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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71화 (71/260)

# 71

레벨업 속도는 9.8m/s^2 071화

“꺄아아!”

헌터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억세게 붙들었지만,

-팅!

히샴의 창이 빠졌다.

“아아!”

히샴과 그의 어깨에 매달린 아이샤가 휩쓸려버렸다.

“×발.”

책임감을 느낀 윤성이 바위를 박차고 튀어 올랐다. 그는 곧바로 해류에 쓸려 들어갔다.

“마스크!”

놀란 파리츠가 소리를 질렀다.

“아리즈랑 같이 잘 붙어 있어요!”

윤성이 외쳤다.

-쿠구구구!

해류는 끝에서 충돌하는 중이다. 저쪽도 S급 마수들이 만든 스트림이다. 재포니카 십수 마리가 만들어낸 물결의 위력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윤성이 쏘아 보낸 해류 역시 그에 맞먹을 만하다.

설마?

물의 스트림이 끝으로 갈수록 약간씩 치솟는 느낌인데.

“설마 아니겠지? 안 돼!”

-쿠와앙!

엄청난 압력과 함께 윤성의 몸이 수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앞에는 거대한 그림자들이 잔뜩 있다. 재포니카인가?

-쭈으읍!

날아든 재포니카의 촉수.

진짜 재포니카잖아?

“쳇.”

<빛의 탄환 발동!>

윤성은 섬광을 쏘아서 재포니카의 다리 하나를 쳐냈다.

이제 보니까 재포니카들도 물결에 휩쓸려서 함께 치솟는 중이다.

잠깐만, 이거 어쩌면 대박 날지도 모르겠는데?

‘난 몸이 가벼우니까 재포니카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이 치솟겠지. 히샴과 아이샤도.’

수면 위 꼭대기까지 올라갔을 때 승부를 본다. 공중에서라면 라이트닝을 써도 번개가 그리 많이 번지지 않을 테고. 헌터들이 다칠 위험도 적다.

‘물 타입이 전기 타입에 약한 것은 먼 옛날 만화영화에서부터 증명된 사실이잖아?’

다윤이 이런 얘길 들으면 멍청한 소릴 한다고 화를 낼지도 모르지만.

될지 안 될지는 일단 저질러 봐야 아는 거지.

-촤아악!

윤성의 몸이 수면을 뚫고 솟아올랐다. 고개를 들어보니 위쪽에 히샴과 아이샤가 있다.

윤성은 아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라이트닝 발동!>

-파직, 파직!

4,000점짜리 지능에서 나오는 새파란 번개가 그의 오른손에 모여들었다.

곧이어,

-첨벙! 첨벙!

-촤아악!

튀어 오르는 재포니카들.

아직이다. 아직. 더 많은 수가 올라올 때까지.

셋, 다섯, 여섯.

지금!

-파지직!

강력한 번개가 재포니카들의 몸을 꿰뚫고 수면을 향해 수직으로 꽂혔다.

뜨거운 전류가 바다 속으로 퍼져나갔지만 재포니카들의 몸을 모두 뚫은 후 잔류가 번졌을 뿐이다.

아리즈와 파리츠는 꽤 멀리 있었으니 다치진 않았겠지.

하지만 재포니카들은?

“성공이다!”

새까맣게 타버렸다.

뒤에 있는 놈들은 비교적 멀쩡해 보이지만.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이제 아닐 거다.

윤성의 양손에서 연달아 마법 섬광이 분출했다.

-투두두두!

수면에 꽂히는 빛줄기 때문에 물이 연달아 치솟아 올랐다. 첨벙첨벙 소리와 함께 새빨간 핏물이 바다 위에 번지고 있었다.

이제 윤성의 몸은 수면을 향해 추락하고 있다.

재포니카들은 모두 물속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젠 다시 수중전.

윤성은 이를 꽉 깨물고 물속으로 다이빙했다.

“캬아아악!”

수면 아래에 거대한 재포니카 두 마리가 윤성을 향해 촉수들을 날렸다.

-싸악!

일단 단검으로 촉수 하나를 잘라냈다.

빛의 탄환을 더 쏴야 하는데.

양손을 들어 올린 윤성의 표정이 굳었다.

벌써 촉수 일곱 개가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윽!”

엄청난 압력이 허리와 가슴, 골반에 전해졌다.

뼈가 전부 으스러질 것 같다!

“아아악!”

윤성은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을 치면서 단검으로 다리들을 찔러댔지만 소용없다.

하지만,

<아이스 스피어 발동!>

어느새 이쪽으로 헤엄쳐 다가온 파리츠가 스킬을 발동했다. 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윤성을 뒤따라 내려온 히샴이 도끼창을 휘둘러 윤성을 묶은 다리들을 후려치고 있었다.

<부력 발동!>

아이샤가 보조 스킬 하나를 걸었다. 윤성은 공기 튜브를 하나 낀 듯한 기분이 되었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부력이 윤성의 허리로부터 재포니카들의 다리를 조금씩 밀어냈다.

“좋아. 고마워요!”

윤성의 양손이 다시 권총 모양이 되었다.

<빛의 탄환 발동!>

두 손을 한데 모아서 발사한 섬광이 재포니카 한 마리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나머지 하나는 아이스 스피어와 도끼창을 맞고 쓰러지는 중이다.

“휴우.”

“상당히 힘들군요.”

파리츠가 말했다.

헌터들은 전투의 승리를 만끽하고 있었다.

S급 마수들 수십을 상대로 이겼다!

그 누구도 큰 부상을 입지 않고.

“전부 당신 덕입니다. 고맙습니다.”

히샴이 윤성에게 인사했다.

하지만 윤성의 표정은 심상치 않았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네?”

윤성의 코와 귀, 그리고 기감에는 느껴진다.

좀 전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치명적인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

“피해요! 전부!”

윤성의 심각한 목소리에 위기감이 빠르게 전달되었다.

보조 계열로 가장 기감이 높은 아이샤가 윤성 다음으로 적을 눈치챘다. 털이 곤두서는 기분.

방금 전투로 쓰러뜨린 재포니카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강력한 마력이다.

이게 정말 마수인가?

적이 다가옴에 따라 히샴은 살짝 오줌을 지렸다.

“정신 차려!”

아리즈가 소리쳤다.

“일단 뒤로 피한다!”

“늦었다.”

윤성이 이를 악물며 빛의 탄환을 양손에 장착했다.

검푸른 바닷물을 헤치며 반대편 끝에서 거대한 잠수함 같은 것이 돌진하고 있었다.

건물 기둥 같은 다리 열 개가 꿈틀대는 광경은 그로테스크하다.

재포니카 던전의 보스.

“마케로케라스.”

누군가가 탄식하듯 말했다.

“아, 알라여…….”

파리츠가 중얼거렸다.

저걸 레이드하겠다니. 처음부터 잘못된 계획을 짰다.

여우 따위가 다섯 모인다고 어떻게 사자를 잡겠는가.

이것은 세기말의 대재앙이다.

“내 삶의 마지막 심판이 이것인가?”

헌터들은 벌써 전의를 모두 상실했다.

얼어붙은 그들의 경직을 깨뜨린 것은,

<빛의 탄환 발동!>

윤성의 손가락에서 발사된 섬광이었다.

-피잉!

윤성이 여태까지 쏘아댄 빛의 탄환을 통틀어 가장 거대한 직경을 가진 강력한 일격이었으나,

“우우우우!”

마케로케라스가 기이한 괴성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윤성의 빛의 탄환은 머리에 적중했지만 피가 조금 흐를 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지는 못한 듯 보였다. 같은 데미지를 수없이 누적시키지 않는 이상 저놈을 쓰러뜨리긴 어렵다.

문제는 물속에서 우리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다는 것.

윤성이 소리 질렀다.

“전부 퇴각! 피해요!”

하지만 어디로 간단 말인가?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파리츠가 윤성을 쳐다보자,

“저쪽에 육지가 있습니다!”

윤성이 5시 방향을 가리켰다. 아까 해류의 충돌 때문에 하늘로 치솟았을 때 보았던 것이다.

섬이 하나 있었다.

그곳으로 올라가서 우선 공격을 피하고 다음 계획을 짠다.

“크아앙!”

마케로케라스의 다리 하나가 채찍처럼 날아들었다.

파리츠는 일순간 바다가 절반으로 쪼개지는 듯한 환상을 보았다.

-쿠구구구구구!

해수를 가르며 날아든 다리는 윤성과 아이샤 사이로 날아와 바닥을 후려갈겼다. 물의 부력 때문에 그 위력이 줄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지 않아도 어마어마한 공격력이다.

해저의 지면이 쩍 갈라졌다.

부글부글 치솟는 열수.

-삐이잉!

마케로케라스의 입에서 하얀 빛이 번쩍였다.

“안 돼!”

윤성은 아이샤를 발로 차서 밀쳤다.

그녀가 떨어져나간 자리에 정확히 강력한 물의 파동이 날아들었다.

-쿠웅!

아이샤 뒤의 바위들이 아작났다.

이건 완전 빛의 탄환의 물총 버전이군.

하지만 마케로케라스의 공격 속도는 윤성 이상으로 빠르다.

-삐이이이!

다시 한번 마케로케라스의 입에 마력이 쏠렸다. 하얀 구체는 너무나 밀도가 높은 마력 그 자체다.

그것이 발사되면서 생기는 물의 파장.

-퍼어엉!

이번엔 마치 산탄총처럼 사방에 뿌렸다.

“크악!”

“끄윽!”

“꺄악!

헌터들이 저마다 몸 여기저기를 움켜쥐고 고통스러워했다. 히샴처럼 강력한 힘을 가진 탱커의 장갑조차 단발에 뚫렸다.

히샴은 피가 쏟아지는 왼팔을 움켜쥐고 공포에 질려 떨었다.

아이샤 쪽은 상황이 더 나쁘다. 그녀의 몸이 축 늘어진 것이다.

탄환이 관자놀이를 스치면서 전해진 충격 때문에 기절했다.

“어쩔 수 없군.”

윤성은 아이샤의 옆구리를 끌어안은 다음,

“여기 붙어!”

헌터들을 불러 모았다. 다행히 바로 근처에 있었던 S급 헌터들은 재빨리 윤성과 아이샤의 사지를 붙들었다.

부디 이게 멍청한 수가 아니길.

윤성은 단검을 집어 들었다.

<단검 투척 타깃.>

대상은 5시 방향의 수면에 떠오르는 재포니카의 사체.

단검은 정적인 사물을 타깃으로 할 때는 기본 속력을 반드시 유지한다. 그걸 뛰어넘는 마찰에 부딪히지 않는 한.

그리고 구름 같은 걸 표적 삼는 건 불가능하지만 저 시체를 목표로 설정할 수는 있다.

“날아가!”

윤성은 단검을 손가락에서 살짝 튕겼다. 단검의 유도 능력을 이용해서 이 자리를 피할 계획이다.

단검에 115㎧의 속력이 실리는 순간,

-촤악!

재빨리 손잡이 끝을 낚아챘다. 하지만,

“안 되잖아?”

단검이 움직이지 않았다.

종단 속도의 단검의 기본 속력은 그것을 일시적으로 0으로 만들어버릴 마찰을 만나지 않는 이상 기본값으로 유지된다.

헌터 다섯 명이 너무 무거운 거다!

“앗!”

윤성의 머릿속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랜더의 코트 발동!>

체중이 1킬로그램으로 초기화되었다.

그와 동시에.

-파아앙!

엄청난 속력으로 다섯 헌터의 몸이 끌려가기 시작했다. 놀란 헌터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다행히 헌터 다섯 명을 이끌기에는 충분한 모양이군.

-삐이잉!

뒤에서는 다시 마케로케라스가 물의 파동을 발사하는 중이지만 윤성 무리가 더 빠르다.

몸에 걸리는 수압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수면이 가까워진 탓.

윤성 팀은 이미 재포니카의 사체 앞까지 왔다.

-콱!

윤성은 재포니카의 사체에 꽂힌 단검을 쥐고 몸을 돌렸다. 그에게 매달린 헌터 셋과 옆구리에 낀 아이샤까지 함께 움직였다.

재포니카의 바로 위로 굴러가듯 올라가면서,

-퍼엉!

마케로케라스의 공격은 재포니카의 사체에 박혔다.

동시에,

“푸아악!”

파리츠가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었다. 바로 앞에 해변이 있었다.

“육지로!”

윤성이 소리 질렀다. 헌터들은 빠르게 헤엄쳐 해변으로 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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