올린 모양새였다.

“아, 아.”

아리즈가 무릎을 꿇었다.

“알라흐 아크바르.”

그러자 파리츠도 재빨리 바닥에 엎드렸다. 히샴, 아이샤도 마찬가지다.

“알라흐 아크바르.”

절을 올리는 S급 헌터들의 눈앞으로,

-쿠웅!

윤성이 내려왔다. 거대한 마수가 그 뒤에 떨어져 내리는 중이다.

“뭣들 해요!”

윤성이 소리쳤다.

“이 새끼를 끝장내야 해!”

“마스크맨!”

파리츠가 질겁하며 일어났다.

아리즈가 갑자기 엎드려 절을 하길래 진짜로 알라인 줄 알았다.

마스크맨은 작아서 보이지도 않았고. 알라가 하늘에서 저 괴물을 붙잡아 끌어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 헌터가 했단 말인가?

“당신은…… 정체가…….”

“수다는 나중에!”

윤성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육지에 추락한 마크로케라스가 망신창이가 된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거대한 열 개의 다리가 꾸물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쾅! 쾅! 콰쾅!

순식간에 사방이 박살났다. 다리 하나가 휘둘러질 때마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들썩거린다.

“이걸 어떻게…….”

“저놈도 이미 수명이 다했어요! 이게 마지막입니다!”

윤성이 마케로케라스를 향해 맹렬하게 돌진했다.

“크악!”

마케로케라스가 다리를 웅크려 윤성의 접근을 막으려 했다.

그것은 S급 헌터들에게 또 하나의 충격이었다.

“저 괴물이 공포에 질렸다.”

아리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케로케라스는 윤성을 막으려고 다리를 휘둘렀지만, 육지 위에서는 윤성의 움직임이 훨씬 더 빠르다.

윤성은 마케로케라스의 다리 사이를 폴짝폴짝 뛰어 공격을 피하면서 괴수의 몸통을 향해 달려들었다.

겁을 먹은 마케로케라스가 윤성을 피해 뒷걸음질을 쳤다. 바다로 돌아가기 위해 꿈틀대고 있었다.

하지만 윤성은 이미 마케로케라스의 머리 위. 맨들맨들한 세모꼴의 뒤통수를 윤성이 힘껏 내리찍었다.

종단 속도의 단검에 4,000점의 힘을 가해서.

-콰앙!

윤성의 칼은 마케로케라스의 머리를 약간 파고 들었지만 괴수는 아직 쓰러지지 않았다.

-찌익, 찍!

윤성은 머리 위를 붙잡은 채로 칼로 피부와 근육을 북북 찢어냈다.

“캬아악!”

마케로케라스가 고통스러운 듯 다리를 휘둘러 윤성을 쳐내려고 했지만 워낙에 작은 윤성의 몸을 제압하기는 어려웠다. 맞출 법 하면 윤성이 빠르게 회피했기 때문.

폐호흡을 하지 못하는 마수는 육지에서 점점 숨이 찬다.

윤성은 이미 마케로케라스의 머리에 1m 이상의 깊은 상처를 냈다.

-푸욱!

그 안 깊숙이 팔을 쑤셔 박은 윤성.

“이걸로 끝내자.”

<라이트닝 발동!>

강력한 번개가 마케로케라스의 몸속을 태우며 지나갔다. 터진 먹물주머니에서 흘러나온 맹독의 액체들에, 이제는 고압 전류가 함께 흘렀다.

“큭. 크르륵.”

마케로케라스의 입에서 거품이 부글부글 올라왔다.

-쿠우웅!

괴수의 머리가 옆으로 넘어갔다.

윤성은 재빨리 추락하는 몸에서 뛰어내렸다.

열 개의 거대한 다리들이 아직도 꿈틀대지만 더 이상 의지도 힘도 없었다.

“처치했……어…….”

파리츠가 중얼거렸다.

-털썩.

아리즈가 다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더 이상 상대가 알라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 경이로운 힘.

“당신은 예언자입니까?”

마스크를 쓴 정체불명의 남자.

알라가 아니라면 알라의 계시를 받고 이 땅의 모든 백성을 이끌기 위해서 나타났을 것이다.

아담, 아브라함, 이스마일, 야곱, 모세. 또는 예수나, 무함마드.

수많은 예언자들이 있었고 무함마드 이후에는 없으리라는 것이 정론이었으나, 이 남자는 예언자가 아니라면 설명할 길이 없다.

“알라흐 아크바르.”

파리츠가 기도했다.

윤성은 말없이 다가와 욱신거리는 왼팔을 아이샤에게 내밀었다.

“부러졌는데 치료 좀 해주세요.”

아이샤는 윤성의 팔에 힐링 스킬을 써서 감쪽같이 고쳤다.

-쿠구구구구!

하늘에서 끔찍한 굉음이 들렸다.

“게이트로 가야 합니다.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야 해요.”

파리츠가 말했다.

“가야죠. 하지만 그 전에 전리품 좀 챙기고.”

윤성이 마케로케라스를 가리켰다.

“어떻게 나눌까요?”

“전부 가지십시오.”

파리츠가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헌터들도 불만이 없어 보였다.

사실 보스를 혼자 잡은 셈이었는데 모두 윤성이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직업 윤리적으로도 문제없었다.

“그럼 재포니카 사체들은 당신들이 가져요.”

윤성은 마케로케라스의 사체 쪽으로 이동했다.

우선 부리부터.

윤성은 마케로케라스의 주둥이를 뜯어냈다. 연체동물 오징어의 몸에서 가장 단단한 부분이 부리다. 마케로케라스의 신체 부위인 만큼 그 강도는 어떤 광물보다도 강하고 담긴 마력도 수많은 S급 아이템에 견줄만하다.

강력한 헌터 물품을 만드는 데 좋은 재료가 될 수 있을 터.

이제 마정석을 찾아볼까.

이런 괴수 타입의 마수는 심장이나 뇌에 마정석이 들어 있는 법.

‘좀 역겹군.’

끔찍한 기분을 느끼면서 윤성은 단검으로 마케로케라스의 사체를 북북 찢어 해체하기 시작했다. 옛날 선원들은 고래를 잡으면 이렇게 고래 사체 안에 들어가서 해체 작업을 했다던데.

이 괴수가 너무 크니까 어디가 어딘지도 잘 모르겠군.

체강 곳곳에 먹물이 흩뿌려져 치익, 하고 타는 소리를 냈다.

피부에 안 닿게 조심해야겠군. 보급형 전투복 따위는 닿자마자 녹아버릴 테니.

“엥?”

마케로케라스의 몸속을 한참 파헤치던 윤성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먹물주머니.

이미 터져서 마케로케라스의 몸속에 분출해버렸지만 주머니 안에는 아직도 독이 남았다.

윤성은 주머니를 칼로 베어낸 다음 끝을 묶었다. 그러자 작은 배구공만한 크기의 탱탱한 주머니가 되었다.

“인벤토리.”

윤성은 인벤토리를 열어 마케로케라스의 먹물주머니를 넣었다. 언젠가 요긴하게 쓸 일이 있겠지.

3분 정도 더 사체의 내부를 파헤친 끝에 윤성은 심장 인근에서 마정석을 발견했다.

아니, 이걸 마정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지 사실 잘 모르겠군.

보통 마정석이라는 게 커봤자 손바닥만한 것 아닌가?

길쭉한 게 소화전 같은 사이즈다.

과연 이걸 가격 측정하는 게 가능할지조차 의심스럽군.

“일단은 인벤토리에 넣자.”

윤성은 마정석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다음 마케로케라스의 사체에서 빠져나왔다.

헌터들은 저마다 재포니카의 사체들에서 전리품을 수집한 후 한데 모여 있었다.

“아이샤. 수중호흡.”

파리츠가 말했다.

아이샤는 손을 들어 집중하더니,

“아, 안돼요…….”

갑자기 얼굴이 파래졌다.

“뭐라고?”

“아까 라이트를 쓸 때 너무 많은 마력을 소모했어요. 전 보스가 이렇게 빨리 잡힐 줄 몰랐다고요. 회복할 시간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아무튼 지금은 수중호흡을 걸 수가 없어요. 특히 다섯 명이나 거는 건…….”

“이런.”

히샴이 탄식했다.

“그럼 어떡하지?”

윤성이 한숨을 쉬었다.

게이트가 닫힐 때까지 그리 긴 시간이 남지 않았는데.

“이렇게 해보죠.”

윤성이 바닷가를 향해 걸어갔다.

S급 이상의 스킬, 광폭한 물결.

그 강력한 힘으로 재포니카들과 마케로케라스를 제압할 수 있었지만, 솔직히 현재 윤성의 체급에는 너무 고급 스킬이었다.

아직 <광폭한 물결>의 진가는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스킬에 대한 이해도와 컨트롤 능력이 떨어진 탓.

고작 해류에 한쪽 방향으로 강력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광폭한 물결과 재포니카 십수 마리가 만들어낸 해류가 충돌했던 걸 생각해 보자.

물의 움직임을 여러 방향으로 한꺼번에 다룰 수 있다면 해류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 단순히 물을 난폭하게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모든 방향으로 다스리는 것.

예를 들어 게이트를 향해 직선로를 두고 좌우 방향으로 광폭한 물결을 써서 물을 밀어내는 것.

<광폭한 물결 발동!>

<광폭한 물결 발동!>

아이샤의 눈이 커졌다.

바닷물이 양쪽으로 나누어지고 있었다.

홍해를 갈랐던 모세와 똑같은 기적.

“정말로 예언자다.”

아리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갑시다.”

윤성이 앞장서서 섬 아래로 걸어 내려갔다.

사방으로 갈라진 바다는 곧바로 돌아와야 정상이지만 윤성은 양쪽으로 발동한 광폭한 물결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꾸준히 물을 밀어내면 바닷물이 되돌아올 일이 없다.

저 끝에는 게이트가 무시무시한 마력을 뿜으며 소실하는 중이다.

윤성은 헌터 넷을 이끌고 게이트를 통과했다.

“와아아아!”

게이트 밖으로 나오자마자 엄청난 함성이 사방을 에워쌌다.

폭발하는 카메라 플래시.

에어포스 헌터 학교에서보다 훨씬 더 큰 반응이다.

“어떻게 된 겁니까? 던전이 클리어되었나요?”

“부상자는 없습니까?”

“마스크맨! 여기 좀 봐주세요!”

“한 말씀 해주십쇼! 파리츠! 마스크맨!”

아랍 기자들이 빽빽 소리를 질러댔고 돌연 파리츠가 소리쳤다.

“kun hadyaan!”

기자들이 약간 조용해졌다.

파리츠는 차분하게 상황에 대해서 리포트했다.

“우리는 한 명의 희생도 없이 무사히 S급 던전을 공략했습니다. 더 이상 홍해를 위협하는 강력한 마수는 없습니다.”

기자들이 박수를 터뜨렸다.

파리츠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윤성을 쳐다보았다.

“여기 계신 내 친구, 마스크맨이 단독으로 보스를 처치했습니다. 아랍의 바다에 평화를 가져다주신 예언자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마스크맨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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