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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63화 (63/260)

# 63

레벨업 속도는 9.8m/s^2 063화

테리문이 소리쳤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윤성의 유창한 아랍어.

하지만 테리문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마, 마스크맨이십니까?”

테리문은 최근까지 한국에 있어서 마스크맨에 대해서 좀 안다. 그리고 그 마스크맨이 중동에 나타나서 아랍어를 쓰는 건 좀 특이한 광경이었다.

윤성은 이미 잘 쓰고 있었는데 괜히 불안해서 애꿎은 마스크를 고쳐 썼다.

“네. 제가 아랍어 좀 합니다. 갑시다. 여기서 탈출…….”

무언가를 느낀 윤성이 말을 하다가 멈추었다.

“잠깐만요.”

윤성의 등 뒤에 무장 군인 십여 명이 몰려와 있다.

-철컥, 철컥

그들이 소총을 장전하고 이쪽을 겨누었다.

“안 돼!”

윤성의 몸이야 총알이 안 박히지만 시민들은 아니다.

젠장, 버프 스킬로 방어막 같은 게 나왔어야 했는데.

‘지금 가진 스킬은 티타늄펀치, 빛의 탄환, 라이트닝.’

지금은 정말로 하나도 쓸모가 없군.

-투다다다다!

군인들의 소총에서 끔찍한 굉음이 퍼지며 수백 발의 총알이 날아들었다.

윤성은 재빨리 컨테이너 문을 닫고 바깥에서 몸으로 총알을 막아냈다. 컨테이너 문의 면적이 그의 몸뚱이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약간 웃긴 모양으로 팔다리를 허우적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발의 탄환들이 윤성이 가리지 못한 틈으로 컨테이너에 구멍을 뚫었다.

“꺄아악!”

안에서 들리는 비명.

윤성은 이를 으득 씹었다.

“야-! 이 개-새끼-들아아아!”

사자후는 아니지만 초인이나 다름없는 몸뚱이다.

당연히 목소리에 마력을 싣지는 못했지만 그 소리 자체가 너무나 크다.

놀란 군인들이 사격을 잠깐 멈추었다.

-피이잉!

윤성의 양손 검지에 하얀 빛이 휘감겼다.

빛의 탄환이다.

“노!”

“스땁!”

군인들이 소리쳤다.

“스땁? 스탑? 내가 왜 스탑해?”

윤성이 빛의 탄환을 겨누는 순간,

-처억!

놀랍게도 적들 한가운데가 열리더니 웬 군인 둘이 거대한 로켓런처를 들고 나타났다.

“아니 이건 또 뭐야?”

“유! 써렌더!”

“뭐라는 거야 미친놈들이……. 그냥 아랍어를 해! 멍청이들아!”

윤성이 아랍어로 외쳤다. 그러자 적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아랍인이냐!”

그들 중 하나가 아랍어로 물었다.

“아니지만 아랍어 할 줄은 안다!”

“항복해라!”

“내가 왜?”

“너는 로켓런처를 맞아도 안 죽을 테지만, 컨테이너 안의 사람들은 먼지가 되어버릴 거다.”

“그렇겠지.”

“그들을 살리고 싶다면 항복해라.”

“그런 거였나.”

윤성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지금 가진 스킬들로는 분명 로켓런처를 막아낼 수가 없다.

정말 항복해야 하나?

“앗!”

윤성이 갑자기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쏴! 쏴봐 새끼들아!”

그가 소리를 지르자 군인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컨테이너 안에서 대화를 듣던 테리문이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호소했다.

“허, 헌터님! 살려주십쇼.”

“안 죽어요. 걱정 마세요. 로켓런처 쏘는 순간 저 새끼들 끝납니다.”

“네?”

“빨리 쏴! 시간 없다!”

윤성이 소리를 질렀다.

발끈한 적들이 뭐라고 고함을 치더니,

-철컥!

로켓런처의 방아쇠를 당겼다.

-푸슈우우우!

무시무시한 기세로 발사되는 미사일.

과연, 웬만한 전차 한 대는 박살 내버릴 만한 무기다. 하지만,

“이건 몰랐지?”

윤성이 인벤토리를 펼쳤다.

포탄은 형태도 크기도 모두 인벤토리의 제약 범위 안이다. 집어넣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으면 그걸로 끝.

-파직!

윤성의 코앞에서 증발해버린 미사일.

놀란 군인들이 잠깐 당황하는 사이,

-미사일!

윤성은 인벤토리에서 미사일을 다시 꺼내어 적들 한가운데에 힘껏 집어던졌다.

“으악!”

“까아악!”

놀라서 사방으로 흩어지는 적들을 향해 손가락을 내뻗었다.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퓨퓨퓽~

-콰아앙!

포탄의 폭발과 함께 무차별적으로 난사된 빛의 탄환에 군인들은 순식간에 궤멸되었다.

뭉게뭉게 솟아오르는 검은 연기를 보며, 윤성이 컨테이너 안의 시민들에게 물었다.

“혹시 다친 사람은 없습니까?”

“다들 괜찮아요.”

테리문이 대답했다.

“다행이군요. 적들에게 발각되었으니 이곳에 계속 있는 것은 위험합니다. 절 따라오세요.”

물론 따라온다고 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여기보단 낫겠지.

윤성은 사람들을 이끌고 아지트 뒤편으로 돌아갔다.

헌터들이 이동했던 그곳.

“참혹하군.”

마정석 폭탄이 폭발하면서 아지트 건물이 무너져버렸다.

미군 헌터들은 거의 전멸이다. 운 좋게 건물 밖에 있어서 폭사를 피했거나 부상이 경미한 이들은 불과 30여 명. 그마저도 마정석 폭발을 스티븐이 결계 마법으로 상당부분 잡아주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었다.

미군 헌터들은 수직 이착륙 헬기로 부상자를 나르고 있었다.

“헤이! 유! 스탑!”

미군 헌터 하나가 접근하는 윤성을 멈춰 세웠다.

경계심 가득한 눈빛.

방독마스크를 쓰고 있는 정체불명의 헌터가 포로로 잡힌 시민을 잔뜩 끌고 나타났으니 당연한 일이다.

헌터는 영어로 윤성에게 뭐라고 물었는데 억양이 워낙 특이해서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영어에도 능숙한 테리문이 옆에서 통역해주었다.

“이름이 뭐냐고 묻습니다.”

“마스크맨.”

윤성이 대답했다.

“왓? 아 유 키딩 미?”

“난 이슬람 군인들하고 다릅니다. 당신들 편이에요. 뭐 궁금하면 여기 있는 시민들한테 물어보시든가.”

“왓 더 뻐킹 아 유…….”

“마스크맨!”

미군 헌터의 말을 자르고 아지트 폐허에서 튀어나온 남자는 이시열이었다.

그는 환한 표정으로 윤성을 향해 달려왔다.

“무사하셨군요. 다행이에요. 덕분에 우리 모두 안전하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우마루 씨도 좀 전에 합류하셨고요.”

이시열이 아랍어로 말했다.

“무사하다니 다행이군요. 여기 미군한테 나에 대해서 좀 얘기해주세요.”

윤성의 요청에 이시열은 능수능란한 영어로 윤성에 대해 소개했다. 한국에서 A급 던전 두 개를 혼자 닫아버린 전설적인 S급 헌터이며, 좀 전에도 그들을 구해냈고, 우마루도 신세를 졌다는 것.

얘기를 들을수록 미군 헌터의 표정이 점차 의심에서 경탄으로, 이어서 존경으로 변했다.

“지금 우리 팀은 모두 다운되었습니다. 제임스와 스티븐 모두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상태입니다.”

미군 헌터가 상황을 전달했다. 이시열이 가운데서 통역을 해주었다.

“혹시 마스크맨께서 팀을 이끌어주시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알리야 대대의 이어질 공격을 감당할 능력이 없습니다.”

“스티븐, 제임스는 지금 어떤 상황이죠?”

“제임스는 의식이 없고 스티븐은 운신할 수는 있습니다만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곳의 시민들은 모두 찾았습니까?”

“포로로 잡힌 그룹은 총 넷이었습니다. 헌터들, 노약자들, 여성들, 남성들. 마지막 그룹은 당신이 데려왔고 앞의 셋 중에 아직 노약자들만 구하지 못했습니다.”

“마, 마스크 씨.”

테리문이 울상이 되어 말을 걸었다.

“제 가족들이 거기 있습니다. 제 딸이 있어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알겠어요. 제가 데려오겠습니다. 이곳을 계속 지키고 있어요.”

윤성이 떠나려는 순간,

“으아악!”

파수를 서던 미군 헌터 한 명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왔다.

창백한 얼굴.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왓쓰 업?”

미군 헌터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위, 위 햅투 게라롭 히얼!”

그가 절규하듯 외쳤다.

“무슨 일입니까?”

윤성이 물었다.

“여기서 도망쳐야 한답니다.”

이시열이 초조한 표정으로 통역해주었다.

“알리야가 옵니까?”

이시열은 미군들의 대화를 집중해서 들었다.

그의 얼굴이 곧 하얗게 질렸다.

“알리야가 옵니다. 그리고 구울이……. 100마리 정도가 온답니다.”

뒤에서 테리문이 침을 꼴깍 삼켰다.

“아무래도 따님 찾기 전에 여기 방어전부터 해야겠군요. 전부 바리케이트 안으로 들어가요. 전투 준비!”

윤성은 곧바로 헌터들에게 물어물어 스티븐을 찾았다. 그는 아지트 건물의 동관을 점령하고 그곳 3층에서 제임스를 치료하고 있었다.

“스티븐!”

곧바로 3층까지 달려간 윤성은 제지하는 헌터들을 밀어젖히며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전투를 대비하라고 경고하러 온 게 아니다. 의료 계열이라면 스티븐이 아무리 뛰어나도 구울 수백을 상대로는 승산이 없다. 게다가 적들 중에도 상급 헌터들이 있고, 무엇보다 알리야가 있다.

이들을 얼마나 잘 조직화해서 기적적인 명전투를 벌인다고 해도 승산은 희박하다.

하지만,

“헬기가 있습니까?”

윤성이 물었다.

아직 희망이 하나 남아 있다.

“절 태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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