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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62화 (62/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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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062화

윤성은 재빨리 피를 닦으며 고개를 들었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반응해서 치명상은 피했다. 저 공격속도를 보면 분명히 아르동보다는 한 수 아래인데.

‘강력하긴 하지만 아르동 때의 버프가 있었다면 벌써 박살 냈을 텐데. 저런 놈한테 털리다니.’

J등급은 주위 환경과 본인의 전략에 따라 전투력 변동이 심하다더니.

정말이잖아? 천장이 낮은 건물 내에서는 제대로 랜딩을 못하니 탑에 다녀왔던 지난번에 비해 훨씬 전투가 어렵다.

“아까 그놈이구나. 압둘라가 데려왔던.”

알리야가 아랍어로 말했다.

“어떻게 알았지?”

“척하면 척이지. 네놈이 탈출했는데 그럼 누구겠냐? 그리고 실망스럽군. 왜 우리 군대에 합류하지 않는 거지?”

“이런 짓 하는 놈들한테 어떻게 합류하겠어?”

“이런 짓?”

“무고한 시민들을 납치하고 있잖아.”

“납치할 뿐만 아니라 팔기도 한다. 리비아의 노예시장은 내 관리하에 있지.”

“다음에는 정기까지 빨아먹고 마족이 되도록 해. 괜히 안 어울리는 사람 탈 쓰지 말고.”

“후후, 마족들에 대해서 좀 아는가?”

“최근에 마계에서 한 놈 잡았거든. 아르동 남작이라고, 너보다 몇 배는 센 놈을 말이야.”

“마계를 다녀왔군. 나와는 다른 계를 여행했구나.”

“뭐?”

“알 것 없다. 다만 너에게 제안할 게 있다. 내가 무슬림의 나라를 건국하는 걸 도와주지 않겠느냐? 난 이스라엘을 탈환할 작정이다.”

“인신매매범 따위가 국가 건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냐?”

“그건 자금을 모으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시간이 얼마 없어 일부를 희생시켰을 뿐. 하지만 그들도 알라의 품에서 안식을 얻을 것이다.”

“미친놈이었군.”

“너도 날 따른다면 사후에 천 명의 여자와 즐기며 영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아니면, 오늘 들어온 포로 중에 원하는 여자를 줄 수도 있다만?”

“꺼져 멍청아.”

<빛의 탄환 발동!>

윤성의 손에서 다시 섬광이 분출했다.

알리야는 윤성의 손가락 끝을 주의 깊게 살피면서 날아오는 공격들을 간발의 차이로 피했다. 이미 한 번 스킬을 보았고, 둘의 스탯 차이가 커서 가능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윤성의 예상 범위 이내다.

<단검 투척 타깃.>

윤성의 손에서 발사된 단검이 알리야를 향해 직선으로 날아들었다. 예비 동작 없이 갑자기 날아든 단검은 알리야에게도 꽤 예상 밖이었다.

“크윽!”

알리야는 황급히 쿠크리를 휘둘러 간신히 단검을 받아냈지만 윤성의 움직임을 놓쳤다.

-퍼억!

그 새 달려온 윤성이 알리야의 가슴팍을 발로 찼고,

-첨벙!

알리야는 등 뒤의 수로에 빠지고 말았다.

지금이 유일한 기회다.

윤성은 재빨리 수로를 향해 손을 내뻗었다.

알리야가 올라오기 전에, 가지고 있는 기술 중 가장 화력이 강한 스킬로 한 번에 끝낸다.

<라이트닝 발동!>

-콰지직!

무시무시한 번개가 수로 안을 휩쓸면서 감전된 알리야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헉, 헉. 먹혔나?”

한 번에 강력한 마력을 소진한 윤성이 몰려드는 피로감으로 숨을 몰아쉬었다.

알리야는 수로 벽을 붙잡고 몸을 구부린 채 기절한 것처럼 움직임이 없었다.

하지만 윤성이 자리를 뜨려는 순간,

-촤아악.

알리야가 수로에서 올라왔다.

“짜릿한 공격이군.”

“후우, 너도 진짜 징글징글하다. 그걸 맞고도 버티다니.”

알리야는 아직도 찌릿찌릿하고 후끈한 몸을 손바닥으로 탕탕 두드렸다.

“내가 너를 좀 얕봤구나.”

이쪽도 전력을 다한다.

알리야의 쿠크리에서 연회색의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즈라일 발동!>

거대한 검을 든 천사의 형상.

이즈라일은 무슬림이 믿는 죽음의 신. 엄청난 마력이 뿜어져 나온다.

아니, 이건 거의 아르동 수준이잖아?

공기가 달라졌다. 그야말로 죽음 그 자체가 어깨 위에 차갑게 내려앉는 느낌.

“이런 미친…….”

당황한 윤성이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이즈라일은 그보다 훨씬 빠르다. 한 걸음에 윤성의 바로 앞까지 달려온 알리야가 윤성의 가슴을 발로 찼다.

평범한 발차기가 아니다. 그 안에는 이즈라일의 힘이 담겨 있었다.

“크아악!”

순식간에 십수 미터를 날아간 윤성이 바닥을 굴렀다.

의식을 놓을 것 같은 기분.

하지만 지금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이즈라일이 달려오고 있다.

-쿠우웅!

‘어라?’

윤성은 고개를 들었다.

바로 위에서 들리는 소리. 쿵, 쿵 울리는 발소리와 개가 짖는 소리. 비명과 울음소리.

지상이 그리 멀지 않다. 그리고 천장에는 균열이 가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투 때문에 생긴 것이겠지.

이 정도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쾅, 쾅, 쾅.

요란스럽게 발을 울리며 달려오는 알리야가 벌써 바로 앞이다.

윤성은 여기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랜더의 코트 발동!>

<랜더의 전투화 발동!>

체중 3톤.

하지만 그 무게가 얼마든 상관없이 랜더의 전투화는 최고 속력으로 300미터를 치솟을 수 있다.

3톤의 무게를 가졌다면 윤성의 주먹은 이 천장을 능히 뚫어버릴 수 있을 터.

-쐐액!

예비 동작도 없이 급격하게 치솟은 윤성의 몸.

정확히 그를 겨냥하고 쿠크리를 휘두른 알리야는 코앞에서 윤성을 놓쳤다. 그리고,

-콰아아앙!

머리 위에서 돌무더기가 우르르 쏟아진다. 부서진 천장으로 쏟아지는 햇빛에 알리야는 눈을 감았다.

그 사이, 윤성은 밖으로 탈출해버렸다.

“도망치지 마라!”

아래에서 알리야가 소리를 질렀다.

“걱정 마. 내가 다시 찾아갈 테니까.”

윤성이 마주 소리쳤다.

진심이다. 더 높은 곳에서 랜딩해서 더 강력한 버프를 얻으면 다시 찾아갈 생각이다. 아무리 늦어도 마일하이클럽 랜딩 이후에는 반드시 저놈을 없애버려야지.

“후우.”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어 올린 윤성은,

“이럴 수가.”

지상에 펼쳐진 지옥도에 침음을 삼켰다.

새까만 연기가 사방에 자욱하다.

매캐한 탄내와 화약 냄새. 굴러다니는 사체들은 사지가 멀쩡한 게 몇 없다.

“헌터들은 다 살아 있긴 한 거야?”

윤성은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아지트에 도착한 후 트레일러 넷은 서로 나누어져 주차되었다.

상급 헌터 포로들은 탈출했다고 치더라도, 감금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방향 감각이 없다. 좀 더 높은 데서 살펴보면 좋을 텐데.

<랜더의 전투화 발동!>

윤성은 힘껏 지면을 박차고 치솟았다.

무서운 속도로 상승하면서 방독마스크를 고쳐 썼다. 지금은 정체를 가리기 위해서라기보다 화약 때문에 공기가 매워서 정말로 필요한 것이었다.

-슈우우우!

상승하는 속도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보니 거의 꼭대기에 이르렀군. 약 300미터 높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자 전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윤성은 경악했다.

지면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은,

“구울!”

아까 지하에서 우마루가 처치한 것보다는 좀 약한 놈들이었다. A급 정도.

하지만 그 역시 치명적이다.

어떻게 A급 마수가 이곳을 돌아다니는 거지?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니다. 잠깐만. 저놈들 자세히 보니 마치 사냥개처럼 목에 끈을 두르고 있잖아?

-오싹.

등골에 소름이 돋는다.

설마 알리야가 마수를 길들인 것인가? 전쟁에 대비해서?

하지만 어떻게 마수를 다룰 수가 있었지?

윤성이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제는 지면을 향해 몸이 빠르게 추락하고 있었다.

일단 랜딩을 한다. 구울 새끼들부터 족치고 봐야겠어.

-콰아앙!

윤성의 몸이 지면에 수직으로 꽂혔다.

눈앞에 수없이 떠오르는 메시지창.

<최종 속력=48.64㎧, 낙하 거리=300m, 낙하 시간=9.32s>

<랜딩 성공!>

<일시적으로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힘과 순발력, 감각 능력, 지능에 각각 600점. 남은 시간 86,400초. 일시적 랜덤 스킬이 개방되었습니다 : 티타늄 펀치 남은 시간 86,400초>

<낙하 거리 임계 돌파. 영구적 스킬 획득 : 현재 레벨이 낮아 이 낙하 구간에서는 두 번째 스킬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첫 번째 스킬 : ‘라이트닝’을 ‘오러블레이드’로 바꾸시겠습니까? Y/N>

오러블레이드라면 코르소가 쓰던 그 스킬 아닌가?

꽤 쓸만해 보이던데.

하지만 아마 힘과 관련된 스킬일 것이다. 버프가 추가된 지금, 힘도 적지 않은 값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지능이 더 높다.

선택은 No.

그리고,

‘아까 높이 떴을 때 헌터들이 몰려가는 걸 발견했다.’

아지트 건물의 뒤편 트레일러 두 대가 정차해 있는 곳 근처다. 알리야도 올라오고 있을 테니, 그놈보다 빨리 가서 헌터들과 합류해야 한다.

물론 제임스는 이미 빈사 상태일 테고, 스티븐 역시 건물 내에서 폭사했는지 어쨌는지 알 수 없는 상황.

이러한 시점에서 헌터들과 합류해 봤자 알리야를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게다가 무수히 많던 저 구울들.

상황은 여러모로 매우 절망적이다. 그래도 일단 상급 헌터들과 합류해야 한다.

“유!”

갑자기 오른편에서 이슬람 과격주의 무장 군인들이 튀어나왔다. 그들은 윤성을 향해 소총을 겨누었다.

-탕! 탕! 탕!

경고도 없이 그냥 쏘는군. 미친 새끼들.

하지만 윤성의 힘은 800점을 넘었다.

-팅! 티팅!

몸에서 튕겨나가는 총알들. 군인들의 놀라는 표정.

윤성은 빙긋 웃으며 빛의 탄환을 장착했다. 하지만,

“캬아악!”

갑자기 군인들의 뒤에서 거대한 구울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킬힘!”

군인들이 윤성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놀랍게도 저 흉포한 구울이 군인들의 말을 들었다.

무슨 수를 쓴 건진 모르겠지만 진짜로 A급 마수들을 길들였군. 정신 나간 새끼들. 저걸로 이스라엘을 치려고 하는 건가?

“크아아!”

구울이 땅을 쿵쿵 울리며 돌진해왔다.

‘하지만 난 이미 A급 보스를 둘이나 잡아봤다.’

윤성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손가락 총을 겨누었다.

<빛의 탄환 발동!>

몇 발의 섬광이 구울을 제압했다. 지하에 있었던 구울에 비해서는 크기나 힘, 모든 면에서 체급이 낮은 놈이라 어렵지 않았다.

섬광을 맞은 구울이 강아지처럼 끙끙대며 바닥을 구르다 숨이 멎었다.

그 광경을 지켜본 군인들은 곧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안 되지.”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윤성이 쏜 섬광이 그들을 맞추었다.

전쟁터라는 공간 자체가 사람의 원초적인 폭력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것일까?

사람을 죽였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뭐, 꼭 죽었으면 하는 건 아니었지만 살려뒀다간 다른 사람들이 다칠지도 모른다. 적어도 전투불능으로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다.

심장이 쿵쿵 뛰지만 사람에게 빛의 탄환을 쏘았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워서다. 신기할 정도로 죄책감 같은 것은 없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분명 사람 목소리가 들렸는데.’

군인들과 격전을 벌이던 때, 분명히 겁에 질린 사람들이 숨죽인 채 신음하고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예민한 감각 능력은 목소리의 출처가 이 근처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윤성은 다시 집중해서 주위를 살폈다.

쓰러진 트레일러에서 떨어진 컨테이너 하나. 저곳이다.

달려간 윤성은.

-끼기긱

문짝을 뜯어냈다. 안을 보니 시민들이 잔뜩 들어 있다. 처음에 납치되었던 사람 중 한 그룹이다.

남자들.

“프, 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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