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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67화 (67/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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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067화

윤성이 말했다.

“어, 어떻게…….”

경악한 황동수와 차태식.

윤성은 주먹을 들었다. 황동수를 후려치기 직전,

‘힘 조절을 어떻게 해야 하지?’

황동수가 죽는 것은 상관없다. 애초에 맘에 안 드는 놈이기도 했고 리비아 국경지대에서 이슬람 과격주의 세력과 싸우는 동안 살인에 대한 심리적 허들이 약간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무려 3,500점 버프다.

예를 들어 황동수를 너무 강하게 쳐서, 날아간 황동수가 비행기 벽을 박살 내고 떨어진다면?

기체에 손상이 생겨서 비행에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한 10, 아니, 20% 정도로만 치자.’

-쩌억!

윤성의 펀치가 황동수의 코에 작렬했다. 그는 파티룸 반대편 끝까지 붕 날아가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거대한 오디오에 상체가 틀어박혔다.

기절한 건지 죽은 건지 황동수는 발가락 끝 하나 꼼짝하지 않았다.

파직파직 튀는 전기와 함께 클럽 음악이 꺼졌다.

싸한 분위기.

여자들은 공포에 질려서 벌써 사방으로 흩어져 와들와들 떨고 있다.

차태식은 바닥에 주저앉은 상태.

“어, 어떻게 된 거야, 너?”

차태식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게 있다. 내 힘을 보아버렸으니 너도 살려두기 힘들게 됐군.”

진심은 아니었지만 차태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사, 살려줘…….”

“안 돼.”

윤성이 차태식의 머리를 한 손으로 콱 움켜쥐었다.

우득 우득.

이번에는 아까보다 훨씬 힘을 사렸다. 계란 노른자를 터뜨리지 않듯 조심하는 것처럼.

“끄아아아악! 미, 미안해! 살려줘! 살려주세요! 윤성아!”

차태식이 비명을 지르면서 몸부림쳤다.

이 정도면 되겠지?

윤성은 차태식을 바닥에 툭 던져놓았다.

“3일 후에 내려갈 때까지 알아서 잘 처신하길 바라.”

윤성이 말했다.

“그리고 황동수에 대한 것도 가급적 입조심하고.”

“아, 알겠어.”

차태식은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고 덜덜 떨었다.

윤성은 황동수가 쓰러진 쪽으로 이동했다.

상태를 살펴보니,

“죽진 않았군.”

다만 꽤 부상이 커 보였다. 윤성은 황동수의 몸을 오디오에서 빼내고 심채영에게 물었다.

“이놈 방이 어디죠?”

“아, 이, 이쪽입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심채영이 윤성을 안내했다.

그들은 황동수의 방으로 들어갔고, 윤성은 황동수를 침대 위에 던져두었다. 치료가 필요한 듯 보이지만 어차피 이곳에는 의사도 없고 힐러도 없다.

지상으로 내려가는 게 정상이지만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여자들이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는 게 보였다.

“maldhy yjb ealayna faealah alana?”

윤성이 나오자 그들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뭐라고 하는 거예요?”

윤성이 심채영에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윤성 씨가 자기들을 죽일까봐 무서워하고 있어요.”

“그럴 일 없다고 알려주세요.”

윤성이 불쾌한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들은 어디서 지내는 거예요? 이 비행기에는 방이 셋밖에 없는데. 채영 씨는 어디서 지내세요?”

“저는 파티룸 앞으로 가면 있는 승무원 전용실을 써요. 손님용 객실보단 못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지낼 만한 방이에요.”

“이분들은요?”

심채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방이 없죠.”

“없다고요?”

“대기룸은 있는데, 사실 사람이 잘 만한 공간은 아니에요.”

“보여주세요.”

윤성이 요구하자 심채영은 그를 데리고 비행기의 가장 뒤편으로 이동했다.

대기룸이 나타났다.

침대도 없는 좁아터진 공간이고, 손님 한 명이 쓰는 방보다도 크기가 작다. 일곱 명이 3일간 머물기에는 매우 열악했다.

퀴퀴한 냄새. 바닥재엔 곰팡이가 슬어 있다.

“여기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요?”

“못 살죠. 하지만 항공사의 방침은 이 여성들이 대부분의 날들을 손님들의 방이나 파티룸에서 머무니까 상관없다는 식이에요.”

“황동수 씨의 방을 줍시다.”

“네?”

“어차피 황동수나 차태식은 클레임 못 걸어요. 황동수는 기절해서, 차태식은 쫄아서.”

윤성은 황동수의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있는 그를 들쳐 메고 차태식의 방에 들어왔다.

“동수 선배가 너한테 신세 좀 지겠대.”

“어, 어?”

윤성은 황동수를 차태식의 침대에 눕혔다.

“좋은 시간 보내.”

그다음부턴 윤성의 독재나 다름없는 3일이 되었다.

윤성은 버프가 풀렸지만 여전히 C급 헌터인 차태식보다 강했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방에서 조용히 보냈고, 여성들은 이 일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황홀한 객실에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황동수의 방은 워낙 커서 사람 일곱이 쓰기에도 충분했다.

심채영에게 윤성은 처음 보는 타입의 남자였다.

A급 헌터를 한 방에 보내는 힘을 가지고도 거들먹거리지 않는 사람.

눈앞에 반라의 여자가 일곱 명이나 돌아다니는데도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

전자는 엄청난 겸손함 때문이라고 해도, 후자는 남자로서 가능한 건가?

“무슨 생각 하고 계세요?”

식당에서 여성들 틈에 끼어서 밥을 먹던 윤성에게 심채영이 물었다.

“생각이요?”

“네. 지금요.”

“아무 생각도.”

“정말요?”

사실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는 게 하나 있긴 하다. 과연 3일 동안 비행하며 날아다닌 것으로 ‘3일간 낙하하기’라는 랜딩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것인지.

비행기는 계속 오르락내리락했다. 엄밀히 말하면 ‘낙하’를 계속한 것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패러글라이딩도 1㎏으로 떨어졌던 지난 몇 번의 비행 중 상승 기류를 만나서 떠올랐던 적이 있다.

그럼에도 낙하 시간은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출발한 시점부터 지상에 착륙한 시간까지가 정직하게 입력되었다.

낙하 시간이라는 개념이 어쩌면 공중에서 중력 가속도를 받은 시간의 양을 의미하는 걸까?

이렇게 3일 동안 떠다녔는데 랜딩에 실패한다면 무슨 방법을 써야 하지?

“윤쏭.”

윤성의 바로 오른쪽에 앉아서 밥을 먹던 여성이 윤성에게 말을 걸었다.

“네?”

“고마씁니다.”

“네?”

“제가 가르쳐줬어요. 윤성 씨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하시기에.”

“무슨 감사를요?”

“무슨 일 하는지 설명도 듣고 제 발로 왔다고는 하지만 정말로 좋아서 하는 건 아니에요. 중동에서 못 배우고 가난한 여자가 먹고살 정도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으니 그런 거죠. 누가 자기 아버지뻘 되는 남자랑 자고 싶겠어요.”

“뭐, 그렇겠죠.”

“윤성 씨 덕분에 이번 비행은 편해서 고맙대요.”

꼭 그들을 위해서 싸운 것만은 아니었는데.

윤성은 약간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저도 고마워요.”

심채영이 말했다.

“뭐가요?”

“차태식 헌터님이 저한테 몹쓸 짓을 하려고 할 때 구해주셨잖아요.”

“아, 그거야 뭐. 당연한 거죠.”

“아랍에서는 그런 게 당연하지 않아요.”

“음.”

“진심으로 여기 있는 모두가 윤성 씨에게 고마워하고 있어요. 특히 마닉 씨가요.”

마닉이 옆에서 자기 이름이 불리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꾸벅 했다.

“그럼 저한테 뭐 좀 알려주실래요?”

윤성이 물었다.

“무엇을요?”

“홍해에 터진 S급 던전을 레이드하려는 헌터들의 정보와 그 던전의 위치. 그와 관련된 것 아무거나요.”

“그건 왜…….”

“그 던전을 누군가는 닫아야죠.”

설마 했는데 진짜다.

심채영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S급 던전이에요. 너무 위험하다고요! 윤성 씨가 아무리 강해도 그걸 어떻게 할 수는 없을 거예요.”

“무슨 소리에요. 제가 한다고는 안 했어요. 제가 어떻게 그걸 닫아요.”

윤성이 빙긋 웃었다.

“그럼요?”

“혹시 마스크맨이라고 아시는지? 요즘 한국에서 뜨고 있는 초일류 헌터인데.”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얼마 전 이슬람 과격 무장 세력에게 피랍됐었거든요. 리비아 국경 근처에서. 근데 마스크맨이 나타나서 우릴 전부 구해줬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 마스크맨이 지금 이집트에 있다는 거죠.”

“그럼 마스크맨이 그 던전을 레이드하는 건가요?”

“네. 절 보고 같은 한국인 반갑다면서 연락처를 줬어요. 무슨 문제 있으면 연락하라고. 그리고 상급 던전들을 혹시 알면 알려달라고도 하더라고요.”

“그렇군요. 근데 마스크맨, 그분은 정말 강한가요? 최소한 S급이 아니면 레이드에 참여할 수 없어요.”

“급수가 밝혀지진 않았는데 던전 클리어 경력을 보면 S급 이상인 건 확실해요.”

물론 지금은 아니다. 버프가 풀렸으니까.

하지만 이곳은 4,000미터 상공.

여기서 떨어지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어쩌면 혼자서도.

“하지만 문제가 있어요.”

심채영이 말했다.

“무슨 문제요?”

“그 레이드는 비밀리에 진행되는 거예요. 요즘 중동 정세에선 S급 헌터들이 타국으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요.”

맞는 말이다. 예를 들어 알리야 같은 헌터가 이스라엘 국경을 넘는다면 전쟁을 하자는 뜻이다.

“레이드 당일 아침에는 기자회견을 열어서 S급 던전을 레이드한다고 발표할 거라지만, 그 전까지는 일종의 내부 엠바고에요. 그래서 저도 레이드 팀이나 미팅 장소에 대해 아는 게 없어요.”

“그럼 채영 씨는 레이드를 한다는 사실은 어떻게 아셨나요?”

“S급 헌터들을 규합하는 데는 돈이 많이 필요했고, 그래서 웬만큼 재산이 있는 사람들이나 그 던전의 출몰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기부를 받았죠. 저는 아버지 유산을 물려받아서 돈이 꽤 있었고, 유가족이기도 하니까요.”

“채영 씨한테 접촉했군요?”

“맞아요.”

“그럼 혹시 그들한테 연락할 방법도 있습니까?”

“지상에 내려가면 해볼게요.”

“고마워요.”

만 하루가 더 지난 다음에 비행기는 이집트 공항으로 돌아왔다.

지상으로 내려가기 전, 윤성은 심채영에게 한 가지 차트를 요구했다.

“혹시 비행기의 고도 기록이 있으면 좀 주실래요?”

심채영은 그런 것을 왜 필요로 하는지 이해하지 못해서 어리둥절했지만 원하는 대로 가져다주었다.

윤성은 고도 기록을 차근히 살펴보았다.

맨 처음 이륙해서 도달한 최고 높이는 4,338미터. 이후 아래위를 100여 미터씩 왔다 갔다 했다.

3일 동안 도달한 최고 높이는 4,629미터.

이것은 랜딩 능력에 대한 또 하나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비행기가 착륙해요. 자리에 앉아주세요.”

심채영이 말했다.

“알아서 할게요. 채영 씨도 자리로 가서 앉아 계세요.”

윤성은 채영을 내보내고 방문을 잠근 다음 인벤토리에서 귀마개를 꺼냈다. 미리 준비해 두었던 물건이다.

버프를 받으면 감각 능력이 미쳐 날뛰기 때문에 좀 천천히 적응될 필요가 있으니까.

윤성은 귀마개를 쓴 후, 몸을 구부정하게 숙였다. 왼팔은 수직으로 지상을 향해 뻗었다.

주먹이 바닥에 닿도록. 오른팔은 사선으로 펼쳐 무게 중심을 잡는다. 두 다리는 자유롭게 구부리되 무릎이 땅에 닿지 않도록.

18. 중동 최강의 헌터

슈우우우우우!

비행기의 착륙 소음. 착륙로에 들어오서 비행기.

쿠웅 하는 충격이 바닥에서부터 전해지는 순간,

<최종 속력=1.2㎧, 낙하 거리=4,338.4m, 낙하 시간=268,209s>

<랜딩 성공!>

<일시적으로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힘과 순발력, 감각 능력, 지능에 각각 4,338.4점. 남은 시간 3,196,800초. 일시적 랜덤 스킬이 개방되었습니다 : 광폭한 물결 남은 시간 3,196,800초>

<현재 레벨(37)이 낮아 버프 시간이 한계값으로 적용되었습니다.>

“대박…….”

윤성의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4,300점짜리 버프.

37일 한정 중동 지역 최강의 헌터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임무는?”

<랜딩 임무 : 3일 이상 낙하. -완료- 보상 : 랜더의 손목시계 lv.3>

“됐다!”

심장이 요란하게 쿵쿵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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