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속도는 9.8ms^2-70화 (70/260)

# 70

레벨업 속도는 9.8m/s^2 070화

윤성이 대답했다.

“네?”

“근접전도 마법도 모두 자신 있습니다.”

사실이었다. 여기 있는 S급 중 그 누구와 어떤 포지션으로 겨루어도 이길 자신이 있다. 윤성은 30일 동안 S급을 넘어서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럼 원래 알리야 포지션이었던 근거리 전투를 맡아주십시오.”

파리츠가 말했다.

“재포니카에 대해서는 좀 아십니까?”

“모릅니다.”

“그놈들은 상당히 거대하고 힘이 좋습니다. 다리가 총 10개예요. 그중 두 개 이상에게 몸이 휘감긴다면 끝장이라 생각해야 해요. 그 완력을 견뎌낼 수가 없거든요.”

파리츠는 히샴을 가리켰다. 덩치가 크고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인상 좋은 남자였다.

“우리의 탱커입니다. 히샴이 전면에서 재포니카의 빨판 공격들을 쳐내고 어그로를 모을 겁니다. 그 뒤에서 강력한 공격기들을 퍼부어 재포니카를 잡아야 합니다.”

“마스크맨의 가장 좋은 공격기는 뭡니까?”

히샴이 물었다.

“가장 좋은 건 모르겠고 자주 쓰는 스킬은 있습니다.”

“한 번 써보세요.”

“어디다가 쓸까요?”

윤성이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저한테 쓰십쇼. 그래야 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진단할 수 있으니까.”

히샴이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다 죽을 수도 있습니다. 어디다 쓸까요?”

“하하하! 제 방어력은 중동 최고입니다.”

히샴이 호탕하게 가슴을 탕탕 쳤다.

“당신 공격에 뚫린다면 우리 레이드는 이미 실패한 거라고 봐야죠.”

“흠.”

<빛의 탄환 발동!>

발사는 하지 않았다. 마력만 모았다.

윤성의 손가락 끝에 농구공 같은 크기의 마력 집합 구체가 생성되었다. 그 밀도와 질량이 어마어마하다.

언뜻 느끼면 레이저 같은 게 아니라 폭탄처럼 보인다.

“그, 근거리 공격입니까?”

가까이 가야 한다는 리스크가 있는 만큼 보통 근거리 스킬들이 위력이 더 강한 편이다.

윤성은 고개를 저었다.

“발사형 스킬입니다. 어디다 쏠까요?”

“안 쏘셔도 됩니다…….”

히샴이 침을 꼴깍 삼키며 말했다.

진짜 죽을 뻔했잖아?

“혹시 근접기도 있어요?”

아이샤가 물었다. 그녀는 니캅을 쓰고 있어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를 봤을 땐 젊어 보였다.

“스킬은 없고 그냥 단검 격투를 좀 할 줄 압니다. 던지는 것도 잘 하고요.”

단검 투척의 정교함으로만 따지면 그 어떤 스킬보다 우수하게 투검할 수 있지.

“혹시 능력치 스펙을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파리츠의 물음에 윤성은,

“자가진단.”

상태창을 열었다.

<강윤성>

<칭호 : 없음>

<힘 : 421(+4,338.4), 순발력 : 421(+4,338.4), 감각 능력 : 421(+4,338.4), 지능 : 421(+4,338.4)>

<버프 : 랜딩 2,675,073초>

<디버프 : 없음>

<분배 가능한 능력치 : 0>

<스킬 : 광폭한 물결(사용 가능, 2,675,073초), 빛의 탄환(사용 가능), 라이트닝(사용 가능), 통역(사용 가능)>

지난날의 성장이 눈부시다.

꾸준히 일일 랜딩을 하면서 레벨업을 통해 얻은 포인트를 전부 골고루 나누어 찍었다. 부족한 능력치에 더 많이 투자하는 식으로.

4천 점짜리 버프 옆에 있으니까 초라해 보이지만 이젠 능력치 전반이 모두 A급 헌터 수준이 되었다.

재포니카 던전을 클리어하면 또 한 번 더 일대 성장을 하겠지.

“4천 점 정도 됩니다.”

윤성이 약간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 값만으로도 헌터들은 충격에 빠졌다. SS급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S급 중에서는 손꼽힐 정도로 강하다.

“알겠습니다. 원하는 포지션에서 전투하십시오.”

파리츠가 말했다.

“미리 알려드리는 건데, 던전 게이트 앞에 도착하면 아이샤가 수중 호흡 마법과 수중 발성 마법을 걸어줄 겁니다. 우리가 들어갈 던전은 물속에 있으니까요.”

파리츠가 설명하자 아이샤가 양손을 들어 흔들었다.

“던전 내부도 물속인가요?”

“아마 그럴 겁니다.”

윤성의 물음에 파리츠가 대답했다.

“타입 때문에 혹시나 했는데 진짜였군. 그럼 화염 계열 마법은 쓸모가 없겠군요. 근접전도 상당히 어렵겠는데. 스텝을 밟기 어려우니까.”

“다행히 화염 계열 마법을 쓰는 헌터는 없습니다. 그리고 히샴과 아리즈는 오래전부터 수중 전투를 연습했고요.”

“좋아요. 가죠!”

주의사항은 모두 들었다.

다섯 명의 헌터는 기자들의 환호와 시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이동했다.

차를 타고 14km 정도 남쪽으로 이동했다.

목적지는 Al Nayzak. 홍해와 인접한 해변 바위에 생긴 거대한 구멍에 물이 차서 생긴 천연의 소형 호수다.

Nayzak은 고대 아랍어로 유성이라는 뜻.

거대한 유성이 해당 지역을 때려서 생긴 구멍이라고 옛날 사람들이 믿으면서 생긴 이름이다.

“유명한 관광지 바로 앞에 게이트가 생겼습니다.”

썩 과묵하던 이라크의 헌터 아리즈가 말했다.

“하지만 오늘은 끝을 볼 겁니다.”

“가시죠.”

던전 입구에 도착해 물속에 들어가기 전,

“아이샤, 부탁합니다.”

파리츠의 요청에 아이샤가 스킬을 사용했다.

<수중호흡 발동!>

<수중 발성 발동!>

윤성은 아가미가 생긴 듯한 기분이 되었다. 그리고 혀끝이 까끌까끌하다.

“들어갑시다.”

히샴이 앞장섰다. 다섯 헌터는 차례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게이트는 약 200미터 아래에 있다.

바닥까지 내려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움찔.

윤성의 예민한 귀가 꿈틀거렸다.

멀리 떨어진 게이트의 마력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것은,

“재포니카!”

윤성의 입에서 보글보글 거품이 나왔다.

본래 대로라면 물이 입안에 들어가서 발음을 제대로 할 수 없었겠지만 윤성은 수중 호흡 스킬이 걸려 있는 상태.

식염수가 꽉 차있는 듯한 느낌 속에서 윤성은 똑바로 발성을 할 수 있었다.

소리는 공기 중에서보다 물속에서 훨씬 빠르다.

“재포니카!”

윤성이 재차 외쳤다.

이미 헌터들은 윤성의 목소리를 들었고 전투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오징어가 크고 검은, 동그란 눈동자로 이쪽을 넘겨다보았다.

-촤아악!

갑자기 뿜어진 먹물.

“독이다!”

“아이샤!”

히샴과 파리츠가 동시에 소리쳤다.

<안티 디지즈 발동!>

모든 종류의 독과 질병에 대해 저항하는 스킬.

아이샤의 방어 마법이 일행을 모두 감쌌다.

히샴은 발을 저어 빠르게 재포니카를 향해 다가갔다. 그가 거대한 도끼창을 내뻗었다.

<이성 찌르기 발동!>

S급 헌터의 창술은 물속에서도 전혀 위력이 줄지 않았다. 엄청난 속도의 찌르기 두 번이 재포니카의 몸통에 상처를 냈다.

하지만,

-쭈악!

재포니카의 다리 두 개가 히샴의 몸을 휘감았다.

“크억!”

히샴은 몸에 힘을 불어넣으며 버텨냈다.

“늦으면 안 돼!”

파리츠가 소리를 질렀다.

그가 쏜 스킬 아이스 스피어가,

-콰악!

재포니카의 머리에 박혔다. 하지만 세 번째 다리가 벌써 히샴을 감싸버렸다.

-팡!

어느새 다가온 아리즈가 기다란 쿠크리로 재포니카의 다리 하나를 잘라냈다.

‘대단하다.’

뒤에서 그들의 전투를 지켜본 윤성은 감탄했다.

전투력 자체가 엄청나게 뛰어나다기보다 호흡이 정확하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 싸움을 준비해온 것처럼.

‘이런 싸움에 폐 끼칠 순 없지.’

윤성의 손가락 끝에 어마어마한 빛의 탄환 구체가 모여들었다. 등 뒤의 마력을 눈치챈 파리츠는 재빨리 몸을 움직여 윤성에게 각도를 만들어주었다.

그가 다시 한 발의 아이스 스피어를 발사했다.

-치익!

아이스 스피어는 정확히 히샴을 묶은 재포니카의 남은 다리 중 하나를 쳐냈고,

-쫘악!

아리즈가 마지막 하나를 끊어냈다.

“비켜!”

파리츠의 고함 소리.

아리즈는 재빨리 히샴의 팔을 쥐고 옆으로 헤엄쳤다. 정확히 직선 루트로.

윤성의 손가락이 재포니카의 머리를 겨냥했다.

-콰아앙!

4,000점의 지능.

이곳의 S급 헌터들도 모두 주력 능력치가 1,000점을 넘은 초인들이다. 파리츠는 그 실력을 볼 때 지능이 아마 1,500은 될 테고, 히샴의 힘은 2,000에 육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4,000점의 지능.

그리고 빛의 탄환이라는 고효율의 스킬.

번쩍이는 한 줄기의 섬광이 재포니카의 머리에 구멍을 뚫었다.

-쿠르르르.

뻥 뚫린 틈으로 붉은 피가 번져 흘렀다.

“마스크맨의 공격력이 엄청 좋으니 저걸 주력기로 합시다.”

파리츠가 말했다.

“히샴이 1선에서 어그로를 끌고 아리즈는 그걸 보조하세요. 저는 2선에서 상황을 조율하며 지원하겠습니다. 아이샤는 마스크맨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세요.”

다섯 헌터는 차례로 게이트에 입장했다.

게이트를 통해서 이동한 지역은 깊은 해저.

엄청나게 무거운 수압이 머리 위를 누르는 느낌이다. 하지만 충분히 버텨낼 수는 있었다. 가장 몸이 약한 아이샤도 군말 없는 것을 보니 괜찮아 보인다.

아래쪽에서 뜨거운 물이 올라오고 있었다.

해저열수광상.

지하 해수가 마그마에 의해 가열된 금속과 함께 해저에 분출하는 것이다.

꼭 온천 같군.

“데지 않도록 조심해.”

파리츠가 말했다.

열수에 대한 관심이 채 식기도 전에,

-쿠우우우!

이번엔 갑자기 우측에서 강력한 해류가 몰려왔다.

몸이 쓸려갈 듯한 느낌.

헌터들은 모두 해류의 강도와 방향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버텨!”

파리츠가 소리쳤다.

-콰앙!

히샴은 해저면의 암석들에 도끼창을 찔러서 몸을 고정했다. 아이샤가 그의 팔을 붙잡고 매달렸다.

윤성과 아리즈, 파리츠도 저마다 해초와 바위 따위를 붙잡고 버텼다.

“이건 해류가 아니에요!”

윤성이 소리쳤다.

“재포니카다!”

19. S급 던전

헌터들의 표정이 굳었다.

재포니카들이 몰려오면서 생긴 스트림이다. 자연적인 해류가 아니다. 윤성의 예민한 눈에는 저 끝에 오는 적들이 보인다.

그 숫자가 열두 마리.

윤성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걸 상대로 승산이 있을까?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윤성은 다리로 바위를 감싸서 몸을 고정한 채 빛의 탄환을 퍼부어댔다.

“키야아악!”

저 끝에서 끔찍한 괴성이 울려 퍼졌다.

확실히 S급 마수들이라서 쉽게 죽지 않아. 어쩌면 좋지?

라이트닝을 쓰면 헌터들까지 같이 감전될지도 모른다.

이제 보니까 이 녀석들 도움이 안 되네!

이눈다 때가 생각난다. 이러다가 전부 쓸려가는 거 아냐?

‘엇! 잠깐만.’

4,300미터에서 떨어지면서 얻은 영구적인 스킬은 ‘통역’이지만, 버프로 먹은 스킬은 분명,

<광폭한 물결.(사용 가능, 2,578,489초)>

들어본 적도 없는 스킬이다. 스킬 정보창에서는 분명 거대한 물의 흐름을 다루는 기술이라고 했다.

그동안은 던전들 클리어하기 바빠서 ‘거대한 물’을 상대해 볼 일이 없었다.

스킬을 시험 삼아 작은 하천에서 써보긴 했지만 유속이 빨라지는 등의 대단치 않은 변화가 있었을 뿐이다.

스킬이 나온 높이 구간을 생각해 볼 때 라-호라티크보다도 강력해야 마땅할 스킬이다.

따라서 하천에서 테스트해 본 것은 스킬의 본 위력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없고,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스킬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 상황이 급하니까.

<광폭한 물결 발동!>

“망했다.”

이건 해류를 다스리거나 하는 스킬이 아니다.

그냥 엄청나게 강력한 해류를 일으키는 스킬.

-쿠오오오오!

윤성 쪽에서 막강한 스트림이 생겼다. 수면에서 일어났다면 거대한 해일이 되었을 만한 물의 흐름이 마치 소방 호수에서 나오는 것 같은 세기로 발사되었다.

거대한 한 층의 물벽이 통째로 이동한다.

“으아악!”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