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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64화 (64/260)

# 64

레벨업 속도는 9.8m/s^2 064화

알리야는 102기의 구울 군단과 64명의 상급 헌터를 대동하고 있었다.

“앨피르.”

게다가 엘피르는 구울이 사는 세계에 존재하는 거대한 마수 중 하나다.

코끼리를 닮았지만 거대한 이빨을 가졌고, 마법을 부릴 줄 아는 몸무게 15톤 괴물. A급 마수 중에서도 상대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축에 속한다.

거래를 잘만 이용하면 이런 종류의 흉악한 마수의 힘까지 빌릴 수 있는 것이다.

그 앨피르가 16마리.

분명히 암흑의 군주 ‘마이어’는 높은 마력을 가진 인간들을 바치면 더 많은 군대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싱싱한 상태일수록 더 강한 병사를 주겠다고 했지.

저곳에는 약 150명의 상급 헌터들이 모여 있다. 그 중에는 S급 헌터 스티븐이 있고, 시체나 다름없을 테지만 제임스도 있다.

저들을 모두 바친다면,

“이스라엘을 빼앗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무슬림의 땅, 이곳 중동 한복판 팔레스타인의 심장부에 탄생한 유대인의 나라. 말이 되는가? 이슬람은 결코 그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알라흐 아크바르.

“진격!”

알리야가 소리쳤다.

“뿌우우!”

앨피르들이 괴성을 지르며 돌격하기 시작했고, 그 뒤를 무수히 많은 구울들이 뒤따라 달렸다.

적들은 이미 공포에 질린 상태.

헌터들의 떨리는 다리를 보라. 저것이 세계 최강 대국임을 자랑하던 미국이 보낸 용맹한 전사들인가?

“가소롭구나!”

알리야는 코웃음을 쳤다.

<알라의 심판 발동!>

강력한 마법 쿠크리가 적진 한가운데로 난입해 군인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치솟는 붉은 피와 비명.

S급 헌터의 스킬 앞에서는 군인들이 아무리 훌륭한 전투복을 입었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드 발동!>

<리제너레이션 발동!>

거대한 마법 보호막이 미군 헌터들을 뒤덮으며 따뜻한 열기가 그들의 부상당한 상처를 재생시키기 시작했다.

쿠크리는 보호막에 가로막혀 더 이상 들어가지 못했다.

S급 헌터 스티븐.

그가 강력한 마법으로 미군을 보호하고 있었다.

아지트 내에서 마정석 폭발에 휘말린 탓에 이미 마력은 고갈되기 직전이고, 본인의 몸도 큰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그는 미국에서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보조 계열 최고의 헌터다.

“후후.”

알리야가 작게 비웃었다.

스티븐의 스킬 실드는 분명 강력하지만 앨피스들의 막강한 물리공격에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겠는가.

“부숴버려!”

알리야가 소리치자 앨피스들이 건물 기둥처럼 거대한 상아로 실드를 들이받기 시작했다.

-콰앙! 쾅! 쩍!

한 번 금이 가자 스티븐이 풀썩 쓰러졌다.

그는 양손을 앞으로 내뻗어 다시 한번 실드를 고쳤지만,

-꽈앙!

앨피스들이 일제히 실드를 공격하자 울컥 피를 토했다. 원래 얼마 남지 않았던 마력이 완전히 제로가 되었다.

이럴 수가. A급 마수들의 공격을 몇 시간은 버티는 실드인데.

타입이 너무 나쁘다. 실드 스킬은 마법 공격에는 강하지만 저런 물리 공격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Shit.”

큰일 났다.

아까 그 이상한 마스크맨한테 헬기를 빌려주는 게 아니었다. 그걸로 스티븐과 부하 헌터들 몇이라도 태워서 탈출시켰어야 했는데.

“스티븐!”

미국의 A급 헌터들이 스티븐 앞으로 달려왔다. 그들은 일제히 무기를 빼들며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하지만,

“캬아악!”

거대한 구울들이 와르르 쏟아져 들어오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숫자가 너무 많다.

이건 레이드 같은 것이 아니다. 인간이 숫자와 계획성으로 마수를 사냥하는 게 아니라 이곳에서 생존을 걸고 전쟁을 벌이는 꼴이 되었다.

적들의 숫자는 헌터들보다 더 많고, 그들의 지휘관은 영악하다.

“아아악!”

벌써 B급 헌터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무참히 물어뜯고 찢어발기는 구울들. 그 옆에서는 앨피스들이 장갑차와 바리케이트를 박살 내며 돌격하고 있다.

부상자들이 많은 아지트로는 이슬람 헌터들이 진격 중이다.

“안 돼!”

그쪽에는 부상자들만 있는 게 아니다.

“시민들을! 시민들을 지켜야 한다!”

스티븐이 필사의 힘을 짜내 실드를 쳤지만 소용없다. 그의 실드는 이미 방어력이 다했다.

<알라의 심판 발동!>

앨피스의 괴력을 빌릴 것도 없이 알리야 혼자서도 능히 깨부술 수 있는 수준.

마법 쿠크리가 스티븐의 실드를 파괴했다.

“스티븐.”

알리야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항복해라. 그럼 너희를 살려주겠다.”

물론 거짓말이다. 이들은 마이어에게 공물로 바쳐져야 한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서라면 더 이상 심한 부상을 만들면 안 된다.

싱싱한 상태로 조달해야지.

마이어에게도, 노예시장에도.

“크윽.”

스티븐의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어서 결정을 내려라.”

알리야가 말했다.

“시간 끌어봤자 너희가 달아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내 감각 능력은 지금 몹시 예민하다. 예를 들어 나는 이 모래 먼지 사이에서도 저 하늘 위에 떠 있는 헬기의 존재를 알고 있다.”

알리야가 고개를 들었다.

옆의 이슬람 군인들이 들고 가던 대공포를 빼앗아 발사했다.

-쿠와아앙!

마정석 미사일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치솟아 헬기를 폭파시켰다.

“봤지?”

알리야가 빙긋 웃었다.

“너희에겐 가망이 없…….”

당황한 알리야의 말이 멈추었다.

“이게 무슨!”

갑자기 하늘에서 엄청난 양의 모래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약 500톤에 이르는 토사.

마치 하늘에서 쏟아지는 산사태와 같았다.

“뿌우!”

“끄악!”

“아아악!”

모래 때문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은 앨피스들의 동선이 꼬였고, 구울과 헌터들은 놀라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모래에 생매장될 위기다.

그러나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정말 위험한 것은 그 위에서 내려오고 있다는 것을.

인벤토리에 담은 1,000개의 항목, 총합 500톤의 모래를 한 번에 쏟아버린 윤성이,

-쿠우웅!

전투 현장 한복판에 랜딩했다.

“아, 아 유 오케이……?”

스티븐이 우물쭈물하며 물었다.

이 남자가 한국에서 A급 게이트 두 개를 혼자서 닫아버렸다며 자신을 믿어달라기에 혹시나 하고 헬기를 줬는데.

한참을 수직 상승만 하더니 결국 포탄을 맞고 떨어졌다. 이 모래는 다 뭐야?

“잠깐만…….”

윤성이 스티븐의 어깨를 짚으며 고통스러워했다.

떨어지면서 부상이라도 입은 걸까? 아니, 근데 그 높이에서 떨어지면 부상으로 끝나는 게 아니지 사실.

스티븐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며 윤성이 말했다.

“토할 거 같아……. 현기증이…….”

윤성이 풀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진짜 속이 너무 안 좋다. 어지러워.

“캬아악!”

앨피스 한 마리가 모래를 뚫고 튀어나왔다. 그는 날카로운 상아를 앞세우고 윤성을 향해 돌진했지만,

-콱!

윤성이 상아를 손으로 꽉 쥐자 꿈쩍도 하지 못했다.

거대한 힘에 제압당한 것처럼.

앨피스의 육중한 몸이 파르르 떨렸다.

“가만히 좀 있어. 시끄럽다.”

윤성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휴. 이제 좀 낫네.”

역대급이다. 무려 3,569미터에서 떨어졌다.

게다가,

<낙하 거리 임계 돌파. 영구적 스킬 획득. ‘사구.’>

SS급 헌터인 미국 샌드맨의 스킬이다. 엄청난 양의 모래를 만들어 적을 덮어버리는 기술.

마침 가까이에 시험해 볼 상대들이 있다.

윤성은 앨피스와 구울 무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사구 발동!>

-쿠오오오!

하늘에서 쏟아 부었던 500톤의 모래가 일제히 일어났다.

모래의 해일.

놀란 헌터들이 눈을 감고 몸을 웅크렸지만 모래들의 움직임에는 정확한 목표가 있다. 윤성이 대상을 마수로 한정지었기 때문이다.

500톤의 토사가 헌터들을 피해 구울과 앨피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공포에 빠진 마수들은 달아나기 시작했으나,

-콰아악!

사구는 한순간에 그들을 뒤덮어버렸다.

구울 수십이 모래 속에 파묻혔고 나머지 대부분도 쓸려나갔다.

알리야의 부하인 이슬람 과격 헌터들은 사구의 공격을 받지 않았지만 이미 전의가 없다.

“아까 그 방독마스크……?”

상황을 파악한 알리야가 쿠크리를 겨누며 다가왔다.

엄청난 힘을 지닌 상대다.

지하에서도 번거롭긴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지금 죽여주마!”

알리야가 쿠크리를 휘둘렀다.

<알라의 분노 발동!>

날카로운 마력을 뿜는 흉흉한 마법 쿠크리가 윤성을 향해 쇄도했다.

윤성은 피식 웃었다.

이 공격이 너무 빠르고 강력해서 지하수로에서는 종단 속도의 단검의 유도능력을 이용해 겨우 대처했지만,

-쾅!

이번엔 맨주먹으로 부숴버렸다.

이딴 것쯤.

충격받은 알리야의 표정.

-쩍!

그 얼굴에 윤성의 펀치가 적중했다. 알리야는 얼굴에서 피를 쏟으며 휘청거렸다.

“크으……. 망할! 죽여 버리겠다!”

알리야가 눈을 부릅떴다.

<이즈라일 발동!>

알리야의 몸 뒤에 거대한 신의 형상이 떠올랐다.

이슬람 죽음의 신.

하지만,

“또 그거냐? 좋아. 이번엔 나도 비슷한 걸 먹었다. 3,500미터쯤 되니까 스킬도 장난 아니더라고.”

윤성이 버프 스킬을 발동했다.

<라-호라티크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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